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승 버스에 22명 탑승... '콩나물 시루'
좁은 좌석에 참전용사·유족 등 '옴짝달싹'
한 참배객 "도저히 못참아 중간에 내려, 처우너무해"
코로나 이후 신청 인원 줄어 보조금 축소 해명
 
   “현충원 한 귀퉁이에 시신도 못 찾고 위패 하나 덜렁 모셔져 있는 형님⋯ 그 흔적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네요.”
지난 6일 전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명희 씨(80)는 현충일을 맞아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해 전사한 형님 김종희 씨(당시 19세)의 위패가 모셔진 국립 서울현충원에 방문하기 위해 전주 보훈단체가 마련한 버스에 탑승했다.
이날 오전 5시 50분께 전주시 경원동 한 요양원 앞에서 버스에 올라탄 김 씨는 열악한 환경에 충격을 받았다. 25인승 버스에는 22명의 참전용사와 유족들이 탑승했고, 좌석에 앉으니 옆 사람과의 간격이 너무 좁아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모습을 “좁은 소형 버스에 어른들이 가득 타 있었고, 차내 환경도 고약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른 시간 온 것이니 도시락이라도 줄까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각자 해결해야 했다”며 “대접을 받기 위해 가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참아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주를 빠져나가기 전에 다른 할아버지 한 명과 함께 하차해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참전한 용사들과 전쟁터에 사랑하는 자식·형제를 잃은 이들에 대한 대접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울화통이 터져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현충일 당일 전주 보훈단체가 운행한 현충원 참배 버스 운행 사업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객들이 많은 데도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데 비좁은 소형버스가 운행되면서 참전용사와 유족들의 불만을 샀기 때문인데, 6월은 현충일을 비롯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추모하고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인 만큼 보훈단체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전주시에 따르면 보조금 형태로 운영되는 유족회의 현충원 버스운행 사업에 대한 예산은 2021년 200만원, 2022년~2023년 180만원, 2024년 162만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
이 사업은 유족회가 현충일 당일 버스를 임대해 참배객들을 위해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버스를 운행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아무리 예산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단체 자부담을 포함하면 이 예산으로 충분히 대당 100만원 미만으로 대형버스2대를 임대할 수 있는데도 상황은 그러지 못해 불만을 샀다.
이에 대해 유족회 관계자는 “시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예산을 줄였기 때문에 이처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는 코로나를 거치며 단체 활동이 줄어 해당 사업의 신청 인원이 축소됐고 그에 따른 예산 삭감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민간경상사업 보조의 경우 매년 성과평가를 진행해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며 “해당 사업의 경우 코로나 이후 단체방문 대신 개별방문을 선호하게 된 인원이 많아졌고, 보훈단체의 수요조사 결과 신청 인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보조금 규모도 축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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