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삼불패(三不敗)가 있다.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 3개의 조직, 이를테면 고대동문회, 해병전우회, 호남향우회를 일컫는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한때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즈의 전성기시절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며 전국을 누볐다. 목청껏 응원하면서 호남인의 결속력을 과시하며 똘똘 뭉쳤다. 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호남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외로움과 설움을 참고 견뎌냈다. 아무리 터놓고 지낸 사이일지라도 밝히기를 꺼려한 이런 아픔이 있었기에 서로 의지할 울타리가 절박했다. 호남향우회가 그런 배경 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급속하게 성장해왔다.
전북이 그런 슬픈 역사의 호남향우회에서 분가, 독립을 선언했다. 전북사람으로 살아가며 스스로 제몫을 찾기 위해 홀로서기를 선택한 셈이다. 이들은 그간 호남향우회에 몸담고 활동하면서 광주전남에 비해 나름 소외감을 겪었다고 술회한다. 지난 10일, 13일 각각 성남과 인천에서 열린 전북도민회 출범에는 1000여명이 넘는 고향 사람들로 붐벼 행사장이 비좁을 정도였단다. 여세를 몰아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총회를 통해 전북사람들의 애향심과 자긍심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타향살이 전북사람은 340만명 정도인데 이중 300만명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김홍국회장 취임이후 재경도민회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탈 호남’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다. 수도권 지역 전북도민회 창립이 잇따르면서 이같은 기류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체적인 흐름은 송하진 지사가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전북 몫 찾기 운동을 공식화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호남으로 묶인 전북은 여태까지 광주전남에 비해 공공기관은 물론 국가예산,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겪어야 했다. 최근 논란이 된 국회 예결소위 전북배제가 대표적이다. 예상한대로 민주당 호남몫 1명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정부 산하단체, 금융권, 기업에 이어 신문까지도 호남본부로 통폐합, 광주전남으로 이전한 지 꽤 오래다. “전북이 호남 범주에 엮이면 하등 좋을 게 없다. 광주전남과 동등한 지위는커녕 오히려 들러리 역할만 한다. 그럴 바에야 지금이라도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과 부딪치며 싸워야 제몫을 차지할 수 있다”며 전북도민회 출범을 격려한 출향인사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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