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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위하여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던 날은 시간이 지나도 그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고는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일 때문에 군부대에 갈일이 있었고, 근처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식당에서 틀어놓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당시 전원 구조라는 거짓 뉴스가 계속 보도되고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에는 변호사회에서 1박2일 경주 야유회를 갔고, 숙소에 돌아와 티비를 켰는데 정말 이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는 건가 싶은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하니 그렇게까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라는 그나마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사망 159명, 부상 196명이라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대형참사가 대한민국 그것도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미 사고 전날부터 이태원 뒷골목엔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인파가 모였고, 위험한 상황이 목격되기도 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임이 인지되었다.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에는 압사를 언급하는 최초 신고가 접수되었고, 112신고가 경찰이 공개한 것만 11건이었다. 심지어 사고 직전인 오후 8시 33분에도 사람이 쓰러지고 있는데 현장 통제가 안된다 심각하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시민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데 누구하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위험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사전에 6호선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이태원로 일대 도로 통제와 같은 조치만 했어도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고 말한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고, 유가족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제공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이다 유가족들은 어느새 2차 가해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이태원에 간 것이 불법인가그 시간에 그 곳에 있었을 뿐인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국가는 헌법 제34조 제6항에 따라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였고, 국가의 보호 아래 안전해야 할 국민들이 국가의 재난 컨트롤 시스템의 미비로 인하여 막을 수 있는 인재로 희생당한 것이다.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이태원 참사의 발생원인과 책임소재 등에 관한 진상 규명이다. 이를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이 이루어져야만 하고, 특별법의 주요 내용 역시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진상규명 조사, 청문회 및 특별검사 임명, 피해자 지원, 공동체 회복 지원이다. 이 당연한 내용이 참사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참담하고,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어떠한 이유로 정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서 답답한 노릇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 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유족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해서 이것이 왜 이렇게 아직도 이루어질 수 없는지 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협의가 진척이 없자 12월 21일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안하면서 회기 내 처리를 다짐했지만 끝내 상정이 연기되었다. 유가족들은 추운 겨울날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국회 둘레 오채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도록 12월 28일 본회의에서는 부디 안건으로 상정하여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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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6 15:38

새만금 SOC 적정성 검토 백지화하라

대폭 삭감된 새만금 관련 예산이 겨우 절반 복원됐다. 도민 입장에서 보면 기가막힐 일인데 민심을 읽지 못하는 일부 정객들은 절반의 성공 운운하면서 생색을 내기에 바쁘다.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새만금 예산 총액은 전북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것은 단순히 내년 예산이 아니다. 새만금 SOC 적정성 검토 여부가 핵심이다. 자칫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가 죽도밥도 안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새만금 인입철도나 지역 간 연결도로 건설 등 정부로부터 이미 타당성과 필요성을 인정받은 사업들도 적정성 재검토 대상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6월까지 진행할 연구 용역 기관도 선정했는데 행정절차를 정상적으로 마친 사업의 적정성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전국을 동일한 잣대에 올려놓고 적정성 검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새만금만 콕 집어서 한다는게 영 개운치가 않다. 적정성 재검토 기간에는 모든 행정절차가 중단돼 새만금 예산이 절반 복원됐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실제 사업은 추진이 어렵다는 얘기다. 결론은 국토부의 적정성 재검토를 백지화 해야한다. 며칠전 전북도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새만금을 정치적인 도구로 흔드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역위원장을 맡고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자화자찬 하는 가운데 지방의원들이 냉철한 자세로 현실을 직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들은 특히 "최종 확보된 새만금 예산은 우리가 만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동안 전북인들이 느꼈던 소외감과 좌절감, 새만금의 속도감 있는 개발을 염원하는 국민의 상처에 비하면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고 평가절하했다. 대폭 삭감됐던 새만금 SOC 예산이 일부 복원된만큼 지금부터는 예산 집행의 걸림돌인 ‘새만금 SOC 사업 적정성 검토 연구용역’을 당장 백지화시키는데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제공항 등 새만금 SOC 사업에 별도의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면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서산공항은 왜 별도의 용역을 하지 않는가. 지난 2019년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새만금 국제공항을 콕 집어 적정성 검토를 지시한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다. 지금은 자화자찬을 할 때가 아니다. 더 겸허한 자세로 도민의 명령을 받들어 새만금 SOC 백지화에 주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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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2.25 17:31

교육발전특구 공모에 철저히 준비하라

정부가 지역을 대상으로 교육발전특구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전북교육청과 전북도는 여기에 철저히 준비해 시범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면 한다. 교육발전특구 지정이 경제가 피폐하고 인구가 줄어 들어 잔뜩 위축된 전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등은 지난주 전북대를 방문해 '찾아가는 교육발전특구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지역인재들이 수도권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어 지역소멸 문제가 더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를 되돌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교육을 다시 한 번 지역차원에서 발전시키고 격차를 좁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발전특구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역 유아부터 초·중등, 대학까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 지원하는 체제다. 특구에 선정되면 향후 3년간 30억∼100억 원을 지원 받는다. 1차 공모는 현재 진행 중이며 2차 공모는 내년 7월에 결정된다. 지방은 지금 호영남을 가릴 것 없이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모든 게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 국토의 10%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며 100대 기업 본사의 86%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50년 전만해도 수도권 인구는 전국의 20% 선이었다. 더구나 전북은 2001년 이후 20년 간 청년(20∼34세) 순유출 규모는 22만6000명으로 전체 순유출의 92.1%를 차지했다. 이유는 일자리와 명문대 진학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들고 나온 교육발전특구는 교육을 발전시켜 지역소멸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발전특구에 선정된 지역은 늘봄학교, 자율형 공립고, 디지털 교육혁신, 학교복합시설, 해외인재양성형 교육국제화특구 등 다양한 발전 모델을 만들어 가게 된다. 전북은 내년 1월 출범하는 특별자치도 특례에 케이팝(K-pop)국제학교 설립이 들어 있어 이와 연계를 검토했으면 한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일자리로 귀착된다. 지역에서 특화된 중고교와 대학을 나왔다 해도 관련 일자리가 없으면 떠날 수 밖에 없어서다. 따라서 교육발전특구에 교육청과 행정은 물론 반드시 기업과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25 17:31

우리는 신흥계곡에 가면 기적을 만난다.

대체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운전을 잘못하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사람들이 토요걷기에 오지 못할 것 같아서 조심조심 왔어요”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토요일 아침, 수줍게 웃으며 걷는 그녀. 비가 오는 토요일이면 함께 걷는 이가 있다. 그는 건축일을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번밖에 함께하지 못했다. 토요일에 비 오는 날은 드물었다. 명절 연휴 중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오는 그녀들. 사람들이 명절이라 못 올까 봐 이럴 때라도 함께 하고 싶다고 한다. 일주일의 시작을 ‘토요걷기’로 두고 이를 삶의 양식으로 삼아 ‘진지화’하는 동무들. 대체 이들은 왜 토요일이면 계곡을 걷는 걸까! 이들은 숱한 장소상실의 고통을 겪으며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는 성장하느라 시골을 먹어 치운 도시 자본주의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연을 대하는 모습에서 품위나 수치를 모르는 이들을 향해서는 단호하다. 그들의 제도와 관행이라는 테두리에 순응하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속에 지키고 싶은 장소와 기억을 공유하며 연대할 수 있는 동무들을 찾아 신흥계곡을 걷는다. 자연을 사유화하려는 자들을 향해 맞서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근대화가 제거한 흙과 바람을 찾아 걷는다. “상처 입은 자는 걷는다”(김영민)라고 하지 않던가! 얼마 전 때아닌 높은 기온이 며칠 계속되었다. 최악의 기후위기로 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두려움마저 드는 토요걷기 중에 아주 불길한 경험을 했다. 마짐바위 근처의 계곡에서 악취가 공기와 섞여 콧속으로 훅 들어왔다. 깜짝 놀랐다. 마짐바위는 바위가 휘돌아가는 형국이어서 계곡물이 비교적 깊게 고여 있는 곳인데, 이처럼 심한 악취는 처음이었다. 이젠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일까! “풍경은 기원을 은폐한다.”(가라타니 고진)라는 말처럼 이 순간, 이 장소가 풍경이 되어버린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무의 뿌리에서 샘솟아 상긋한 바람에 실려 지줄거리며 흘렀던 저 맑은 물은 우리 생명의 근원이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생명과 사람의 목숨 속에 파고들었는지 그 기원은 은폐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조 잔디밭처럼 깔린 해캄 위로 악취를 풍기며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보며 차마 신흥계곡이라 말할 수 없다. 세찬 바람 탓에 흩어지며 내리는 진눈깨비가 계곡 위로 떨어진다. 신흥계곡의 불확실성을 걷기와 접맥시키려 여러 동무와 느리고 숙지게 버티며 걸어왔다. 남이 나서주길 기다리는 희망은 욕심일 뿐임을 아프게 배웠다. 보석처럼 투명하고 맑았던 계곡에 대한 그리움의 병을 앓고 있는 동무들은 2024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EM 진흙 공을 수백 개 만들어 신흥계곡에 던져보자고. 흐르는 물이라 효과가 미흡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유익한 미생물이 만경강에 이르러서는 제구실을 하지 않겠냐고. 아, 그러고 보니 강을 나무에 비유한 이가 있었다. 만경강의 최상류에 있는 신흥계곡은 나무의 뿌리란다. 이 뿌리로부터 우뚝 서서 바람과 비를 맞으며 울창한 가지를 뻗어내어 마침내 건강한 만경강이라는 나무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한다. “진리는 시간의 딸”이라 하지 않던가. 자본의 욕망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시간의 두께에 기대어 시민사회 운동이라 할만한 움직임을 발효시킨 것! 우리는 이를 기적이라 말한다. 신흥계곡에 가면 우리는 기적을 만난다. “제 상처를 이루어 꿈이 되는 길”(권경인) /이선애 농부∙완주자연지킴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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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5 16:10

고교 졸업 50주년 단상- 교육 백년대계를 꿈꾸며

최근 전라고 제3회 졸업 50주년 행사가 전주 한옥마을 일원에서 개최되었는데 모교 천민영 교장과 최병선 총동창회장을 비롯해 80여 명의 졸업생이 전국에서 모여 환담, 연주회, 장기자랑 등이 어우러진 화합의 한마당을 펼쳤다. 식전 행사로 고려말 왜구 토벌의 승전을 자축한 이성계 장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오목대와 조선 태조의 어진과 전주사고가 있는 경기전을 관람하며 역사·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한옥체험관에 모여 50년 동안 숨겨진 옛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우정의 밤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서는 당시 가정형편과 징집으로 인해 학업을 마치지 못한 이봉준 동문에게 50년 만에 명예졸업장이 수여되는 가슴 뭉클한 장면도 연출됐다. 행사추진위원장(비젼중개법인 대표)는 “반세기만에 만난 친구들이 사연을 나누고 모교 사랑의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천 교장은 미래지향적 교육의 서광이라 할 수 있는 에코시티 내로 이전을 추진하는 담대한 계획을 밝혔고, 최병선 총동창회장은 모교의 에코시티 이전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동문의 깊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매년 연말이면 학교마다 동창회를 중심으로 졸업 20, 30, 40, 50, 60주년 기념행사를 갖게 된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시·군 뿐 아니라 전북교육청과 연계하여 졸업생(출향민)들이 고향을 찾을 때 따뜻하게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들 출향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활동하면서 고향의 따뜻함과 발전상을 직접 보고 느끼며 고향 발전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에너지를 모아 모아 발전을 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 하기위하여 각급학교에 적극적으로 홍보도 해야 한다.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때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입학에 올인하는 분위기 때문에 청소년 인성 및 미래교육이 소홀히 되는 경향이 있다. 아직 전북 도내에서는 시행학교가 없지만 적극 도입할 필요성이 있어 다음과 같이 제언해 본다. 2015년부터 경기도 한민고, 인천 송도고, 서울 건국대부속고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20여 개 학교가 방과후 교육활동으로 주니어ROTC(J-ROTC) 도입·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원래 미국에서 150여 년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현재 3,000여 고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인들에게는 꽤 익숙한 교육과정이다. 오늘날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미국 사회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부분 J-ROTC 출신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대학 ROTC처럼 장교로 이어지는 코스는 아니지만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등 직업 진로을 염두에 둔 탐색 활동의 장이 된다. 고교 1,2학년 때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 리더십, 토론, 응급처치, 제식, 구난·구조, 봉사활동과 각군 사관학교, 경찰대학, 학생군사학교 탐방을 통해 군생활 안내와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관계 기관은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다. 50년 100년은 내다보며 현재의 학교 및 사회의 문제점 직시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여 향후 우리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청소년에게 올바른 인성과 국가관을 길러줘야 할 것이다. /강성문(비젼중개법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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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5 16:10

대출사기

의뢰인은 10억에 토지를 매도하려 한다. 그런데 매수인은 해당 토지 감정가가 15억 정도까지 나올 수 있다며, 자신이 10억을 주고 살 테니 금융기관에 대출 용도로 제출할 15억짜리 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의뢰인은 2개의 계약서를 작성해 대출을 받아도 되는지 물어왔다. 법률상담을 하며, 형사 사건 중 누구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지를 수 있고, 실수로 범죄를 저지르지만, 벌금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지만 아주 크게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무접촉 뺑소니 사고, 마지막으로 대출 사기이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은 알바라 생각했지만, 범죄집단의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는 것이고, 무접촉 뺑소니 사고는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뺑소니범이 되는 것으로 모두 범죄인지조차 잘 알지 못했고, 적발되더라도 크게 벌금 정도에 그치겠지, 하지만 모두 구속까지 될 수 있는 큰 범죄이다. 대출사기는 금융기관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대출액을 정하기 때문에 매수인 입장에서는 대출을 많이 받을 목적으로 이중계약서(업계약서) 작성을 매도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토지 거래를 많이 해 봤거나, 금융기관 관계자라면 오히려 업계약서가 크게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감정가가 15억 정도라 담보가치도 충분하고, 실제 이자와 원금을 성실히 갚았더라도 대출받을 목적으로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금융기관을 속인 것이라면 10억 넘는 사기 범죄가 된다. 위 사례에서 매도인은 본인의 이익이 없고, 매수인을 도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의뢰인들은 대출 사기에 대해 상담하며 벌금은 얼마 나오냐 묻곤 한다. 실제 본인의 죄의식보다 처벌이 심한 경우가 있다. 보이스피싱 인출 알바, 무접촉 뺑소니 사고, 업계약서 대출 사기. 모두 평범한 사람이 별문제 없을 거라고 하며 저지를 수 있지만, 법정형은 아주 높은 범죄이다.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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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5 16:10

5000원의 경제학, 언어로서의 화폐 저 너머 성스러운 노고와 빚짐

누군가 지갑에 5000원 지폐 몇 장을 넣어두면 꼭 필요할 때가 있다고 귀뜸해 줬다. 어느 날 길을 나서는데 허리가 굽고 남루한 할머니가 리어카에 종이박스를 위태롭게 묶어서 느릿느릿 밀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슬그머니 가서 5000원을 쥐어드리며 행여 부담이 갈세라 말을 붙인다. “사탕 사 잡수세요!” 다음 날 사거리에서 어떤 영감님이 박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요즘 폐지 값이 얼마냐고 말을 걸으면서 빨간 조끼 주머니에 슬그머니 5000원을 넣는다. 파란불 신호등이 켜져서 황급히 길을 건널 때까지 뒤에서 뭔가 아득한 시선이 떨어지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5000원짜리를 만지작 거려본다. 지폐 앞면은 이율곡선생의 초상이 그려져 있고 뒷면은 꽃그림과 5000원의 숫자가 강조된다. 세계 어떤 지폐든 앞면은 성스러운 특성을 보인다. 만인이 떠받들고 화폐에 복종할 수 있는 믿음과 신뢰, 국가와 권위의 상징이 인물로 그려진다. 뒷면은 세속적인 시장거래에서 5000원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는 속된 차원의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화폐의 성스러움은 사람과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묶어주고 커뮤니케이션의 징표로서 작용하는 사회통합의 가치가 담겨있다. 화폐는 언어다. 예를 들어 내 경우 밥 한 끼 먹거나 큰 금액이 아닐 때는 항상 현금을 지불한다. 그럴 때 마다 항상 고맙다는 인사말이 되돌아오고 서로 감사해한다. 화폐의 성스러움은 비인격화된 화폐에 휴머니즘의 숨결을 불어넣는데서 나온다. “화폐는 사람과 분리된 영혼 없는 사물로 묘사되곤 하지만 우리는 사회에 따뜻함을 불어넣기 위해 끊임없이 화폐를 인간화하고자 시도한다.” 화폐의 기원은 무엇일까? 물물교환의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화폐가 시장에서 발명되었다는 교과서 내용은 잘못되었다. 화폐는 국가가 처음으로 발명했다. 옛날 마케도니아의 어느 장군은 정복지에 주둔했는데 금세 금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병사들에게 빚진 급료와 종군상인에게 빚진 채무도 많았다. 별 수 없이 주석쪼가리에 금액을 적고 왕실의 인장을 찍은 화폐로 빚을 갚았다. 뒤이어 화폐 통용을 강제하는 장군의 포고령이 나붙었다. 주석쪼가리 화폐로 제때 세금으로 내지 않으면 원주민들을 처벌한다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원주민들은 주석쪼가리를 화폐로 받아들여 병사들에게 각종 물자를 팔고 그것으로 조세도 납부하였다. 이렇게 채무를 해소하는 증서로서 화폐가 발행되었다는 것이 국정화폐설이다. 화폐의 지불은 빚을 갚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시장에서 소비자는 상품을 구입할 때 발생하는 채무를 해소하는 행위자이다. ‘내돈내산’처럼 당당하고 오만하게 화폐로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채권자가 아니다. 내 지인은 음식을 배달시켰을 때 ‘음식 빚을 지고 갚아야 하는 채무자’ 입장에서 항상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가 기다린다. 학생들에게도 말한다. “여러분이 입고 있는 신발이나 옷, 책상도 자신들이 만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강의실의 전기 불빛에도 누군가 발전소에서 희생하거나 죽기도 하는 슬픔이 서려있습니다.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속된 차원에서 벗어나 우리는 화폐 저 너머의 노고와 희생에 빚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나라가 어수선하지만 서로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으로 한해를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음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이 곳 지역에 빚진 사람으로서 우리들 삶을 인간답고 성스럽게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화폐의 경제학에도 깊이 담겨있음을 깨닫는다. 오늘따라 지갑 속의 5000원이 5만원짜리 보다 더 정겹다. / 원용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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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5 16:09

철쭉과 눈꽃⋯ 지리산 바래봉의 위기

연말연시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설국을 기다려온 겨울축제들이 전국 곳곳에서 줄지어 열리고 있다. 올겨울 전북은 유난히 시리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희망을 얘기해야 하는 때인데도 분위기가 냉랭하다. 그래도 철따라 열리는 잔치는 거를 수 없다. 지난 주말 전북 곳곳에서 겨울축제가 일제히 개막해 2~3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했다. 임실 산타축제와 진안 마이산 겨울동화축제, 무주 꽁꽁놀이축제 등이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서는 소식이 없다. 2012년 시작돼 겨울철 대표축제로 자리잡은 남원 ‘지리산 바래봉 눈꽃축제’다. 매년 12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약 50일 동안 바래봉 자락 설원에서 열리는 눈꽃축제에는 전국에서 수만명의 방문객들이 몰려 추억을 쌓았다. 지리산 바래봉 자락에서는 1년 내내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특히 봄철 철쭉제와 겨울 눈꽃축제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두 축제 모두 민간단체인 운봉애향회가 주최‧주관하고 남원시가 후원한다. 남원시가 직접 행사를 주최하는 춘향제‧흥부제와 달리 지역민과 행정이 긴밀하게 협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눈꽃축제가 올해 심상치 않다. 발표를 미루고 있지만 사실상 올겨울엔 축제를 열 수 없게 됐다. 아직껏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지연 개최도 쉽지 않다. 이대로면 다음해에도 축제 정상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기후 탓이 아니다. 주관단체인 운봉애향회와 매해 2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후원기관 남원시의 갈등이 이유다. 여기에 남원시의회가 축제 회계 내역 비공개 등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였다. 행사가 열리는 시유지(지리산허브밸리)에 설치된 컨테이너박스와 대형 비닐하우스 등 가건물 처리 문제가 발단이 됐다. 이들 가건물은 안내소와 먹거리장터‧특산물 판매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축제 기간에 한정해 부지 점용허가를 내주고 있는 만큼 일단 이를 철거해 허가 조건을 이행한 후 다시 점용허가를 신청해야 한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지난해 겨울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축제를 재개해 큰 성황을 이뤘지만 1년 만에 다시 중단사태를 맞게 됐다. 여기에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바래봉 철쭉제’도 최근 들어 ‘꽃 빛깔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관광자원 관리 부실과 방만한 행사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천혜의 자연자원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았던 지리산 바래봉 자락 축제들이 급속히 퇴색하고 있다. 물론 바로잡아야 할 게 있다면 행사를 한 해 거르더라도 제대로 짚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행사 주최‧주관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발짝 물러나서는 안 된다. 전국에 널리 알려진 바래봉 철쭉제와 눈꽃축제는 관광 남원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시린 계절을 보내고 바래봉의 눈꽃과 철쭉이 더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12.25 10:50

도민의 자존심 무너뜨린 새만금 3000억 복원

내년도 새만금 SOC 예산 일부가 복원되었으나 도민들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여야는 2024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최종 합의과정에서 삭감된 새만금 예산 3000억원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는 당초 원상회복을 약속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나 4개월 동안 궐기대회 등을 벌이며 항거했던 도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결과다. 특히 2024년 착공키로 했던 새만금국제공항은 1년 이상 늦어질 전망이어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새만금 예산은 지난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이후 뒤틀리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가 부처 반영액 6626억원 중 5147억원을 삭감하고, 1479억원만 국회에 넘겼다. 잼버리 책임 소재를 두고 정부여당과 각을 세운 전북도에 대한 보복성 칼질을 한 것이다. 이 같은 78% 예산 학살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도내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이 삭발과 릴레이 단식을 벌였고 전북애향본부 등 사회단체는 국회 앞까지 올라가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100% 원상회복을 약속했고 도민들은 이를 철썩같이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여야간 체면치레였다. 서로 주고 받기 끝에 국민의힘은 긴축재정이라는 체면을 살리고 민주당은 연구개발(R&D) 예산과 새만금 예산 일부를 증액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최종적으로 새만금 예산은 4479억원으로, 부처 예산안의 67%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그동안의 새만금 예산을 살펴보면 이 같은 결과가 얼마나 미흡한가를 알 수 있다. 새만금 예산은 2022년 1조4136억원, 2023년 1조874억원으로 최근 몇 년간 1조원대를 넘었다. 부처 예산에 국회에서 +α를 한 결과였다. 이에 비하면 2024년 예산은 문재인 정부 예산의 4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도내 정치권은 그나마 선방했다거나 절반의 성공이라고 위안을 삼고 있다. 도내 정치권이 그동안 애쓰고 고생한 점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무능은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도민들의 뜨거운 목소리가 무시 당하고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은 정치력 부재(不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번 새만금 예산 파동은 전북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강한 전북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지를 도민 모두가 성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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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2.21 18:49

두 얼굴의 공직사회

무려 78% 예산이 깎인 새만금에 불똥이 튀면서 사실은 잼버리 파행의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되겠지만 그 당시 잼버리 준비 상황을 되돌아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언론도 연일 이 점을 지적하며 대회 차질을 우려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코앞에 다가온 개회식을 앞두고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위 핵심들은 성공 개최를 띄우며 악화된 여론 잠재우기에 급급했다. 민심 달래기용 그들의 퍼포먼스는 불과 며칠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 뒤 국민 감정을 더욱 자극한 건 그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과 함께 폭탄 돌리기식 떠넘기기, 유체 이탈 화법의 문제 접근 방식이었다. 도의회가 지적한대로 총체적 부실은 기초공사가 잘못된 데서 비롯됐다. 공무원의 고질적 무사안일을 겨낭한 것이다. 전체적 개선 분위기와 달리 직원 개개인이 공직사회 물을 흐리게 하는 미꾸라지 행태는 여전했다. 잼버리 기간 수의계약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업체에 일감을 주고 허위 실적증명서가 악용되는가 하면 쪼개기 발주를 통해 수의계약 비율이 전국 평균 2배에 달할 정도로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판을 쳤다. 다른 대회나 행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태마스터스 경우 113건 중 78건이 수의계약을 한 데다 심지어는 상한선 2000만원 초과한 계약도 33건에 달해 검은 고리의 유착관계가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같이 편중된 수의계약과는 대조적으로 장애인 생산품 구매 실적은 법으로 강제 규정을 했음에도 목표치를 밑돌아 입방아에 오른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1% 구매를 의무화 했는데도 공무원들이 외면함으로써 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이런 기조에 따라 판촉 행사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도 최근 3년새 실적이 고작 0.22~0.5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두 얼굴의 공직사회는 그들의 자정 노력에만 맡기기엔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본인이 겪은 직장 상사 갑질과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선 득달같이 달려드는 반면 민원인이 당한 공무원의 갑질과 괘씸죄 행정은 아예 본체만체 하고 있다. 새만금 예산이 일부 복원되긴 했지만 그래도 빌미를 제공한 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 문제는 불가피하다. 역대 대회를 통해 사전에 어느 정도 예상된 문제인 데다 준비 기간도 충분했는데 화를 자초한 건 조직위 무사안일에 귀책 사유가 있다. 앞서 지적한대로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는 것은 공무원의 몫이다. 이게 부실하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내년 출범하는 전북 특별자치도와 관련해 도시브랜드가 표절 논란에 휩싸여 하루 만에 변경되는 홍역을 치렀다. 4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내로라하는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숙의를 거듭한 결과라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란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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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2.21 18:39

처음 되어본 사람

한해를 돌아보니 늘 그러하듯이 2023년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섞여 있었다. 여러가지 일들 중 하나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난 해로서 2023년은 분명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다. 나는 2023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체육시간이 끝난 이후로 나는 자발적인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깜빡이는 신호등의 파란 불에 쫓겨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하기만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헉헉거리는 대단한 운동치였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처럼 보이던 이웃 언니가 어느날 살을 예쁘게 빼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달리기를 해보라고 권했다. 달리기 같은건 하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자 직접 휴대폰에 앱을 깔아주기까지 했다. 자기 같은 사람도 할 수 있을만큼 정말 쉬우며, 두 달이 흐르면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멋지게 들린 말은 다시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겨우 휴대폰 무료 앱과 2개월의 시간이면 그런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니? 그것은 더없이 매혹적인 유혹이었고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나의 욕망을 자극했다. 폭염이 어느 정도 지나서 해진 뒤에는 숨쉴만하다 싶던 늦여름 저녁에 나는 처음으로 휴대폰 앱이 시키는 대로 달리기의 첫발을 내디뎌보았다. 나와 같은 서툰 초심자에게 최적화된 달리기 앱은 한가지 중요한 팁을 알려주었는데, 숨이 차지 않도록 천천히 달리라는 거였다. 옆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라고 했다. 시키는대로 했더니 거의 달리기라고 할 수 없는 속도가 되었다. 발걸음이 빠른 사람이라면 나를 휙휙 지나쳐갈 수 있을 만큼 나는 느릿느릿 천천히 달렸다. 어쨌거나 걷기가 아니라 분명히 달리기였고, 앱이 시키는대로 중간중간 쉬어가며 달리니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기분으로 해볼만했다. 처음에는 1분 달리고 2분 걷는 식으로, 달리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길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달리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지만 어쨌거나 할 수 있었다. 달리는 동안 내 귓가에는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내가 달리다니! 내가 달리다니! 달리는 사람들에 대해 가졌던 비대한 선망과 존경심만큼 나는 달리는 나 자신에 대해 드높은 찬탄과 고양감을 느꼈다. 날씨가 꽤 쌀쌀해진 11월의 어느날, 나는 마침내 24회의 달리기 프로그램을 마치고 꿈속에나 나올 것 같았던 ‘30분간 쉬지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30분을 넘게 달려 5킬로미터를 돌파하던 순간에 나는 인생 최대라 할 만큼 거대한 환희를 느꼈다. 그런데, 달리기를 했는데도 내 인생이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30분을 돌파하는 순간 이마에 뿔이 튀어나와 유니콘이 되는게 아니었다. 실은, 너무 아무런 차이가 없어서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흔히들 말하는 달리기의 좋은점, 살이 빠지고 활력이 솟고 긍정적이고 강인한 정신력이 생긴다는 식의 변화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 귓가에는 다른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힘들어, 다리아파, 이런다고 살이 빠지지도 않아, 아직도 한참 남았네. 달리기는 청소나 글쓰기처럼 그냥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많은 일들 중의 하나가 되어갔다. 그걸 깨달은 것이 아마 2023년 달리기의 가르침이었을 것이다. 영원히 매 순간순간 행복하고 보람찬 일은 없다. 들인 노력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작게 느껴질 지라도 그저 꾸준히 하다보면 그래도 내가 무언가 나아지고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어떤 일들이 있고 나는 그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할 뿐이다. 그리고 확실히, 청소나 달리기나 글쓰기의 공통점이 있다면, 끝낼 때 잠시, 무척 행복하다. 건널목 하나를 건너고도 헐떡거리던 지난 여름의 나와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된 나 사이에 그리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커다란 차이이기도 하다. 나는 이전까지 아니었던 어떤 사람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분명 의미있는 2023년이었다. /심윤경(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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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1 17:15

IB교육이란?

IB교육은 국제적 시각을 가진 세계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1968년 스위스 비영리교육재단인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운영하는 교육체계이자 교육과정이다. 또한 IB교육은 과목간 경계를 넘나들며 진행하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이해와 탐구중심의 학습, 논·서술형 평가를 통한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며, 미래역량을 강화하는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제인증학교 교육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국제학교 중심으로 운영되었지만 그 우수성으로 인해 전 세계 161개국 5595교(2022.08.기준)에서 운영 중이다. IB교육은 학생이 얼마만큼 알고 있는 것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개념이해와 탐구활동을 통해 지식을 완성해 나간다. 이 때문에 학생들을 평가할 때 단답식 지필고사가 이루어질 수 없고, 서술형 논술형 평가가 진행된다. 개인별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경우, 평가는 발표와 토론에 따른 결과물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정답을 암기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스스로 사고하고 질문하여 답을 찾는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게 되고, 문제해결을 통한 유연한 의사소통능력을 배운다. IB교육은 PYP(Primary Years Programme, 초등학교), MYP(Middle Years Programme, 중등학교), DP(Diploma Programme, 고등학교)로 구성되어 있다. PYP과정은 전인적 성장, 자신과 타인의 존중을 추구하며 6개 교과군을 중심으로 학습한다. MYP과정은 학습과 실생활의 연계를 위한 도전적 과제해결을 목표로 폭넓고 균형 잡힌 교육을 받는다. DP과정은 신체적, 지적, 정서적, 윤리적 성장 및 학문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이를 위해 6개 교과군 및 핵심과정을 공부한다. 세계 3300여개 대학에서 DP성적을 인정하며 DP점수만으로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대구와 제주를 중심으로 IB교육을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DP과정은 한국어로 4과목, 영어로 2과목을 이수한다. PYP, MYP, DP 모두 IB인증학교(월드스쿨)가 되기 위해서는 IB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는 준비학교, 후보학교의 신청을 준비하는 관심학교, 인증을 받기 위해 교육활동을 운영하는 후보학교를 거쳐야 한다. 제주대는 IB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2023.06.23. 약대, 수의대의 지역균형 선발 인원 가운데 3명씩을 2026학년도부터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국내 의대에서도 DP학생을 위한 입학전형이 시행된다면 그 파급력은 대단할 것이다.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입학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의대에서 IB교육만으로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면 공교육 정상화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2023.11.14. 경기도교육청과 서울대는 IB교육의 정착을 위해 업무협약식을 맺고 IB교육정책 실천, 교원양성과 교육과정 개선, IB교육 역량강화 등의 연구 개발에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IB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북도교육청도 전북대와 손을 맞잡고 IB교육 발전과 IB교원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길 바란다. 2024년 초에 대구와 제주에서 DP교육을 이수하고 대학 진학을 하게 되는 학생은 193명이다. 대학에서는 주저하지 말고 DP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입학의 문을 보다 활짝 열어 주기를 바란다. OECD 38개국 중에서 수능, 내신이 모두 객관식 상대평가인 곳은 우리나라 뿐이다. IB교육의 도입을 통해 객관식과 주입식에 몰입되어 있는 한국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길 바라며 성적주도교육이 아닌 역량주도교육을 통한 교육발전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대규(용북중학교 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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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1 17:14

1년에 한 번 세금 내는 날

필자에겐 1년에 한 번 내는 세금이 있다. 종합소득세도 아니요, 자동차세도 아니다. 바로 지구에 내는 ‘지구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생일날, 나를 지금까지 있게 한 모든 것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을지 묘수를 찾는 시대에서, 이름도 없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세금을 자발적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19년 생일날, 선물로 배송되어 키만큼 높게 쌓인 택배들을 풀어 테이프와 운송장을 하나씩 떼고 있는데 순간 허망함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이런 가내수공업을 하는 것인가? 거실에 쌓인 물건들은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똑같은 물건을 선물 받아 이걸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줘야 할지, 당근마켓에 내다 팔아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택배의 테이프를 떼는 일은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다만, 그것들에 귀찮음을 느낄 때 ‘테이프를 떼지 않고 그대로 버린다’가 아닌 ‘테이프를 뗄 일이 없게 만든다’로 생각이 귀결됐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무의미한 짓을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쓰레기가 될 물질적인 선물을 받지 않고, 주변의 감사한 마음을 내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이도록 결심을 한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라는 말이 있듯, 생일이라는 이유로 지인들의 소비를 부추기고 싶지 않다. 내가 지금껏 자라는 데까지 온 마을과 온 세상이 도왔으며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착취가 있었을 터이니 그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마음이 필요했다. 그다음 연도 생일날 프로필 사진에 선물보단 기부에 동참해달라고 적었다. 의아해하는 반응, 속상해하는 반응도 있었으나 이내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연락, 내 이름으로 기부했다는 메시지가 하나, 둘 도착한다. 이 세금을 내게 된 지는 4년째. 어떤 방식으로든 잊지 않고 착실히 납부하고 있다. 세금을 납부한 지 2년째에 금액이 70만 원으로 늘어났고, 그다음 연도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신청하였다. 올해에는 100만 원을 유기견 보호소에 납부했다. 사실 1년에 한 번 내는 세금치고 큰돈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부에 마음이 없다면 만 원도 아까운 것을 알고 있기에 적은 돈이라도 거르지 않고 내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지구세 납부’ 프로젝트를 하고 난 후로의 필자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첫째로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게 되어 무척 마음이 편안하다. 소비는 쓰레기를 남기고 더 많은 생산을 종용한다. 따라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삶에 지장이 없는 것들을 소비하지 않게 되어 무해함을 느낀다. 둘째, 주위의 사람들이 덩달아 기부를 하게 된다. 나의 세금 프로젝트는 생일날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받은 사랑을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주위에 돌려주는 방법도 있다고 하나의 선택지를 더 알려준 셈이다. 그래서인지 본인의 생일날 기부를 하고 장기기증을 신청하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마음속 깊이 감사한 일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선물을 받고 싶지는 않냐고? 주위에서 선물을 주지 못 해 서운해하는 사람이 있길래 카카오톡 위시리스트에 물건을 담아둔 적이 있다. 환경문제와 동물권에 관련된 책이었다. 나의 솔직한 심정은 광활한 우주에서 먼지처럼 작은 내가 바람과 같이 지구를 스치듯 살다 가면서 쓰레기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의 생은 이걸로 충분하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당신의 생일날엔 지금껏 받은 것을 어떻게 돌려주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봄 직 하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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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1 17:14

매매계약을 해제 하면 양도세는 무조건 없을까

주택을 매매하게 되면 양도세를 내게 됩니다. 그 시기를 정함에 있어 세법에서는 잔금을 치르는 날과 등기를 한날 중에 가장 빠른 날을 양도시점으로 보고 양도세를 부과 합니다. 양도시기가 도래하여 세금 납부의무가 발생했지만 과다한 세금으로 인하여 이를 취소하고자 하는 경우에 어떤 상황이 있을지 이번시간에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실제 상담사례에서 의뢰인이 주택을 매매했는데 중과세율이 적용이 되는지 모르고 주택을 양도하여 잔금치르고 등기까지 완료하였다고 합니다. 뒤늦게 세무서에서 중과세율을 적용한 고액의 고지서를 받고나서 매수인에게 계약을 합의해제 요청하여 합의해제를 하였습니다. 이 경우 부과된 양도소득세 고지서는 어떻게 될까요? 계약의 해제 원인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매수자의 잔금 미납에 의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제의 경우 등기가 완료가 되었다 할지라도 계약의 위반으로 보고 양도행위가 소급하여 효력을 잃기 때문에 양도세 납부의무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합의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조세심판원과 대법원의 판단의 차이가 약간 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당사자간의 매매계약의 하자 없이 잔금이 적법하게 청산이 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후 계약의 해제 원인으로 소유권이 당초 소유자로 환원된 것이므로 양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소유권이 넘어 간것이므로 단순히 계약의 해제만으로 양도세 납부의무를 없애지 않았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조금 더 실질적인 관점에 의하여 바라보았습니다. 양도세가 부과된 이후에 해제가 되는 경우에 해제사유가 충분히 있고 대금 반환 및 이전등기를 원상회복한다면 양도세 납부의무를 없앴습니다. 주택을 매도시 부과된 세금을 단순히 세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시면 될 것같습니다. 따라서 양도세 부과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보고 등기를 이전해야 할 것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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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1 17:14

전주 덕진동 옛 법원부지 개발 속도내야

전주시 덕진동 ‘옛 전주지방법원·전주지방검찰청 부지 개발사업’이 별다른 진척없이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향후 사업 추진 일정도 명확하지 않다. 옛 전주지법·전주지검 부지 개발사업은 지난 2019년 말 만성동 법조타운 시대 개막과 함께 법원과 검찰청이 이전함에 따라 발생한 유휴 국유지를 토지개발을 통해 도시재생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은 수탁자인 LH가 약 2만8000㎡ 부지에 총사업비 423억원을 투자하여 토지를 조성한 후 법문화체험시설인 로파크(Law Park, 법무부 시설)와 공공주택, 도시지원시설 등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도시개발사업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2027년에 부지조성을 완료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다. 전주시는 로파크 건립 등 옛 법원부지 개발 사업이 공공기관 이전 후 침체된 주변 상권을 회복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덕진권역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전주 발전을 이끌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올초에는 우범기 시장이 신년 핵심사업 현장 방문 일정으로 로파크 건립 예정지를 방문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 속에서도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는 로파크는 법무부가 기존 건물 리모델링에서 신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기재부에 사업비 증액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주시에서도 도시계획심의와 도시개발계획 수립, 실시계획 인가 등의 행정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전주 덕진동 법조거리 일대는 수년째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완전히 활기를 잃었다. 법원 부지를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도시재생을 통한 덕진권역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 도시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상징적인 공간을 하루빨리 주민들에게 돌려줘 침체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우선 로파크 건립 사업의 주체인 법무부가 기재부와의 조율을 통해 예산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 전주시도 법무부 등 정부기관과 협력해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첫삽도 뜨지 못한채,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고 있는 전주교도소 이전사업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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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2.21 13:41

하림, HMM 인수…전북경제의 견인차되길

익산에 본사를 둔 하림그룹이 HMM(옛 현대상선)을 품게 됐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 컨소시엄은 추가 협상을 거쳐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 후 벌크선 분야 1위 업체인 팬오션(옛 범양상선)과 컨테이너선 주력인 HMM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재계 순위 27위인 하림의 그룹 자산은 약 43조 원으로 재계 순위가 13위까지 올라간다. 전북의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하게 된 것을 도민과 함께 축하한다. 일부에서 ‘새우가 고래를 품었다’고 말하기도 하나 최종 협상을 체결하고 승승장구해 전북의 긍지를 드높였으면 한다.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아직 난관이 없지 않다. 세계적으로 해운 경기가 침체한데다 자금 조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금액 6조4000억원을 하림그룹 자체만으로 조달하기 어렵고 서울 양재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짓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또 HMM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창업주 김홍국 회장은 병아리 10마리로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1978년 익산시에 황등농장을 세우며 양계업에 뛰어들어 각종 M&A를 통해 회사 몸집을 불렸다. 1986년 하림식품을 세운 뒤 2001년 천하제일사료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하림그룹을 출범시켰다. 이어 사료기업 선진, 돈육업체 대상팜스코를 차례로 사들였다. 육계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해 2015년엔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회사인 팬오션을 인수했다. 당시 무리한 투자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김 회장은 평소 나폴레옹을 존경해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앞세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사랑 정신이 남다르다. 하림그룹은 서울 본사를 2019년 익산으로 옮겼을 뿐 아니라 전북지역에 17개 개열사 55개 사업장을 두고 전북도와 익산시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전북 도민들 역시 2003년 익산의 도계공장 화재시 성금과 자원봉사로 지켜주었다.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하림그룹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돋움했으면 한다. 나아가 낙후된 전북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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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2.20 18:27

분열도 안되지만, 혁신없는 민주당도 안된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선언했다. 강서구청장 선거에 이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인요한 혁신위도 공염불이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가 목전에 왔다고 생각했더니, 지금은 그야말로 여당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을, 야당을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하는 몸부림이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이번 총선은 야당에게 윤석열 정부의 일방주의 국정운영방식에 맞서고 엉망진창 폭정을 타파해야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부여된 선거다. 하다못해 부산 엑스포 유치에 잼버리 예산의 몇 배를 써놓고 터무니없는 숫자로 유치실패했는데, 새만금 잼버리 때와 달리 감사원에서는 감사의 ㄱ(기역)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영부인의 명백한 부정청탁방지법 위배 소지 있는 행동은 덮고 언론사의 함정취재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기준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막무가내 국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 민주당은 분열의 위기에서 신음하고 있다. 회색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적정하게 거리만 유지한다면 사람들은 다들 안전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막상 회색 코뿔소가 점점 가까이 와 눈앞에 닥쳤을 때,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둘러싼 정치상황도 이와 같다.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도 큰데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정작 대처가 미비하여 위험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 지금 민주당에는 ‘여당의 혁신’이라는 회색 코뿔소가 계속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면서도 우리 민주당은 지금 그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분열 일보직전에 다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겐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분열은 여당과 이 정부의 엉망진창 폭정, 일방주의 국정운영을 막아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중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새만금은 감사하면서 부산 엑스포는 감사하지 않는 비일관성만해도, 이 정부가 호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드러내는 한 단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모으지 못하고, 총선조차 지게 된다면, 이것은 호남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민주당의 분열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통합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야당의 지도부는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단과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혁신없이 이렇게 “다 잘될거야”라는 식으로 가는 것은 또 다른 일방주의적 운영이면서 국민의힘의 변화라는 ‘회색 코뿔소’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뒤처지겠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당의 통합을 위한 지도부의 결단, 비상한 각오와 계획을 한시바삐 발표할 때다. 야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쇄신과 혁신, 그 동력은 결국 당의 지도부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에 민주당의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바 있다. 민주당을 사랑하고, 그 어느 때보다 절절히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염원한다. 그래서 절절하게 계속 말씀드린다. 당의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비상한 혁신과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민주당의 통합,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위한 지도부의 비상한 결단을 촉구한다. 혁신의 가운데에서 당이 단합되고 통합될 수 있도록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이야말로 나서야 할 때다. 그것이 호남,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자세일 것이다.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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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0 16:41

아이들의 ‘놀 권리’를 되찾아 주세요!

작년 2022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대사가 나온다.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놀지 못하는 아동들이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 장면이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는 이 시대 아동들의 외침이자 처절한 몸부림이다. 드라마 속의 장면이라고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되며, 아동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놀이권에 관한 굿네이버스 연구 자료에 따르면, 놀이시간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으며,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75.7%의 청소년들은 놀이 및 여가의 권리가 청소년의 권리라고 응답했다. 또한, 2021년 아동권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이 놀 권리를 보장받는 데 방해요인’으로 ‘어른의 간섭’이 47%로 가장 높은 응답율을 보였으며, ‘놀 시간 부족’ 27.4%, ‘놀 권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13%, ‘놀 공간 부족’ 6.3%가 그 뒤를 이었다. 아동의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명시된 아동의 권리 중 하나이며,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이다. 더불어 놀이는 각종 스트레스와 건강의 위협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의 전인적 발달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놀 권리와 놀이를 빼앗긴 우리나라의 아이들. 놀이라는 ‘놀 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의 미래라고 일컫는 아동이 존중받고 행복하며,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기를 기대하며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놀이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아동들은 인위적인 학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즉, 제대로 된 놀이를 통해 배워갈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하며, 놀 권리도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편으로 ‘아동 놀이환경 자치단’을 구성하여 우리 동네 구석구석 숨은 놀이환경을 찾아 디자인(아동의 요구를 반영)하며 아이들만의 키즈존을 확충하도록 한다. 특히, 상업화된 놀이자료보다 자연물은 아동의 상상력과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자료이다. 일례로, 순천에서 보았던 기적의 놀이터는 동네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흙미끄럼틀, 거미줄 네트 놀이 시설, 흙모래를 나르는 도구 및 설치대 등 다양한 자연물을 활용한 놀이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아동 스스로 놀이장소를 발견하고 아동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설치된 자연놀이시설은 매력적이고 아동 주도성의 ‘진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다. 둘째, 진짜 놀이가 발현되도록 놀이지도사 관련 교육을 통해 놀 권리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아동놀이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놀이의 3요소인 ‘무목적성, 자발성, 아동 주도성’이 발현될 때 가짜놀이가 아닌 진짜 놀이가 발현된다. 진짜 놀이를 할 때 아동들은 긍정적 정서, 내적동기, 자유선택, 과정 중심, 융통성의 특징을 보인다. 어른의 놀이 성향, 방식, 생각 등을 아이에게 강요하거나 놀이를 학습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아이와 놀이할 때 노는 척을 하며 아이가 힘들어하는 가짜놀이가 되지 않도록 진짜 놀이 즉 진정한 놀이의 실현이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아동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보호체계가 촘촘하게 마련되어야 하며, 부모뿐만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함께 노력하여 아이들의 진짜 ‘놀 권리’를 되찾아 주자! / 황지애 원광보건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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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0 16:41

나의 연잎 사랑

잠시 왔다가는 세상 헛되고 헛된 것인 줄 알고 있지만 나의 짧은 생각과 욕심은 언제나 실망을 안겨주었다. 모든 것을 믿고 생각이 앞서다 보니 생각과 결과가 너무 다르다. 완전함을 꿈꾸던 고집과 아집 때문에 따라오지 못하는 생각과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라 혼자 우는 시간이 많이 있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나 자신을 탓하며 내려놓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담금질하여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인내하면서 비움의 미덕을 배우고 있다. 또한 나는 연잎의 겸손을 배우고 사랑한다. 물방울이 채워지면 자연히 흘려보내고 또다시 새로운 물방울로 채운다. 나는 연꽃을 무척 좋아한다. 깊은 수렁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바라보며, 때 묻지 않은 고고하고 아름다운 자태에 내 모습을 비추어본다. 혼탁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앞만 바라보는 숭고한 자의 뒷모습을 유유히 밟아 본다. 커다란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피어난다. 다시 말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굴하지 않고 큰 꽃이 피어날 때까지 과정은 우리 삶의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때가 되면 꽃잎이 하나하나 낙화하여 제 모습을 감추어버리고 열매만이 남겨놓고 세월이 지나면 땅에 떨어지고 세월이 흐르면 또다시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므로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행복을 준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슬픈 마음이다. 진흙탕에서 함께 뒹굴며 서로 험담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분열을 일삼고, 주인의식 없이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고집과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분란만 일삼고 있다. 한 주인을 섬기지 못하는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일삼는 파렴치한이 많아졌다. 눈을 뜨면 탈당이네, 신당 창립이네, 누가 누구를 헐뜯고 투기하는 모습은 조선시대 당파싸움과 조금도 다를 게 없는, 변화되지 못한 시대의 흐름에 환멸을 느끼게 한다. 정책은 젊은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폐쇄적이고 타락한 일상에 젖어 범죄만 늘어가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마음 놓고 아이들이 자랄 수 없는 범죄 국가로 전락 되어 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윗사람들 눈치 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치고 할 말을 하고 전진해 나가는 당당한 젊은이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윗사람들이 문제이지만. 피어나는 새싹을 짓밟아 자라지 못하게 하고, 젊은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답지 못하는 윗사람이 자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로만 선진국이면 무엇하랴? 똑똑하고 젊은 인재를 키워주고 이끌어주는 정신적인 선진국이 되어야만 국가가 올바르게 성장해 나갈 것이다. 지저분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며, 연꽃처럼 흙탕물에서도 꿋꿋하고 정결하게 피어나기를 바라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존재 이유를 알고, 목표를 정하고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의 가치와 희망을 이루어 가기를 바란다.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인들이 자신의 욕망과 권력을 앞세우기 전에 떳떳하고 당당하여 사회가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넉넉하고 훈훈한 사회를 이루어 가기를 바란다. 윗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미련 없이 자리를 비워주자. 새순이 돋아나야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듯이 생동감 있고 진취적인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자신을 비우고, 남들이 박수쳐줄 때 물러날 줄 아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지식으로 사는 게 아니라 지혜로 살아가는 것이더라. /김종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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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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