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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여기, 지금(Here and Now)

백봉기

백봉기
백봉기

‘여기, 지금’(Here and Now)’은 톨스토이가 자주 쓰던 말이다. 그의 저서 <지금, 여기, 당신> 제목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지금,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자. 여기, 발 디딘 곳에 행복이 있다. 당신, 진짜 나로 살아야 한다. 우리, 더불어 산다는 의미다. ‘지금은 영원의 축소판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이요, 지금 미워하는 사람이 영원히 미워하는 사람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다.

왜 이 말을 갑자기 꺼냈을까? 연말연시에는 행사가 많다. 따라서 건배사를 미리 준비해 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의 건배사를 들어야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저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분위기를 띄울까?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된다. 건배사는 회식 분위기를 기대 이상으로 살리기도 하고 반대로 가라앉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와인보다 진한 향을 남기는 센스 있는 건배사를 하면 덤으로 좋은 이미지와 더불어 주목을 받게 된다. 건배사는 일단 술잔을 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짧게 하는 것이 좋다. 길게 하면 자칫 분위기를 망칠 수가 있다. 그리고 건배사를 하기 전에는 동기유발을 위해 간단한 소개가 필요하다. 또한 선, 후창이 필요할 때는 ‘제가 OOO라고 선창하면 다같이 OOO라고 함께 외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고 사전 고지를 한다.

삼행시로 된 건배사는 먼저 ‘운’을 띄어 주고 답한 다음 다 끝난 후에는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하는 것이 좋다. 회사직원들이라면 회사 이름이나 본인의 부서 이름으로 삼행시를 외쳐보는 것도 무방할 것이다. 미리 준비한 사람과 준비가 안 된 사람의 건배사는 차이가 있다. 준비 안 된 사람은 엉거주춤 일어서면서 ‘여러분, 건강이 최고입니다. 우리 오래오래 삽시다. 라든가 아니면 행복 합시다. 등 식상하고 상투적이고 건배사는 분위기를 잡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건배사다. 건배사는 건배할 때 자신의 소원과 기원을 담는 말로 보통 건강과 발전, 행운을 빌지만 술잔을 맞대어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 있다.

건강이 중요하지만 건강이라는 말을 빼고 차라리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틀 앓고 3일째 죽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뜻)처럼 다른 의미의 멘트를 통해 건강을 강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 건배사 한두 개씩은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나는 친구들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나이야 가라!’를 외친다. 건배사를 하기 전에 먼저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가 무엇이죠?’라고 물으면 금방 ‘나이아가라폭포’라는 답변이 나온다. 그러면 곧바로 건배사는 “나이야 가라! 로 하겠습니다.”라며 건배를 하면 모두가 목청 높여 건배를 한다. 여기에는 ‘세월아 저리 비켜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또 하나 준비한 것이 바로 톨스토이가 말한 ‘Here and Now, 여기, 지금’이다. 이것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금이 있습니다. 황금, 소금, 지금입니다.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입니다.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지금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라며 ‘지금, 여기, 당신을 위하여!!’를 외치면 금방 분위기가 살아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지금 이 순간,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가장 좋은 일을 하는 것. ‘Here and Now, 여기, 지금!’

 

※ 백봉기 수필가는 ‘한국산문’으로 등단하여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 <탁류의 혼을 불러> <팔짱녀> 등 3권의 수필집을 내고 현재는 전북예총 사무처장과 온글문학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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