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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먹을 때 제일 예쁜 여친

아이가 토방에 드러누워 떼를 쓰면 어른들이 그랬다. “너, 오늘 저녁에 밥 안 준다?” 그 한마디에 아이는 울음을 뚝 그치곤 했다. 먹을 게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얘기다. 요즘 애들은 정반대라고 한다. 엄마나 아빠한테 뭔가를 요구했다가 곧바로 들어주지 않으면 대번에 “에이, 씨∼”를 앞세운 다음, “나, 밥 안 먹을 거야!”라고 선언하기 일쑤다. 그 다음은 상상하는 그대로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제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더불어 자식 입에 맛난 음식 들어가는 걸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은 장면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입맛 없다고 젓가락 깨작거리면서 어쩌다가 반찬 투정이라도 부렸다가는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쟈가, 배가 부른갑다. 에미야, 밥그릇 뺏어라.” 그러면 엄마는 밥상을 내온 뒤 시아버지 몰래 부뚜막으로 아이를 따로 부르곤 했다.

뒤늦게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그 시절 어미들은 자식의 궁둥짝을 두어 번 토닥이고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으리. “어이구, 내 새끼. 복스럽게 잘도 먹네.” 그 말 한마디에 자식을 향한 어미의 애틋한 마음이 모조리 담겨 있었던 건 아닐까. 살뜰히 챙겨 먹이는 것 하나로도 자식을 향한 어미의 사랑을 표현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파스타집 앞을 지나다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라고 적힌 표지판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예쁘다’고 한 걸 보니 포크로 파스타를 둥글게 말아 입에 넣고 맛나게 오물거리고 있을 바로 그 ‘너’는 분명 ‘여친’ 쪽일 터. 요즘 남친들은 그 옛날 이 땅의 어미들을 닮아가고 있는 건가. 딸만 둘이면 금메달, 아들만 둘 낳아 기르면 목메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르다 보니 빙긋 웃음이 나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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