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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수몰 60년, 섬진강댐과 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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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낼모레다.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해마다 풍년이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체계가 큰 몫을 했다. 한반도 최대 곡창 호남평야의 수원(水源)은 섬진강댐이다.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숱한 우여곡절 끝에 건설된 이 댐이 올해 준공 60주년을 맞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를 기념해 9월 한 달 다양한 행사를 연다. 댐 주변 주민들과 함께 과거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몰민들을 기억하고, 댐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섬진강댐 수몰민의 애환을 들춰내자면 부안 계화도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과 이 댐이 만들어놓은 옥정호(玉井湖), 그리고 20세기 중반 국내 최대 간척사업(1963~1978년)으로 기록된 부안 계화도. 내륙 산간지대 다목적댐과 서해안 간척지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정부가 섬진강댐 건설로 삶터를 잃게 된 임실 운암·강진면, 정읍 산내면 일대 수몰민 2786세대의 이주·정착과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조성한 땅이 바로 계화도 간척지구다.

이 대규모 간척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는 섬진강댐에서 끌어왔다. 유역변경식 발전소인 정읍 칠보수력발전소에서 방류한 옥정호의 물을 길이 67km의 동진강도수로를 통해 부안 청호저수지로 흘려보내 농업용수로 사용한 것이다. 계화간척지를 국내 최고 품질을 자랑한 ‘계화미’의 산지로 탈바꿈시킨 농민들이 바로 섬진강댐 수몰민이다. 그렇다고 수몰민들이 순조롭게 계화도에 정착한 것은 아니다. 계화도 이주단지 조성사업이 늦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수몰민 중 상당수는 고향을 물속에 넣은 대가로 받은 ‘계화도 이주증서’를 헐값에 처분하고, 경기도 등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 중 일부는 계획과 달리 물이 차오르지 않은 임실 운암면 옥정호 인접 마을에 재정착했다. 하지만 이들은 수십년 후 추진된 ‘섬진강댐 재개발사업(2007~2018년)’으로 댐의 물그릇이 커지면서 다시 삶터를 옮겨야 했다. 그야말로 통한의 이주사다.

새만금사업으로 계화도는 간척지 속의 간척지로 전락했다. 이주 역사와 주민 애환은 새만금 논란에 묻혀 빛을 잃었다. 쌀이 남아도는 시대, 간척지의 위상도 찾을 길이 없다. 게다가 수몰의 아픔을 함께 겪은 임실과 정읍은 옥정호 수질을 놓고 분쟁을 거듭하고 있다. 옥정호를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읍과 옥정호 개발사업에 나선 임실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섬진강댐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주변 지자체들 간에는 분쟁의 대상, 지난 2020년 여름 발생한 대규모 수해의 원인을 ‘댐 관리 부실’로 지목한 댐 하류 주민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 근현대 농경사와 댐 건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 최초의 다목적댐, 섬진강댐의 현 상황이 안타깝다. 준공 60주년을 맞아 수자원 개발의 역사를 돌아보고, 댐의 역할과 주변 지역 상생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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