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가격과 가스비 등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역 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무료급식소 운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방문한 전주시 덕진구 금암노인복지관 무료급식소는 점심식사를 위해 방문한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이날만 100여 명의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소를 찾아 점심 한 끼를 해결했다.
금암노인복지관 무료급식소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5세 이상 고령층과 형편이 어려운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무료로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무료급식소를 방문하는 주민은 100~150명 가량인데, 날이 따뜻해지는 3월부터는 더 늘어 하루 200~300명이 방문한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은 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식자재값에 연료비까지 오르면서 무료급식소의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면 한 끼도 챙기기 버거운 어르신들이 많은데 최근 식자재를 포함한 모든 경비가 오르면서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겨우 단가를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고물가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전주 금암노인복지관 뿐 아니라 지역 내 무료급식소가 똑같이 겪고 있다.
통계청 전주사무소의 소비자물가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북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10.42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5% 상승했다. 이 중 전기‧가스‧수도비가 전년 대비 27.3%나 급등하면서 무료급식소의 살림살이는 더욱 빠듯해졌다.
전북도에 등록된 무료급식소는 모두 47개소로 지자체로부터 1인당 단가 4000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원금은 2020년 2500원, 2021년 3000원에서 지난해 5월부터는 4000원으로 매년 인상되고는 있지만 치솟는 물가에 급식소 관계자들은 재료비 마련조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자체의 지원 없이 오로지 민간 후원에 의존하는 무료급식소의 경우 앞날은 더욱 캄캄한 상황이다.
전주시 완산구 동완산동 ‘정다움이 있는 곳 밥집’의 경우 형편이 어려운 80여 명의 이웃에게 평일에 무료로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 경기 침체로 인해 후원의 손길이 눈에 띄게 줄면서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한다.
정다움이 있는 곳 밥집 관계자는 “점심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매월 5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데 후원이 점차 줄면서 현재 350만 원 이상을 자비로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점심 재료값을 벌기 위해 남는 시간엔 다른 일을 병행하는 등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주연탄은행 밥상공동체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는 ’참 좋은 사랑의 밥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 후원이 매년 5~10%씩 꾸준히 감소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60% 가량 후원이 줄었다.
어려운 여건에 결국 지난해 25회 이상 운영되던 밥차는 올해 20회로 축소됐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민간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는 공공을 대신해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식사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큼 안정적인 운영이 보장돼야 한다” 며 “지자체가 무료급식소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승현 기자‧이준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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