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지 3주가 됐으나 전북인에게는 아직도 대선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0.73%라는 초박빙으로 승패가 엇갈리면서 아쉬움과 허탈감, 그리고 상실감과 실망감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스는 아예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고 의욕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도 있다.
대선 결과를 놓고 보면 아쉬움이 큰 선거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자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0.1%라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일화 협상에 나섰고 선거 막판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반면 민주당은 안철수 사퇴에 따른 반작용을 기대했을 뿐 진보진영의 통합 노력은 뒷전으로 미뤘다. 결국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역사상 최소 표차로 패배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얻은 80만여 표가 그렇게 커 보였다. 민주당의 패착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수습하고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쇄신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촛불 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지 불과 5년 만에 재집권에 실패했으면 뭔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이 필요하건만 그런 모습이 엿보이지 않는다. 채이배 비대위원이 호남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자면서 호남 무공천 얘기를 꺼냈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일부 호남 국회의원은 당장 비대위원을 사퇴하라고 공박하거나 당에서 내보내라며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래서야 민주당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국민과 약속했던 정치 개혁은 어디로 갔나. 득표 전략 차원의 보여주기식 정치에 불과했나.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그 첫 시험대가 6.1 지방선거다. 상대 대진표에 따라 수도권에 몇몇 사람 대항마로 내세워서 될 일이 아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낮은 자세로 정치 개혁 이행과 혁신 공천을 해야만 떠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그 혁신 공천의 바로미터가 호남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부터 변화와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정권 교체 여론에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박빙의 선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호남의 표 결집과 이로 인한 수도권 표심 변화에 영향을 끼쳤기에 가능했다. 아마 선거전이 하루 이틀만
더 갔으면 대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따라서 호남에서부터 혁신 공천을 통해 민주당의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예전처럼 텃밭 정서에 기대 다간 호남을 빼곤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혁 공천을 공언하고 있다.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 관리를 내세운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제시한 검증 잣대와 공정한 경선 관리만으로는 제대로 된 인물을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는 능력 있는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만 국민참여경선이지 실상은 당내 입지를 다져온 기득권자나 조직력과 동원 능력이 뛰어난 후보에게 절대 유리하다. 특히 임기 내내 탄탄한 지지기반을 다진 단체장을 중심으로 거대한 조직을 구축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지방권력을 장악하는 정치 카르텔이 득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뛰고 있는 지방선거 후보군 면면을 보면 과연 지역의 미래를 맡길만한 인물들인지 의구심이 든다.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나 괄목할 만한 업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만한 역량도 없이 어떻게 소멸 위기에 처한 전라북도와 시·군을 살릴 수 있을까. 전북의 집권당인 민주당은 전북의 쇠락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자리 욕심이나 감투욕 때문에 나선 사람은 골라내야 한다.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미래 비전 능력과 실행 역량을 갖춘 참 인물을 찾아야 할 때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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