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도 정신질환자로 인한 기물파손 등 피해 그러나 경미 사항이라며 뒤늦게 입원 조치
국내서 본인 동의 없이 강제 입원 어려워, 사법입원제 20대 국회서 발의됐지만 통과 안 돼
정부, 사법입원제 논의 미국 등 해외서도 사법입원제 시행하는 만큼 도입 필요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른 중증 정신질환자의 흉기 난동 및 관련 범죄로 사회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 ‘사법입원제’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법입원제는 폭력성이 높거나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보호자가 아닌, 법원이 판단해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제도다.
전주 송천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55)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매장 내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고 또 물품 일부가 사라진 것. 피해 내용이 크지 않아 신고를 주저했던 A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과 CCTV를 확인한 그는 정신질환자인 B씨가 매장 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물건을 훔쳐 가는 것을 확인했다.
B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A씨는 사건화하지 않으려 했으나 실내 흡연과 기물 파손이 심해지고 식품 절도도 계속되자 결국 경찰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6차례에 걸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대답은 B씨의 행위가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강제 입원 조치가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문제는 B씨가 지난 5월 과도로 시민을 위협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B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식품 절도로 인한 피해는 제가 감수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B씨가 과도로 시민을 위협했었고 담뱃불 때문에 불이 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질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자의 인권은 소중하고 시민의 안전이나 재산의 보호는 알아서 하라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의 신고가 계속되자 결국 B씨는 지난 17일 행정입원 조치됐다.
지난 1995년 12월 30일 공포됐다가 2017년 5월 30일 전부개정으로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강제입원 방법은 3가지로 구분된다.
보호의무자 2명이 신청하고 전문의 2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이뤄지는 ‘보호입원’과 전문의 또는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에 입원을 요청해 이뤄지는 ‘행정입원’, 전문의와 경찰의 동의를 받아 입원을 의뢰하는 ‘응급입원’이다. 이 같은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입원 적합성을 따진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있어도 인권 침해 등이 제기되면서 강제입원에 대한 위헌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는 “보호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제한한다”며 “보호의무자 중에는 정신질환자를 직접 돌보아야 하는 상황을 피하거나 정신질환자의 재산을 탈취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보호입원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동의권은 제한되거나 부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법입원제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신중히 논의되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신림역 흉기난동, 분당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범인 중 일부는 과거 조현성 인격장애 등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받지 않은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사회의 안전을 위해 강제입원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도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만 709명, 한 해 평균 6903건의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원 의뢰가 발생하는 만큼 강제입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지난 17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제28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선 ‘사법입원제’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독일 등은 사법입원제도를 활발히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 제도를 참고해서 입원제도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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