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대중가요는 그 시대의 거울이다. 일제강점기 대중가요는 민족의 애환을 담았으며, 식민지와 근대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위로의 역할과 욕망을 분출했다. 1950년대는 어지러운 시대현실을 잊으려 했기에 대중들은 미지의 세계와 대중문화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대중가요가 그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은 상식이 됐다. 노래들을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는 학문의 대상으로 거론조차 꺼렸던 대중음악이 이제는 학문의 대상이 되어 연구 성과도 꽤 쌓였다. 그만큼 대중가요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뱃사공...’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듯 아픔에 겨워’를 부르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우리는 갑자기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를 부르며 흥겨움을 알았고 음악의 즐거움을 알았다.
비틀즈가 서양 팝 역사의 분기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전 세계 음악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대에 우리 한국에도 신중현과 같은 싱어송 라이터가 있었다. 신중현은 기타 한 대 들고 음악무대를 누볐다. 6.25로 전쟁터가 된 한반도에 살며 불행한 청춘을 보내야 했던 한국 젊은이들이 서양의 대중문화를 좀 더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너무도 직설적인, 민망할 정도로 주관적이고 원초적인 단순한 가사와 그 가사만큼이나 쉽고 단순한 멜로디였다. 그러면서도 강렬한 연주와 악곡에 실려 한 귀에 들려왔다. 복잡하지 않아 속임의 여지란 전혀 없이 담백하고 간결했다. 그렇기에 더욱 폭발적인 존재감을 통해서 한국 락(rock)음악 사상 최초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며 널리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군사정권은 대마초 가수라는 죄목을 씌어 무더기로 구속시켰다. 그래서 그 사단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통기타, 청바지 문화로 상징되는 청년문화가 발아기에 정치적 탄압으로 신중현 음악은 발이 묶이고 손이 잘려서 한국대중음악의 발전은 후퇴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다가 20C 말 10대들의 우상 ‘서태지와 아이들’이 돌연히 나타난다. 지금까지 사회가 젊은이를 대하는 방식은 엄격한 규율과 체벌, 무조건적 강요 등 물리적 폭력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사회는 이를 당연시 하고 용인이 되었다. 한국사회도 후기산업사회로 진입함과 동시에 비정규직, 저임금과 노동력 착취가 만연 되었다. 또 대학을 가려면 내신 등급이 옭아맸다.
<난 알아요 이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나 버려야 한다는< p> 난>
그 사실을 그 이유를/이제는 나도 알 수가/알 수가 있어요>
이런 시기의 아이들이 서태지 노래를 들으면 마냥 흥겹고 신이 났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씻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서태지 노래가 흥겹고 신나서라는 도식적인 수준을 넘어 기성세대들에게 거부감을 주었기에 청소년들이 열광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태지는 당시 국내에선 몹시 생소하던 ‘힙합’이란 장르를 자신의 코드에 맞게 변형시킴과 동시에 ‘랩’을 접목시키는 ‘파격행위’를 공연무대에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내가왔어 슈퍼스타! 난 뜰 거야. 모두들 날 부러워 할 거야! 슈퍼스타 ...>내가왔어>
<니 멋대로 살어. 어차피 니 꺼야. 애 쓰지 말어 져도 괜찮아>니>
앞의 노래는 요즘 홍대거리 인디밴드에서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을 위한 노래 가사다. 그리고 뒤의 노래는 요즘 잘나가는 빙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다. 10대들이 느끼는 삶, 사랑, 사회의 강요와 부조리들을 꽤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의 시각과 에너지로 표현하고 있다. 현대의 문화는 관(官)이 주도할 수 없다. 건전가요를 위해 건강한 대중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안도 시인은 198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예총 수석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전라북도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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