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2일 오전 찾은 전주시 완산구 자만마을 강성문(75) 씨의 집안 온도다. 강 씨의 집은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가파른 경사의 진입로는 추운 날씨에 얼어붙어 미끄러지기 십상이었다. 도착한 집안에는 쌓인 연탄이 가장 먼저 마중 나왔다. 실내로 들어갔지만, 바깥과 큰 차이가 없었다. 꽁꽁 얼어붙은 방바닥은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었다.
속칭 ‘달동네’로 불리는 자만마을에서 거주하는 강 씨는 택시기사로 오랜 기간 일해왔지만, 나이 등을 이유로 일을 그만뒀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발달장애인인 아들(30대)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강 씨 가족의 한 달 생활비는 기초생활급여 등 100만 원가량이다. 이것으로 식비와 병원비, 난방비 등을 모두 충당해야 한다. 보일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강씨의 집은 연탄만이 유일한 난방도구다.
강 씨는 “연탄은행에서 연탄을 가져다줘서 잠을 자는 방바닥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며 “최근에 연탄을 배달해주셨는데 너무나 고마웠다. 연탄이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연탄이 떨어지면 전기장판만을 틀어놓고 살아야 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많이 아프기 때문에 일을 전혀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아들도 여러 일자리를 가봤는데, 모두 끝까지 업무를 채우지 못하고 돌아왔다. 지금은 건강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불경기 등으로 인해 취약계층을 도왔던 연탄은행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
전주연탄은행에 따르면 강 씨와 같이 전북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은 지금도 4120가구에 달한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에 정부가 제공하는 연탄 쿠폰은 한 해 600장에 불과하다. 겨울철 한 가구당 사용하는 연탄의 숫자는 평균 1000장에서 1200장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올겨울 전주연탄은행은 당초 80만 장가량의 목표로 연탄나눔 및 기부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1월 12일)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로 모여진 연탄 수는 절반도 되지 못한 30만 장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겨울 많은 취약계층이 부족한 연탄으로 추위에 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부족한 모금 규모는 이듬해 겨울 또한 이들을 추위에 떨게 한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지난해에도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45만 장 정도 나눔을 했었다”며 “올해는 개인기부자도 줄고 기업들도 지원규모를 절반씩 줄였다. 정부에서 쿠폰이 나가지만, 그것만을 가지고는 겨울을 날 수 없다. 우리의 사랑이 멈추고 관심이 멈춘다면 기후변화 속에서 취약계층은 더욱 춥고 배고프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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