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아주머니가 맥주잔을 씻어다가 탁자에 내놓는다. 한 친구는 냉장고에서 맥주 두 병을 직접 꺼내오고, 다른 친구는 새우깡 한 봉지를 갖다 놓는다. 즉석에서 술상이 차려진다. 한두 잔 마시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테이블 한쪽에는 어느새 빈 맥주병이 이열 횡대로 열두 병이나 서 있다. 새우깡 안주가 다 떨어지고 보니 이번에는 진열대 한쪽에 놓인 북어가 눈에 띈다. 입맛이 저절로 동한다. 맥주 안주로는 그만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주머니에게 부탁하자 연탄불에 노릇노릇 구워서 가늘게 찢은 북어가 고추장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인다.
‘가게 맥주’를 줄여 부르는 전주의 ‘가맥’은 대략 그런 식으로 시작되지 않았을까. 다음날 혹은 그 며칠 뒤, 구멍가게에서 오붓하게 마셨던 맥주 맛을 잊지 못한 아까의 두 친구가 다른 친구 두어 명을 더 데리고 그 집을 또 찾는다. 그게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동네 구멍가게마다 맥주 테이블을 하나씩 더 들여놓는다. 그 집 안주인이 솜씨를 발휘한 별도의 안주까지 손님들의 입맛을 돋운다. 그렇게 해서 가맥은 ‘음식문화 창의도시’인 전라북도 전주시를 대표하는, 비빔밥보다 더 ‘전주적’인 술집으로 자리를 잡아갔던 것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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