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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물 위에 누워보기

이재숙
이재숙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병원 물리치료실을 나와 400미터 떨어진 집까지도 걸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혀를 차며 ‘수영이 최곤디’ 라고 말했다. 시작도 힘들었지만, 수영을 계속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수영반은 기초반 초급반 중급반 그리고 고급반으로 나뉘어 강습이 있었다.

보통 3개월이면 월반이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쉬지 않고 수영 강습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기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영의 기본적인 동작인 물 위에 몸이 뜨질 않는 거였다. 발차기, 힘 있게 발차기, 엎드린 자세로 반듯이 눕기 이 동작이 모아지면 수영을 할 수 있다는데 일단 물 위에 몸이 뜨질 않는 거였다.

젊은 수영강사는 호루라기를 불며 힘을 빼란다. 힘을 빼면 뜬단다. 패드를 잡고 발차기를 할 수는 있다. 힘이 있어 가능한 동작이다. 하지만 패드를 잡지 않으면 배부터 갈아 앉고 물을 먹고 입과 코에서 물을 뿜으며 멈춰 서야한다.

‘힘을 빼세요 힘을 빼면 떠요’

유급을 한 번 할 땐 눈칫밥이 없었다. 두 번째 유급을 결정할 땐 강사와 나는 물론이고 몇 명의 강습생들도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랬다 계속 패드를 잡고 발차기만을 할 수 없었다. 속도가 안 맞아 뒷사람에게 너무 피해를 주기 때문이었다. 나는 용기의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선생님 힘을 빼란 뜻을 모르겠어요. 힘을 빼면 쓰러지는데요.” 살짝 망설이던 한 손이 수평으로 올라가더니 “한번 누워보세요” 수평으로 들렸던 강사 손이 등에 살짝 닿는다.

“아 이렇게 힘이 들어가니 안되죠. 손을 저어보세요. 아 이렇게 손을 저으면 어떡해요. 힘을 빼고 하셔야죠.”

“전 수영을 못해서 여기 왔어요 그리고 선생님에게만 수영을 배웠는데요 왜 못할까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아무래도 선생님이 잘 못 가르쳐 주시는 게 아닌가요?”

내 나이가 얼추 수영강사의 큰어머니벌이니 당돌한 항의(?)에 꾹 참는 표정이다.

강사는 처음으로 내 배 위로 자기의 왼손을 가만히 갔다 댔다.

“자 힘 빼고 누워 보세요. 아 더 아직도 힘이 들어갔어요. 힘 빼세요. 자 아주머니는 죽었어요. 죽은 사람 배에 이렇게 힘이 들어가나요? 온몸에 힘을 빼시고 힘 더 빼세요. 더 더 더 더 더 ”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선생님 손 느낌에서 힘 빼기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순간 몸이 가볍게 둥 떠오르는 느낌이 왔다. 사실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죽기는 어려운 일이다. 죽자 하면 살고 살려고 힘을 주면 죽는 거였다.

진즉 이렇게 내 배와 선생님의 손이 맞닿았더라면 삼일이면 끝났을 일이 3개월도 넘어 이제야 힘 빼는 일이 완성되다니.

젊은 아가씨들이 수영을 빨리 익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무슨 이유였던 수영강사의 손이 나보다 빨리 그들의 몸에 닿았던 거였다. 힘 빼기는 그 후 나의 좌우명에 추가되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관용과 온화함, 그리고 애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 관용과 온화함으로 애정을 기울이는 것. 그것은 몸과 마음에서 힘을 빼야 한다.

 

* 이재숙 수필가는 전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제1회 국제해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전주예술인상도 수상했고 시집 <젖은 것들은 향기가 있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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