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지역의 각 지역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고액을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임금체불자의 미미한 처벌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해도 처벌 단계에 앞서 임금을 청산할 시 처벌을 받지 않는 실정인데, 이를 악용해 지급능력이 있음에도 임금을 체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고용노동부 전주·군산·익산지청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도내에서 발생한 체불임금 누적액은 418억 8840만 원이다. 지청별로는 전주지청 관할(181억 5100만 원), 군산지청 관할(99억 9300만 원), 익산지청 관할(137억 4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군산지청과 익산지청 관할 지역은 전년 동기간(2023년 10월) 대비(군산 69억 5800만 원, 익산 86억 7000만 원)에서 각각 31%, 37% 가량이 증가해 역대 최고액을 갱신했다. 체불액 증가 이유로는 건설경기 및 제조업 악화가 꼽히고 있다.
현재 도내에서 발생한 임금체불 사업장은 20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의 수는 약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현재 임금을 체불해도 기간, 액수 등에 상관없이 추후 금액을 납부할 시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는 점이다. 사업주들이 이를 이용하기까지 한다.
실제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최근 지난 1월 임금체불로 기소중지(체불액 2300만 원)된 상태에서 건설 일용근로자 20명에게 임금 9000만 원을 체불한 A씨(60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8년 동안 73차례에 걸쳐 임금을 체불해 6번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 같은 상습 체불에도 법원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4000만 원의 임금을 청산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임금 지급능력이 없다”는 식의 진술을 했으나, 영장실질심사를 며칠 앞두고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 한 임금체불 담당 근로감독관은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임금체불 자체가 사람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피해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보니 처벌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고의적인 임금체불이 아닌 사업악화 등으로 인해 임금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몇몇 사업주들은 임금체불 행위 자체를 ‘재판장에 가기 전에 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근로감독관은 “현행법으로는 임금체불자의 금융자산 등을 파악할 수가 없다”며 “현재는 구속수사 등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 임금체불 기간, 액수 등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등의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업주가 정말 돈이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임금체불자들이 조사과정에서 고액의 변호사들을 대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변호사 비용으로 임금을 주면 될 텐데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다”고 탄식했다.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영업자가 많은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체불은 규모가 크든 작든 해결을 해야 되는 문제이다. 돈이 있는데도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는 더욱 엄격한 처벌을 내려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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