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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들은 김 지사의 패기찬 리더십을 기대한다

김관영 지사 취임식장에 축하객들로 크게 붐볐다. 김원기 전국회의장을 비롯 군산 출신 강현욱,유종근 전지사 도의원 각 시군 선거운동원등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국힘의 비례대표인 정운천, 익산 한병도, 김제 부안의 이원택의원만이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그날은 시장 군수 취임식을 오전후로 나눠 진행해 국회의원들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간 조정해서 참석할 수 있었다. 50대 젊은 패기로 도정을 이끈 김관영지사는 82.11%라는 전국 광역단체장 중 최고득표율을 기록했다. 전북지선 투표율이 48.7% 밖에 안된 상황에서 이 같은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 낸 것도 의미가 컸지만 투표장에 가지 않은 유권자가 절반이 넘었다. 특히 군산에서 38.7%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지방의원들의 무투표 당선자가 많아 관심이 적었고 시장 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은 것도 투표율 저조로 이어졌다. 김 지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복당시킨 인물이라서 지금도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이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 김 지사가 어떻게 지지기반을 확대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으로 김 지사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도정을 이끌려면 우군 확보가 필요하므로 차기총선 때 정치적으로 가까운 인물을 출마시킬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런 점에서 김종훈 경제부지사의 무진장 완주 출마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지사가 새로운 전북 건설을 캐치플레이즈로 내걸고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지만 우선 군산지역의 경제난이 의외로 심각하므로 군산조선소 재가동이나 기업유치를 통해 군산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특히 지난 지선 때 신영대 의원과 강임준 시장이 원팀으로 움직이면서 대척점에 서 표가 안나왔다고 여기기 때문에 보란듯이 시민의 지지를 끌어 올리려고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을 지낸 진안 출신 김종훈씨를 경제부지사로 발탁하기 전만해도 군산 출신 채이배 전의원의 이름이 거명됐다. 공인회계사인 채 전의원은 김 지사의 정치적 동지나 다름 없어 다음 총선 때 김 지사의 지지기반을 발판삼아 군산에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사와 신영대의원은 군산제일고 선후배 관계지만 지난 21대 총선 때의 선거감정이 아직도 앙금으로 남아 쉽사리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취임초부터 30대기업 5개를 유치하려고 동분서주하는 김 지사가 국힘 윤석열정권과 좋은 관계를 맺어 전북몫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김 지사가 운발이 좋아 단시일에 지사직을 거머줬기 때문에 극복해야할 부분이 많다. 특히 유권자 3분의1을 차지한 전주에서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국민의당 출신 김광수 전의원을 정무특보로 기용한 것은 전주 유권자의 정서를 잘 모르고 한 인사라는 것. 전주 여론 주도층 가운데는 지사 비서실장을 지역사정에 밝지 않은 광주와 국민의당 출신을 앉힌 건 잘못된 인사라고 지적했다. 선대위나 인수위 구성 때는 김지사 주변 인력풀이 얕아 군산제일고나 국민의당 출신 고시출신등을 기용했지만 지사 취임 이후에는 선거 때 빚진 게 없어 탕평인사를 할 수 있다. 김 지사가 고시3관왕이라해도 혼자서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서 쓰는 게 절대 필요하다. 철밥통인 공무원들의 의식을 어떻게 기업가적인 마인드로 바꿔 놓느냐가 현실적 과제다. 임기가 다 된 출연기관장 인선 만큼은 전문성을 가진 능력자 위주로 골라 써야 한다. 그간 30년 이상 도지사 주변을 맴돌면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그저 그런 사람들을 쓰면 과거와 다를바 없다. 선거감정은 하루 아침에 없어지거나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북발전을 위해 지난 도지사 경선 때 라이벌이었던 안호영 김윤덕의원측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승자로서 먼저 손을 내미는 여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일부 민주당 지지층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국민의힘과 협치를 하겠다면서 정운천의원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 국힘 박성태 정책보좌관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늬만 협치라면서 김 지사가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새만금전북특별자치도와 기업유치를 위해 서번전번(서울에서 번쩍 전북에서 번쩍)하는 김 지사의 패기를 도민들은 기대하고 존중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8.02 18:59

전북도 조직개편 효율성 높여 성과 내도록

전북도가 민선 8기를 맞아 새롭게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기대감 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지사 직속기구로 기업 유치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대기업 유치에 시동을 건 것은 좋지만 팀장제 폐지와 함께 중간 관리자인 사무관을 무보직 상태로 운영하려는 것은 공무원의 사기 저하 우려를 낳고 있다. 전북도는 김관영 도지사 체제가 출범하면서 선거 공약인 대기업 유치와 일하는 조직을 구현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전북도가 예고한 조직 개편안을 보면 기존 2실·9국·2본부 체제에서 3실·9국·1본부로 재편한다. 기업 유치와 기업하기 좋은 전북 구현에 중점을 둔 이번 조직 개편안의 핵심은 도지사 직속으로 기업유치지원실을 신설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기업 유치와 기업 애로 해소, 창업 지원 등 기업 관련 업무를 김 지사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사실 기업 유치는 그동안 전북도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렇지만 얼마 전 LG화학의 새만금 산단 입주 포기 사태와 완주의 쿠팡 물류센터 건립 무산 위기에서 보듯이 기업 유치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도지사가 직접 기업 유치를 꼼꼼히 챙기고 다각적인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팀장제를 전면 폐지하고 무보직 사무관을 대거 운용하는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일종의 충격 요법을 통해 일에 대한 동기부여 의도로 풀이되지만 오히려 조직의 역동성과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공무원은 사기가 중요하다. 120여 명에 달하는 팀장 보직자가 갑자기 무보직 상태로 직원과 같은 위치에서 일하고 승진이나 근무평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면 제대로 일할 사람이 있겠는가. 당장 공무원노조에서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북도는 민선 자치이후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조직 개편을 단행해왔다. 어떨 때는 1년도 안 돼 조직을 바꾸기도 했다. 그렇지만 공무원 조직 개편에 따른 성과는 그리 내세울 만한 게 없었다. 사람이 일하지 조직이 일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괄목할만한 성과는 내는 전북도의 조직 개편이 돼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02 18:55

익산시의회 중복·예산낭비 재용역 철회해야

익산시의 도시관리공단 설립 추진과 관련해 시의회가 이미 완료된 용역과 별도로 자체 용역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고시한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이미 용역을 마쳤는데도 민간기관에 다시 용역을 맡기겠다는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법정기관이 내놓은 용역 결과에 문제가 있다면 세밀하게 분석해 개선책을 찾아나가는 것이 합당한 조치다. 같은 용역을 두 번씩 추진하는 것은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다. 최근 만들어진 익산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인 익산시 도시관리공단 연구회는 2000만원을 들여 도시관리공단 설립관련 자체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용역비용은 의원 1인당 500만원씩 책정된 의원연구용역비에서 10명이 나눠 부담한다고 한다. 의원연구용역비는 지방의회의 정책 개발을 위해 편성되는 예산이다. 집행부가 이미 실시한 용역과 같은 내용의 용역을 추진하는데 사용하겠다는 것은 예산편성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익산시는 도시관리공단 설립을 위해 지난해 관련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한 차례 보류된 뒤 올해 3월 부결됐다. 시장이 자기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려 한다는 부정적 시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둔 정헌율 시장은 도시관리공단 운영은 차기 시장의 업무인 만큼 공단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민선 8기가 시작된 이후 익산시는 수정된 도시관리공단 설립 운영 조례안을 다시 제출했지만 시의회는 지난달 20일 또 다시 처리를 보류했다. 관련 조례안을 심의할 상임위 구성이 바뀌고 초선의원이 다수여서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의원들 스스로 조례안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예산이 투입돼 이미 추진된 용역과 같은 내용의 용역을 시의회가 다시 추진하는 것은 중복 용역이자 예산 낭비다. 법정기관이 실시한 용역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자체 용역의 신뢰성도 확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집행부와 이견이 있는 용역은 언제든 재용역을 추진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만드는 일이다. 법정기관의 용역결과에 의구심이 있으면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책을 찾는 것이 더 타당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02 18:29

우범기 시장의 뚝심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지만 전주 시정의 역동적 기운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도 우범기 시장은 현안 사업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현안 중에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대한방직터 개발과 관련해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데 행정이 왜 도움을 주지 못하느냐” 며 민자 유치에 따른 지역 개발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전주 완주 통합과 종합경기장 개발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해서도 강한 드라이브를 예고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취임 직후부터 이런 정책 기조를 뚝심있게 밀어붙임으로써 공직 사회의 혁신적 변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언급한 현안 이외에 황방산 터널과 역세권 개발도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사업은 전주의 지도를 바꿔 놓을 만큼 폭발성이 큰 프로젝트다. 전임 시장 때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현안들이 한꺼번에 이슈화 되면서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과 취임 한 달 만에 전주 시장이 바뀌면서 일어난 긍정적 변화의 움직임이다. 기존 근시안적 포퓰리즘 행정에 넌덜머리를 냈던 일부 시민들은 지역 발전에 호기를 맞았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물론 일부 현안은 벌써부터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노골화되는 등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우 시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우 시장 취임 후 변화에 대한 거센 물결은 전임 시장 때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시내 간선도로인 백제대로 곳곳은 가로수와 보도블럭을 파헤치고 인도를 점령한 채 공사가 진행돼 시민 짜증을 유발한다. 코로나 불황 때문에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서 멀쩡한 인도를 뜯어내는 일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걸 보면 심사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 2조 5000억 들여 50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대한방직 개발 계획서를 제출한 지 3년 넘도록 아무런 결론 없이 질질 끄는 행정은 어떤가. 이처럼 안타까운 경우는 2년 만에 불씨가 되살아난 역세권 개발도 마찬가지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주시가 LH와 함께 지구지정 승인까지 마쳤는데 돌연 주택보급률 115%를 내세워 사업을 중단시켰다. 이 밖에도 서부권 교통지옥 해소를 위한 황방산 터널은 생태환경 파괴를 주장하는 환경단체 반발에 막히고, 메가시티 붐과 함께 광역권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타시도와 달리 전주 완주 통합은 이미 3차례나 실패를 겪었다. 우 시장에게 거는 유권자 기대는 전주를 확 바꾸라는 것이다. 그는 특유의 CEO 기질이 뛰어나 강점으로 꼽는 중앙부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가시적 성과를 내라는 주문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침체 분위기에 젖어 있는 전주시의 면모를 일신하는 게 최대 과제다. 제 아무리 좋은 명분과 실리를 가진 사업이라도 타협하고 결실을 맺지 못하면 빛을 잃기 마련이다. 사업추진 과정에 반대 세력은 존재하고, 욕먹을 각오로 그들과 소통하며 상생 방안을 찾느냐가 그의 시험대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8.02 18:29

변호사 우영우와 ESG의 E

얼마 전 평소 긴밀하게 지내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환경·사회·거버넌스를 뜻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딴 ESG에서 ‘E’에 해당하는 정확한 단어가 무엇이냐는 내용이었다.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엔 이견이 없는데, 환경을 두고는 ‘Environmental’과 ‘Environment’를 두고 어느 게 맞는 표기인지 갑론을박이 있다는 전언이었다. 인터넷의 백과사전에서는 물론 다른 많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영어표기가 형용사와 명사로 엇갈렸다. 맞는 표기는 ‘Environment’이다. 원래 투자용어에서 유래한 ESG는 사회책임 관점에서 투자대상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다. 사회책임투자(SRI)에서 투자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모두 명사이어야 한다. 그럼 ‘사회’는 ‘Social’보다 ‘Society’가 맞는 것 아닐까. 답은 간단하다. ‘Social’ 또한 명사이다. 투자대상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사회’일 수는 없다. 기업이 사회와 관계를 맺는, 사회적인 양상을 살피며 투자적격 기업을 선별한다. ‘Social’은 기업경영의 사회적 측면을 뜻하는 내용상의 명사이다. 환경ㆍ사회ㆍ거버넌스를 뜻하는 ESG로 쓰면 되니까 영어표기에 정색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이 예상된다. 형용사가 본질에서 주어를 설명하는 보어로 사용되거나 명사를 수식하는 용도로 활용되기에 언제든 명사에 치여 희미해질 수 있다는 걱정은 단지 기우일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다. 제작진이 극중에서 장애를 다루면서 세심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극의 구조상 이 드라마에서 장애의 소비가 불가피하다. 드라마에서 장애인으로 그려진 우영우는, 우영우를 뺀 현실의 거의 모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에겐 별똥별이나 기러기처럼 비교를 불허하는 저 높은 곳의 존재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재인 것이 흥행의 핵심 요소이다. 너무 압도적인 그 탁월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으로 장애가 사용됐다고 말한다면 세상을 너무 삐딱하게 보는 것인가. 우영우는 현직 대통령 윤석열을 포함한 서울 법대로 통칭되는 엘리트 집단의 주변인이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의 대표가 아니다. 물론 우영우가 현실의 인물이라면,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여 대중예술로 재현한 것이 아닌 진짜 편견과 차별, 소외에 투쟁한 진짜 피와 살로 된 그 실제 인물이라면 그는 삶으로 장애를 공유하기에 장애는 장식이 아니다. 즉 장애는 수식어나 형용사가 아니라 주체이자 명사가 된다. 반면 서울 법대 수석 서울 의대 수석 등을 내세워 엘리트 집단의 정점과 그 집단 내 주변부 사이의 대비를 극대화한 상업주의 드라마에서는 장애인이 사라지고 특출한 변호사 ‘불구하고’만 남는다. 자폐스펙트럼이란 형용사가 탁월한 변호사를 수식하고 증발했다는 견해는 ESG에 더 주효하게 적용된다. ESG의 핵심은 두말할 것 없이 E이다. 일각에서 E를 형용사로 만들어 ESG의 뒷전에 두려 한다는 우려가 전해진다. ESG의 모든 현장에서 E가 ESG의 맨 앞에 자리한 확고한 명사임이 기억돼야 한다는 생각이 우영우를 보며 들었다. ESG는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ESG가 아니다. E가 형용사이어서도 안 된다. 영어표기가 생각보다 중요한 사안 같기도 하다. /안치용 ESG연구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8.02 14:00

도립공원계획 변경 난개발 우려 없도록

전북도가 모악산과 대둔산 마이산 선운산 등 도립공원 4곳에 대한 공원계획 변경 용역에 들어감에 따라 공원구역 조정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다. 공원구역 해제나 편입에 따라 토지소유주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무분별한 공원구역 해제 시 마구잡이식 난개발을 부추길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달 말 도립공원의 자연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 도모를 위해 모악산과 대둔산 마이산 선운산 등 4개 도립공원에 대한 공원계획 변경 용역을 내년 1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할 시·군으로부터 공원시설 계획과 공원구역 해제나 용도지구 조정 등 공원계획 변경 수요를 파악한 뒤 토지소유주와 지역주민 등 도립공원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 과정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수십 년 전부터 도립공원 지정과 함께 공원구역이 설정되면서 토지이용 규제로 인해 사유재산이 침해 받거나 이용 제한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보는 토지주도 있다. 이에 자연공원법에 따라 10년 주기로 공원계획 변경을 추진해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공원구역 조정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공원 구역 해제나 편입 등은 이해관계가 첨예해서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다. 도립공원 구역 해제 시 토지주에게는 땅값 상승과 함께 개발 이익을 안겨주지만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자연공원 환경 훼손과 지역주민의 민원을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자연공원 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사실상 돌이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주시와 인접과 모악산의 경우 최근 대도시 인근 전원주택지로 크게 주목받으면서 개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중인동에 대단위 실버타운이 들어서고 구이면에는 산 중턱을 깎아 대규모 워터파크가 설치되었다. 몇 해 전에는 모악산 등산로 입구에 사찰 건립이 추진되면서 납골당 설치 문제로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최근엔 도립미술관 인근에 대규모 주택단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도립공원 주변 지역에 개발이나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공원구역 조정을 추진하게 되면 공원지구 해제 요구가 봇물 터지듯 분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북도는 도립공원계획 변경 시 특혜 시비나 난개발 우려가 없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01 18:47

도전하는 전북

법원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선거에 대해 지난달 당선인 무효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치러진 제12대 중앙회장 선거에서 이상한 모양으로 접은 투표용지와 특정 부분에 기표한 투표용지가 다수 발견된 것을 문제 삼아 김태경 전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이 제기한 소송에서 김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같은 기표 방법으로 투표한 행위는 무기명 비밀선거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김 전 회장은 당시 선거에 출마해 서울시회장 출신 후보와 경쟁했지만 석패했었다. 대의원 162명 가운데 73표를 얻어 88표를 얻은 경쟁 후보에 15표 뒤졌다. 선거이후 대의원들의 이탈 방지 및 색출 수단으로 경기도회는 투표용지를 대각선 방향으로 두 번 접고, 인천시회는 투표용지 오른쪽 위 귀퉁이에 기표하도록 담합했다는 소문을 접한 김 전 회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법원 판결로 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재선거 가능성이 높아졌고 김 전 회장의 재도전이 예상된다. 11·12대 전북도회장을 역임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30년 동안 서울 출신이 중앙회장직을 장기 집권해 지방은 소외받고 정책 참여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방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변화와 혁신을 꾀하겠다”며 중앙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었다. 전국 5만여 전문건설회사를 대표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 1985년 설립 이후 비수도권 출신이 회장을 맡았던 적이 없었다. 40년 가까이 넘지 못했던 수도권의 벽을 깨보겠다며 지방 가운데도 세가 약한 전북회장 출신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고 선전했다. 전북 출신의 중앙무대 도전은 지난 2020년에도 있었다. 6선 조합장 출신인 정읍농협 유남영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나서 결선투표까지 갔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유 조합장은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수도권(경기 판교낙생농협 이성희 조합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농협중앙회 62년 역사상 최초의 전북 출신 중앙회장에 도전한 유 조합장은 “농도 전북의 자존심을 찾겠다”고 각오를 밝혔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도전이었다. 전북 경제계의 중앙무대 도전과 달리 전북 정치계는 조용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에는 모두 25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전북 지역구 의원의 도전은 전무했다. 전북 정치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는 “실패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태경 전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의 중앙회장 재도전 성공으로 전북의 위상과 자존감이 새롭게 각인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8.01 15:35

미륵사 탑 복원은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필자는 2021년 7월에 출간한 ‘지방도시 익산의 반격’(글나무출판사)을 작업하며 과연 ‘익산을 살리는 킬러(Killer)가 무엇인가?’ 수없이 고민해보았다. 중견기업이던 쌍방울이 1997년 외환위기에 무너지고 난 후 익산은 20년간 쇠락의 길을 걸었다. 도시를 대표하는 뚜렷한 기업 하나 없이 버텨온 셈이다. ‘익산’하면 떠오르는 귀금속·보석산업은 안타깝게도 희망고문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주)하림이란 기업은 익산에게 내려준 신(神)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만약 ㈜하림조차 없었다면 익산은 진즉 부도가 났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신(神)의 선물을 찾아야 한다. 익산의 이웃인 전주의 ‘한옥마을’은 성공작의 표본이다. 전북을 찾는 여행객들이 빠짐없이 찾는 유일한 명소(名所)가 되었다. 천만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다른 명소가 전북에 존재하는가? 물론 없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곳은 미륵사지(彌勒寺址)이다. 그래서 미륵사탑을 복원하게 되었다. 복원하는 동안 20년이라는 세월을 참아왔다.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막연히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다. 왜 그럴까? 답은 현장에 가보면 안다. 무려 6만평에 달하는 미륵사지에 탑만 덩그러니 서있으니 허허벌판에 여행객들이 찾아올 이유가 없다. 요행히 한번 왔다고 해도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 청와대 개방! 역대 대통령이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라는 의미에 한국 ‘최고의 정원(庭園)’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 본관과 관저는 일별하는 것으로 끝이지만 의자에 앉아서 정원 분위기를 즐기는 것은 영원한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역사적인 유적이 있다고 해서 다시 가고 싶은 장소가 될 수는 없다. 전주 ‘한옥(韓屋)마을’은 한옥이라는 한국적인 테마에 전주의 먹거리라는 양념을 곁들였기 때문에 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미륵사 복원사업은 결코 익산만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 소멸되어 가는 위기의 지방을 살리는 길이다. 최근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大選) 운동기간 중에 황룡사와 미륵사 복원을 공약하였다.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사찰 건축에 관한 기록부재, 막대한 소요예산으로 미륵사 실물복원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선 디지털(3D)로 하고, 윤석열 정부 5년간 미륵사지를 ‘한국 최고의 백제정원’으로 복원(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5년 내에 1,000억 원(추정) 예산으로 윤대통령 임기 내에 완공하자는 것이다. 익산에 하늘이 내려 준 미륵사탑을 중심으로 3만평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철저히 제외하고, 나머지 미륵사지 3만평의 2개의 연못 주위에 한국 ‘최고의 백제(百濟)정원’이 복원되어야 하고 미륵사지 둘레 1.7㎞에 산책로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덧붙여 미륵사지 앞 도로 양측으로 각각 2㎞를 ‘미륵사로(彌勒寺路)’로 명명하고 이 도로변에 펜션, 제과점, 커피숍, 음식점, 목공소, 기념품점, 독립서점 등이 들어서야 한다. 무언가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만약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전주의 한옥마을과 함께 전북의 2대 명소(名所)가 될 것이다. 전북 익산은 ‘살고 싶은 지방도시’가 될 것이고 더불어 고질적인 인구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남충우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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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1 14:16

바다 점령한 플라스틱, 안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난 3월 22일,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은 군산해경, 해양환경공단, 군산시 낚시인협회 등과 함께 비응항 서방파제에서 ‘깨끗海’ 캠페인을 겸한 해양정화활동을 실시하였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해양쓰레기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는 양반이었다. 방파제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암석 틈틈이에 쓰레기가 들어차지 않은 곳이 없었다. 빈 페트병, 술병, 음료수병, 커피용기, 라면봉지, 나무젓가락, 낚시 봉돌, 엉켜있는 낚싯줄, 낚시바늘, 낡은 밧줄과 폐그물 등.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좁쌀 만한 크기로 부서져 버린 스티로폼 가루였다. 버려진 후 풍우에 시달리다 잘게 부서져 돌 틈 사이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고 수거하기도 어려웠다. 해양수산부가 동·서·남해안 40개(2021년부터는 60개) 지역에서 두달에 한번씩 실시하는 ‘국가 해안가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수거한 해안쓰레기는 219,202개(14,956㎏)이며, 이중 플라스틱은 187,584개(8,198㎏)이다. 해안쓰레기 중 플라스틱이 85.6% (무게기준으로는 54.8%)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어 미세하게 쪼개지면 바다동물이 먹이로 착각하여 먹게 되고 최종적으로 우리 식탁에까지 올라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혈관을 통해 간, 심장, 뇌까지 침투하여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최근 실험결과 염증 및 불임, 암 등과도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고, 플라스틱이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정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렇게 편리함을 가져다 준 플라스틱이 이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들은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망각한 채 살아왔다. 나중에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취해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귀찮음이 훗날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우리 모두가 한번 쯤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국내외에서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고 각 국가별로도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정확한 양이나 위치에 대한 집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단기간내에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가 미세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쓰레기를 버리면 안된다고 배웠다. 배운대로 버리지 않으면 된다. 지금 당장 내 손에 들려있는 페트병, 커피용기, 비닐봉지를 되가져와서 제대로 분리 배출하면 된다. 오늘부터 실천해보자. 습관을 만들어보자. 당장은 귀찮더라도 반복하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혼탁하고 어둡고 위험한 바다를 물려줄 것인지,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를 물려줄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오늘부터 습관을 만들어 보자. 모든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실천이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해양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김해기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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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1 14:15

금산사 회랑(回廊)은 바다로 이어져 있고

도솔암이 장엄하단 말 옛날부터 들었는데/ 봉래산의 조용한 모습 이제야 보네/ 천 걸음 되는 회랑은 물 불어난 바다로 이어져있고/ 백 층 누각은 물위에 뜬 뭇 봉우리를 감싸고 있네/ 세상을 잊은 해오라기는 종소리 속에서 잠들었고/ 불법을 듣던 용은 탑 그림자 사이에 서려 있네/ 난간마루에 걸터앉아 있자니 해질 녘 어부들의 노래 소리 들리고/ 물결은 비로 쓴 듯이 잔잔하며 달은 활처럼 굽은 모양으로 떠오르네.(舊聞兜率莊嚴勝, 今見蓬萊氣像閑. 千步回廊延漲海, 百層飛閣擁浮山. 忘機鷺宿鍾聲裏, 聽法龍蟠塔影間. 雄跨軒前漁唱晩, 練波如掃月如彎.) 고려 말 문호였던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1287~1367)선생이 김제의 「금산사」를 제목으로 삼아 쓴 시이다. 시 안에 놀랄 만한 구절이 있다. “천 걸음이나 되는 회랑은 물 불어난 바다로 이어져있고”라는 구절과 “난간마루에 앉아 있자니 해질 녘 어부들의 노래 소리 들리며”, “비단 물결은 비로 쓸어 놓은 듯 잔잔하다”라는 구절이다. 김제 금산사의 회랑이 바다로 이어져 있고, 금산사 난간마루에 앉아서 어부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발아래로 바다 물결을 바라보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금산사는 고려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고 하니 이 시를 통해 고려 말까지만 해도 금산사 코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포은(浦隱) 정몽주(鄭夢周1337~1392) 선생도 금산사 앞이 바다였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시를 남겼다. 푸른 물결 사이로 금산사의 모습이 완연하네/ 산 아래 조각배에 몸을 맡겨 이곳으로 돌아왔더니/ 눈 아래로 금산사의 참모습이 다 펼쳐 있으니 /다리 힘들여 더 올라야 할 게 뭐있으랴.(金山宛在碧波間, 山下扁舟信往還. 眼底已窮眞面目, 不須脚力更登攀.) 이 시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왔더니 금산사의 전체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고 읊고 있다. 역시 금산사 앞이 바다였음을 말해 주고 있다. 최근 연구자들 사이에 김제 벽골제(碧骨堤)를 두고 ‘인공으로 판 저수지 둑’이라는 주장과 ‘바닷물을 막은 방조제’라는 주장이 나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살펴본 이제현, 정몽주 두 선현의 시를 통해 고려 말의 상황을 유추해 본다면 벽골제는 인공 저수지 둑이 아니라 바닷물을 막은 방조제일 가능성이 많다. 금산사 코앞까지 바다라고 했으니 말이다. 부안군 주산면은 한자로 ‘舟山(주산)’이라고 쓴다. ‘배를 대었던 산’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이름이다. ‘배매산’이라는 산도 있으니 ‘배를 매어 둔 산’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평야인 주산면이 옛날에는 배가 드나드는 해안이었던 것이다. 이제현, 정몽주 두 선현의 시를 통해서 우리는 고려말기만 해도 주산면으로부터 김제 원평 들을 지나 금산사에 이르는 지역이 바다로 이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전국에 금산사라는 이름의 절이 여럿 있다. 그 중에는 인천과 부산 등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자리한 금산사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금산사는 최근에 세워진 신흥사찰이다. 이제현, 정몽주 두 선현이 시로 읊은 금산사는 당연히 김제의 금산사이다. 선현이 남긴 한시 두 수가 김제 벽골제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와 한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글전용’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한자교육 강화를 추진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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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1 13:45

지역정치권·지자체 다시 원팀으로

지역 정가의 이슈였던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에 한병도 의원이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 소속 전북의원들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 같은 우려는 올 대통령선거 이후 증폭됐다. 여기에 차기 도당위원장 선출을 놓고 합의 추대에 실패해 경선을 치를 경우 전북정치권의 분열 양상을 그대로 표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차기 도당위원장을 합의 추대하기로 의원들이 의견을 모으면서 파국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정권이 바뀌어 민주당이 야당이 된 상황에서 지역정치권이 똘똘 뭉쳐 국비 확보 등 현안 해결에 매진해도 부족할 판에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음 총선에서 도민에게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었을 것이다. 재선인 한병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권 유력 인사로 부상해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과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지역정치권의 역량을 한데 모아 전북발전을 위한 원팀을 복원하는 게 차기 도당위원장에게 주어진 역할이자 임무다. 민선8기 새롭게 닻을 올린 전북도와 각 시·군, 그리고 지역정치권이 원팀으로 뭉쳐 당장 현안사업 국가예산 확보와 국책사업 발굴에 힘을 모아야할 중요한 시점이다. 인구절벽시대, 지방소멸 위기를 떨쳐내고 지속가능한 전북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여야 협치도 요구된다. 민주당이 야당이 된 상황에서 일당독주 체제의 한계를 극복해내야 한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전북지사가 최근 민선 8기 첫 정책보좌관에 박성태 전 국민의힘 전주병 당협 운영위원장을 선임했다. 국민의힘 전북도당이 추천한 인사로 전북도와 집권여당,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김 지사가 강조해 온 여야 협치의 신호탄으로, 전북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함께 가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역정치권도 이에 답해야 한다. 전북발전에 ‘하나된 힘’을 보태야 한다. 말로만 원팀을 외치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한다면 결국 공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제 낙후와 소외에서 벗어나 ‘전북 성공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전북도민의 간절한 요구에 지역정치권이 화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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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8.01 11:27

말로만 원팀 각자 도생

정치권이 바빠지게 됐다. 여야 협상으로 원구성을 마치면서 국회가 개원했기 때문이다. 다시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해 민생이 어렵게 돌아간다. 기준금리 계속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져 서민들이 죽을 맛이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기름값 등 각종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면 혹시나 행여나 하고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도로아미타불로 그친다. 젊은 패기로 기대를 모은 김관영 지사가 취임 초부터 죽으라고 뛰고 있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 같다. 본인의 공약사업인 대기업 5개 유치를 위해 항상 서울 출장 가기 전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2명 정도 사전 약속을 해서 만나고 돌아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 그 결과 지난 26일 두산 쪽에서 김제 지평선 산단에 투자키로 MOU까지 체결해 첫번째 성과를 냈다. 투자금액이 693억으로 고용창출인력이 110명에 불과하지만 수치로만 단순하게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 요즘 대기업이 지방에다가 공장을 지어도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용창출효과가 별반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두산의 투자로 앞으로 투자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젊은 김 지사가 시간을 쪼개써가며 노력한 결과 취임 한달도 안돼 기업 유치성과를 냈는데 지난 27일 열린 서울에서의 김 지사 초청 국회의원 조찬간담회에 이용호 김수흥 의원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전북정치권은 숫자가 다합쳐도 분대급 밖에 안돼 여기서 2명 빠지면 김 지사가 헛심 팽기기 십상이다. 지금 전북이 메가시티와 특별자치도에서 빠져 있어 중대기로에 놓여 있다. 제주 강원도까지 특별자치도가 돼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판에 전북만 외돌토리 신세로 육지속의 고도(孤島)로 전락했다. 전북은 윤석열 정권이 집권하면서 정치적으로 불리해졌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지만 전북에는 지원군이 못 되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때는 말로만 지원해 주겠다고 요란을 떨었지 실제로 전북으로 돌아온 게 별로였다.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새만금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려고 김 지사가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할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이 진정성을 갖고 원팀이 되어줄지는 의문이 간다. 익산 출신 김수흥 의원은 조찬간담회에 참석치 않고 도의회를 찾아와 기업유치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해 손발이 안 맞은 정치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익산 출신 전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이 고향으로 돌아와 정치를 재개할 것을 의식해서 이 같은 제안을 했는지는 몰라도 김 의원의 처사는 올바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에 시간적 여유가 많았는데 굳이 이날 불참하면서 이 같은 일을 꼭 했어야 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용호 의원도 사전에 불참을 통보했다지만 선뜻 납득이 안 간다.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하면서 입법활동 하는 게 주임무지만 지역발전에 관해서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각자 도생 하기에 바빴던 의원들이 원팀을 이뤄낼 것인가는 지켜볼 일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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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7.31 20:08

전주가 전라도의 수도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한 우범기 전주시장은 본지 기고(7.14)를 통해 “강한 경제의 도시 전주로의 탈바꿈”을 예고했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경제력에 달렸다고 단언했다. 7개 실행방안으로 △대기업유치, 금융기관이전, 중소기업 육성, 지역문화자산을 활용한 5만개 일자리 창출 △탄소,수소,드론 등 미래산업 육성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고도제한 등 규제완화 △종합경기장, 대한방직 개발 △전주, 완주 통합 △천안-아산-세종-전주 KTX 노선 신설 △조성궁원 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했다. 7개의 실행방안을 살펴보면 규제완화를 통한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외에 6개 항목은 상대가 있는 일이다. 말하자면 전주시장을 “을”의 위치에 서게 하는 시도는 할 수 있지만, 상대방(중앙정부, 기업, 완주군민)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그에 반해, 규제완화를 통한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는 전주시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건설기업인의 시각에서 전주시의 재개발, 재건축 규제완화를 고찰해본다. 첫째,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지역경제가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지역건설업계의 참여(원도급, 설계, 감리 등)를 통해 지역경제활성화가 도모되어야 하지 단순하게 주택공급만을 위한 재개발, 재건축을 위한 규제완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 지역은 혁신도시, 효천지구에서 지역건설이 소외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막대한 건설이익을 수도권과 전남권 건설사가 가져가는 것을 눈뜨고 바라만 본 경험을 다시 되풀이 하여서는 안 된다. 전주시 관내 20여개의 재개발 재건축 공사 중 우리지역 건설사가 시공사인 2개 단지(신원리브웰, 삼천쌍용)의 공사추진이 원만한 것을 보면 지역건설사의 역량이 충분함에도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바로 이 부분,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지역건설사의 참여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규제완화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좀 더 쉽게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들이 지역건설사를 시공사로 택하기에 충분한 당근을 제시할 수 있는 규제완화이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재정비하여 지역발전방안을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소규모 재건축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지역건설사의 참여를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길게는 20년도 소요되는 사업으로 지역건설사의 시공 참여가 극히 어려운 반면 소규모 재건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절차가 단순하여 4~5년 내 완공이 가능하고 지역건설사가 시공하기에 적합한 규모로 지역경제활성화 효과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 때문에 주택공급을 통한 주택가격안정과 지역경제활성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역건설사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 필자에게는 전주·완주혁신도시, 효천지구 APT건립공사에 전북업체의 하도급공사참여를 위하여 전북도와 전주시에 신설을 제안하여 설치한 하급전담팀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를 자주 접함에 불구하고, “하도급전담팀 설치를 좀 더 일찍 제안했더라면 전주완주 혁신도시, 효천지구에 우리지역 건설사의 하도급공사참여가 좀 더 활발하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지역경제가 살아야 내가 산다. 지역을 지탱하는 힘은 자본이기 때문이다. 자본이 없으면 지역은 소멸한다. 민선8기 건설정책은 지역건설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자본과 인구유출 방지를 위해 전주시와 익산시에서 확인한 하도급공사 활성화 성과를 넘어 재개발 재건축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지역건설사 원도급수주활성화 지원” 이어야 한다. 우범기 전주시장의 “불가능 할 것 같은 일, 그것은 대부분 능력 밖의 일이 아니라 경험 밖의 일”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주완주통합과 전주가 전라도의 수도로 우뚝 다시 서기를 기원한다! /김태경 전 전북전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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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07.31 14:55

벽 너머의 노래

누구나 좋아하는 가수가 한 명쯤은 있듯 나도 역시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 좋아하는 가수가 많아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수의 개성이 뚜렷한 록을 좋아한다. 내가 록을 좋아하게 된 계기에는 데이비드 보위가 있다. 그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노래들은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아직도 여전히 그의 노래를 들으며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 탓에 특히 인생에 예기치 못한 순간에 우연히 그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그 순간들이 한 장면처럼 또렷하다. 그중에서도 내게 특별하게 남아 또렷한 순간들을 말해보자면 먼저 남이 들려준 space oddity를 들었을 때다. 나는 2020년 여름에 영화제 서포터즈로 활동했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영화제라 잘 곳이 필요했던 터라 숙박 애플리케이션을 둘러보다 여자 호스트가 혼자 사는 투룸에 남는 방에 묵는 조건으로 일주일간 지내게 되었다. 서울 상경 첫날 사람들의 속도에 정신없이 발맞추며 숙소에 도착했을 땐 어안이 벙벙해 멍하게 낯선 침대에 앉아있었다. 나의 상황을 눈치챈 호스트분이 맛집, 교통 가이드를 해주시다 서로 마주 앉아 몇 시간가량 얘기하게 되었다. 그날을 시작으로 나는 그 집에 머물며 그분과 밤마다 부엌 식탁에 앉아 부엌 등만 켜둔 채 작게 음악을 틀어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 밤에도 어김없이 얘기하던 도중, 그 분께서 내게 영상 하나를 틀어주셨다. 영상은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안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를 부르는 커버 영상이었다. 10인치가량 되는 태블릿기기 화면에서 보이고 들려지는 비행사의 노래는 새벽 감성인 건지, 작은 부엌 조명등 하나 켜둔 탓인 건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엔 현실 스위치를 잠시 끈 듯한 새로운 느낌이었다. 두 번째 순간은 영화에서 데이비드 보위 노래를 만났을 때다. 고등학교 때는 데이비드 보위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데이비드 보위를 유독 좋아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스무 살 때 모든 대학도, 취업도 하지 않아 인생이 정체되어있다고 느끼던 시절 <월플라워>에서 엠마 왓슨이 달리는 차 안에서 캐비닛을 열고 두 팔을 벌려 자신에게 오는 바람을 그대로 맞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HEROES, 레오 카락스라는 감독이 궁금해서 본 <나쁜 다니어라 방이 길거리를 달릴 때 나온 MODERN LOVE는 순간에 매료되어 한동안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주야장천 돌려 들었다. 이후에도 나는 영화로 <조조 래빗>,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잇츠 퍼니스토리> 등 좋은 영화들에서 그의 노래들을 만났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던 시절 호스트의 집에서 들었던 순간, 무기력에 빠져 월플라워, 나쁜 피에서 만났던 순간이 기억에 새겨진 이유는 그의 노래는 내게 이유 모를 해방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영원히 허물지 않을 것 같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보위의 노래엔 그런 힘이 있다. 누구나 살다 보면 걸음을 막는 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벽 앞에 서서 허물고 뛰어넘을 것인지, 뒤돌아갈 것인지 미련을 두고 고민한다. 나도 가로막는 벽 앞에 뒤돌아 가고 싶을 때마다 앞에 놓인 벽 너머에 있는 그의 노래를 듣는다. 비록 그는 우주로 떠났지만, 음원으로, 영화로 남은 그의 노래는 나를 막는 벽 너머에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 너머를 꿈꿀 때마다 벽 너머에 가까워질수록 자유로워진다. 단 하루뿐인 자유일지라도!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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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31 14:07

식량 위기 시대, 농도(農道) 전북의 길

세계는 지금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에 의하면 지난 100년에 걸쳐 국내 평균 기온은 약 1.8℃ 상승했다. 기후 위기는 북극의 빙하나 북극곰의 생존 문제만이 아니라 ‘식량 위기’라고 하는 세계적 재앙과도 맞물려 있다. 한반도에서도 온난화로 인해 전통적 농작물의 생육환경이 달라져 재배지역과 수종의 변화, 수확량의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올봄, “꿀벌이 사라졌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되었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빌지 않더라도 벌들이 꽃가루를 옮기지 않으면 인류의 식량 생산에 엄청난 차질을 초래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과 옥수수 같은 각종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글로벌 이상기후와 함께 식량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왕에도 우리나라는 식량 위기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020년 기준 19.3%에 불과해서 연간 1,600만톤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120.1%), 중국(91.1%)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며, 일본(27.3%)에도 미치지 못하는, 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게다가 작금에는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거나 아파트 부지로 전용되거나 해서 농사가 가능한 땅조차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북은 ‘농도(農道)’라고 불린다. 드넓은 호남평야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들어온 것도 우연이 아니고 혁신도시를 지정할 때 농업 관련 기관들이 대거 전북으로 이전해 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과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업은 점차 쇠퇴했고 농민은 가난해졌다. 농업국가이면서 부국(富國)인 덴마크 같은 나라는 그래서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농업은 과거의 농업이 아니다. 1차 산업으로만 인식되던 농업은 6차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그린 바이오, 스마트 팜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전북 도정(道政) 역시 농생명 산업에 대한 관심을 여러 측면에서 드러내고 있다. 인수위 TF팀에 ‘농생명산업지원단’을 포함시켰고, 도지사 취임사에서도 전북을 ‘농생명산업 수도’로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더불어 정무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바꾸고 농식품부 차관 출신을 임명해서 전북 미래 먹거리 산업을 책임지도록 했다. 산업화 시기에 뒷전으로 밀려났던 농업은 식량 위기의 시대에 다시 인류사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자동차로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농산물 수입의 길이 막히면 방법이 없다. 코로나 19 발생 이후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태국 등 주요 쌀 수출국들이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제 쌀가격이 폭등했고, 러시아 역시 밀 수출을 한시적으로 금지시켰다. 유엔에 따르면 곡물을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수출을 금지한 나라가 35개국에 달한다. 식량이 국가 간의 무기가 되고 ‘식량 주권’, ‘식량 안보’라는 단어가 무게를 갖는 이유다.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닌 엄중한 식량 위기의 시대에 전북이 농생명 산업의 중심이 되고,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의 땅이 될 수 있도록 진정한 농도(農道)로서의 길을 찾았으면 한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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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31 14:05

전북문화관광재단 새 대표 선임 ‘제대로’

전북문화관광재단 새 대표이사와 사무처장 공모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문화로 싹트고 관광으로 꽃피는 전북’을 슬로건으로 지난 2016년 출범했다. 재단은 △다양한 소통과 교류기회 확대로 현장형 문화예술기반 강화 △도민 누구나 문화로 즐기고 예술로 행복한 삶의 가치 실현 △전북 문화자원의 가치 재창조를 통한 지역 문화 활성화 등을 목표로 내세우며 떠들썩하게 등장했다.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지역문화 발전과 관광진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지고, 내부갈등과 불신만 키웠다. ‘지역과 상생하는 문화관광 플랫폼’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고, 재단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쏟아져 나오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전북도 출연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해마다 최하위권을 맴돌았고,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뭇매의 단골이 됐다. 여기에 내부갈등마저 커지면서 급기야 재단 존폐 문제까지 거론됐다. 어렵게 출범한 재단이 아직껏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지역문화예술계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민선8기가 시작되면서 재단의 당연직 이사장(도지사)이 바뀌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새 대표이사 선임이 첫 단추다. 선거캠프에 몸담았다는 이유로 논공행상식의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재단 창립 후 2명의 대표이사가 거쳐갔지만 이들은 모두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해 지역문화예술계에 실망만 안겼다. 당연직 이사장인 도지사와의 연줄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도 공통점이다.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앞두고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더 이상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며 연줄에 의한 낙하산 인사를 경계했다. 누구보다 재단에 애착과 기대, 그리고 실망이 컸을 지역 문화예술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민선 8기 김관영 지사의 문화예술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다. 그동안의 분열과 불신을 떨치고 예향 전북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전북문화관광재단 설립 취지에 걸맞은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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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31 13:28

여름 휴가철 물놀이 사고 반복 안된다

지난달 27일 무주군과 진안군 경계지역 하천에서 물놀이 하던 일가족 3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물놀이 도중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10대 아들을 구하기 위해 50대 아버지와 10대 형이 차례로 물에 뛰어들었다가 함께 숨진 참변이다. 주변 지역 주민들도 위험하다고 느끼는 하천이었지만 이같은 사실을 잘 모르고 물놀이에 나선 일가족의 참변은 단순 물놀이 사고를 넘어 미리 막지 못한 인재나 다름없다. 사고가 난 하천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곳곳에 웅덩이가 있어 수심이 깊은 지점이 있고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지점도 있는 위험한 하천이었다고 한다. 물길에 휩쓸려 참변을 당한 일가족의 시신도 수중 수색작업을 통해 1시간30분 만에 사고 지점에서 30~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하천 주변에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고 하지만 물놀이객들이 이를 인지할 만큼 충분했는지 따져볼 일이다. 사고 발생이후 자치단체간 볼썽사나운 관할 다툼도 벌어졌다고 한다. 무주군과 진안군은 서로 “우리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익수사고 발생 지점과 시신 발견 지점의 관할 지자체가 서로 달라 추후 제기될 수 있는 하천관리 책임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대책도 서로 떠넘기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수난사고는 여름 휴가철 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19년~2021년)간 도내에서는 총 931건의 여름철 수난사고가 발생해 53명이 숨졌다. 여름철 수난사고 10건 가운데 4건 정도가 익수사고일 정도로 물놀이와 관련된 사고가 많다. 바다와 하천, 저수지 등 물놀이 장소에 구분없이 수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전북도는 여름철 물놀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난 6월 사전 점검과 안전관리요원 150여 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실습 등을 실시했다고 한다. 준비운동과 구명조끼 착용 등 물놀이객들의 안전수칙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전 점검에도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참변을 막지 못한 것은 형식적 점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이상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안전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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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7.31 13:28

대기업 유치·특별자치도 성과로 보여줘야

김관영 도지사와 전북 국회의원들이 함께 모여 지역 현안 해결에 뜻을 모으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특히 민주당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여당인 정운천 의원이 참석한 것은 의미가 더 크다. 전북 발전을 위해 당리당략을 떠나 여야 의원이 함께 머리를 맞댄 것 자체가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새로 전북도정을 맡은 김관영 지사의 통합 리더십이 돋보인다. 김 지사와 전북 여야 국회의원 조찬 모임에선 대기업 유치와 전북새만금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국가 예산 확보 등이 집중 논의됐다. 대기업 유치를 위해선 전북도와 시·군, 정치권이 서로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그동안 이러한 협조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지역 낙후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대기업 유치는 김관영 지사가 전북도민과 약속한 1호 공약이다. 임기 내 대기업 계열사 5곳 이상을 반드시 전북에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김제 지평선산단에 두산전자가 휴대폰 부품공장을 세우겠다며 전북도·김제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은 대기업 유치에 청신호가 됐다. 하지만 물류 공룡기업인 쿠팡의 완주 물류센터 건립이 무산된 것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찾아내서 개선해야만 앞으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새만금 등지에 삼성을 비롯해 국내외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협약만 맺은 뒤 무산된 사례가 많았던 것은 사후 점검이나 평가가 없었던 것도 한 원인이다. 전북새만금특별자치도 설립도 실리를 찾는 게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처럼 실익이 없는 허울뿐인 특별자치도로는 의미가 없다. 도내 국회의원들이 추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 재정 지원이나 기금 설치, 세금 감면 등 실익과 내실을 담보해내는 게 관건이다. 전북 정치권의 원팀 정신 복원도 중요하다. 국회의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보니 말로는 원팀을 외치지만 콩가루 정치권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민주당 도당위원장 선거나 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북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으로 함께 힘을 모으고 반드시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양치기 소년처럼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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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7.28 19:32

팽나무 이야기

팽나무가 화제다. 자폐인 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소덕동 팽나무’ 덕분이다. ‘소덕동 팽나무’는 경남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에 있는 팽나무가 실체다.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2015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관심이 집중되자 문화재청은 이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가치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터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마을을 지켜온 노거수, 마을 사람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이른바 ‘당산나무’다. 마을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굳건히 서 있는 우람한 이 팽나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만큼 아름답다.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보다는 못하지만 500년은 족히 사는 장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수명이 길기도 하지만 그 특성이 더 흥미롭다. 팽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홀로, 크게 자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수형을 멋지게 가꾸어 스스로를 빛낸다. 팽나무의 속명 ‘셀티스(Celtis)’는 ‘열매가 맛있는 나무’란 뜻의 고대 희랍어다. 맛있는 열매를 풍성하게 생산해내니 새와 동물들도 팽나무를 좋아한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살면서도 많은 생물을 부양하는 역할은 눈부시다. 팽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와 함께 오래전부터 마을을 지키는 대표적인 노거수로 꼽혔다. 시골 마을 어귀에서 가장 먼저 맞아주는 오래된 노거수는 느티나무가 단연 많지만, 팽나무 역시 적지 않다. 특히 바닷바람을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 마을의 당산나무는 대부분이 팽나무다. 이름도 외형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다. 우리 지역에도 이름을 알린 팽나무가 있다. 200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의 팽나무다. 나무의 성장세로 보아 수령을 400년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연원은 명확하지 않다. 나무 둘레는 6.56m.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 중 둘레가 가장 크다. 수동리 팽나무 역시 그 주변에 찔레꽃, 뽕나무, 참빗살나무, 갈참나무, 팽나무, 아까시나무, 오동나무, 맥문동, 인동덩굴, 칡, 고사리 등 다양한 식물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홀로 자라며 다양한 생명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팽나무의 특성을 알고 나니 ‘당산나무’로 마을을 지켜온 수많은 팽나무의 존재가 더 새삼스럽다. 드라마에서 마을 앞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편에 선 우영우 변호사가 찾아낸 답은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이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어 도로로부터 마을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됐다. 개발의 구호가 넘쳐나는 지금, 팽나무 한그루의 힘이 전하는 의미가 각별하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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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7.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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