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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조명줄에 묶여 자라지 못하는 가로수들

웨딩의 거리 가로수, 트리 조명줄에 칭칭 감겨있어
변무섭 조경학과 교수 "봄철에는 나무 성장 저해할 수 있어 즉시 제거해야"

22일 전주 웨딩거리 가로수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용 전구 전선에 감겨 있다. /오세림 기자
22일 전주 웨딩거리 가로수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용 전구 전선에 감겨 있다. /오세림 기자

전주 웨딩의 거리에 있는 가로수들이 때 아닌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줄’에 묶여 신음하고 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날인 지구의 날을 맞았지만 전주시가 미세먼지와 도시 열섬현상 등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식재된 가로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오전 전주 완산구 중앙동 웨딩의 거리. 500m정도되는 거리에 총 24그루의 가로수들이 양쪽에 심어져 있다. 모든 가로수에는 지난 겨울에 설치해 놓은 ‘트리 조명줄’이 감겨져 있었다. 일부 가로수는 나무 밑동부터 3~4m 위까지 칭칭 묶여 가로수를 옥죄고 있다. 나무 사이사이에서 자라나고 있는 푸른 나뭇잎은 조명줄 사이사이를 비집고 나와 살기위한 발버둥을 치는 듯 보였다. 조명줄은 주변 가로등에 연결돼 더욱 더 가로수를 조이고 있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문모(47) 씨는 “매년 겨울마다 누가 나무에 조명을 설치하는데 제 때 치우지 않는다”면서 “누구한테 치우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답답할 노릇이다”고 토로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시민도 “나무들은 무슨 죄냐”며 안타까워했다.

관광객 김모(24) 씨는 “크리스마스 때 설치해놓은 것 같은데 보기에도 좋지 않고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로수에 묶인 조명줄은 나무의 성장을 저해함은 물론 도시의 미관마저 해치고 있다.

변무섭 전북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나무에 조명줄을 감아 놓는 것이 겨울철에는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는 봄철에는 나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상인들이 겨울에 거리 미관을 위해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좋지만, 때가 지나면 오히려 미관을 해칠 수 있다”면서 “나무 성장을 위해서든 거리 미관을 위해서든 조명줄을 제 때 제거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주시 도시림 등의 조성 및 관리조례 제18조에 따르면 과도하게 가지를 훼손할 경우 수목비의 20%와 이를 위해 들어간 비용을 당사자에게 부과할 수 있다.

시가 최근 3년(2018~지난해)간 가로수를 훼손한 이에게 부과한 변상금은 3억 7832만 5000원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가로수훼손에 대해 수목비를 부과하고 싶어도 누가 언제 조명줄을 설치한지 알기는 쉽지 않다”면서 “관리 인력과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민원이 나오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비용문제로 1년에 1~2회정도 점검을 하고 있다”면서 “가로수에 조명줄이 감겨져 있는 경우 직원들이 가서 설치자에게 철거 요청을 하지만 직접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동민·안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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