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무안국제공항은 울음바다

공항 안에 마련된 텐트마다 울며 흐느끼는 소리만
신원 파악 못 한 유족들, 지자체 관계자에 하소연
다른 곳에 분향소 설치한 항공사에 언성 높이기도

image
30일 오전 10시께 무안국제공항 안에 설치된 텐트 사이로 유족들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다니고 있다. 김경수 기자

30일 오전 10시께 무안국제공항은 울음바다였다. 설치된 노란색 텐트 안에서는 ‘꺼이꺼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면 다른 쪽에서도 우는 소리가 들렸다. 벤치에 앉아있던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를 끌어안고 “나 보고 어떻게 살라고”를 외치며 흐느꼈다. 망연자실하게 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여성은 지인이 물을 마셔보라고 권해도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초점 없이 흐린 눈으로 멍하니 앞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항 안 유족들의 눈과 코는 뻘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공항 1층에 설치된 DNA 채취 장소엔 아직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유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청록색 천에 쌓인 채취장을 나오던 한 중년 여성은 울음을 터트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자녀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일어나는 모습이었지만,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엔 온몸에 힘이 없어 보였다.

광주에서 친구의 소식을 듣고 왔다는 김모 씨(20대)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말한 뒤 흐느꼈다.

공항 벤치에 앉아있던 박모 씨(80대)는 기자의 “괜찮으세요?”라는 질문에 곧바로 울음을 터트린 뒤 한참을 울었다. 

박 씨는 “한 순간에 아들을 잃었다”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image
30일 낮 12시께 관련 브리핑을 듣기위한 유족들이 모여있다. 김경수 기자

항공사 측의 조치에 유가족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항공사 측의 분향소 방문을 위한 셔틀버스 운행이 준비됐다는 방송이 나오자 한 유족은 “분향소를 유족들이 가장 많이 있고 가까이 있는 공항에 설치를 해야지 왜 먼 곳으로 이동을 하게 만들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텐트 안에 찾아온 지자체 관계자에게는 “언제까지 기다리라고만 할 겁니까”, “신원 확인이 대체 언제 된다는 거에요”라고 소리치며 화를 내기도 했다.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각종 구호 단체들이 보내온 물과 도시락, 라면 등 물품들이 속속 도착했다. 공항 내부는 수천 명의 사람이 몰려 이동조차 힘들었다.

image
30일 전북 출신 피해자의 쉘터 앞에 여러 신발들이 엉켜있다. 김경수 기자.

전북도민 피해자의 유족들도 있었다. 유족들의 텐트 앞에는 쓸쓸한 신발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텐트에서 나온 유족은 침울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지난 29일 사고로 발생한 시신들의 신원 확인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모든 피해자의 신원 확인까지는 약 일주일 가량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상 종료일은 수요일인 2025년 1월 8일이다. 

김경수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김제김제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파란불’

금융·증권미 증시 덮친 'AI 거품' 공포…한국·일본 증시에도 옮겨붙어

문화일반세대와 기록이 잇는 마을…부안 상서면 ‘우덕문화축제’ 7일 개최

법원·검찰장애인 속여 배달 노예로 만든 20대 남녀⋯항소심서도 ‘실형’

익산10월 익산 소비 촉진 정책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