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김제의 한 도로공사현장에 묻혔던 진실은 한 경찰관의 신념과 집념으로 밝혀졌다. 주인공은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류창수(46) 경위.
류 경위는 지난해 8월 “공범이 살인 피의자 A씨로부터 입막음을 조건으로 금품을 뜯어내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17년간 형사생활을 한 류 경위는 본능적으로 강력범죄임을 직감했다.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들으려했지만 정보원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끈질긴 설득과정만 8개월. 마침내 범죄현장에 함께 있었던 B씨를 만나게 됐다. 사건에 대한 실체를 묻는 류 경위의 질문에 B씨는 피해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B씨는 “1997년 발생했고, 그날 처음봤습니다. 차안에서의 대화를 들으면서 연상이라는 것은 기억이나는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류 경위는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서울에 주소지를 둔 피해자 이름을 검색했다. 당시 신분증이 코팅신분증이었던 점을 감안해 전산에 사진이 등록되지 않은 이들을 찾았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초반 서울의 한 동사무소에서 주소지 말소가 된 이를 발견, 피해자로 특정했다. 류 경위는 생존 당시 사진을 입수한 뒤 B씨 등 2명에게 피해자의 사진을 보여줬다. B씨 등은 이 사람이 맞다고 했다. 주민등록증 갱신이나 출입국, 휴대전화 개통, 신용카드 개설 등 생존 반응을 살펴봤지만 그 어디어서도 생존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말소 전 B씨의 유족들은 서울의 한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류 경위가 당시의 수사상황 등 자료를 찾아보려했지만 해당 경찰서에는 어떤 근거가 될만한 자료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내사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던 무렵, 검찰에서 류 경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인건 아시고 내사 진행하시는 거죠?”
류 경위는 검찰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포기해야합니까”라며 맞불을 놨다. 류 경위는 수사기관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야한다고 검찰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할 때도 검찰은 난색을 표했지만 류 경위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체포영장은 청구됐고 법원도 이례적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류 경위는 A씨를 체포해 자백도 받았다. 주범과 공범 등 3명만의 비밀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의 실체는 류 경위의 끈질긴 추적으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엔 류 경위의 마음은 무겁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족을 찾아가 진실을 전해줬다. 유족들은 류 경위에게 “유골이라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류 경위는 “형사 생활을 하면서 숱하게 살인 사건을 접했지만 해결 못하면 더 마음이 아팠다”면서 “유족들의 간절한 부탁도 있었지만 그들의 짐을 덜어내는 것도 수사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피해자 유골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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