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장수군 장수읍 용계리의 한 사과농장. 다가오는 가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사과는 빨간빛을 내뿜었다. 며칠간 내리던 비가 잦아들고 모처럼만에 햇살이 내리쬐자 사과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은 분주했다.
그런데 과수원 사잇길마다 멀쩡해 보이는 사과 수십 개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상처 없는 멀쩡한 상태의 사과인 것 같아 과수원주에게 “이건 왜 바닥에 놓았느냐”고 묻자 “바닥에 놓은 것이 아니라 지난 24일에 온 태풍과 가을장마 때문에 떨어진 ‘낙과’”라고 설명했다.
과수원 전체를 돌아다녀 보니 바닥에 떨어진 사과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한눈에 봐도 수백 개는 족히 돼 보였다.
과수원주 박덕열 씨는 “얼마 전 태풍 때문에 바람이 세게 불고 비도 내려서 사과가 많이 떨어졌다”며 “비가 올 때 사과를 수확하면 사과에 상처가 날 수 있어 수확을 하지 못하는데 다음 주까지 비 예보가 있어 수확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과는 빗물에 의해 탄저병 균이 침투할 수 있어 과수원 전체에 매우 치명적”이라면서 “물을 먹으면 사과 당도도 오르지 않고 색도 빨갛게 되지 않아 상품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떨어진 사과는 상태가 좋은 것을 골라 사과즙을 생산할 수 있고, 못난이 사과 등으로 출하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농작물 재해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보험조사반이 현장에 올 때까지 사과를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채로 놔둬야 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예전에는 자연재해로 인해 떨어진 사과를 수거해 보관해놔도 보험 조사를 할 때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바닥에 있는 사과를 수거해 놓으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면서 “보험조사반이 낙과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오면 살릴 수 있는 사과가 많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조사반이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혹시 모를 전염병 우려에 보험금을 포기하고 낙과를 수거하는 과수원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오는 주말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북 전역에 비가 내릴 수 있다”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호우가 내리는 곳도 있을 수 있어 시설물 관리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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