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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자치 패러다임을 바꿔라

전북 소멸 위기에 고립무원 처지
새 성장동력 없으면 쇠락 불보듯
행정 대전환 지역 발전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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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지난 1995년 부활한 민선 자치가 올해로 27년째를 맞았다. 관공서 문턱이 낮아지고 주민 복지와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정 투명성이 제고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지만 표를 의식한 선심행정 남발과 인사 전횡에 따른 줄 세우기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인구 절벽과 지역 소멸 위기를 맞아 자치단체 간 살아남기 경쟁 또한 치열하다. 특히 수도권 블랙홀 현상으로 인해 비수도권이 위기에 처하면서 광역자치단체가 서로 연합해 메가시티 구축에 나서는가 하면 특별자치도 설정을 통해 생존전략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자치단체 간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전북만 외톨이로 고립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낙후와 차별, 소외와 푸대접 속에 쪼그라들고 위축된 전북은 벼랑 끝에 서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민선 자치 30년이 다 되도록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지 못한 채 쇠락을 거듭해온 게 사실이다. 지난 민선 7기 동안 단체장이 새로 취임할 때마다 장밋빛 청사진과 희망찬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전북의 현실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되레 인구는 줄어들고 지역경제와 산업은 갈수록 악화하고 젊은 층은 고향을 등지고 있다. 올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밝힌 지방 소멸 위험지수를 보면 전주시 한 곳을 제외하곤 13개 시·군이 위기지역으로 분류됐다. 13개 시·군이 떠받혀온 전주시도 성장동력 부재로 2020년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대로 가면 전북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전북이 쇠락과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민선 자치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그동안 관행이나 답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마인드와 자세로 사고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과 변혁이 요구된다. 관선시절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유치할 때 당시 이승 완주군수의 일화가 지금도 회자된다. 축구장 172개 규모인 130만㎡에 달하는 자동차 공장에 대한 인허가를 단 8일 만에 처리해내자 정주영 회장도 “이런 군수가 있느냐”며 깜짝 놀랐다는 후일담이다. 이 군수는 현대차 유치 전담 TF팀을 꾸리고 토지 전용에 부정적인 농지과장을 배제한 채 원스톱으로 인허가 절차를 밟아 대기업 유치의 성공 신화를 썼다.

반면 오겠다는 기업을 내친 뼈아픈 사례도 있다. 3년 전 새만금에 수천억 원을 들여 2차 전지 핵심소재인 리튬 제조시설을 건립하려던 LG화학을 환경 문제를 이유로 전북도가 발목 잡은 것은 큰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전북에서 제동이 걸린 LG화학은 결국 경북 구미로 발걸음을 돌려 리튬 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까지 세워 지역상생형 일자리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대기업 5곳 이상 유치를 도민과 약속했다. 입만 가지고 뛴다고 될 일이 아니다. 확실한 이익이 보일 때 기업은 움직인다. 미국 앨라배마주가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할 때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기에 유치 경쟁에 나섰던 다른 10여 개 주를 따돌리고 현대차를 품을 수 있었다. 650만㎡에 달하는 공장용지 무상 제공은 물론 진입도로 건설, 법인·취득세 감면, 직업훈련비 2억5000만 달러 지원 등 상상 이상의 조건을 제시해 1만여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행정에 기업 마인드를 접목, 행정은 최대 서비스산업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이와쿠니 데쓴도 전 이즈모 시장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본 적이 거의 없다. 모든 결재는 서서 하고 회의도 가능하면 선 채로 10분 이상을 넘긴 적이 없다. 그는 쇠락하던 이즈모시를 전 일본의 최고 브랜드로 만들었고 행정개혁의 대명사, 지방자치의 롤 모델이 됐다.

지난 1일부터 도지사와 14곳 시장·군수들이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했다. 저마다 변화와 혁신을 내걸고 지역발전 비전을 제시하면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건져 낼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패전 마무리 역할에 그칠지, 전북의 명운이 그들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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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소멸 위기 #민선자치 대전환
권순택 kwonst@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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