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성범죄 관련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예산 효율성을 이유로 각 지역별로 이뤄졌던 성폭력 상담 업무 역시 해당 지역의 가정폭력상담소로 통폐합시키는 등 업무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이에 도내 성폭력상담소를 중심으로 정부가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보다는 예산 절감 및 실적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전북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각 광역자치단체에 지원하던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580억원 중 142억 원을 삭감했다.
이에 내년 1월부터 전북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성폭력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 피해자 의료비 및 자립정착금 지원비, 상담소 운영에 지원되던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현재 여가부와 전북도의 지원을 받던 도내 성폭력상담소는 5곳으로, 각각 전주시에 2곳, 군산시, 익산시, 남원시에 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이들 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 교육 프로그램 운영비 및 피해자 의료비, 주거비 지원 등에 전북도로부터 8800여 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관련 예산이 삭감, 절반 수준인 4200만 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심각한 운영난에 시달리게 됐다.
문제는 이들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는 매년 증가추세지만 지원 예산 삭감에 이어 담당 인력마저 축소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도내 상담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전주성폭력상담소의 경우, 성폭력 피해자의 상담 건수는 지난 2018년 1700여 건에서 지난해 4600여 건, 올해 10월 기준 5500여 건으로 5년새 3배 넘게 증가했다.
그동안 전주상담소에선 사실상 1명의 상담 인원이 1000여 건의 상담을 맡는 과부하 상태였다.
이처럼 상담 업무는 과중 상태지만, 기존 6명이던 상담 인력은 오히려 내년부터 4명으로 감축될 예정이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상담소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개편되면서 지난 2021년 디지털 성범죄 상담을 위해 배치된 상담 인력 2명이 가정폭력상담소로 부서를 옮기게 됐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다뤄본 경험이 없는 가정폭력상담소에서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 되면서 현장 관계자 사이에선 앞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지원에 대한 본연의 기능이 상실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주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지난 2021년부터 디지털 성폭력 특화 상담소로 지정돼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지원 예산 삭감에 이어 가정폭력상담소로 관련 업무가 넘어가면서 피해자 지원 기능 축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전북도는 이미 도의 예산이 확정된 만큼 내년 운영 현황을 지켜보면서 문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정부에서 기존 성범죄 관련 지원 예산이 과다해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장 도 내부적으로 지원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며 "내년에 축소된 예산으로 운영해보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즉시 상담소와 소통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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