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로 명절연휴 가족과 친지들의 만남이 어려웠다. 지난 연휴에 담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전북도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는 윤모 씨(27)는 14일 전주의 본가에서 점심을 먹고 대전행 기차에 올랐다.
윤 씨는 “4인 가족인데 군인인 남동생은 코로나19로 외출이 안돼 설날 집에 못왔고, 부모님 두분이서 쓸쓸하실 것 같아 다녀가는 길”이라며 “작년에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서 동창회겸 술자리도 했는데 올해는 문자·전화로 소식만 전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최모 씨(50·여)는 11일 아들과 함께 자가용을 타고 김제의 시댁을 찾았다. 홀로 지내는 시어머니를 도와 명절 음식을 만들고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최 씨는 “코로나19로 명절 분위기가 축소되고 가족들 모임이 줄었다고 하지만 늘상 하던 명절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었다”며 “올해 남편은 일이 있어 함께 못 왔지만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했다.
전주시 서신동에 사는 한모 씨(69)는 “올해 명절에는 아들 부부만 들러 선물을 주고 갔다”며 “손주들을 못봐 서운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보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예년 같았으면 명절 당일에 갔을 성묘도 올해는 일주일 전에 미리 마쳤다”며 “해마다 명절이면 성당에서 지내는 합동 위령미사도 20%의 인원만 참석해 치러졌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시인으로 활동하는 김모 씨(74)는 이번 설, 같은 지역에 사는 딸 부부의 집에 들러 함께 음식 장만을 했다.
김 씨는 “설날 전날 집에서 나물 서너가지를 만들어 딸에게 갖다주고 만두를 빚어 함께 식사를 했다”며 “그리고 집에 돌아와 남는 시간에는 원고를 쓰고 집 앞에 있는 전주천변을 산책했다”고 말했다.
또 도내 이산가족인 유달수(97) 할아버지는 “명절인데 보고싶어도 만날 수 없는 가족들 생각에 속이 좋지 않다”며 “자유롭게 다니지도 못하니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졌다. 유 할아버지는 전주시내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아내를 3개월 넘게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십년 전, 피난길에 오른 후 다시 만나지 못한 부모님과 형님 생각도 명절 때면 더욱 간절해진다. 현재 전북지역에는 전체 이산가족 4만 9452명 중 854명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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