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이서면에 살고 있는 직장인 유모 씨(32)는 최근 전주시내에서 회식자리를 가진 후 집으로 가는 대리운전을 불렀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동안 대리운전요금으로 2만 원 정도를 지불해왔는데 이번에 이용한 업체는 대리운전 콜이 많은데 외곽으로 가는 것이 부담된다며 3만 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다른 업체를 부르자 비 오는 날이니 추가 요금을 더해 4만 원은 받아야겠다는 대리기사도 있었다.
그는 "심야택시 요금이 올라 대리운전을 자주 이용하는데 날마다 가격이 다르다. 어느정도 예측 가능할 정도의 가격이 정립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택시비 인상에 따른 '탈택시' 움직임이 거세지는 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리운전 수요가 늘고 있지만 지역 및 시간대별로 천차만별인 대리운전비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의 대리기사 사이에서도 대리운전비에 수수료를 공제해가는 업체가 최대이익을 누리면서 소비자의 불만은 기사에게 모두 떠넘기고 있다며 가격을 결정하는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도내 대리운전업계에 따르면 전주시 등 도내 주요 도시의 대리운전요금 기준은 시내의 경우 기본 요금 1만5000원부터 외곽으로 갈수록 추가 요금에 차등을 두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도심 지역은 기본 요금을 받지만 대리운전기사가 고객을 내려준 후 돌아오기 어려운 시 외곽지역의 경우 거리에 따라 5000원∼2만 원 수준의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식이다.
업계는 전주시를 기준으로 외곽일지라도 30km 이내 거리에 있는 인근 완주군은 기본금 1만5000원에 최대 1만 원의 추가 요금이 붙고, 그보다 먼 익산이나 군산시의 경우 2만 원 정도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또 시간에 따라 대리운전요금도 판이하다. 업계는 통상 금요일이나 주말 저녁 시간대가 대리운전 콜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데 이 경우 일반적인 기본요금보다 1만 원 이상 추가 요금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의 설명과 달리 현장의 대리운전비는 마땅한 가격 기준이 없어 대리운전업체가 부르는 게 곧 값이다.
최근 오른 택시비 부담에 대리운전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리기사가 요구하는 가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도내 대리운전콜센터 관계자는 "대리운전 수요가 날이 갈수록 늘어 지역이나 시간을 명목으로 마음대로 요금을 올려 받아도 콜이 넘치는 마당에 기본요금을 지키는 기사가 어디 있겠나"고 말했다.
실제 전북일보가 지난 3일 오후 9시쯤 전북도청에서 완주군 용진읍을 도착지로 설정해 대리운전을 부르자 카카오T는 물론 도내 3곳의 대리운전업체가 모두 3만 원 이상의 가격을 요구했다.
앞서 업계의 설명대로라면 해당 거리는 30km 미만인 27km로 기본금에 추가요금 1만 원 정도가 더해져 2만5000원의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물론 대리운전기사 사이에서도 제 각각인 대리운전비의 적절한 가격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신모씨는 "업체가 대리운전비의 20% 정도를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대리기사가 받아가는 구조인 탓에 요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에서 업체 간 협정을 조율해 적정 가격이 제시됐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행법 상 공공 기관에서 대리비에 대해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 개선을 위해선 대리운전업 규제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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