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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 맨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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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허공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울울창창 아파트는 왜 자꾸 높아지는 걸까요? 남보다 먼저 무지개를 잡으려 그럴까요? 외로운 밤마다 깜빡깜빡 먼 별과 교신하려 그럴까요? 내려와 종일 맨땅 한 번 밟아보지 못하는 날 많습니다.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덮어 버려 맨땅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숨구멍 하나 없는 세상이 갑갑합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저 넓은 운동장에 가슴이 확 트이는 까닭입니다. 신발 벗고, 양말 벗고 몇 바퀴 돌아볼 생각입니다. 몇 쌈 바늘을 밟고 선 듯 백지장보다 얇아진 발바닥이 아파 그만 쩔쩔매겠지요. 까마득히 먼 날처럼 상처에 몽근 흙을 바르면 금세 피가 멎을까요?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없습니다.

  

한여름 소나기 뛰어간 뒤 흥건하던 마당의 흙냄새는 꼭 셋째 동생 태어나던 날 산방(産房)의 비린내였지요. 송골송골 이마에 땀 맺혀 뜨시던 젊은 어머니의 첫국밥, 그 미역국 냄새였지요. 맨땅은 하늘이 주시는 빗물 한 모금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머금은 빗물로 움 틔워 젖을 물려 숨을 불어넣지요. 가끔 날개를 접고 맨땅에 내려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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