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장 선출을 비롯한 농촌 지역사회에 성평등한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8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순창군 A마을에 거주하는 한 남성 주민은 이장 선출에서 여성이 피선거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장 선출에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므로 시정을 원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마을 측은 이장 선정 및 절차 관련해 개발위원회가 추천한 이를 심사해 이장으로 임명할 뿐 성별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의견을 수렴한 인권위는 진정 관련 구체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현재 A마을 인구 중 여성이 절반 이상이고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하지 않는데도 여성 이장 비율이 현저히 낮은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지역의 이장 선출 및 임명 기준에 간접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해당 마을에서는 60여 년간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임명된 적이 없고 개발위원 등 소수 남성의 주도로 이장 후보 추천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마을회관에서 진행되는 마을 총회에서 남성과 여성이 다른 방에 모인 채 남성만 있는 방에서 후보를 호명하고 선출하는 등 여성의 배제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인권위 조사에서 한 주민은 “남자들이 다음에 누가 이장하면 좋을지 결정한 다음, 그 사람에게 제안해 하겠다고 하면 이장이 되는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여성을 추천하지 않는 것은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관례였다”고 전했다.
특히 인권위는 A마을의 최근 5년간(2017년~2022년) 이장 추천서를 조사한 결과 서명한 개발위원들이 전원 남성인 것으로 확인했다.
인권위는 가부장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돼 온 농촌 사회에서 성차별과 같은 사회구조적 차별에서 여성이 배제돼 온 만큼 이러한 관행이 전면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기도 이장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순창군수에게 조례를 개정해 개발위원회 위원 구성 시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할 것과 이장 추천 및 선출시 여성 주민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각 마을의 이장 추천 및 선출 과정을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행정안전부장관은 이 사건 지자체를 포함해 전국 지자체의 하부 조직 운영을 성평등 관점에서 점검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은 민주주의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여성의 참여를 높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진정인은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21세기 사회에서 당연한 결과다”며 “이번 결과를 통해 앞으로 마을의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마을 운영에 함께 의견을 개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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