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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과 할머니의 소송

열두 살 옥순이 일본 근로정신대에 끌려간 것은 1945년 4월이었다. 학교는 제비뽑기로 강제 동원에 차출될 아이들을 정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옥순이도 제비뽑기로 일본에 끌려갔다. 옥순이 일했던 곳은 일본의 전범 기업인 후지코시 공장. 항공기의 부품과 탄피 등을 만드는 군수공장이었다. 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 학교나 마을 단위로 차출되어 일본에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여성들을 이른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말기,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법령까지 만들어 여성들의 강제 동원을 합법화했다. 법령에 제시된 대상은 ‘만 12~40세의 배우자 없는 여성’이었지만 일본의 군수공장에 동원됐던 근로정신대는 어린 소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 도쿄 아사이토 누마즈 등 일본의 군수공장에 끌려갔던 조선의 소녀들은 1,700여 명. 강제 동원됐던 소녀들은 해방이 되고서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년 가까이, 또는 1년이 넘게 고통스러운 노동 현장에서 시달렸지만,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였다. 게다가 고향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일본 기업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그들을 역시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일본군위안부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4년이다. 이후 여러 차례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으나 일본 최고 재판소는 결국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강제 연행과 강제노동, 임금 미지급 등의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이 판결로 미쓰비시중공업도 협상에 나섰지만 끝내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법정투쟁도 순탄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8년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최종적으로 확정판결했지만 이후 국면은 반전됐다. 지금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의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93세로 세상을 떠난 김옥순 할머니도 생전에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이어왔다. 할머니가 손해배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4년 뒤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후지코시 쪽이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강제로 끌려가 고통스러운 노동에 시달리고도 임금 한 푼 못 받은 피해자들이 일본 최고 재판소로부터 사실을 인정받고도 정작 보상은 받지 못한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옥순 할머니는 꿈에 그리던 고향 군산에 돌아와 묻혔다. 배상도 사과도 받지 못한 할머니의 죽음이 우리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10.20 18:14

병력동원 소집대상자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병력동원소집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대편성이나 군 작전수요를 위하여 국가가 예비역, 군사교육을 마친 보충역과 법률에 의하여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중 병역동원소집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에 대하여 현역 복무 외의 군 복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장교, 준사관, 부사관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은 군인사법에 의한 현역 계급의 연령 정년까지, 현역·상근예비역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 병과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보충역은 복무를 마친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예비군에 편성되어 병력동원 소집대상자가 됩니다. 병력동원지정은 병력동원 소집대상자 중에서 군 소요를 충원할 수 있도록 최근 전역(간부 1~6년차, 병 1~4년차)한 예비군 적격자(계급, 병과, 군사특기)를 우선 동원지정함으로써 소집부대 전투력을 최대한 확보함과 동시에 유사시 신속한 동원을 위하여 소집부대로부터 근거리 거주자를 동원지정합니다. 다만, 군 소요와 지역별 인원 분포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적격자 없는 경우에는 유사 또는 비적소특기자가 지정될 수 있으며, 지역을 확산하여 동원지정합니다. 지방병무청장은 병력동원운용계획서에 의한 계급, 병과 및 군사특기 등 입영부대의 소집 소요를 감안하여 지역단위로 전산프로그램에 의하여 병력동원소집대상자를 지정합니다. 그리고 동원지정 된 사람이 신상변동 사항이 발생한 경우 동원지정을 해제하고 동원지정이 안된 사람 중에서 계급, 병과 및 군사특기가 맞는 사람으로 대체 지정 합니다. 병력동원소집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은 평시에 '병력동원소집통지서'를 상용앱, e-mail, 등기우편 등으로 교부받게 되며, 신문·텔레비전 또는 라디오 등 공고를 통해 동원령이 선포되면 통지서에 기재된 일시 및 장소로 입영하여야 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20 17:36

도의회 인사 청문제도 더욱 확실한 변화가 요구된다

전북도의회가 인사 청문 조례 도입을 두고 전라북도와 샅바 싸움을 벌이며 소송을 벌일 때만 하더라도 내실 있는 인사 청문 제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2003년 9월 4일 전라북도 공기업 사장 등의 임명에 관한 인사 청문 조례 안에 대한 재의결에 대해 전라북도가 원고가 되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결과 2004년 7월 대법원은 전북도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로 도의회가 재의결한 인사 청문 조례를 무효화시켰다. 단체장의 임면권에 대해 상위법이 없는 조례가 임면권을 제약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후 전북도의회가 전열을 가다듬고 전라북도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 검증 조례를 당시 김광수 의장 시절 인 2014년 12월 5일 공포하였으나 피소되어 2017년 12월 대법원 무효 판결로 또다시 무력화되었다. 두 번에 걸쳐 대법원의 무효 판결로 전북도의회가 내상을 입은 이후 이를 지켜본 대다수 전국의 광역의회는 인사 청문 법안 마련이나 인사 청문 조례 제정의 정공법을 포기하고 집행부와 타협하여 우회하는 방식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인사 청문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2015년 광주시가 가장 먼저 인사 청문 협약이라는 방식을 통해 인사 청문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후 전국의 광역 의회들이 앞 다투어 인사 청문 협약을 도입하였다. 전북도의회도 전라북도와의 협의를 통해 2019년 1월 인사 청문 협약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언론과 시민 사회, 도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통해 힘을 가질 수 있는 인사청문회의 가장 핵심인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고 청문 대상 공기업도 5개로 합의하며 제도 도입에 급급하여 집행부와의 줄다리기에서 끌려 다니며 양보와 양보를 거듭하여 거의 백기 투항의 모습이었다. 인사 청문 제도의 꽃은 각계 전문가나 도민, 언론의 취재, 시민사회의 활동을 통한 다양한 제보를 바탕으로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병역 문제,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등에 관한 시민들의 다양한 제보를 바탕으로 송곳 질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어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인데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며 기간도 하루로 국한하여 인사 청문 제도를 스스로 무기력하게 만든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는 제대로 된 인사청문제도의 도입을 기대하는 시민 여론에 대해 민주당이 집행부와 의회를 독점하는 구조에서 무늬만 인사청문제도를 도입한 결과였다. 민선 8기 들어 전북도의회는 도덕성 검증의 비공개를 공개로 전환하려 하였으나 집행부 설득에 실패하고 청문 기관을 4개 늘려 총 9개 기관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러한 결과는 여전히 인사청문회가 형식에 치우치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요식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도의회의 모습을 보면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인사 청문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할 때라고 본다. 2019년 인사 청문회를 도입한 이후 단 한 번도 “아니오!”를 결정한 적이 없는 현행 청문제도의 확실한 변화가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의 지방 의회와 연대하여 법 개정을 통해 법률로 인사청문제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청문회 기간과 기관 확대, 청문회의 생방송 추진, 도덕성 검증 공개와 더불어 청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각계의 인사로 구성되는 청문회 지원 위원회를 청문회 준비 기간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비록 협약으로 강제성이 없더라도 내실을 기해 언론과 시민 사회, 도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여론을 형성하여 특정 정당이 독점. 독주하는 한계를 극복하며 청문회를 제대로 운영하여야 한다. 청문제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20 15:08

전주역세권, 가련산 원안대로 추진을

전북지역 주택보급률은 110.4%에 달하고 있고, 전주의 경우 이보다 높은 113%가량 된다. 언뜻 생각하면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기 때문에 주택을 추가로 짓는 것은 무모한 일처럼 보이지만 전주시민의 약 35%가 무주택자인데다 자기 집이 있는 사람도 더 양질의 주택으로 옮기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늘 주택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무주택자를 비롯한 실수요자,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핵심은 전주 역세권과 가련산 일대를 당초 계획대로 빠르게 개발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거다. 민선 7기 시절, 전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갈등으로 ‘전주역세권’과 ‘가련산공원’ 개발사업은 중단됐다. 전주역세권개발은 2018년 국토부와 LH가 전주역 동편 장재마을 일대 106만㎡에 주택 7800가구를 공급키로 한 사업이다. 공급 주택의 70%인 5500가구는 임대아파트로 계획했다. 그대로 시행됐더라면 벌써 서민들이 입주해서 살고 있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당시 전주시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했다가 두 달 만에 정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전주시는 지나친 도시팽창으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국토부에 사업 취소를 요청한 것이다. LH측으로서는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시간만 흘러갔고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최근 들어 전주시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 전주역과의 연계개발 검토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련산공원 개발 역시 재판부가 LH의 손을 들어줘 추진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 시행자인 LH는 가련산 32만535㎡에서 민간임대 752가구 등 총 1503가구를 공급하는 전주가련산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전주시가 돌연 반대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업 추진 불가’를 주장하던 전주시가 민선 8기 들어 입장을 바꾸면서 두 사업 모두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북지역에서 입주요건이 마땅치 않아 대기자수가 수천명에 달하고 있고, 조건에 맞는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최장 2년 넘게 기다리는 게 현실임을 감안하면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전주시와 LH가 이른 시일 내에 추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20 13:41

키오스크 앞에서

몇 년 전 대학 은사님의 칠순 파티가 있다고 해서, 비록 은사님이 애써 가르쳐주신 전공 공부는 진작에 포기해버리고 딴길로 새어버린 불충 제자였지만, 오랜만에 모임에 참가했다. 수십년 만에 다시 만나는 동문 선후배들은 무척 반가웠다. 아침나절 다투었다가 저녁나절 히히덕거리던 철딱서니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그 옛날 나를 가르치셨던 교수님보다도 더 나이가 든, 중견을 넘어 원로를 향해 달려가는 과학자들이 되어있었다. 왜 이렇게 나이가 들었냐는 소리는 차마 못하고 서로 놀라움이 담긴 헛웃음만 연발했는데, 더욱 놀라웠던 건 은사님의 변화였다. 은사님은 현대 의학기술의 발달로 30년 전보다 오히려 더 젊어지셨는데, 함께 늙어가는 처지가 된 제자들에게 한가지 비밀을 고백하셨다. “햄버거를 먹덜 모대야. 망할놈의 키오스크 때문에.” 우리 실험 데이터의 허점을 매섭게 추궁하시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능숙하게 폭소를 자아내시던 그분의 유머감각이 여전했다. 우리는 배꼽을 쥐고 웃으면서도 세월의 무서움에 고개를 내저었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구사하고 그 누구보다 빛나는 연구 업적을 쌓았으며 20대 유학시절부터 미국 본토 햄버거 문화를 즐겨온 은사님이 그깟 자동주문 키오스크의 빛나는 화면 앞에서 얼어붙어 어쩔 줄 모르는 어르신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때로부터 다시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나는 모 대학의 문학 기행에 참가해 멋진 하루를 보냈다. 문학 명소를 찾아 젊은 친구들과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멋진 사진들을 찍었다. 말할 것도 없이, sns로 단련된 젊은이들의 사진 실력은 놀라웠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찍었는데 내 사진과 그들의 사진은 감성과 시야의 차원이 달랐다. 칙칙한 내 사진 말고 화사한 그들의 사진을 갖고 싶어진 나는 그들에게 연락처를 알려주고 사진을 받을 생각을 하며 머리를 복잡하게 굴렸는데, 그들에게는 그렇게 복잡한 일이 전혀 아니었다. “작가님, 이리 오세요.” 내 휴대폰에 그들의 휴대폰을 가까이 하고 무언가 가뿐한 보내기를 누르니 연락처를 몰라도 금세 사진이 도착했다. 실은 그런 현대적인 보내기 수단을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나는 쩔쩔맸는데, 젊은 손가락들이 내 휴대폰 설정 화면을 몇 번 터치하니까 수십 장의 사진이 고스란히 내 폰에 도착했다. 사진을 받는 동안 나는, 휴대폰을 어색하게 내밀고 황망한 표정으로 안경을 만지작거리는 대한민국 표준 어르신의 포즈를 성실하게 완수했다. 그때 내 얼굴은 키오스크 앞 은사님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일화들을 이제 나는 수십 개나 댈 수 있다. 처음에는 인기 있는 티케팅에 도전할 때 번개같이 빠른 딸의 손을 빌리는 것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나는 휴대폰 자체의 기능과 각종 앱의 활용성을 묻기 위해 젊은이들을 필요로하게 되었다. 심지어 매일 일상적으로 쓴다고 생각하는 메신저 앱에도 내가 상상하지 못한 수십가지 기능들이 숨어있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메신저 앱의 검색 기능을 안다면 괜찮은 축에 속한다. 우리는 일상적인 안부와 사진, 동영상, 웃긴 짤 정도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하다가, 어느 날 작심하고 ‘요새 문물’에 익숙한 한 친구에게 강의 삼아 이런저런 기능들을 배웠다. “난 이정도는 잘 할 수 있지. 젊은 애들이 매일 가르쳐주거든.” 중견 교수인 그는 젊은 제자들에게 배운 것들을 우리에게 전수해주었다. 우리는 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첨단기술을 열심히 배웠다. 세월은 인간에게 겸허해질 것을 요구한다. 이제는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에게 숨가쁘게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배울 생각은 않고 여전히 호통치고 가르치려 들면 우리만 손해다. 사자성어를 모르는 2030보다 손안의 매일 쓰는 기계를 망연하게 쳐다보는 우리가 더 큰일이다. 젊은 우리 스승님들은 어쩌면 학이시습지면 불역낙호아 라는 경구를 모르실 텐데, 그렇다고 쯧쯧거리며 핀잔을 주어선 안된다. 더 이상 2030이 아닌 우리는 먼저 그분들께 다가가고, 감사히 배우고, 배운 것을 기쁘게 때때로 연습해야 한다. 그것이 평생 배워야하는 이 시대의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심윤경 소설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20 13:39

일교차 크고 건조한 가을, 화재예방에 만전을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화재예방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메마른 공기 속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전열기기 사용이 늘어나 화재가 우려되는 시기다. 실제 화기 취급이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화재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은 바로 우리가 생활하는 주거시설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주거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12~2021년)간 도내 주거시설에서 모두 5106건의 화재가 발생해 409명의 인명피해와 255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화재 발생 장소는 단독주택이 67.6%(3451건)로 가장 많았고, 공동주택 25.0%(1274건), 기타 주택 7.5%(381건) 등의 순이었다. 내 집, 내 사업장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화재는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재난과 다르다. 화재는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와 방심에 의해 발생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무고한 이웃에까지 번져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순간의 부주의와 방심으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헛되이 잃어버리는 재난을 부르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특히 화기 취급이 늘어나는 이 계절에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화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선 주거시설 내에 화재 위험 요인이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또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다세대주택·연립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화재 발생 초기 소방대가 오기 전 피해를 줄이고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주거시설에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더라도 제대로 작동되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사용방법도 다시 숙지할 일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20 12:18

새만금 SK 데이터센터 구축, 누가 발목 잡나

최근 일어난 '카카오 먹통사태'는 우리나라가 한 순간에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자리한 SK C&C 데이터센터의 지하 전기실에서 발생한 작은 화재가 거의 전 국민의 일상을 멈추게 했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교훈은 데이터센터가 국가 기간시설 못지 않은 중요한 보안시설이요, 서버 분산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SK그룹이 새만금에 짓기로 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데이터센터 서버의 이중화·분산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 설치가 불가피하며 새만금 SK 데이터센터의 건립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함을 웅변해 준다. SK그룹은 지난 2020년 11월에 수상태양광 사업권(200MW)을 인센티브로 받고 새만금 산업단지에 2조1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창업클러스터를 2025년까지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대규모 시설투자는 새만금이 착공된 이래 최대의 투자일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SK E&S의 발전사업이 발목이 잡히면서 데이터센터의 건립이 난항에 빠져있다.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이 선행되어야 여기서 나오는 전기로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수 있어서다. 현재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은 새만금개발청의 사업자 선정과 한수원의 전력계통 연계가 늦어져 사업추진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는 한전이 변전소 송전용량 증설을 위한 계통연계 보강을 2026년 10월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새만금개발청과 한전, 한수원, 전북도 등 관계기관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보듯 새만금 데이터센터의 구축은 국가안보시설이나 다름없는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다. 속도를 내도 시원치 않은 판에 관계기관 사이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서야 되겠는가.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도 중요하다. 윤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비판적이어서 관계부처들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데이터센터는 RE100 등 세계적 추세와 기업의 의욕적인 투자, 데이터산업의 중요성에 비추어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9 15:54

20년 집권론과 전북

며칠 전 사소한 듯 해도 매우 눈길을 끄는 행사 하나가 열렸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자신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상왕’ 이란 명성에 걸맞게 쟁쟁한 야권 거물들이 운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이날 다시 한번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언급했다. 그는 “개혁적인 진영이 20년이 아니라 할 수만 있으면 더해서 어느 정도 축이 쌓여야 한다”며 “우리가 졌다고 해서 그 말(20년 집권론)이 틀렸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2020년 당원토론회에서 처음 언급한 20년 집권론을 그가 다시 꺼내든 것은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다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20년. 참으로 긴 세월이다.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뒤 형식적으로는 합법적 선거과정을 통해 집권한 기간이 통틀어 20년이 되지 않는다. 만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정권이 20년간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 도처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이 아닌 전북에 국한해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20년 집권이 아니라 40년 집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보와 보수, 여와 야가 있었던 전북의 정치 구도는 1987년 대선을 계기로 특정 정당 독식 구도가 똬리를 틀었다. 1991년 지방의회가 출범한 이래 전북의 지방권력은 명실공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독점해 왔다. 전북도지사의 경우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김관영으로 이어지는 당선자들은 모두 민주당계 후보였다. 강현욱 전 지사는 국회의원 4번, 도지사 2번 등 6번의 도전장을 던졌으나 비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것은 1996년 총선(신한국당) 단 한 번뿐이었다. 시장∙군수나 지방의원의 경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대부분 범민주당 계보였다. 김관영 현 지사는 지난 6월 전국 최고 득표율을 보였지만, 그 또한 2년 전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것만 봐도 민주당 아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무려 35년간 지방정권을 완전히 틀어쥔 전북의 민주당은 그동안 많은 공과 과가 있었다. 독재에 맞서고 중앙정부의 홀대를 이겨내면서 오늘날 전북을 이 만큼이라도 끌어온 게 민주당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북 낙후의 가장 큰 책임은 35년간 조타수를 맡아온 선장에게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인 것 같다. 민주당 지지세가 절대적인 전북에서는 20년 집권론이 낙담한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수사일 수 있다. 하지만 전북의 지방권력을 장악해온 민주당은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이제 도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다른 지역보다 무엇을 더 했는지 말이다. 20년 아닌 40년을 지배한 성과는 과연 무엇인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0.19 14:32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관심과 사랑을

현재 수사의 95%이상을 경찰이 하고 나머지는 검찰이 진행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이후 불필요한 수사심의관 제도 등 절차가 너무 많아 업무 과중으로 수사관 한명이 적게는 30건에서는 많게는 250건 정도의 미제사건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실정으로 현직 경찰과들은 수사 부서를 기피하고 현재 수사부서에 근무하는 수사관들도 기회가 있으면 타 부서를 전출하려 한다. 첫째, 수사에 한계가 있다. 절도, 폭력, 사기, 교통사범 등의 단순 사건은 증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수사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특가법(거액의 경제사범), 선거법, 공무원 범죄, 마약사범, 다단계 범죄, 산업 기술 유출 사건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서 단위 수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수사 지휘에도 문제가 많다. 일선 수사관의 지휘는 대부분이 경무, 경비, 정보 등에서 근무하다가 승진하여 소정의 수사경과 시험으로 수사 중간관리자, 서장으로 임명되어 지휘한다. 이들은 수사의 애환과 수사기법, 수사의 애로사항을 모르고 수사규칙만으로 ‘수사를 빨리하라, 기일 내에 송치하라, 검찰에서 재수사, 보완수사 등 지적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 매스컴에서 지적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 등의 지시일변도는 한마디로 수사지휘관 자기관리 위주의 수사 지휘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수사 지휘관들은 과거 최소 5년 이상의 수사 경력자가 담당해야 한다. 셋째, 무기 사용 권한에도 문제가 많다. 사례로 정신질환이 있던 사람이 집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들고 대항하자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사용해 피의자를 검거했는데 얼마 후 뇌사진단을 받아서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3억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피의자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선진국(미국,영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판결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에 따라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체포 구속영장집행 압수수색 등에 관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무기를 사용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무기 사용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결론. 수사인력 보강, 수사 장비 현대화, 수사비 현실화, 수사부서 근무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수사지휘관의 지휘능력 향상, 과도한 수사 감독(자체 감찰, 검찰, 수사심의관 등 다수의 중첩되는 감독수단)에 대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또한 고도의 지능범죄와 사회 이목이 집중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지방청 단위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직접수사가 필요하며, 검찰 및 언론에서 지적을 받으면 질책과 책임 추궁보다는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찰업무는 수사만이 능사가 아니고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외근경찰관의 예방과 검거도 중요함에 따라 검거 과정에서 법적 근거에 의거 무기를 사용했을 경우 외국처럼 경찰 구성원 개인에게 책임 추궁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경찰의 치안대처능력이 세계 10위안에 들어갈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경찰 창설 77주년을 맞이해 국민들과 정치권은 경찰을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기 바란다. /문승태 군산경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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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9 14:09

50년 전 전국체전과 합숙풍경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7일 동안 주 개최도시인 울산과 그 일원에서 17개 광역시·도와 해외동포 선수들이 출전선수 각자의 고장의 명예를 걸고 경쟁했던 전국체전이 성료되었다. 필자는 각 종목 경기장을 방문하면서 경기력 점검과 협회와의 소통을 하고 선수들에게는 격려의 시간을 가지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과거의 체전과오늘날 체전은 확연히 달랐다. 개.폐회식 때 카드섹션이 사라졌고 선수입장도 개성을 살린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 입장을 하였으며 정말 오랜만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셨다. 당연히 VIP는 단상에서 선수단을 기다리는게 관례였는데 선수들과 같은 입구에서 서서 입장을 하였고 대기실에서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고 주먹 악수를 하기 입장이 늦어지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운동은 예나 지금이나 합숙훈련을 하는데 과거의 합숙 풍경을 생각하면“아!그땐 그랬지”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필자는 구)이리농림고등학교(현 전북대학)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더 큰 도전과 선진 전주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주에 와서 훈련을 하기도 했는데 그곳이 고사동에 있던 종합체육관이였다. 복싱, 태권도, 역도, 씨름, 레슬링 등 5개 종목 연습장이 있었으며 지금도 이 체육관 출신들은 선.후배 위계질서와 끈끈한 동료애로 긍지를 갖고 있다. 이리에서 체육관까지 가기 위해선 2시간 넘게 소요됐다. 이리농고에서 평화동 시내버스 터미널까지 걸어가서 완행버스를 타고 성덕에서 전주가는 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미원탑에서 하차(구.시청옆)후 고사동 체육관까지 걸어가면 연습도 하기 전에 에너지가 완전 방전되어 녹초가 되고 만다. 체육관에 들어서면“이리 놈들”“이리 놈들 왔구나”소리가 들린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날 전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거리가 2시간 정도인데 익산에서 2시간이 걸리니 멀고도 먼 길이였기에 아주 시골 촌놈들이라고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쓴웃음이 난다. 1974년도 전국체전에 전북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화성여관(현 적십자병원 앞 고사동)에 숙식하며 훈련을 하고 전북대 앞 실내체육관에서 연습을 하였다. 여관은 가스보일러도 연탄보일러도 없었고 장작불로 방울 데우며 하나님과 동격인 무서운 선배님들 맛사지와 20여명의 선배님들의 빨래를 후배들이 세탁기도 없고 짤순이도 없는 상황에서 비틀어서 물을 짜다보면 너무 힘들어 후배들과 마주보고 좌우로 비틀어 짜곤 하였다. 그 많은 빨래를 위해 작두물 길어오는 담당도 있었다. 그 빨래는 널 곳이 부족해 지붕(기와)에 올라가 말려서 선배님들 운동 나가시기 전 머리맡에 둬야 운동이 시작되곤 했다. 하루종일 훈련하고 빨래하고 밥차리고 맛사지하고 선배님들 비유 맞추고(않맞을려고).. 그러나 어김없이 오늘도 빠따다. 방 따뜻하게 데울려고 쌓아놓은 장작이 도구가 되어 우리들의 엉덩이는 어느덧 핏빛이다. 엉덩이가 아파 어기적거리면 동작이 느리다고 때린데 또 때린다. 이런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목표가 없었다면 진즉 떠났을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토요일 날 외출을 나가 갈증해소와 영양보충을 위해서 얼음을 샀다. 음료수 사먹을 돈은 없고 해서 친구(심경무 전)김제 금성여중교장)와 함께 큰 톱으로 쓰려서 새내끼로 묶어서 파는 얼음 한관을 사들고 친구집으로 향한다. 얼음물에 사카린 타서 먹던 이야기는 지면이 한정돼 있어 여기서 우선 멈추고 다음 달에는 찢어져 발가락 나오는 경기화, 체중조절 중에 기절해서 사경을 헤메던 이야기 등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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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9 14:09

원내대표 도전, 새로운 정치를 위한 시작

‘이용호 42표 예상 밖 선전’, ‘이용호 깜짝 이변 연출’ 지난 9월 20일 주요 일간지 정치면 머리기사는 이렇게 장식됐다. 전날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전하는 내용이다. 사실 많은 고뇌 끝에 출마한 원내대표 선거였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115명 국회의원을 대표하는 ‘대표 의원’을 재선(再選)에 입당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맡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 현장을 30년 넘게 누빈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혹여 동료 의원들에게 분별력 없는 ‘돈키호테’로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하여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 여러 미숙한 모습을 드러낸 후에 새 원내대표를 뽑아 당을 일신하자고 하면서 박수로 원내대표를 추대하자는 ‘추대론’이 나오는 건 과거 회귀적 행태로 옳지 않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민주주의 정당은 위기일수록 치열한 토론과 경쟁을 통해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힘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6.25 전쟁 중인 1952년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지방선거까지 치른 바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추대론’이 확산되며 출마가 예상되던 3~4선 의원 다수가 출마를 망설인다는 소리가 들렸다. 개인적으로 접한 몇몇 의원들은‘박수 추대’는 옳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고심 끝에 먼저 출마 선언을 해 ‘경쟁의 장’을 빨리 마련해야겠다는 절박감을 안고 9월 15일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했다. 일부에서 깜짝 놀라며 “출마선언을 해 인지도만 올리려는 것 아니냐”며 완주에 의문을 갖고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많은 분들이 나와 치열한 경쟁의 장이 마련되길 바랐다. 그러나 후보 등록일에 등록한 사람은 나와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뿐이었고 경선은 결국 양자 대결로 진행이 됐다. 7분 주어진 정견발표를 통해 “국민의힘 당적 보유기간은 가장 짧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가장 간절하다”, “민주주의의 힘은 박수가 아닌 투표에서 나온다. 대한민국 각 분야에서 인정받아 이 자리에 오신 의원님들이 누구의 얘기 듣고 의사 결정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이용호가 당선되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 변화의 시작이다”등 가슴 깊이 쌓인 말들을 시원하게 쏟아 냈다. 선거 결과는 아쉬웠지만 많은 언론이 ‘대 이변’이라고 보도했다. 어느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용호 의원의 선전은 호소력 있는 연설 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찬의 말씀이며 저 이용호가 아닌 당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모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발전은 정당 민주주의 발전에서 시작된다. 국민 다수의 의사를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대표하는 정당이 자유롭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게 탄생한 민주적 리더십으로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독점구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지역정당 구도가 사라져 국민의힘에서 호남 출신 원내대표가 나오고 민주당에서 영남 출신 원내대표가 나오는 게 자연스러운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그런 정치를 만드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나에게 남은 소명이라 생각한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그런 새로운 정치를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이용호 국회의원(국민의힘·남원임실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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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9 13:42

전주시 도시계획 규제완화, 역동적 변화 기대

전주시가 민선8기를 맞아 도시발전을 가로막아온 불필요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시계획 규제 완화의 토대가 될 ‘전주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었다. 이번 조례 개정으로 도시개발 관련 행정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 그동안 터덕이던 재개발과 재건축이 활성화되고, 도시 안전성과 미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우범기 전주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전주의 대변혁을 이끌겠다’며 굵직굵직한 도시개발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우 시장은 당선 후에도 “전통은 보전하되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도시를 재개발,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개발보다 재생에 역점을 두고 생태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전임 시장과 철학이 다르다. 도시정책과 관련해서 굳이 어느 방향이 맞는지 엄격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 단지 수십년 동안 변한 게 없이 정체된 전통의 도시 전주에 역동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인구절벽 시대, 수도권 1극 체제 해소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전주가 호남권 거점도시 역할을 해내야 한다. 사람과 재화가 모이는 도시, 활력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변화와 발전에 발목을 잡아온 규제부터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주시의 규제완화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천년도시 전주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을 파괴하고 건설업체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새겨야 한다. 이에 대해 우 시장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고, 바꿀 것은 과감히 바꾸겠다”고 했다. 도시의 전통과 문화·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주의 대변혁을 이끌겠다는 의지다. 천년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야 할 곳은 보존·재생하고, 낙후지역이나 도시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곳은 과감한 개발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어쨌든 전통도시 전주가 지향하는 도시계획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다. 우려도 있지만 당위성은 충분하고 지역사회의 요구도 많았다. 체계적인 도시정책과 계획으로 전주의 역동적인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9 12:41

전주시의회 집안단속이 먼저다

매사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추진할 때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실제 그 일에 대한 잘잘못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즉 타이밍은 민심 향배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 변수 역할을 한다. 전주시의회 해외 연수 추진도 그런 점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물론 내년 월드 배드민턴 준비와 관련해 내실 있는 연수를 공언하지만 문제는 그 추진 시점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얼마 전 남원, 정읍, 완주 의회는 지역경제 침체 등을 이유로 연수 예산을 반납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광역 기초의회 15개 지역 중 4곳은 아예 해외 연수 예산을 세우지 않았고, 6개 지역은 삭감 예정으로 전해졌다. 도의회를 제외하고 앞서 3개 지역 반납을 포함하면 기초의회 중 지금 전주시만 해외 연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머쓱하게 됐다.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전주시의원의 도를 넘는 일탈로 인해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의원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 코로나 자가격리 중인 의원은 바다낚시를 위해 방역 수칙을 위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시의장 불법 수의계약 논란과 관련해 업체 대표와 공무원이 고발당하는 등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다. 의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눈총 받는 상황에서 자숙 모드를 유지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단골 뇌관’ 인 해외 연수까지 나왔으니 여론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작년 코로나 상황에서도 제주도 연수를 추진했다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의회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은 여야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사회 변화에 대한 욕구가 분출함으로써 혼란과 파행이 뒤따랐다. 전북에서도 도지사와 전주시장이 바뀌면서 전주지역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의회도 이런 변화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미래 청사진 마련에 힘을 보태야 할 국면이다. 이번에 당선된 의원 중 초선이 17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그만큼 의원들의 역량 강화는 물론 유관 기관과의 소통, 지역 현안 공감대 형성이 긴요한 시점이다. 해외연수 추진도 그 업무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 추진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가피한 사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역경제 어려움을 내세워 경비를 반납하는 다른 시군 의회와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아쉽다. 전주시의회가 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권자 선택에 의해 배지를 달게 된 이들에게는 엄격한 도덕성과 함께 지역 사회에 대한 무한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한 순간이라도 이런 기대가 무너지면 그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더욱 혹독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연수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의원으로서 역할과 소명을 다했는지 먼저 묻는 것이다. 짐작컨대 최근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과거 지방의원 관광성 해외 연수가 불거질 때마다 시민들의 반응은 극도로 격앙됐다.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0.18 18:36

충청도처럼 여야간 경쟁정치체제를 만들어야

서울에서 봤을 때 전북의 존재감이 갈수록 흐릿해진다. 왜 그럴까. 돈이 없고 돈 될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맛과 멋의 예향이라고 알려졌지만 지금은 명성에 비해 초라하다. 이 같은 근본 이유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 결정적이다. 전북은 산업화가 뒤처지면서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은 곳이 돼버렸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나그네 신세가 되었다. 나이 든 노인들만 북적이는 고령사회가 만들어졌다. KTX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지역이 가진 자본 등 모든 역량이 수도권으로 블랙홀처럼 빨려간다. 금융권과 대형유통업체를 통해 자본의 역외유출이 심각하다. 글로벌 경쟁구조하에서 살아남을 게 없다. 심지어 맛집도 수도권에 쏠려 미식가의 발길을 유혹했던 전주 맛집이 예전 같지 않다. 빈곤의 악순환 마냥 찾는 손님이 줄어 장사가 안된다. 명성을 날렸던 기존 음식점도 겨우 명맥을 이어갈 정도다. 왜 전북이 이 모양 이 꼴이 됐을까. 농업소득이 한계에 다다라 기업유치를 통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했어야 했는데 그걸 제대로 못 했다. 행정에서 그간 죽기살기로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외쳐댔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갔다. 이윤추구를 가장 중시한 기업들이 전북에 별다른 매력을 못느껴 들어오지 않고 있다. SOC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고급인력도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은 점등이 기업한테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관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전북으로 기를 쓰고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다만 시장 군수들이 기업 유치했다고 자랑삼아 맺었던 MOU가 휴짓조각이 된 사례만 비일비재하다. 취임 100일이 지난 김관영 지사와 서거석 교육감은 전북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체육 등 모든 면이 이렇게 문제가 심각한지는 몰랐을 것이다. 전북의 낙후는 인구감소와 경제력 저하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농인구 증가로 인구가 줄었지만 그 속도가 빨라지고 유입인구가 따라오지 못한 게 문제다. 특히 청년들의 이탈은 심한데 노년층의 인구가 많은 초고령사회를 만들었다는 게 구조적인 문제다. 10개 시군이 소멸될 위기에 처할 정도로 도세가 약해졌다. 정권교체로 전북의 정치상황이 불리해졌다. 윤석열정권이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전반적으로 긴축재정을 펴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가 어려울 것 같다. 정치인은 표대로 움직인다. 지난 대선 때 윤 후보가 전북에서 14.4%를 얻어 역대 대선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20% 이상만 얻었어도 정운천 의원 같은 국힘의원이 더 발 벗고 나설 수 있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인 새만금사업이 이 정권에서 기대 이하로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선거 때 제시했던 공약사업과는 거리가 먼 지역개발사업 정도로 그 성격을 격하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새만금사업이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역대정권이 그랬듯 이 정권도 임기 동안 국가재정을 쏟아 붓을 정도로 이 사업에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김지사가 취임초부터 새만금 관련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고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다른 지역처럼 강력하게 지원 해줄지는 의문스럽다. 여소야대하에서 김 지사가 집권 여당의 도움을 받으려면 국민의당 시절 함께 당을 이끌었던 올드보이들을 우군으로 만드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도민들이 젊은 정치인을 지사로 뽑았기 때문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혹여 맘에 들지 않는다고해서 마구 흔들어대거나 흠집내는 일은 안해야 한다.의욕적으로 일하는 김 지사가 타 지역 출신을 측근으로 기용했다고해서 마냥 비판만 할 일이 아니다. 취임초부터 하이퍼 튜브나 두산 계열사 유치 등 성과를 드러낸 김 지사도 너무 의욕이 앞선 나머지 보여주기식으로 도정을 이끌려는 생각은 금해야 한다. 전북낙후를 떨치려면 국가예산과 고용효과가 큰 기업유치를 많이 해야 한다. 숙원사업해결과 국가예산 확보를 잘 하려면 정치권부터 바꿔야 한다. 충청도처럼 여야가 경쟁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전북이 발전할 수 있다. 30년간 철옹성을 쌓아온 민주당 아성을 무너뜨리는 게 시급하다. 다음 총선 때 현명한 선택을 해야 전북이 길을 찾을 수 있다. /백성일 주필·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0.18 18:19

익산 코스트코 입점, 지역경제에 도움돼야

미국의 창고형 도매 유통기업인 코스트코(Costco)가 익산 왕궁물류단지에 입점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호남권에서는 최초다. 아직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나 무엇보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전북도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익산왕궁물류단지㈜는 6일 익산왕궁물류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사업 면적은 45만 258㎡, 기간은 2024년까지다. 코스트코는 9월 기준으로 미국, 캐나다 등 12개국에 838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전 세계에 1억2000만명의 회원과 30만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회원제 운영, 조건 없는 환불, 저렴한 가격,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적은 취급품목 수가 특징이다. 또한 1국가 1카드 원칙과 좋은 직원 복지정책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에는 서울, 경기 등 모두 18개 점포에서 지난해 연간 매출 5조원을 넘었으며 최근에는 수도권의 새벽 배송에 뛰어들어 쿠팡이나 롯데맥스 등 대형마트들이 긴장하고 있다. 호남권에서는 2015년 순천과 나주에 입점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전북의 경우 전주 에코시티와 완주군 삼봉지구에 입점을 시도했지만 무산되었다. 그러다 이번에 익산시가 적극적인 유치 입장을 보였다. 코스트코는 다량구입이 가능하고 물건이 싸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전북지역 소비자 일부도 대전으로 원정쇼핑을 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업체와 지역사회가 서로 이익이 될수 있는 상생방안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여부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문을 연 코스트코 김해점의 사례가 참고가 될듯하다. 김해점은 김해시청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대표와 코스트코 관계자 등이 참석해 6개월간 수차례의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갖고 지역사회 기여방안에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판매품목 취급 제한, 지역민 우선채용, 지역금융기관을 통한 예치금의 소상공인 대출 지원, 지역 우수제품 입점, 대규모 광고·홍보 제한 등을 담고 있다. 또 무료 배달서비스 제한, 기부·장학사업, 지역사회 공헌활동 등도 포함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는 코스트코를 통한 전북 농식품의 수출 판로 개척도 고려해 볼수 있다. 자치단체와 소상공인, 코스트코 측이 최상의 상생안을 도출해 지역과 기업이 상호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8 15:22

효과성 검증 계획이 없는 기초학력 책임제는 공허한 외침이다

비교적 진보 교육 철학이 강했던 지난 시대의 반성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기초학력’ 문제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공감과 열망이 더 커 보이기도 한다. 유독 뒤쳐져 있다고 생각한 학력과 진학으로 과거 전북 교육의 업적을 거의 가려버리는 느낌까지 있다. 이에 기초학력 책임제 공약의 실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획과 과정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열망은 정작 그 도달과 성과에 있다. 실현과 도달을 열망하므로, 노력했으나 어려웠다는 결과가 예측되는 계획은 안 될 얘기다. 더 나은 수준의 지속적 지향이 아닌, 오직 기초학력 영역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욕심은 타당성이 있다. 요즘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량 교육과정 시대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초학력에 대해서만큼은 그 결과와 성과가 교육적 양심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기초학력 책임시스템 구축에 대한 구체적 과정에서 ‘학력’에 대한 개념 문제가 아마도 난관이었을 것 같다. 과거의 교육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학력의 개념을 의심 없이 교과 학습력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미래인재 양성에서 요구되는 것은 교과 학습력보다는 ‘역량’이다. 그러므로 학교교육의 목표와 과정, 방법 등이 역량 개발 중심으로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늘 사용해 왔던 학력과 실력이라는 말도 어느덧 역량에 가깝게 그 의미가 확장되어 가고 있음이 감지된다. 그러나 역량 교육과정은 최소한의 교과 학습력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법률에 명시된 대로 ‘학교의 학생이 학교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것’의 도달을 말한다. 따라서 기초학력을 논할 때는 매우 순수해질 필요가 있다. 학력의 확장된 의미를 동원할 필요 없이 기초 학습력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준비하고 있는 기초학력 책임시스템 계획에는 그 도달에 대한 강력한 장치가 없다. 다시 말하면 효과성 검증 단계를 굳이 삭제하고 있다. 진단 후 보정 노력을 했으면 그 도달 여부의 검증과정이 있어야 책임제가 아닌가. 도달 검증까지 하면 역량 중심의 이 시대에 구시대 유물처럼 너무 학습력 중심으로 간다는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기초학력조차도 역량으로 보는 오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역량 개발의 필요조건인 기초학력은 자기이해, 진로설계 등에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힘으로 규정되면서 이미 학생인권의 출발로서도 해석이 되고 있는 실정에 있다.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여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조성’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의무를 학교장에게 주고 있다. 학교는 시행하고 교육청은 적극적 지원을 함으로써 기초학력은 반드시 ‘도달’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계획을 잘 짜도 실행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계획 단계에서부터 효과성 검증을 삭제하는 것은 학교 현장을 충분히 돕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책임’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기초학력 도달의 토대 위에서 실현되는 역량 교육의 생동감은 학생 스스로가 먼저 실감할 것이고, 학부모, 교사도 그 교육력 제고에 한층 더 큰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도달할 만한 믿음직한 계획을 통해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여기에 희망찬 역량 교육을 더하여 인재 양성의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송영주 전 군산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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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10.18 14:24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 상생할 수 있을까

새만금 신항만의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도내 항만물류업계에서 단연 화두가 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 양항(兩港)의 상생이다. 양항은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현재 새만금 신항의 기본계획상 부두기능이 군산항과 거의 비슷해 자칫 양항 모두 침체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미리미리 양항의 여건을 비교, 상생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만금 신항은 건설기본계획상 오는 2040년까지 5만톤급 9개 선석을 건설토록 돼 있으며 부두기능도 잡화, 자동차, 컨테이너로 군산항과 차별화돼 있지 않다. 특히 신항만은 진입항로부터 선석 수심까지 14m로 계획돼 있는데다 토사매몰현상도 군산항처럼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산항의 경우 5만톤급 2개 선석이 위치한 7부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두가 2∼3만톤급에 그치고 있다. 또한 5만톤급 부두조차 계획수심 14m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다. 항로는 준설에 준설을 거듭해도 심각한 토사 매몰 현상 반복에 따른 낮은 수심으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특히 7부두에서 1부두까지 ―자(字)형으로 거의 모든 부두가 수심이 양호한 5만톤급 7부두의 보조 항만 역할을 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항이 상생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새만금 신항의 부두기능 대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신항만은 컨테이너, 콜드체인 물류시설을 통한 농식품 전용항만, 수소 항만으로의 특화 등으로 방향이 잡혀야 양항이 상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군산항의 현안인 준설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선행되지 않고는 장미빛 청사진에 불과하다. 새만금 신항의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양항의 상생은 물론 신항의 부두 기능전환 또한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무역항이 31개에 달해 물동량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새만금 신항 주변에는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단지가 없다. 특히 물동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계획상 새만금 신항은 오는 2040년에 완공되지만 새만금 개발은 2050년 완료된다. 신항만이 개항을 해도 물동량 부족으로 개장 휴업상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군산항 기존 물동량의 새만금 신항으로의 점진적인 이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군산항은 위기에 젖어든다. 새만금 신항의 기능전환을 통한 양항의 상생은 무의미한 외침에 그친다. 보다 적은 물류비용부담을 기대한 화주들은 수심이 깊고 부두 규모가 큰 신항을 선호하게 될 것은 뻔하다. 군산항을 근본적인 준설로 양항으로 조성, 기존 물동량의 이전이 최소화될 때만이 현재 구상하는 대로 새만금 신항의 기능전환을 통한 양항의 상생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수출 물동량의 80%이상, 수입 물동량의 40·%정도가 타지역의 유출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도내 2개의 항만은 시너지 효과를 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새만금 신항과 군산항의 상생! 전북도와 도내 정치권이 머리를 싸매고 풀어야 할 현안이 됐다. 오는 2027년이면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이 완공된다. 그런 만큼 서둘러 군산항의 근본적인 준설방안을 찾아 추진해야 한다. /안봉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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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2.10.18 14:07

새만금국제공항 전액 국비로 건설하라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새만금국제공항 건립문제가 도처에서 암초가 나타나면서 전북도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새만금 신공항 부지 인근에서 고려청자 조각이 발견되면서 자칫 공사중단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차에 국정감사 과정에서 재원조달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남 무안공항, 청주공항, 양양공항 등 다른 지역공항의 경우 전액 국가재정이 투입돼 건설되는데, 유독 새만금국제공항만 한국공항공사의 투자 참여(사업비 20%)를 허용하고 있는 이유가 불분명하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재정상황이 악화된 한국공항공사의 투자 참여는 전액 국가재정 투입 방식과 비교할 때 자칫 사업비 조달 측면에서 안정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수흥 의원(민주당 ∙익산갑)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것인데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사실 그동안 공항 건설은 일관되게 전액 국비로 추진해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무안, 청주, 양양 국제공항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건립이 확정된 새만금국제공항의 경우 한국공항공사의 투자 참여를 허용한 것은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추진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비 8천억원 중 한국공항공사가 20%인 16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최근들어 코로나19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진 공항공사가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을 못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공항공사가 새만금국제공항 터미널 건설 비용을 부담해도 현행법상 공항시설이 국가에 귀속되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자율적으로 서비스 개선을 할 수 없어 효율적인 공항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빨라야 오는 2029년 개항이 예정된 가운데 사업비 조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국 유일의 공항 오지인 전북의 상황은 어떻게 되겠는가. 도민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독 새만금국제공항만 전액 국비로 하지 않는 이유가 궁색하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국토부가 전액 국가재정을 투입하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뜩이나 늦어진 전북의 관문 새만금공항이 더 이상 실망감을 주는 일이 없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전액 국비 투입 방침을 확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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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0.18 11:40

옥정호와 섬진강 르네상스

호남평야 농업용수 공급원으로 20세기 한반도 농경사의 중심에 섰던 옥정호가 힐링 생태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실군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섬진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섬진강 르네상스의 백미로 꼽히는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가 22일 개통된다. 환상적인 물안개 덕분에 사진작가들이 몰려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은 옥정호 붕어섬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곡창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한 옥정호는 한반도 수자원 개발의 역사와 삶의 애환을 품고 있다. 이 호수의 역사는 동진강 유역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27년에 축조된 운암제에서 시작된다. 운암제는 일제가 섬진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동진강 수계로 유역변경시켜 곡창지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건설한 중력식 댐이다. 이후 1945년에는 이 인공 호수에 정읍 칠보면 쪽으로 터널을 뚫어 섬진강수력발전소(칠보발전소)를 세웠다. 이 발전소는 옥정호의 수자원을 끌어내 발전에 사용한 후 동진강 수계로 방류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물길을 바꾼 수자원은 호남평야와 계화간척지의 농업용수, 그리고 전주지역 일부와 김제·정읍 등 전북 서남권 지역 상수원으로 사용됐다. 1965년에는 기존 운암제 하류 쪽에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준공됐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운암제는 물에 잠겨 그 기능을 상실했다. 댐 건설로 삶터를 잃은 주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경기도와 동진강 유역 등으로 흩어져야 했다. 이들 수몰민 2700여 세대의 이주·정착지로 조성된 곳이 계화도 간척지구다. 동진강 하구 계화간척지를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계화미의 산지로 일궈낸 농민들이 바로 옥정호 수몰지역 이주민이다. 옥정호는 홍수조절, 전력생산, 농업용수, 상수원 등으로 활용돼 다방면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농업의 비중이 줄면서 농업용수 공급원으로서의 위상도 낮아졌고, 금강 상류에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수자원 공급권역도 대폭 축소됐다. 호수를 품은 임실지역 주민들에게는 혜택보다 아픔을 더 많이 안겼다. 호수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2015년 해제 때까지 개발에 제한을 받아야 했고, 주민들의 불편도 컸다. 인접 지역과의 갈등도 되풀이됐다. 임실군이 역점 추진한 옥정호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이웃한 정읍시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읍의 상수원인 옥정호가 개발사업으로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21세기 들어 섬진강댐 재개발사업(2007~2018년)이 추진되면서 임실 운암면 주민들은 정든 삶터를 다시 떠나야하는 아픈 이주의 역사를 되풀이해야 했다. 옥정호(玉井湖)는 그 이름처럼 구슬같이 맑고 깨끗하다.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수자원개발의 역사와 애환을 담고 있는 옥정호의 화려한 부활에 관심이 쏠린다.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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