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0일 전주 한옥마을을 처음 방문한 김모 씨(67·서울)는 함께 온 친구들과 한복을 차려입고 관광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통과는 동떨어진 오락시설과 해당 시설에서 울려 퍼지는 외국 노래에 눈살을 찌푸렸다.
#2. 이날 이곳에서 연인과 시간을 보내던 정모 씨(25·덕진동)는 오락시설에서 경품으로 받은 인형을 양손에 들고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 씨는 관광지라면 젊은 층이 마땅히 즐길만한 오락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 한옥마을에 각종 상업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하는 관광객들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전통과는 무관한 상업시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상업적인 오락시설은 관광지 경쟁력에 기여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전주 한옥마을 외곽 오락시설 앞. 이곳을 지나던 한복차림의 관광객에게 '해당 시설이 한옥마을과 어울리냐'고 묻자 "재밌긴 하지만 이런 건 유원지에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인도에 세워져 있는 전동차를 피해 지나가던 한 관광객도 '전동차가 한옥마을과 어울리냐'는 물음에 "한옥마을이 추구하는 전통성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며 "전통성을 지키며 성공적인 관광지로 거듭난 한국민속촌과는 확연히 비교된다"고 강조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통음식 외 먹거리 규제 및 건축물 층수 등의 제한이 완화됐다. 전통성과 상업화의 조화를 통해 국제적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문제는 완화된 규제에 한옥마을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오락시설에 대한 논의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특히 잊혀가는 한국 전통놀이 대신 사주팔자, 총쏘기, 다트 던지기, 인형 뽑기, 전자식 오락실 등이 한옥마을 안팎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통한옥 대비 상업시설의 비율이 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옥마을 내 전통한옥은 663채, 상업시설은 209개로 한옥 3채당 상업시설 1개가 자리 잡은 셈이다. 한옥마을을 둘러싼 외곽 지역의 상업시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통성을 지키기 위해 시가 규제한다면 오히려 관광지 발전에 해가 될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한 관광객은 "한옥마을이 단순히 전통만을 추구한다면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며 전통에서 벗어난 오락시설도 관광지의 '즐길 거리'로서 마땅히 필요하다. 단순 박제화된 한옥마을에 누가 찾을지는 의문"이라며 "해당 시설들로 인해 인파가 몰리고 결국 그것이 한옥마을 발전에 기여한 것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오락 등 관련시설의 영업형태까지 제한할 마땅한 이유는 없다"며 "지난해 변경된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피드백 수집 과정에 있으며 문제가 있을 시 해결 방법을 고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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