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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오묘한 자연질서 체험

요즘같이 폭염이 쏟아지는 한 낮에는 시원한 바람과 물과 그늘이 저절로 그리워진다. 그래서 옛날에도 경치가 좀 빼어난 계곡이나 산자락에는 으레 그늘을 드리울 만한 정자(亭子)를 지어 무더위를 피했다. 그 정자 누마루에 올라앉아 졸졸졸 흘러내려가는 시냇물소리를 들으면서 때로는 시를 읊기도 하고, 때로는 열띤 시국토론도 벌이면서 그렇게 정자는 옛날 한 여름의 피서장소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창덕궁 연경당 연못 한쪽에 다소곳이 비켜서있는 듯한 애련정(愛蓮亭)이 그렇고, 비원의 부용정(芙蓉亭)과 소요정(逍遙亭)도 그러하며, 또 춘천 소양호 주변의 소양정(昭陽亭)과 멀리 낙락장송을 배경삼아 동해를 굽어보고 있는 의상대는 물론 충북 영동의 낯선 산자락에 파묻힌 채, 세파에 찌든 마음까지 씻어줄 것 같은 세심정(洗心亭) 역시 피서지로서 그렇게 알뜰한 사랑을 받아왔다. 또 세조 때 어느 충신이 단종에게 표주박을 띄워 보냈다는 전실이 서린 충북 제천의 서강 근처 관란정(觀란亭)과 백마강 낙화암을 굽어보면서 백제의 비애를 잊지 못하고 있는 백화정(百花亭)에 찾아가서 그 슬픈 역사를 듣고 있노라면 아무리 폭염에 미칠 것 같다가도 슬그머니 더위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자연절경과 슬픈 역사 때문에 무더위가 가시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정자(亭子)라는 건축물은 그 구조상 저절로 바람을 일으키게 되어있다. 정자는 그것을 건축한 사람이나 그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서 꽤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일단 그 기본얼개는 대부분 옛날 시골의 원두막과 같이 아주 단순한 구조로 지어져있다. 얼기설기 짜인 누마루 밑으로 기류가 흘러가면서 더워진 바닥 공기를 일부 덜어주기도 하고, 길게 드리워진 처마그늘로 인해서 온도가 낮아진 정자 주변의 공기는 외부공기와의 온도차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류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마루에 벌렁 드러눕게 되면 그 자연대류작용으로 무더위뿐만 아니라, 자연의 오묘한 질서까지 절로 체감할 수 있어서 그렇게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7.26 23:02

[아파트시세] 매매·전세 거래드문 초반 방학이후 변동 기미 보여

[2005. 7. 15 전라도동향]전남 매매 0.02% , 전북 매매 0.03% 상승, 전세 보합세 유지2005년 7월 1일 대비 2005년 7월 15일 기준으로 전남매매 0.02%로 상승했고, 전북매매시장은 0.03%의 변동률을 보였다. 전북시장은 움직임이 다소 줄어들었다. 전세는 변동없는 모습을 보였다.전남, 전북아파트 매매, 전세 변동률 추이평형별 변동률을 살펴보면, 전남 매매시장의 경우 20평형이하만 0.15%로 변동되었다. 전북 매매시장 55평형이상이 0.44%로 가장 높았으며, 36-40평형이 0.18%, 46-50평형 0.08%, 21-25평형,31-35평형이 같이 0.01%로 변동되었다. 전북의 경우 대형평형이 비교적 높은 변동률을 보여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전남&전북 아파트 평형대별 변동률매매 · 지역별 변동을 살펴보면 전남은 광양시가 유일하게 0.22%의 변동률을 기록했고, 전북은 전주시 0.04%, 군산시 0.01%의 변동을 보였다. 그 외 다른 지역은 거래가 없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개별단지를 살펴보면 전남은 광양시 광양읍 주공칠성1,2차가 11,13,14,15평형이 100만원정도 올라 전남의 상승을 이끌었으나, 거래는 한산한 분위기다.전북 전주시의 경우 효자동 상산타운 38평형, 제일효자타운 31평형이 250만원정도 올랐다. 매물이 귀해서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매물품귀에 따른 거래사례는 적은 것으로 관계자는 전한다. 그 외 군산시 나운동 동신진주1차 23평형이 100만원정도 상승하였다. 전남, 전북 주요도시 매매, 전세가전세 · 전남, 전북은 금주 변동없는 모습을 보여, 거래가 드문 한 주 였다.개별단지를 살펴보면, 전남 광양시 광양읍 주공칠성1,2차 매매가 오르자 같이 올라 9평형만 50만원정도 올랐다. 현재 전라지역의 평당가를 살펴보면 전남 208.97만원, 전북 243.74만원정도로 다른 8개 시도지역보다 낮아 저평가 되어있다. 향후 공공기관이전 계획에 따른 유망지역을 중심으로 한 단지를 살펴보고 꼼꼼한 내집마련 계획을 세워 보면 좋을 듯하다.금주 전라지역 시장은 거래가 사례가 적은 조용한 한 주 였지만, 방학이 시작하는 7월 중순 이후에 거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7.25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이승서 아파트 저승서도 아파트

우리는 보통 사람이 살기 위해서 집을 짓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옛날에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도 따로 집을 지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거처하는 집을 양택(陽宅)이라고 하는데 비해서 죽은 사람의 무덤은 음택(陰宅)이라고 한다. 집도 음양으로 나눠서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정신(精神)이 들락거리다가 마침내 혼백마저 나눠지게 되는데, 이때 혼(魂)은 가벼운 기운이라 위로 뜨고 백(魄)은 가라앉아 유골에 머물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그 혼백이 거처하는 음택에 대해서도 그렇게 지극정성을 다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정성도 시대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지 지금은 음택도 점차 간편한 방법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무덤들을 하나둘 모아서 집단 취락지처럼 만드는 장례풍습이 한동안 유행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주춤하고 화장(火葬)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유골을 안치하는 납골당의 형태가 생각해볼수록 참 흥미롭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마치 가로세로로 얽혀서 도심 한복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저 아파트처럼 어느새 우리의 사후공간이 될 납골당도 점점 그렇게 고층화, 대형화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납골당 전문분양업체마저 여기저기 생겨 지금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납골당의 평수와 인테리어 그리고 납골함의 재료에 따라 각각 가격 차이를 두면서 실제 분양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이승에서도 꽉꽉 막힌 아파트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저승에 가서도 생면부지의 타인과 상하좌우로 이웃이 되어 납골당으로 직행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현대인들은 언제 한번 내 집 하나 지어보지 못한 채 아파트 몇 동 몇 호 아저씨 아줌마로 불리며 발 동동 구르고 살다가, 죽어서도 또 납골당 몇 동 몇 호 라는 숫자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7.12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여성만의 공간 부엌

지금은 남자도 주방에 들락거리고 전업주부가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옛날 부엌은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그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여성만의 전용공간이었다. 구들방의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게 만들어진 부엌 흙바닥에서 우리 한국의 여인들은 부엌 빗장을 걸어 잠그고 고된 일상을 스스로 위로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때로 부엌은 시집살이 설움에 남모르게 눈물을 훔치는 위로의 공간이 되기도 하였고, 부뚜막에 맑은 정화수를 떠놓고 먼 길 떠나는 자식을 위해서 조왕신에게 정성을 다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였으며, 목욕탕이 따로 없었던 그 옛날에는 이슥한 야밤을 골라 여인들이 부엌문을 닫아걸고 목욕하는 은밀한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하였다.또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가 부지깽이로 바닥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배우지 못한 한을 달래던 공간도 부엌이었고, 요즘같이 농사일이 바쁜 시절에는 그냥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허겁지겁 밥을 삼키던 공간도 다름 아닌 부엌이었다. 울퉁불퉁하게 생긴 흙바닥과 시커멓게 그을린 벽면을 따라 대충 얽어 만든 살강 때문에 어떤 때는 비위생적이라고 핀잔을 받기도 하고 업신여김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부엌은 옛날 우리 살림집에서 여성만의 전유공간이었던 것이다. 옛날 그 부엌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번듯한 싱크대와 둥그런 식탁으로 대체되었다. 또 장차 미래주택은 홈오토메이션으로 무장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전화선을 이용하여 각종 기기들을 제어하는 원격관리시스템으로 설계의 초점도 변화해가고 있다. 어느 광고에서처럼 정말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시간에 맞춰 전기밥솥이 취사를 해주고, 그날 분위기에 따라 옷도 입혀주고, 씻어주기까지 할 것이다.그 결과 이제 주방은 가사노동의 해방구가 되었고, 취사와 식사를 하는 단순한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처럼 가족을 위해서 정성을 드리고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 위안을 받던 그런 여성 전용공간은 이제 우리 곁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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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6.28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창의 미덕

건축이란 벽과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덮는 일이다. 비바람을 막고 맹수의 피해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일단 외부환경조건과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단을 통하여 빛이 사라진 건축공간은 마치 동굴 속처럼 깜깜해진다. 그렇게 빛이 존재하지 않는 건축 공간 내부로 빛을 끌어들이고 기류를 조절하기 위해서 그동안 건축물에는 참으로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가진 창과 문이 설치되어왔다. 우리 전통건축에서는 보통 띠살이나 아(亞)자살 또는 완자살로 울거미를 만들고 그 위에 창호지를 바른 문을 띠살문이나 아자살문 그리고 완자살문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이러한 통상적인 문(門) 이외에도 채광과 통풍전용의 창이 따로 존재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상용어 중에 작은 바지주머니를 ‘봉창’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바로 이 봉창(封窓)이 그렇게 작고 요긴한 형태의 창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봉창과 더불어 교창(交窓)이나 눈꼽재기창, 넉살무늬창 그리고 바라지창 등이 모두 우리 살림집에서 빛을 받아들이고 통풍을 하기 위해서 설치한 작고 귀여운 일종의 채광전용 창이었다. 또 ‘불 밝힘’이라는 뜻을 가진 불발기창은 안팎을 싸서 바르는 맹장지형 사분합문의 중간쯤에 빗살이나 아(亞)자살 그리고 만(卍)자살을 무늬로 만들어 채광창으로 사용되었다. 창덕궁 연경당의 대청마루에 달린 불발기창과 대덕군 회덕면 동춘당에 나있는 불발기창 등은 한번 보고나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형태의 문살을 가진 채광창들이다. 이러한 작은 창들은 빛과 환기를 위해서 꼭 필요한 만큼만 뚫어놓고 겸손하게 잘 갈무리되어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본래 제 역할을 다소곳이 수행하면서도 저를 바라봐주는 모든 이들에게 아무 차별 없이 차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인생의 지혜와 겸손을 제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우연히 눈을 마주칠 때마다 창(窓) 그 이상의 의미를 저절로 느끼게 된다./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6.14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건축의 근원 '땅' 이름

건축물이란 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존재다. 그래서 건축법에서도 ‘토지에 정착하는’것 자체를 건축물이 되기 위한 제일조건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처럼 물위에 떠있는 수상가옥이나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은 고상주거는 무엇일까. 물론 땅에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축물이 될 수 없다. 이렇게 건축물에서 땅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땅은 보통 흙과 물과 바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위로 이루어진 석맥(石脈)을 인체의 뼈에 비유한다면 물은 피가 되고 흙은 그 뼈와 피를 감싸고 있는 살이 된다. 그러면서도 땅은 그 용도나 관점에 따라서 각각 다른 이름으로 다양하게 불려왔다. 우리는 땅을 그냥 간단하게 토지(土地)라고 불러왔지만 생명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바라보면 땅은 토양(土壤)이 된다. 이와 달리 건축행위를 할 수 있는 땅은 대지(垈地)라고 하고 지적경계선으로 구획된 각각의 땅은 필지(筆地)라고 부른다. 또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는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땅은 부지(敷地)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여사는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대지(大地)라고 표현해 놓았다. 땅이란 그저 단순한 무생물체가 아니라 마치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유전자를 가지고 증식을 할 수 있는 것을 생물이라고 하는데 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증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땅 그 자체를 생물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의미의 생물은 아닐지라도 흙은 제 몸 안에 박테리아나 지렁이 등 수많은 미생물의 삶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모든 생명의 근거가 되어왔다. 이렇게 흙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상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뭇 생명을 기르는 자양분이 되기도 하고, 제 몸 안에 기초를 끌어들여 건축물이란 개체를 땅 위에 버티고 서있게 하는 모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발을 디디고 서있는 바로 이 흙과 땅을 건축의 근원이라고 하는 것이다./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5.31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여유 연출하던 옛건축

한눈에 다 들어오는 것보다 조금씩 ‘보일 듯 말 듯’하면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호기심 많은 사춘기시절에는 ‘보일 듯 말 듯’하는 세상이치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보일 듯 하다가도 뒤돌아서면 금방 닫혀버리는 소년소녀시절의 그 알 수 없는 마음 때문에 애를 태우기도 했을 것이다. 또 조금만 더 성찰하면 쉽게 깨닫는 것 같다가도 주위여건에 따라서 이리저리 마구 흔들리는 인생철학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간단하게 찾아가서 음풍농월하며 잠시 쉬어가던 정자(亭子)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산모퉁이 한 쪽에 다소곳이 비켜서서 정말 ‘보일 듯 말 듯’하게 건물을 배치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산봉우리 한 정수리에 육각정이나 팔각정으로 우뚝우뚝 서있다. 전망대가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산천경계를 찾아가서 쉬고 싶은 것은 비슷하지만 집을 짓는 조영사상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옛날 한옥의 담 높이도 생각할수록 참 절묘하다. 그렇게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다. 말 그대로 휴먼스케일이 돋보이는 인간중심의 설계다. 골목길을 그냥 지나다닐 때는 잘 보이지 않다가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발뒤꿈치를 꼿꼿이 쳐들면 집안이 슬쩍 들여다 보인다. 그것도 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보일 듯 말 듯’하게 건물을 배치해 놓았다.다 보여주지 않고 일부러 ‘보일 듯 말 듯’하게 만들어서 조금씩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축기법은 사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주문에서 금강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만세루와 대웅전까지 죽 이어지는 축선은 자연지형을 따라 그저 간단하게 늘어놓은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마다 세심한 장치가 숨겨져 있다. 현대건축처럼 한꺼번에 다 보여주기보다는 또 높은 담으로 외부세계와 완전히 차단해 스스로 단절을 선택하기보다는 행인들의 관심도에 따라서 때로는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가려지기를 원했던 그 여유와 정취가 새삼 그리워진다./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5.17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단위에 얽힌 얘기

우리는 보통 부동산을 사거나 팔 때, 평(坪)이라는 단위를 자주 사용한다. 몇 평이라고 해야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쉽게 감을 잡는다. 그 동안 학교에서 배운 대로 몇 제곱미터라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교육이 잘못된 것일까.언젠가 정부에서는 세계화흐름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평(坪)’이라는 단위와 함께, 고기를 저울에 달 때 자주 사용하던 ‘근(斤)’이라는 단위를 쓰지 못하도록 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몇 평이라고 해야 그 넓이를 알아듣고, 또 몇 근이라고 해야 고기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왜 그럴까. 평이라는 단위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뿌리가 깊고 질긴 것일까.도량형이 세계적으로 통일되지 않았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평’이나 ‘근’ 뿐만 아니라 길이를 나타낼 때도 ‘자’라고 하는 단위를 사용하였다. 삼국지에서도 관우는 검붉은 얼굴에 청룡언월도를 자유자재로 휘저으면서 전장을 누비는 구척장신(九尺長身)으로 묘사된다. 반대로 작은 사람은 오척단구(五尺短軀)라고 했다. 길이를 나타내는 자(尺)도 시대마다 조금씩 그 길이를 달리했지만, 보통 한 자는 30.303cm다. 그래서 구척장신은 270센티미터 이상의 거구를 말하고, 오척단구는 150cm가 될까 말까 한 작은 사람을 뜻했다. 물론 그렇게 크고 작다는 비유다. 그런데 한 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이 죽으면 눕혀서 관(棺)에 넣게 되는데, 예전에는 보통 그 길이가 여섯 자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좌향을 정하다 보면 어느 방향으로 정해질지 모르기 때문에 길이방향 뿐만 아니라, 가로방향도 여섯 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이 반듯하게 누워서 양팔을 벌리면 그 길이는 사방으로 여섯 자씩이 된다. 가로 세로가 각각 여섯 자인 직사각형의 면적을 내면 3.3058㎡가 된다. 이것을 한 평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이 죽으면 잘났건 못났건 간에, 땅 한 평에 묻힌다고 한 것이다. 죽어서 땅 한 평에 묻히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이다./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5.03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한국과 일본의 차이

독도문제, 역사 왜곡문제로 이제 한국과 일본은 더욱 더 막다른 골목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라고 해도 상식은 있는 법인데 일본의 몰염치는 그 상식마저 넘어버렸다. 단순한 피해의식이나 감정의 앙금만은 아닐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생긴 모습도 비슷한데 왜 그렇게 일본과는 이해의 골이 깊을까. 흔히 ‘그 시대의 거울’이라고 일컫어지는 건축물을 살펴보면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건축형태를 통해서 드러나는 동양삼국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건축은 ‘천안문’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대륙적인 장중한 스케일감이 돋보인다. 건축물의 크기와 색채에 있어서도 매우 대담하고 거침이 없다. 치켜올려진 지붕선의 과장도 아주 심하다. 민족성 탓일까. 일본건축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에 농염한 색채가 무르녹아 있다. 꾸미고 감추고 아기자기하게 줄여놓은 잔재주가 건축물의 구석구석에서 슬쩍슬쩍 묻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비해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수덕사 대웅전처럼 우리 한국의 전통건축은 그 외관부터 투박하고 청초하기 그지없다. 대평원의 한복판에 우뚝 서있기는 했으나 그 존재의 미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중국건축처럼 일부러 그렇게 과장을 반복하지도 않았고 섬나라 일본건축처럼 재료와 공간에 인공의 흔적을 가미해 넣지도 않았다. 그저 생긴 그대로다. 앞산 뒷산에 널려있는 소박한 건축재료를 가져다가 불필요한 부분은 깎고 다듬어서 마치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고 있다.그 차이다. 같은 건축물이면서도 집을 짓는 민족의 본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 다른 집을 짓게 된 것이다. 지금 그 민족성의 차이가 요란하게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고 즐길 줄 아는 민족과 객관적인 사실일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감추고, 줄이고 농염하게 다시 꾸며야 직성이 풀리는 습성을 가진 이웃 민족간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4.19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땅의 메시지 - 지진

인도양에서 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다. 해일이 뒤따라오지는 않았지만, 인명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비록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이고, 남의 나라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이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지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옛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정말 땅이 노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구과학의 설명대로 판과 판이 밀치고 부딪히면서 충돌하기 때문일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지진이 일어나게 되면 우리가 발을 디디고 서있는 바로 이 땅 자체가 송두리째 붕괴되고 만다. 그리고 그 상처는 오래 남는다. 엄청난 사상자를 낸 일본 고베 지진이 그랬고, 이번 동남아 지진이 그랬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건축물은 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존재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는 건축물이 땅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그만 깜박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다. 요즘 들어 건축물의 근간이 되고 있는 땅이 지구곳곳에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우리도 새삼 땅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알다시피 지진이 잦은 일본은 지진대비에 대해서도 남다른 측면이 많다. 우선 자연재해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와 다르거니와, 설사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건물구조도 일부러 목조나 철골조를 선택하고 있다. 그로 인해서 다소 건축비용이 더 들고, 또 불편하더라도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일이라면 그것에 쉽게 공감하는 사회적인 합의도 이뤄져있다고 한다. 우리처럼 내진설계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물론 매스컴의 지적대로 지금부터라도 당장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한반도 주변에서 부쩍 잦아지고 있는 지진이, 어쩌면 그 동안 하늘을 향해서 멈출 줄 모르고 치솟아 올라가고 있던 우리 인간의 욕망을 이제 저 땅 밑으로 끌어내리고, 그 끝에서 인간존재의 근본인 ‘땅의 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라는 땅의 메시지는 아닐까.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4.05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봄철 실내환기

집을 짓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땅 위에 기둥과 벽을 세우고 그 위를 지붕으로 덮어서, 일단 자연상태의 ‘빛과 공기’를 차단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시 그 벽과 지붕에 문을 내고 창문을 뚫어서 여과된 자연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건축이다.그런데 그렇게 임의로 막고 뚫어놓은 창을 통해서 공간내부로 들어온 ‘빛과 공기’는 실내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주도하게 되어 있다. 쾌적한 실내환경을 연출할 수도 있는가 하면, 그 ‘빛과 공기’가 적절하지 못할 경우 사람이 살기 위해서 지은 집이 순식간에 각종 미생물의 삶터로 변하기도 한다. 사람만 살고 있는 줄로 알았던 방안 구석구석에 미생물들이 잔뜩 웅크린 채, 우리와 동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아니 한두 종류만도 아니다. 개미나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몸길이가 채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수많은 집먼지 진드기들이, 사람이 머물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다니면서 우글거리고 있다고 한다.이러한 집먼지 진드기들은 우리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 부스러기나 공기 중의 수분을 먹고 생존하게 되는데,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사람도 수면 중에 진드기가 분비하는 ‘알레르겐’이라고 하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자연스럽게 들이마시게 된다고 한다. 그 결과 동거파트너였던 우리 인간이 원인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각종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봄이다. 겨우내 어쩔 수 없이 막고 가렸던 건축물의 외벽과 지붕에 숨통을 틔워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활짝 열어 젖힌 개구부 사이로 그 동안 정체되었던 공기를 몰아내고, 이미 봄 냄새가 한껏 배어있는 맑은 공기가 방안을 한바퀴 제대로 휘돌아 나갈 수 있게 기류를 순환시켜줘야 하겠다. 그렇게 가끔씩 자연조건을 아무 여과 없이 맘껏 실내로 받아들이게 되면, 눅눅해져 있던 실내가 뽀송뽀송해지면서 여기저기 징그럽게 우글거리고 있던 집먼지 진드기들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최상철(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3.22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틈의 미학

건축물에 틈이 있으면 대부분 부실공사라고 생각한다. 단열이 제대로 안되었다고 책망까지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 틈을 좋아한다. 물론 옛날처럼 아궁이에서 직접 연탄을 땔 때 집안의 빈틈은 연탄가스를 불러들이는 죽음의 통로였던 시절이 있었다. 또 한겨울에 북풍한설이 매섭게 몰아칠 때면 그 작은 틈으로 황소바람이 파고들기도 한다. 그래서 찬바람이 불면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집안의 빈틈을 찾아서 그 틈을 막는 것이 월동준비의 시작이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그렇게 꽉꽉 틀어막다 보니 그 동안 우리가 절약하는 알뜰살뜰한 지혜를 배우기는 했지만, 실내공기의 순환이라는 자연과의 교감장치는 그만 잃어버리게 되고 말았다. 지금 우리가 ‘새집증후군’ 이라고 하며 부산을 떨고 있는 것도 사실 알고 보면 너무나 기밀성이 뛰어난 창문새시를 사용해서 방안의 공기를 제때 제대로 갈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들이다. 그런데 예전처럼 집안 곳곳에 빈틈이 존재하고 있다면, 실내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나 포름알데히드라는 유해물질은 외부공기와 희석이 되면서 조금씩 엷어지게 된다. 요즘 아파트에 비하면 옛날 한옥에는 참 틈도 많았다. 문에는 문틈이 있었고, 벽에는 벽틈이 있었으며, 문종이 자체에도 공기구멍이 성글게 여기저기 나 있었다. 그래서 그걸 가리기 위해서 겨울에는 병풍을 두르고 살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포르르’ 떨던 문풍지도 달고 지냈던 것이다.그렇게 흙과 나무와 종이로 지은 집에는 어쩔 수 없이 틈이 존재하게 되는데, 웃풍이 생긴다고 그렇게 미워했던 바로 그 작은 틈들이 밤낮으로 공기정화기 역할까지 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처럼 단열을 한다고 꽉꽉 틀어막기보다는 빈틈도 다시 한번 새겨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겠다. 집을 지을 때 자연소재들이 만들어내는 그 작고 여린 ‘틈’ 하나가 그 동안 우리가 무심히 잊고 지냈던 자연과의 교감장치였기 때문이다.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3.08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화장실과 건강

옛날에는 화장실을 보통 뒷간이나 측간이라고 하면서 멀리 했지만, 절에서는 ‘몸에 깃들인 근심을 풀어주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해우소(解愚所)라고 했다. 또 영어로는 ‘쉬는 장소’이란 뜻으로 레스트 룸(rest room)이라고 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이름을 그럴 듯하게 붙이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그것뿐만이 아니다. 옛날 왕이 볼일을 보는 장소는 이름부터 더 고상하다. ‘매우(梅雨)틀’이라고 했다. 왕은 지엄한 존재라서 볼일을 볼 때도 매화처럼 흩날리라는 염원을 담아서 ‘매화틀’이라고도 한 모양이다. 뒤처리도 그냥 닦고 씻는 것이 아니라 내시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비단으로 닦아줬다고 하니, 우리 보통사람으로는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일이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대부분 화장실(化粧室)이라고 부른다. 예전에 그저 변소(便所)라고 퉁명스럽게 내뱉던 이름에서 ‘단장을 한다’는 뜻으로 화장실이라고 점잖게 바꿔 부르게 된 것이다. 그것도 변화라면 큰 변화라고 하겠다.그런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화장실은 항상 춥다. 더구나 화장실에서는 옷을 내리거나 걷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근심을 풀거나 편안하게 사색에 잠기러 찾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뛰어 들어갔다가 볼일을 보고 나면 부리나케 도망치듯 쫓겨 나와야 한다. 춥기 때문이다. 이게 문제다. 추위 자체가 몸을 타고 흐르는 혈관을 수축시키기도 하지만, 우선 몸이 춥기 때문에 빨리 대변을 보려고 얼굴을 찡그리고 배에 더욱 힘을 주다가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서, 그만 생사를 넘나드는 경계를 맞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정말 우리 마음에 깃들인 근심을 풀고, 생각이 깊어지고, 또 고단한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화장실이 거듭나려면, 지금처럼 화장실을 아름답게 치장하고 이름만 그럴듯하게 부를 것이 아니다. 우리 주거공간에서 한쪽으로 밀쳐두었다가 필요할 때만 찾는 화장실이란 그 작은 공간에 이제부터라도 따뜻한 기운이 감돌 수 있도록, 자그마한 난방시설 하나라도 세심하게 챙겨놓아야 하겠다./최상철(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2.22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100년동안의 사랑

우리 인간생활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음식을 먹는 것도 그렇고, 잠을 자는 것도 그렇다.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이란 철근과 콘크리트를 결합해서 만든 집을 말한다. 그런데 그 철근과 콘크리트가 사랑을 하고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무표정하게 회색빛으로 바보처럼 서있는 것 같은 저 아파트와 빌딩에 사랑의 기운이 배여 있다면 정말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자그마치 백 년 동안이나 헤어질 줄 모르고 밤낮없이 서로를 꽉 껴안은 채! 철근은 잡아당기는 인장력에 무척 강하다. 반대로 콘크리트는 위에서 내리누르는 압축력에 아주 강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 두 재료를 따로따로 두면 그냥 별 볼일 없는 그런 재료이지만, 둘을 붙여 놓으면 누르든 잡아당기든 엄청난 강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철근콘크리트로 인해서 63빌딩이 가능하고, 월드컵 주경기장이 가능하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층 고층아파트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한번 붙여 놓으면 자연적으로 수화열(水和熱)을 발산하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더 강하게 끌어안고 다시는 풀어놓을 줄을 모른다. 그렇게 장장 50년을 버틴다. 철근의 휘어 돌아가는 울퉁불퉁한 돌기를 따라 콘크리트는 압박을 풀 줄 모르고, 콘크리트의 강한 압박에 철근은 제 몸에 녹이 슬 때까지 무려 50년 동안이나 운명처럼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우리 인간하고는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그러나 사랑은 50년도 찰나인 듯, 점점 강한 압박으로 껴안기만 하던 그들도 무심한 세월 속에 서서히 압박을 풀어가게 된다. 헤어지는 것은 어차피 누구나 숙명인 것이므로!그렇게 해서 철근콘크리트는 100년 동안을 견딘다.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로 그들은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사무실과 가게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최상철(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1.25 23:02

[아파트도 브랜드시대] ④ 지역 주택업계 과제

도내 아파트 시장에서의 중앙 대형업체 브랜드 경쟁은 질좋은 아파트 공급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가 하면 분양가 폭등 등 거품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라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실제 평당 6백만원대 아파트는 고품경 친환경 주거문화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반면 시행사와 시공사가 이익을 추구하면서 브랜드를 앞세워 소비자들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전가시킨다는 반발에 부닥친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마냥 분양가 거품만을 외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도내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도내 업계도 기술력을 높여 브랜드 따라잡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는 주거공간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큰 흐름인만큼 지역업체도 좋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중앙업체들의 거품을 제거한 견실한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실제 1월 중순 전북도가 개최한 ‘외지업체 시행 공동주택 도내 협력업체 참여 강화 간담회’에서는 도내 업계가 짚어보아야 할 문제점이 거론됐다.외지 주택건설사업자들의 도내 협력업체 산정비율이 29%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외지업체들은 ‘지역업체의 기술력과 신인도를 평가할 자료가 없어 경쟁력있는 업체를 골라 쓰기 힘들다’며 오히려 전북도와 협회차원의 대책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어찌보면 이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도내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도내 업체들의 주택건설 기술은 중앙업체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도 중앙업체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다만 브랜드파워에서 밀려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또다른 관계자도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브랜드 아파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분양에 나서고 있으나 평가절하된 측면도 많다”면서 “업체를 키워 제대로 된 브랜드 메이킹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와함께 소비자들의 지나친 브랜드 선호주의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브랜드가 가지는 폭발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지역업체의 아파트도 이모저모로 따져 실속을 가늠해야 한다는 것이다.시민단체들의 현실인식 목소리와 함께 소비자들의 냉정한 판단, 그리고 지역 건설업계의 경쟁력 확보 등이 함께 이뤄질 때 좀더 나은 아파트들이 소비자앞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건설·부동산
  • 정대섭
  • 2005.01.20 23:02

[아파트도 브랜드시대] ③ 주택업계 경쟁 불꽃

언젠가부터 전주의 아파트의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집을 단순히 잠자고 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투자의 개념, 누림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이는 보다 풍요로워 지고 다양해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다. 이에맞춰 건설사들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00아파트로 통하던 시대를 거쳐 90년대 본격적인 진화단계로 접어들면서 자기만의 색깔과 이미지를 갖추기 시작했다. 회사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각종 브랜드아파트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브랜드는 매출증대는 물론, 기업의 생존까지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이런 흐름 속에 전주 아파트시장도 대형 건설사들의 진출로 본격적인 브랜드 경쟁에 접어 들었다. 브랜드 경쟁은 부동산 투기와도 연결돼 어떤 측면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호황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2003년 입주를 끝낸 코오롱 하늘채의 경우 8백58세대 중 43%인 3백71세대가 전매됐고 현대 에코르는 9백92세대 중 절반이 넘는 5백9세대가 타인에게 분양권을 넘겼다. 포스코 The #도 8백88세대 중 3백82세대가 전매됐다. 전매된 분양권은 2∼3천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송천동의 LG 자이와 한신 휴플러스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황을 이뤘다.소비자단체의 거품제거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대형 건설업체들의 잇단 아파트 분양은 전주지역 아파트시장을 크게 변화시켰다는 분석이다.여기서 특히 주목할 사항은 브랜드 가치가 중요시되는 만큼 제품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만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일례로 서신 e―편한세상의 경우 테스크포스인 에코프로젝트팀을 구성해 건강아파트 만들기를 한발 앞서 적용해 맑은 실내공기와 건강자재 등의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단지내 대형 휘트니스센터와 조깅트렉, 고품격 마감자재로 친환경 아파트의 면모를 선보였다. 서울지역 신도림 e―편한세상의 경우는 2004년 살기좋은 아파트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려졌다.본격적인 브랜드시대를 열고 있는 전주 아파트시장에 대해 ‘지나친 브랜드 경쟁은 마케팅비용 과잉 등으로 분양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이라는 소비자 단체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좋은 아파트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다.

  • 건설·부동산
  • 정대섭
  • 2005.01.19 23:02

[아파트도 브랜드시대] ② 브랜드가 이미지

이제 아파트 브랜드가 단순히 아파트 단지 이름을 뜻하는 시대는 지났다.브랜드 차별화로 ‘어떤 브랜드 아파트에 산다’는 그 사실만으로 입주민의 생활수준, 가치, 라이프스타일 등을 가늠할 정도로 확고한 이미지가 잡혀가고 있다.주거의 개념과 함께 재산적 개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브랜드는 엄청난 가치상승의 흐름을 타고 있다. 브랜드가 좋으냐 나쁘냐의 차이는 바로 제품의 품질과 직결된다. 또한 품질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넘어서 소비자 자신의 이미지를 높여줄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가 곧 자신의 이미지라는 생각으로 입고 있는 옷이나 착용하는 액세서리, 휴대폰, 전자제품 등도 모두 유명 브랜드를 찾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이에따라 같은 회사에서 시공하고 비슷한 평수에 주변 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라 하더라도 어떤 브랜드명이 붙느냐에 따라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확연히 달라진다.또한 최근에는 한글아파트 브랜드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한글아파트 브랜드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살펴 보면 단어 자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편안하면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유명브랜드 선호현상은 자동차 등 다른 소비제품과 마찬가지로 아파트에서도 브랜드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보증하는 수단으로 받아 들여지고 사회적 신분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2004년 하반기 국내 아파트 브랜드파워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삼성물산의 래미안,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등 한글로 지어진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1위를 차지한 대림산업 e―편한세상의 경우 1년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에코르 프로젝트 캠페인’으로 ‘건강’이라는 패러다임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아파트에 적용해 주목할 성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건설회사들의 브랜드는 이제 첫걸음을 떼고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기존의 낡은 브랜드를 버리기도 하고 리뉴얼을 통한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힘쓰기도 한다.시장상황과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브랜드의 부침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이제 바야흐로 본격적인 아파트 브랜드의 경쟁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 건설·부동산
  • 정대섭
  • 2005.01.18 23:02

[아파트도 브랜드시대] ① 차별화된 전략

짓기만 하면 아파트가 팔리던 시대가 있었다. 심각한 주택부족과 가격상승으로 인해 수요는 넘쳐나고 건설사는 아파트 짓는 일에만 몰두하던 때가 있었다.그러나 건설사들이 IMF 위기를 겪고 수요층이 무너지면서 아파트시장은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한국능률협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소비자들은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라는 자기표현 욕구를 아파트에서 찾고 있다는 진단이다. 본격적인 마케팅의 시대로 접어든 아파트 브랜드시대를 분석해 본다.초기의 아파트 브랜드들은 주료 자연이나 지형 등을 이용한 단순한 이름이 사용됐다. 주거공간을 뜻하는 ‘타운’, ‘빌리지’가 포함된 이름이 주류를 이뤘다.그러나 비슷한 형태를 보이던 브랜드들은 곧 새로운 유행을 쫓아 인터넷과 자연친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대림산업은 인터넷을 상징하는 e에 포인트를 둬 첨단 주거문화공간 창조를 목표로 하는 ‘e―편한세상’을 내놓았으며 쌍용건설은 ‘스윗닷홈’, 현대산업개발은 친환경을 의미하는 ‘I―PARK’, 한화건설은 ‘꿈에그린’을 선보였다.영어식 표현도 다양해져 SK건설의 ‘VIEW’, LG건설의 ‘자이(XI)’ 두산건설의 ‘We’ve’, 포스코의 ‘#’ 등 고급스럽고 복합적인 브랜드가 등장했다. 이제 브랜드없는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만큼 브랜드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삼성이 지은 아파트는 삼성아파트가 아니라 ‘래미안’이고 대우가 지은 아파트는 ‘푸르지오’라 불린다. 굳이 시공사 이름이 없어도 자생력있는 아파트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앞으로는 브랜드의 파워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해마다 브랜드파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경기가 위축될수록 브랜드파워의 구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실제 톡톡튀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인지도나 선호도에서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에서도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삼성의 래미안, 대우의 푸르지오 등이 많은 호감을 얻고 있다.특히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은 국내 브랜드 중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인터넷·웰빙·친환경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LG경제연구원이 수도권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살고있는 아파트분양 기준은’이라는 질문에 ‘유명브랜드여서’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어떤 브랜드명이 붙느냐에 따라 매매가와 전세가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이유로 브랜드 생성 이전에 시공된 아파트에도 브랜드명이 새로 적용되는가 하면 기존아파트 이름을 바꿔달라는 입주자들의 요청도 증가하고 있다.

  • 건설·부동산
  • 정대섭
  • 2005.01.17 23:02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집이란 무엇인가?

집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지금 앉아있는 바로 이 공간, 집이란 무엇일까? 아침에 출근했다가 해질 무렵이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어김없이 돌아가야 하는 집, 즐거운 곳에 다녀왔다가도 시들해지면 다시 생각나는 집, 구두 벗고 넥타이를 풀자마자 소파에 풀썩 몸을 던지면서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파고들고 싶은 집, 정말 그 집이란 것이 무엇일까?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저녁마다 잠자리에 드는 장소는 국경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모두 다 ‘집’이다. 또 우리가 처음으로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난 곳도 바로 집이며, 공부를 하는 학교도 집이고, 일을 하는 사무실도 집이다.이러한 집을 예전에는 양택(陽宅)과 음택(陰宅)이라고 구분해서 불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살림집을 양택이라고 하는데 비해서, 죽어서 묻히는 묘(墓)는 음택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케케묵은 옛날에만 음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어서 요즈음은 묘를 쓰지 않고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시는 게 추세라고는 하지만, 사실 납골당도 집이다.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에 잠시 머물렀던 자궁(子宮), 즉 ‘아기집’이 우리 인간에게는 가장 편안하고, 아늑하고, 또 영원히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가고픈 이상적인 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제 몸에 스스로 집을 지니고 다닌다고 해서 여자를 ‘제집’이라 불렀고, 그것이 계집이 되었다고 한다. 엄마뱃속 같은 공간, 그리고 그렇게 유기적인 공간을 구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는 집이고 건축이다.그렇게 보면 우주(宇宙)도 집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집’이란 뜻을 지닌 우(宇)와 주(宙)를 합해서 우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커다란 집이 무한히 넓고(弘), 크다(荒)고 생각한 것이다. ‘자궁’이라는 가장 편안한 집에서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났다가 알 수 없는 ‘우주’라는 저 큰 광활한 집으로 사라지는 것이 어쩌면 우리 인생인지도 모른다./최상철(삼호건축사무소장)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5.01.11 23:02

[토지정보 이것만은 알아둡시다] 환지계획이란

토지를 효율적 이용이 가능한 대지 등으로 조성하는 것은 토지의 수용에 의한 방법이 가장 손쉬우나, 일단의 토지를 일시에 조성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므로 토지의 구획·정리와 공공시설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의 하나로 토지구획정리 사업이 생기게 되어 지금의 도시개발사업으로 발전되었고, 현행의 도시개발법상 도시개발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지방식에 의하여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환지계획을 작성하게 된다.이러한 환지계획이란 사업시행지구내의 토지에 관한 환지처분을 행하기 위한 계획으로서, 시행자(지정권자 제외)가 이를 정하고자 할 때에는 인가를 받아야 한다. 환지계획은 사업계획에 의해 정해진 공공시설의 배치에 맞추어 개개의 대지를 어떻게 재배치 할 것인가를 정하는 청시진임과 동시에 환지처분에 의해 발생하는 관계권리자 상호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청산금의 징수·교부계획을 말한다.환지계획은 도시개발법상 실시계획 인가 후 실시하도록 되어있으나 기술적으로는 개발계획 즉 사업계획 수립시 환지계획을 고려한 토지이용계획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업초기에 개략적인 사업성의 여부 즉, 토지 등 권리자 등의 관심사인 감보율 등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지주들의 참여도와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종전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위치적 존재는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으로 백지화한 토지를 종전 공부상에 토지를 대신하여 정리 후의 새로운 토지로 교부하는데 어느 곳에 어떻게 토지를 교부할 것인가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유제록(토공전북지사 총괄부장)

  • 건설·부동산
  • 전북일보
  • 2004.12.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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