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등록부(호적) 정정을 통해 정년을 연장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사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정정 제도가 정년연장의 수단으로 변질돼 악용될 경우, 인사행정 전반에 큰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하다.
특히 퇴직 임박 시점에 호적정정을 통해 정년을 연장한 것은 공조직 안정과 질서를 뒤로한 채 자신의 안위만을 우선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2차례에 걸쳐 전북지역 호적정정을 통한 공무원 정년연장 실태 및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정년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공무원 호적 정정 사례가 전북지역 공직사회에서 암암리에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의 호적 정정 결정(판결)을 받았기에 일단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직생활 대부분을 변경 전 호적에 따라 보내다가 퇴직이 임박한 시점에 정정하는 것은 그저 정년연장을 위한 호적세탁 꼼수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최근 5년간 전북도와 14개 시·군, 전북경찰청, 전북교육청 소속 공무원 중 호적 정정을 통해 정년을 연장한 사례는 총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교육청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경찰청이 3명, 군산시·장수군이 각각 2명, 전주시·익산시·완주군·고창군이 각각 1명을 기록했다.
전북교육청 소속 A교장은 2019년 퇴직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호적 정정을 통해 정년이 1년 늘어났다. 이로써 각종 수당과 성과상여금 등 최소 7500만 원 안팎의 연봉 추가 수령이 추정된다.
B장학관 역시 퇴직 1년8개월여 전인 2017년 호적을 정정해 정년이 2년 늘어났고, 최소 1억 5000만 원 상당의 급여를 추가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군산시의 C사무관은 2018년 퇴직을 1년7개월 앞둔 시점에 정년이 6개월 연장됐고, 익산시의 D서기관은 올해 초 호적정정을 통해 정년이 1년6개월 늘어나면서 1억 5000만 원 안팎의 급여를 더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올해 말 공로연수 예정이었던 장수군의 D사무관은 지난해 말 호적을 정정해 2년 더 근무할 수 있게 됐고, 고창군의 E주사는 지난 2018년 퇴직을 3개월여 앞두고 호적을 정정해 1년을 더 근무했다.
이처럼 호적을 정정한 공무원 대다수는 6개월에서 많게는 2년 넘게 정년이 연장됐다.
특히 퇴직을 3년여 앞두고 호적 정정을 통해 정년을 연장한 사례는 10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고 늘어난 정년만큼 추가로 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각 시·군과 경찰청·교육청 인사부서는 인사행정 전반에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지만 법원 결정(판결)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 인사기록을 변경해 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뾰족한 대안이나 방법이 없기에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2010년 무렵까지는 호적이 변경돼도 정년을 연장해 주지 않았다. (공무원 근무를) 일종의 계약으로 봤었는데, 그 이후부터 법원이 바뀐 생년월일대로 정년도 연장해 줘야 한다고 판결을 내리고 있다”면서 “인사행정 전반에 있어 일부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산참여연대 관계자는 “앞서 익산시 사례를 접했을 때는 잘못돼 있는 개인 신상정보를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나름 긍정적으로도 바라봤는데, 퇴직을 눈 앞에 두고 정년을 연장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면서 “공직사회 도덕적 해이 측면에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법원 결정을 통해 호적을 정정했는데,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정년연장의 수단으로 변질돼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잘못된 개인 신상기록을 바로잡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 하더라도 호적 정정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또한 정정으로 인한 파급이 어떨지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한 기준들이 만들어지고 객관적인 근거들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욱·김태경 기자
△가족관계등록부(호적) 정정이란
가족관계등록부(호적) 정정은 출생, 혼인, 사망 등과 관련한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을 경우 진정한 신분관계와 일치되도록 바로 잡는 절차로서, 법원의 허가결정이나 판결, 자치단체의 직권정정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신청인(본인 및 이해관계인)이 본인의 등록기준지 관할 가정법원에 취지, 원인, 소명자료 등이 첨부된 신청서를 작성해 가족관계등록기록의 정정허가를 신청하면 해당 가정법원은 정정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법원으로부터 정정허가 결정이 나면 신청인은 1개월 이내레 당해 결정문을 첨부해 시·읍·면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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