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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꿈

김연주

김연주
김연주

꿈, 분명 꿈이었다. 내가 고대하던 꿈을 꾼 것이다. 천지개벽이라도 한 것일까? 햇볕 쨍쨍한 대낮 하늘에 별 하나 걸려있다. 온통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 곳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 유토피아를 연상케 한다.

사람, 사람들이 모두 한 곳을 향해 낮별 바라기를 하면서 웅성거리는 길거리는 그야말로 축제속의 축제였다. 많은 인파속에 내리는 한 줄기 빛이 섬광처럼 내려진다. 슬며시 한 여인의 모습이 내 곁에 서성이더니 다시 오른다. 별이 된 여인이 내 곁을 스치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들의 우상처럼 다가 온 별을 보며 새벽녘에야 설핏 어머니라는 느낌을 감지 할 수 있었다.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뜨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어머니.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꿈속을 헤매는 중이다.

건강하고 총기백배 했던 어머니. 세월이 흘러 백수 무렵 어머니 꿈에 갓을 쓴 남자가 나타나 따라오라 해서 기를 쓰고 뿌리쳤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후로도 어머니는 가끔 생각이 나는지 이야기를 자주 꺼내신다. “갓을 쓰고 나타난 사람이 누군데요?”, “나도 몰라, 모르는 사람이야”, 세월에 부대끼며 혼잣말도 늘어나면서 한마디 하신다.

“왜 이렇게 안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아니, 엄마가 안 간다고 했는데 누가 데려가요.”, “그런가? 그래도 이젠 천국으로 가야지”, “그럼, 이젠 가실 준비가 되셨나요?”, “아니, 그냥 가야지” 요양보호사의 따뜻한 보살핌 때문인지 정신은 참 밝으셨다. 꼿꼿하게 몸을 가누고 앉아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며 지난 추억을 회상하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건강복을 타고 나신 어머니는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매일 규칙적으로 집안일도 척척 하셨다. 항상 곁에 있어 줄줄 알았던 어머니는 백 한 살이 되던 여름 아침 밥상을 받으신 후 잠을 자듯 이승의 인연 끈을 놓으셨다. 꿈에서라도 한 번 쯤 보고 싶었지만 일 년이 넘도록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정한 세월만을 탓하며 그저 잘못한 일들만 기억 속에 맴돌았다.

그 후 373일 만에 꾸게 된 첫 꿈. 눈을 뜰 수 가 없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려고 밤 새 꿈속을 헤매었다. 늦게라도 별이 되어 오신 어머니의 모습에서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첫 꿈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니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간 궁금하고 보고 싶었던 어머니의 근황을 꿈속에서라도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렴풋 꿈 냄새 남기고 가신 어머니를 언제쯤 또다시 꿈에라도 만나 볼 수 있을지. 딱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긴 밤이 아니어도 좋다. 내 생전에 어머니 별 한 번 품고 싶은 게 욕심일까. 1년에 한 번만이라도 별 하나 띄우기를 빌어본다.

나이 들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은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내 할 일은 스스로 하고 더불어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나이 불문하고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고 무엇이든 배우려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 또한 건강의 비결이지 않은가. 소박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욕심 없이 살고 싶다.

나이 먹었다고 남에게 받으려만 말고 남에게 주려고 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간절한 기원을 합장한다. 꿈속에서 어머니를 보는 게 소원이다. /김연주

김연주는 작촌신인문학상, 녹색수필상을 수상했으며 전북문인협회, 전북펜문학, 시와 산문문학회 동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산문집 <마음 밭에도 풀꽃을 심어> , <세월이 바람처럼 흘렀다> . 동시집 <작은 꽃별들>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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