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 갯벌에 저녁노을이 황홀하게 내려앉는다. 조금 전까지 갯벌은 저녁노을로 황홀하게 물들고 있었다. 그런데 밀물이 밀려들어 파란 바닷물로 덮이고 밤이 시작된다. 밤이 시작되면서 별들이 밤하늘에서 선명하게 빛난다. 저 별 중 하나는 분명 마라난타의 별일 것이다. 성인이 불법을 전한 곳이라고 해서 법성포(法聖浦)라 부르는데 법성포 밤하늘에 마라난타의 별이 빛나지 않을 리 없다.
소년 마라난타는 별을 좋아했다. 밤마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날이 밝으면 별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는 늘 그것이 아쉬웠다. 마라난타는 사라진 별들을 항상 찾아 나서고 싶었다. 마라난타는 인도 간다라 지방에서 브라만 계급으로 태어나 모든 것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자랐다. 차별받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천민 계급이 노예로 팔려가고 차별을 심하게 받는 것을 보면서 그들을 어떻게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출가를 한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별을 찾아 나선 것이다.
부처님 불법을 배워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출가한 마라난타는 불법을 열심히 터득한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중생의 번뇌를 도멸(道滅)해 주고, 깊은 경륜을 쌓고, 학식과 덕행을 쌓아 존자가 된다. 마라난타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별을 보며 사색했고, 별을 보며 깨달았다. 산사에 머물 때는 온갖 자연의 소리와 염불 소리까지 다 빨아들이는 별을 보며 깊은 밤 사색에 젖었고, 고비사막을 건널 때는 적막하기까지 한 사막에서 에메랄드빛 하늘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형언할 수 없는 경외에 젖어 숨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그 경외의 순간 인간은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잊어버릴 것이다. 별은 우리에게 한없는 마음의 정화를 가져다준다.
마라난타는 별이 되고 싶었다. 별이 되어 많은 사람의 마음에 별을 심어주어 희로애락, 생로병사의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마라난타는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별을 심어주기 위해서 길을 떠난다. 백제 침류왕 원년 동진에서 배를 타고 서해를 건넌다. 몇 날을 풍랑에 시달리면서 항해를 계속한다. 그는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보며 길을 잃지 않는다.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별-신형주).
마라난타는 별을 가슴에 간직하고 살았다. 그랬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았다. 마라난타는 부처님 닮은 별이 되어서 불경과 아미타불 불상을 가지고 거친 바다를 무사히 건너 법성포에 닿는다. 법성포는 그래서 백제불교의 최초의 도래지가 된다. 백제불교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곳이 법성포다. 마라난타는 대승불교 중에서도 아미타불이 머무는 서방정토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정토 신앙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는 모두가 대승 보살이 되도록 모든 사람의 가슴에 별을 심어 주었다.
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모든 마음의 찌꺼기가 다 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오늘 마라난타가 들어온 법성포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한없는 마음의 정화를 느낀다. 법성포에 마라난타의 별 향기가 내려앉는 것을 느낀다.
△박동수 수필가는 전주대 부총장과 전북수필문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수염을 깎지 않아서 좋은 날> 등 6권의 수필집을 냈다. 전북문화상 등을 수상 했으며, 한국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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