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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변화가 절실한 전북

자리 · 감투 욕심 출사표 잇따라
쇠락 막을 미래 비전 · 역량 의문
좋은 단체장 뽑아야 지역 발전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내년 지방선거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입지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내걸고 있다. 현직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전주시에는 벌써 예닐곱 명이 뛰고 있고 다른 시·군에서도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밥상 여론 선점을 위해 입지자들의 출마 표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단체장에 나서겠다는 입지자들의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현직 단체장들도 몇 곳을 제외하곤 기대치 이하다. 청년들은 떠나고 지역 경제는 쪼그라들면서 갈수록 쇠락해 가지만 과연 지역을 살릴만한 인물인지 의문이 든다. 그들이 걸어온 이력이나 과거 해 온 일들을 보면 왜 단체장을 하려는지 납득이 잘 안 된다. 자리나 감투 욕심 때문이라면 지역의 미래는 더 암울할 뿐이다.

지방자치의 교과서 격인 ‘지방의 논리’와 ‘지방의 도전’ 등을 집필한 이와쿠니 데쓴도 전 일본 이즈모 시장은 “미래 비전이 없는 단체장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설파했다.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이와쿠니 시장은 원래 정치인이 아니라 경영인이다. 도쿄대 법대 졸업 후 증권회사에 들어간 그는 30년간 유럽과 미국에서 주목받는 금융인으로 성장했고 메릴린치의 수석 부사장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가 정치에 발을 디딘 건 고향사람들의 간청을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구 8만여 명의 작은 도시인 이즈모 시는 인구가 줄고 지역 경제는 위축되면서 쇠락해 갔다. 설상가상 시의회는 뇌물 스캔들로 해산되는가 하면 현직 시장은 불출마를 택했다. 이에 지역의 뜻 있는 젊은 상공인을 중심으로 ‘시장 후보 유치단’을 결성하고 적임자를 물색한 끝에 이와쿠니를 선택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인으로 승승장구하던 이와쿠니는 고향사람들의 요청을 뿌리쳤으나 거듭되는 요구와 뉴욕까지 찾아온 친구들의 간청에 결국 시장 출마를 수락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들이 나서서 시장 후보로 추대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유효투표의 80%라는 압도적 득표로 당선됐다. 그는 시정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역발전을 선도했고 2년 만에 일본 능률협회가 선정하는 종합마케팅상인 ‘베스트9’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자치단체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역량 있는 리더 한 사람으로 인해 쇠락하던 이즈모 시가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일마 리팔루 말뫼시장의 리더십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20년간 세계 조선업의 강자였던 스웨덴 말뫼의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말뫼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조선소 부지를 샤브에 1크로네에 매각하고 자동차 공장을 유치했지만 3년도 버티지 못했다. 그런 말뫼시가 도시계획 전문가인 리팔루 시장이 1995년 취임하면서부터 회생의 길을 찾았다. 그는 ‘말뫼 2000’ 비전을 내걸고 젊은 세대들이 찾아와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테스트베드로 말뫼시를 만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노동자 전문가그룹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고 더디지만 하나씩 미래 비전을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말뫼시에는 500여 개의 IT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하고 식품산업 클러스터와 바이오제약 클러스터인 메디콘 밸리가 들어서는 등 친환경 첨단도시로 탈바꿈했다. 말뫼는 유엔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돼 세계 각국에서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전북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리더십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인구는 줄고 제조업은 쇠락하고 지역은 소멸의 위기에 처한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선 지역민들이 달라져야 한다. 지역정서나 조직과 세력, 연고주의에 휩쓸려서도 안 된다.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미래 비전과 실행 역량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방도시가 발전하려면 좋은 단체장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와쿠니 시장의 조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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