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에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전면 집단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전북지역 의사들과 중·소형 병원 등 도내 의료계 전반으로 집단행동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지역 의료혼란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병원을 자주 찾는 고령 환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전북대학교병원 로비. 입원복을 입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인 듯한 노모, 아버지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아이 등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전공의 이탈로 시작된 대학병원들의 진료차질이 시작된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이날 만큼은 진료차질을 빚고 있는 대학병원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는데 전날 의협이 발표한 집단휴진 예고의 영향이 커 보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병원에 출입했고, 앞으로의 건강에 대한 두려움과 의료파업으로 인한 진료파행 사태가 지속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었다.
이날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한 조정재 씨(70·여)는 "3개월에 한 번씩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이제 3개월은 걱정이 없는데, 의사들이 진료를 안한다니 다음에 약을 받으러 올 일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약 때문이 아니더라도, 갑작스럽게 병원을 찾아야 할 일이 많은데 동네 병원까지 문을 닫는다고 하니 어쩌라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앞서 방문한 전주시 완산구 각종 병원들이 밀집한 효자동의 한 내과전문병원은 의료계 휴진으로 인한 걱정 때문에 미리 약을 처방받으러 온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수년 전 고혈압을 진단받은 김모 씨(50대)는 "매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상태를 체크한 뒤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다니던 병원이 휴진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약을 처방받았다"며 "고혈압은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급하게 수술을 받기도 해야 하는데 요즘 파업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이모 씨(20대)는 동네 병원까지 파업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으로 인한 피해는 아픈 사람과 그 보호자가 전부 감당하고 있는 현실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요즘은 부모님과 전화하면서 아프지 마시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고 분노했다.
앞서 지난 4∼7일 의협은 회원 11만 1861명을 대상으로 휴진 여부 관련 온라인 총투표를 실시, 투표에 참여한 7만 800명(참여율 63.3%) 중 6만 4139명(90.6%)이 휴진에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투표자 중 5만 2015명(73.5%)이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의협은 오는 18일부터 대학병원과 동네의원까지 의료계가 무기 집단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휴진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원격진료·의료민영화, 2020년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 추진 반대에 이은 4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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