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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설레어라 청춘아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냉소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 하지만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라도 늘 푸른 청춘이네….’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이 쓴 <청춘(youth)> 의 끝부분이다. 이게 78세에 쓴 시라고 하니 ‘늘 푸른 청춘’을 노래하는 시인의 모습이 정겹다.

 

영원한 청춘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사무엘 울만이 읊조렸듯 세상에는 스무 살 노인도 있고, 여든 살 푸른 청춘도 있다. 몸이 늙어가는 거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영혼이 늙는 게 진짜 늙는 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칠순을 훌쩍 넘기신 어느 시인께, 이발을 그렇게 하시니까 훨씬 젊어 보이신다고 덕담을 드렸더니 빙긋 웃으면서 그러셨다. “그런 소릴랑은 허덜 말어. 나는, 이발 안 해도 항상 젊거든?”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늙는 데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적어도 피부나 기력은 그렇다. 늙어가는 게 서럽기로 말하면 나보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더하지 않겠는가. 얼굴에 검버섯 피었다고 한탄할 시간 있으면 풀잎에 맺힌 이슬의 영롱한 빛깔을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라. 가끔은 세상을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설레는 가슴으로 매일 새벽빛을 맞으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쉰 살에 이 시를 썼던 천상병 시인은 15년쯤 지난 예순셋 이른 나이에 하늘로 돌아갔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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