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지역 정서의 함정

전북의 목소리 높여 온 힘 됐지만
경쟁구도 사라져 지역발전 걸림돌
미래 비전 역량 갖춘 리더십 필요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과 6월 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전국을 누비는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지지세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선거 입지자들도 길거리에 플래카드 등을 내걸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일부 성급한 주자는 출마 선언부터 하거나 출마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선점 효과를 노리려는 선거이벤트이지만 아직 분위기는 뜨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물밑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대선 후보진영이나 지방선거 입지자마다 세 불리기와 권리당원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체장 입지자 중에는 벌써 입당원서를 몇천 장, 몇만 장씩 모았다는 소문도 나돈다. 얼마나 많은 세력과 권리당원을 확보하느냐가 공천 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지역정서가 당락을 가르는 기준이 되다 보니 본선보다는 공천경쟁이 더 치열하다. 공천만 받으면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의 보증수표가 된다. 황색돌풍이 일던 지난 13대 총선 이후 호남은 지팡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고 했다. 실제가 그랬다. 몰표, 싹쓸이로 대변되는 지역 정서는 선거 때마다 맹위를 떨쳤다. 후보자의 옷 색깔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지난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 때 민주당 후보공천 결과가 유권자의 기대수준에 미흡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몇몇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민자당 후보에 뒤지고 있었다. 전북도당에서 중앙당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고 선거 중반 DJ가 지원 유세에 나섰다.

DJ는 “우리 당이 공천한 후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를 봐서 찍어 달라”고 호소했고 이후 민심은 한 방향으로 쏠렸다. 개표 결과, 고창군수를 빼곤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하지만 취임 2개월도 현직 전주시장이 건설공사 입찰방해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민선 자치단체장 가운데 최초로 구속되는 오점을 남겼다. 결국 그는 이듬해 시장직에서 불명예 사퇴해야 했다. 역대 정권의 차별과 푸대접 속에 한풀이식 선거가 낳은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안타깝게도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 정서는 여전히 선거전의 최대 변수다. 지역 구도를 타파하려 뜻있는 여러 인사가 선거전에 나섰다.

관선 도지사와 농림부장관을 역임한 강현욱 전 장관이 당시 여당 후보로 14대 총선과 첫 민선도지사 선거에 나섰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이후 15대 총선 때 ‘눈물 유세’로 군산시민의 마음을 움직여 당선됐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녹록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새천년민주당에 입당, 16대 국회의원과 민선 도지사를 거치면서 전북 발전의 일익을 담당했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역임한 정운천 의원도 도지사 선거와 19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 지역 정서의 벽을 넘으려 했지만 쓴맛만 다셨다. 재차 전북의 새벽을 깨우겠다며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내민 결과, 111표 차이라는 초박빙 승부로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선 지역구에서 전혀 승산이 없자 비례대표로 진로를 수정, 재선 반열에 올라 지역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인사 비례대표 안정권 배정을 국민의힘에서 관철하고 중량감 있는 인물 영입에 나섰다. 그렇지만 지역정서상 국민의힘이 표를 얻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정서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차별과 소외, 푸대접과 낙후에 맞서 지역의 목소리를 내고 전북의 몫을 찾는 힘이 되어왔다. 국책사업인 새만금 개발도 전북도민의 응집력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표 쏠림현상은 더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당 독주가 이로운 점도 있지만 폐해도 크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경쟁구도가 사라지다 보니 호주머니 공깃돌 정도로 인식하는 부류도 있다. 세력과 조직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을 낳기도 한다. 20년 새 집권당이 두 번씩 바뀌었다. 이제는 옷 색깔보다는 자질과 능력, 미래 비전 역량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