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 조성 중심 현행 법 체계 시대 변화 못 따라…전부 개정급 개편이 1순위 과제 민간 투자 가로막는 ‘매립권료·정산 구조’ 재설계…국가 리스크 분담 필요 전략구역 일괄개발·예타 패키지 심사…속도를 국가가 책임지는 체계가 핵심
새만금 개발이 35년째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원인은 지역 역량 부족이 아니라, 애초 설계된 개발 틀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데 있다는 지적이 뚜렷해지고 있다.
매립부터 조성, 분양 중심 구조가 고착된 가운데 예비타당성조사·정산·승인 절차가 각각 분리돼 움직이면서 속도와 실행력이 동시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 수준의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1일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변화는 새만금사업법의 전부 개정급 개편이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현행 법은 방조제 직후의 개발 구상을 그대로 투영해 매립과 조성, 정산, 분양이라는 일렬 구조를 기본값으로 삼는다.
이 체계에서는 공공이 매립비·정산비·금융비용을 대부분 떠안고, 민간은 완성된 부지를 매입하는 방식에 머물러 위험 부담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
RE100 기반 신산업, 디지털 실증, 환경생태 조성 같이 전북자치도가 마련한 새로운 로드맵도 법적 뼈대에 담기지 못해 개별 사업으로 쪼개지며 속도와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법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이원택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새만금개발청 권한 강화 △국가의 매립·인프라 부담 범위 명문화 △예타 패키지 심사 도입 △민간 투자를 가로막는 공유수면 매립권료·총사업비 정산 구조 개선 등을 핵심 골자로 한다.
특히 민간 매립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매립권료+총사업비 정산’ 이중 구조를 조정해 국가가 리스크를 분담하도록 설계한 내용은 도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제도 전환의 필요성은 전문가 분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북연구원은 지난해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및 중장기 개선 방안’에서 “개별 사업 단위의 조정만으로는 속도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며 매립, 기반시설, 산업 기능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전략구역 일괄개발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원 새만금센터연구진은 “절차·승인 체계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현 방식에서는 새만금 전역이 계속 시차 개발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도 역시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SOC·매립·조성·기반시설을 한 흐름으로 묶는 구조 개편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이미 새로운 개발 틀을 비롯한 모든 방안을 마련해왔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며 속도감 있는 전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도 국가 차원의 구조 전환의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새만금은 처음부터 국가가 설계한 사업인데, 지금은 마치 전북만 책임을 떠안는 형태로 굳어졌다”며 “이제는 중앙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이미 마련된 대안을 실제 집행으로 연결해 도민들의 30년 기대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가 새만금 조기완공을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관심을 보인 만큼 법·재정 체계를 손볼 수 있는 현실적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임기 전반기에 추진 동력을 살릴 수 있도록 도정과 정치권이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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