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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꼭 껴안아주세요

“경아, 오래간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아, 행복해요. 더 꼭 껴안아주세요.” 1974년에 개봉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별들의 고향> 에서 남녀 주인공 문오와 경아가 나눈 대화 한 토막이다. 그 장면이야 뭐 안 봐도 뻔하지 않을까. 지금 50대 중반 이상인 사람들 대부분은 이 영화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 물론 그 원작은 1972년부터 1973년까지 모 일간신문에 연재된 최인호의 동명 소설이다.

 

서로 안아주고 안기는 행위에는 ‘위로’ 혹은 ‘위안’의 뜻이 들어 있다. 201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추도사를 읽은 뒤 퇴장하던 김소형 씨와 그녀의 발걸음을 돌려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나눈 포옹이 그걸 잘 말해준다. 그 모습을 통해 5·18 희생자 유가족들은 위로를 적잖이 받았다는 후문이다. 영화 속 경아가 문오에게 ‘더 꼭 껴안아’ 달라고 말했던 것 또한 자신의 고단한 삶을 위로 받고 싶어서였으리라.

 

가슴을 맞대고 서로를 껴안는 건 사랑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다. 반가움의 표현이다. 진한 석별의 정을 나눌 때도 서로를 껴안고,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우리 또 만나자는 등의 말을 건넨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소형 씨에게 아버지 무덤에 함께 가자고 약속하고 그걸 실천했다고 한다. 그건 또 심리적 일체감의 상징이기도 하다. 운동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하며 감격의 눈물을 쏟는다.

 

거리에 놓인 큼지막한 돌덩이 화분 가장자리에 적힌 ‘안지 마세요’를 바라보는 심정이 좀 복잡했다. ‘앉지 마세요’라고 쓰지 않아서가 아니다. 당신에게 위안 받고 싶지 않으니까,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요만큼도 없으니까, 은근슬쩍 다가와서 그 더러운 몸뚱어리를 들이대지 말라고, 말을 듣지 않으면 엄청 불쾌해져서 나도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 모른다고, 그러니까 나를 ‘안지 마라고!’ 같아서였던 것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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