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17일 오후 12시 25분께.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연기가 터널 안을 뒤덮었다. 30여대가 연쇄적으로 충돌해서다. 터널 안은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고 이로 인해 타이어와 차량 등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화재로 인해 유독가스가 터널 내부를 가득 채워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4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때 터널 내부에 위치한 긴급대피로가 있었지만 사고 차량에 가로막혀 작동하지 못했고,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환풍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인명피해를 더욱 키웠다.
1년 전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남원 사매터널 참사 이후에도 전북지역 내 터널들이 여전히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전북도와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에 따르면 사매터널(712m)과 비슷한 1㎞ 미만 터널은 60곳이다. 이중 고속도로에 37곳, 지방도 23곳의 1㎞ 미만 터널이 존재한다.
먼저 한국도로공사가 관할하는 37곳의 고속도로에 위치한 터널 중 약 35곳에 제트팬(터널 내 환풍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긴급대피로도 갖춰지지 않은 곳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가 관할하는 지방도 7곳은 긴급대피로는 물론 제트팬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사매터널 참사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만연한 모습이다.
도와 도로공사는 1㎞ 미만 모든 터널에 긴급대피로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초설계 당시 구조상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서다. 다만 위험성평가를 통한 터널에 우선 제트팬을 설치하기로 했다.
도로공사 전북본부 관계자는 “도내 많은 터널들이 구조상 긴급대피로를 신규로 설치하긴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이를 대신할 안전장치로 제트팬 설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피난시설이 미흡한 시설에 대해서 방재시설 보강계획을 수립, 용역을 통한 제트팬 설치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트팬 설치를 서두르고 설계당시부터 긴급대피로를 확보할 수 있는 법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기성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매번 사고 이후 급급하게 안전장치를 확보할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모든 터널에 긴급대피로 및 환풍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명시해야 한다”면서 “모든 안전장치가 확보되어야 터널 내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사매터널 참사 이후 ‘피난·대피시설이 미흡한 연장 500m 이상 1㎞ 미만의 도로터널에 대한 제연설비 설치 의무화’를 담은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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