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들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노인보호구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한편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고, 제한 속도를 무시하는 차량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노인보호구역은 고령 인구 증가와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 증가 추세에 따라 2007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노인보호구역은 복지시설, 경로당 등 고령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 주변 도로에 지정된다. 이곳을 지나는 차량의 속도는 시속 30㎞ 이하여야 하며, 주정차 역시 제한하고 있다.
11일 오전 찾은 완산구의 한 노인복지관 앞에는 고령자들로 붐볐다. 노인보호구역이라는 노면 표시와 표지판이 설치된 복지관 인근 도로에서는 전동스쿠터를 탄 어르신들과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노인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무색하게 도로 한편은 불법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한 어르신은 마주 오는 차와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도로 근처에서 단속 카메라는 찾아볼 수 없었고, 방범용 CCTV만 설치된 상태였다.
덕진구의 노인복지관 주변 역시 노인보호구역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해당 도로에는 단속 카메라 없이 차들의 현재 속도를 알려주는 표지판만 설치된 상태였다.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30㎞였으나, 속도 표지판의 숫자에서 60㎞ 이상 수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노인보호구역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완산구에 거주하는 이상호(76) 씨는 “복지관 주변 도로가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과속 차량과 불법 주정차 차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전동휠체어 이용자나 고령 보행자가 많은데,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든지 말든지 차들이 휙휙 지나다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과속 카메라, 과속방지턱 등 교통 장비 설치 위치가 부적절한 면도 있어 노인보호구역을 체감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실제 도내 설치된 노인보호구역 57곳 중 신호 및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10곳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도로 설비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노인 보호구역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재익 한국도로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인보호구역은 어린이보호구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투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시설이 부실하고 허울뿐인 곳이 많다”며 “보호구역이라고 하면 보도도 정비하고 차도도 정비하는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 속에 노인보호구역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보호구역이 제대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단속 카메라 설치와 전동휠체어를 위한 턱 낮춤 등 실질적으로 노인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는 “노인보호구역 관련 지적이 많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고, 그와 별개로 이미 인식이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해 노인보호구역 시작점과 종점 표시를 강화해 설치하고 있다”면서 “다만 단속 카메라 같은 경우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도 예산을 일정 부분 지원하고 있으나 신청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22~2024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는 1448건으로, 이 기간 고령 보행자 133명이 교통사고로 인해 숨지고 1339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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