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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마한의 본향 만경강유역

전북의 서북부에 자리 잡고 있는 만경강유역은 마한의 본향이라 일컬을 만큼 마한의 성립과 성장에 관련된 유적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북쪽으로는 익산 미륵산, 남쪽으로는 김제 모악산을 경계로 하고, 동쪽으로는 노령산맥이 막아주고 있어서 분지와 같은 지형이지만, 서쪽으로는 지평선이 보일만큼 널따란 평야가 펼쳐져 있다. 평야로 형성된 분지와 같은 지형의 중앙으로 만경강이 흐르면서 풍부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기에 농경을 영위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천혜의 지역이다. 만경강의 북쪽 익산지역은 일찍이 문헌이나 고고학적 자료를 근거로 마한의 고도로 인식되어 오면서도 금강유역의 백제문화권역에 포함되어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고고학적 자료가 증가함에 따라 익산지역의 대부분 유적들은 금강이 아니라 만경강 수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금강유역과는 다른 문화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만경강문화권역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만경강 남쪽의 전주완주김제 지역에서 마한관련 유적들이 집중적으로 발견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특히 전주 혁신도시 건설과정에서 완주 갈동유적이 발견된 이후 마한 성립을 뒷받침하는 토광묘 유적들이 130여기 이상 봇물 터지듯 잇달아 확인되었다. 완주 갈동유적은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전주 혁신도시를 관통하는 서부우회도로 개설과정에서 17기의 토광묘가 확인되었다. 이후 갈동과 인접한 덕동유적에서는 5기의 토광묘에서 조문경과 세문경, 동과 등이 출토되었고, 원장동유적에서는 5기의 토광묘 가운데 1호분에서 세형동검 5점과 세문경 2점, 그리고 동부와 검파두식 등이 확인되어 이 지역 단일 유구 가운데 가장 많은 청동유물이 출토되어 주목되고 있다. 2011년 국내 최대 규모의 밀집도를 보이는 신풍유적에서는 81기의 토광묘가 확인되었고 각각의 분묘에서 점토대토기, 흑도장경호, 세형동검, 동경, 철기류가 발견되었다. 이외에도 혁신도시의 유적들보다 위계가 낮은 것으로 추정되는 소규모의 토광묘들이 중인동에서 9기, 중화산동에서 15기가 확인되었다. 한편 군집을 이루고 축조된 토광묘 유적과 동일한 공간 내에서 발견되고 있는 구상유구에서는 원형점토대토기와 제의와 관련되는 두형토기가 파쇄되어 공반되고 있다. 두형토기가 토광묘에서는 부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장송의례와 다른 형태의 제의 의례가 구상유구를 중심으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후대의 문헌기록을 통해서도 마한사회의 제의의례를 유추할 수 있다. 구상유구에서 보이는 제의 행위는 변화 발전되어 왔을 것인데 하늘에 지내는 제사를 주관하는 천군과 같은 존재는 농경사회에서 파종기와 수확기에 귀신에 제사를 주관하는 자와는 격이 매우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곧 천군은 당시 사회통합의 리더로서 마한 사회의 정치적 종교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만경강유역에서 확인되고 있는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전개된 토광묘라는 묘제와 제의관련 유구를 통해 볼 때, 이 지역은 B.C 3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마한의 성립지로서 가히 마한의 본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16 18:29

전북 공석 문화기관장 자리 무형유산원 ‘곧’, 익산 ‘미정’

지난 1월 공석이 된 국립무형원장 자리가 곧 채워질 예정이다. 반면 같은 기간 자리가 빈 국립 익산박물관장 자리는 여전히 미정이다. 문화재청은 무형유산원장 선임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15일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청내 보통심사위원회는 최근 후보군 9명(3급 이상 고위공무원) 가운데 일부 후보를 뽑았다. 이후 후보 명단을 인사혁신처 고위공무원 임용심사위원회에 넘겼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마지막 단계인 인사혁신처 심사절차만 남았다며 3월 29일이 있는 주에 선임된 관장이 최종 발령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익산박물관장 인선시점은 여전히 미정이다. 특정 후보군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올 2분기나 3분기 안에 선임될 수 있다는 게 상위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의견이다. 국립중앙박물관장 관계자는 익산박물관장 인선은 중앙박물관 내부 인사이동과 같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아직 인사안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장 공백이 장기화 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두고는 당연히 관장 공석이 지연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다행히 연고지 업무 경력이 긴 최흥선 학예실장이 관장 직무대행을 맡아 현재까지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3.15 18:15

시각예술가 정윤선 개인전… “익산 장점마을 비극, 예술로 치유하고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구석구석 의미가 배어 있는 특별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풍경을 잃을 처지에 놓여있고 심지어 그들의 생존은 죽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전시는 인간 존재의 의미, 실존적 장소 그리고 공동체 연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집단 암이 발병한 익산 장점마을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하려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느 때보다 환경과 인권에 대한 가치가 높아진 요즘, 공동체 연대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민이 엿보인다. 정윤선 시각예술가의 개인전 무주의 맹시_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환경 재난으로 죽음과 맞닿은 채 살아가는 익산 장점마을과 인천 사월마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는 눈은 특정 위치를 향하고 있지만, 주의가 다른 곳에 있어서 눈이 향하는 위치의 대상이 지각되지 못하는 형상이나 상태를 뜻하는 일종의 실험 심리학적 용어다. 전시명이 보여주듯 전시는 주의(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무주의 속에서 고통받아 온 두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 작가는 지난 2019년 11월 우연히 뉴스를 통해 접한 두 지역의 참상에 큰 충격을 받고, 전시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익산 장점마을은 지난 2001년 마을에 들어선 비료공장의 불법행위로 온 마을이 1급 발암물질로 오염돼 집단 암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민 17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22명이 암 투병 중입니다(2020년 11월 기준). 평화롭던 작은 마을은 이제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곳이 됐습니다. 주민들의 빼앗긴 목숨과 일상은 여전히 남의 동네 이야기인 채로 남아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역 리서치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 입체, 설치, 아카이브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총망라한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작품은 익산 장점마을 비료공장에서 펼쳐진 퍼포먼스 영상 무명이다. 텅 빈 공장, 부식된 콘크리트 기둥 사이를 누비는 배우의 강렬한 몸짓은 이름 없이 떠도는 영혼이 생사의 번뇌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그간 마을 주민들이 겪었을 끔찍한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 행위이자 졸지에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남겨진 그들 가족에게 보내는 애도와 해원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장점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 생과 사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주민들로부터 수집한 사진과 그들의 추억이 담긴 오브제를 재촬영해 영정 사진 크기의 렌티큘러 이미지로 작업했다. 주민들은 가족과 이웃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본인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집단 암 발생 피해에 죽은 자도 살아남은 자도 서로 떠나보내지 못하는 상황, 주민 모두 생과 사의 모호한 경계에 속박된 채 중첩돼 서 있는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정윤선 작가는 부산 출신으로 영국 골드스미스대학 순수예술 대학원을 마치고 국내외 다수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전시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전시 홈페이지(http://www.jungyunsun.com/)에서 3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15 17:56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우리가 알아야 할 색채 ⑦

괴테 샘물이 떨어지는 소리/ 아름다운 무늬의 날아가는 잠자리/ 나는 이미 긴 시간 지켜보고 있었다/ 짙어지기도 하고 옅은 색이 되기도 하고/ 카멜레온처럼/ 또는 빨갛게 또는 파랗게/ 또는 파랗게 또는 초록으로/ 아! 가까이 다가가 저 색을 보고 싶구나/ 휘익 날아서 떠오르고 조금도 쉬지 않아/ 그러나 조용히 잠자리가 버드나무에 앉는다/ 자, 잡았다 잡았다/ 그런데 응달에서 잘 보면 음기의 어두운 파랑의 한색/ 온갖 기쁨을 분석하는 너도 같은 생각을 맛보겠지.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명성을 얻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기쁨>이란 시다. 번역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시는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시에서 보면 잠자리의 몸이 변하여 환상적인 여러 가지의 색으로 보이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 보인다. 나중에 괴테는 이러한 자연 관찰과 당시 예술의 선진국이었던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미술품의 색채 조형에도 몰두하였다. 이를 토대로 20년에 걸쳐 「색채론」을 3부작으로 펴냈다. 1부는 색의 정의 및 관찰한 내용에 기인한 색채론을, 2부에서는 토론을 3부에서는 색의 역사를 다루었다. 괴테의 색채 관이 기술되어있는 것은 1부이다. 1부는 다시 6편으로 나뉘며 생리적 색채, 물리적 색채 등으로 시작하여 색채의 감각과 정신적 작용으로 끝난다. 1부 1편 1장 생리적 색채에서 그는 눈에 대한 빛과 어두움의 관계나 2장 눈에 대한 검정과 흰색의 상(像)의 관계를 말했는데 색채는 빛과 어둠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말한 색은 빛과 어둠의 혼합에서 만들어진다와 같은 맥락이다. 3편은 색채 심리를 다루었는데 색채를 객관적인 각도거나 물리학적으로 다루지 않고 우리에게 색채가 보이는 방법에 대하여 통찰하고 있어 지금으로 말하면 지각심리학이나 색채심리학의 영역이 된다. 그리고 괴테는 스스로 색상환을 만들고 노랑과 파랑을 주축으로 하는 색채론을 전개하였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15 17:56

전북도립미술관 ‘전북청년 2021’·‘신자연주의’ 전

전북도립미술관이 오는 7월 25일까지 전북청년 2021, 신자연주의 전을 개최한다. 2~4전시실에서 열리는 전북청년 2021 전 초대미술가는 강유진(회화), 문채원(회화), 쑨지(회화, 설치)이다. 전북대 미술학과(서양화)를 졸업한 강유진(29) 작가는 자본주의사회의 어두운 측면, 즉 풍요 이면의 빈곤이나 소외로 고통받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착목한 작품을 제작해왔다. 문채원(29) 작가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된 미래의 절망적인 현상들을 작품에 반영해 선보인다. 작가는 국민대 학사 졸업 후,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쑨지(38) 작가는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의 현상학적 절합을 질문하는 회화설치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지예술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같은 기간 5전시실에서 열리는 신자연주의 전은 지난 1993년 한국에서 시작된 자생적 미학인 신자연주의 예술운동을 소개한다. 가나인, 강용면, 권순철, 서용선, 정복수 작가를 초대했다. 특히 권순철(77) 작가가 1990년대 프랑스에서 그린 미공개 작품 홀로코스트를 최초로 만나볼 수 있다. 한국전쟁을 비롯한 한국사의 아픔을 대면한 작가가 프랑스에 가서 제2차 세계대전이 낳은 또 다른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서용선(70) 작가의 대표적 시리즈인 단종 역사화 작품도 마주할 수 있다. 세조와 상원사, 동대문 송씨부인은 물론 작가가 처음으로 역사화에 자화상을 그려 넣은 새로운 작품 로돈도비치, 청령포 그리기도 전시된다. 군산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강용면(64) 작가의 만인보-현기증 또한 대규모 작품이다.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얼굴을 한 자리에 담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 1990년대 사비나미술관에 전시되며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정복수(64) 작가의 몸의 초상, 존재학, 기쁨의 원형 시리즈를 비롯한 대형 패널 작업도 출품됐다. 신자연주의를 선언한 가나인(64) 작가는 대형 회화 신작인 버려진 땅과 삶 그리고 작가의 자전적 삶을 담은 이것은 산이 아니다를 선보인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15 17:56

[전라감사 100인 열전] 전라도와 인연이 깊은 유관

유관은 조선건국후 17번째 전라감사로 태종 5년(1405) 7월에 부임하여 이듬해 2월에 이임하였다. 전라감사를 거쳐 벼슬이 우의정에 이르렀으며 세종대 청백리에 녹선되었다. 전라도와 인연이 깊은데, 부안 우반동에서 실학을 개창한 반계 유형원이 그의 후예이다. 반계가 우반동으로 낙향한 것은 유관의 사패지가 있었던 것에 인연한다. 전남 영암의 모산유씨 영의정 유상운, 좌의정 유봉휘 부자도 유관의 후예로, 유관이 전라감사를 지내면서 인연을 맺어 그의 장자가 모산에 뿌리를 내렸다. 유관(柳寬, 1346~1433)의 본관은 문화, 초명은 관(觀), 자는 몽사(夢思)ㆍ경부(敬夫), 호는 하정(夏亭)이다. 고려 명종 때 정당문학을 지낸 유공권의 6대손이며, 아버지는 삼사판관 유안택이다. 이름자를 觀으로 쓰다가 세종 8년(1426) 그 아들 유계문이 충청감사로 임용되자 관찰사의 관자가 유관의 이름 관자와 같다고 하여 寬으로 고치었다. 1371년(고려 공민왕 20) 문과에 급제하였으며, 조선건국후 개국원종공신에 책봉되었다. 대사성, 강원도 관찰사를 지내고 태종 원년 사헌부 대사헌에 임용되어, 승려 수를 줄이고 5교 양종을 폐할 것을 상소하는 등 불교를 적극 배척하였다. 태종 2년 계림부윤으로 나갔다가 무고를 당해 그의 본향 황해도 문화현에 유배되기도 하였다. 태종 5년(1405) 전라도관찰사에 임용되었으며, 태종 6년 예문관 대제학, 태종 7년 형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태종 9년 예문관 대제학으로 지춘추관사를 겸해 『태조실록』 편찬을 주관하였다. 세종 6년 우의정에 올랐으며, 『고려사』를 개수하여 올렸다. 세종 8년 1426년, 81세에 우의정으로 치사하여 88세에 졸하였다. 유관은 태종 5년(1405) 7월 8일에 전라도관찰사에 제수되어 7월 26일에 전라도 임지로 부임하였다. 후임 전라감사 박은이 이듬해 2월 29일에 부임한 것으로 보아 이때에 유관은 이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7개월 정도 전라감사로 재임하였으며, 지방장관으로서 당시 선정을 베풀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 내린 제문에 남쪽 지방에 순무하니 사람들은 (유관을) 자르지 말라는 노래를 불렀도다라고 하였다. 당시 전라도 사람들의 사정이 배우 곤궁하였다. 감사 부임 직전 메뚜기떼가 기승을 부렸고, 태풍이 몰아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같은 해 9월에는 대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라, 경상, 충청도의 전답 측량이 이루어져 민폐가 컸다. 유관은 성품이 청렴하고 청빈하여 세종 때 청백리로 녹선되었다. 성현은 『용재총화』에서, 유정승은 청렴하고 검소하여 두어 칸의 초가에서 지내면서도 태평이었다 몸가짐을 필부와 같이하고 사람이 찾아오면 겨울에도 맨발로 짚신을 끌고 나가 보며, 때로는 호미를 가지고 채마밭을 돌아다니면서도 전혀 수고롭게 여기지 않았다고 하였다. 우산으로 지붕에 새는 비를 가렸다는 유명한 일화는 서거정의 『필원잡기』에 실려 있다. 한달이 넘도록 장마가 졌는데, 삼대처럼 집에 비가 줄줄 새었다. 유관이 우산을 잡고 비를 가리며 부인을 돌아보고 말하기를, 우산이 없는 집은 어떻게 견딜꼬. 하니, 부인이 대꾸하기를, 우산 없는 집에는 반드시 미리 방비가 있을 것입니다하니 껄껄 웃었다. 서울 낙산 자락에 이수광이 『지봉유설』을 지은 초가삼간 비우당(庇雨堂)을 복원해 놓았다. 이 자리는 유관이 우산으로 비를 가리며 살았다는 집터이다. 유관은 이수광의 외가 5대조가 된다. 비우당은 겨우 비나 가리는 집이라는 의미이다. 성호 이익은 유관의 청렴을 정승의 손에 작은 우산 하나 들렸으니/ 지붕이 새는 비를 막기에 부족해서라 라고 노래하였다. 반계 유형원은 유관의 후예로 부안 우반동으로 낙향하여 실학의 문을 열었다. 그가 우반동에 자리한 것은 유관의 사패지로 전해지는 그 선조들의 땅이 우반동에 있었기 때문이다. 유관에게 맹문ㆍ중문ㆍ계문 세 아들이 있었으며, 맹문과 계문 두 아들이 문과에 급제하였다. 반계는 유계문의 후예이다. 반계의 8대조가 되는 유계문은 문과를 거쳐 충청감사와 형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반계의 아버지 유흠이 당쟁에 희생되어 이른 나이에 죽자 할아버지 유성민이 부안 우반동으로 내려가 잡목이 무성한 골짜기를 개간해 전답을 일구고 살았다. 우반동 하면 부안김씨를 떠올리지만 그 이전이 이미 유성민이 우반동에 들어가 살았다. 유성민은 부안김씨 김홍원에게 토지 30결을 매매하였는데 그 매매문기에 이 땅을 유관이 개국공신으로 태조로부터 받은 사패지라고 하였다. 반계는 이런 인연으로 우반동으로 내려가 그의 실학사상을 20여년에 걸쳐 집대성하여 반계수록을 편찬하였다. 유상운은 숙종 때 영의정을 지냈고, 유상운의 아들 유봉휘는 경종대 신임사화 때 소론 4대신의 하나로 좌의정을 지냈다. 유봉휘는 숙종 23년 문과에 급제하고도 글이 격식에 맞지 않았는데 유상운의 아들이어서 급제했다고 하여 합격이 취소되었다가 숙종 25년 다시 문과에 응시해 급제하였다. 모산유씨(茅山柳氏)는 유관의 장남 유맹문의 후예들이다. 유맹문은 문과에 급제하여 예조참판을 지냈다. 그 유맹문의 후예들이 전라도 나주 모산리(현 영암군 신북면 모산리)에 대대로 세거하여 모산유씨(茅山柳氏)로 불렸다. 모산마을은 유상운과 유봉휘가 부자간에 정승을 지내 부자(父子) 정승마을이라고 한다. 모산유씨들이 이 자리에 터를 잡게 된 것은 유관이 전라감사로 있으면서 이곳 경치에 반하여 아들 유맹문에게 정자를 짓게 한 것에 유래하였다. 유관의 명으로 지었다는 영팔정(詠八亭, 전라남도기념물 105호)이 마을에 있으며, 마을 입구에는 유관 신도비와 유상운 신도비가 있다. 영팔정을 중건한 인물이 영의정을 지낸 유상운이다. /이동희(예원예술대학교 교수, 전 전주역사박물관 관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15 17:51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10편 발표… 경쟁률 10대1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14일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 10편을 발표했다. 한국경쟁에 소개되는 10편은 공모를 통해 접수된 총 108편 가운데 약 10대1의 경쟁을 뚫고 최종 선정됐다. 한국경쟁 선정작 가운데 눈에 띈 것은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영화들이었다. 정재익서태수 감독의 극영화 <복지식당>, 류형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코리도라스>는 그동안 한국영화가 자주 다루지 않았던 장애인 문제를 정면으로 비춘다. 변규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와 그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최근 변희수 전 하사의 비극적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한국 사회에 현존하는 여러 문제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도 최종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홍성은 감독의 <혼자 사는 사람들>, 허정재 감독의 <첫번째 아이>, 황준하 감독의 <인플루엔자>, 감정원 감독의 <희수> 등은 각각 홀로족, 기혼 여성, 간호사 태움,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이정곤 감독의 <낫아웃>, 우경희 감독의 <열아홉>, 이재은임지선 감독의 <성적표의 김민영>은 청춘의 삶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들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한국경쟁에는 유난히 첨예한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출품됐다며 부조리와 모순을 폭로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작품들이 영화적으로도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3.14 17:10

전북지역 임진왜란사 정리 필요성 대두

전북지역 임진왜란사 정리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임진왜란 시기, 전북지역 관군과 의병이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도, 경상도 등 전국적으로도 파견돼서 국가를 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연구 인력과 자료 부족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남에서는 최근 호남 의병을 기리기 위해 남도 의병역사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전북에서도 체계적인 임진왜란사 연구고증작업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북 역사학계 등에 따르면, 1592년 있었던 웅치(진안과 전주사이에 있던 고개)전투와 이치(금산 서평)전투는 조선이 왜군을 방어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최대의 곡창지대로 후방 병참기지 역할을 해오던 전라도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듬해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국가군량을 호남에 의지했으니, 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國家軍儲, 皆靠湖南, 若無湖南, 是無國家 국가군저, 개고호남, 약무호남, 시무국가)며 전쟁의 정황을 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전북의 관군과 의병은 많은 지역에서 전투를 수행했다. 1593년 경기도 행주산성을 막아낸 행주대첩에서도 전북 관군이 활약했다. 전라도도절제사로 이치전투를 이끌었던 권율은 전쟁이 끝난 뒤, 군사를 이끌고 북상해 병력 1만여 명을 행주산성에 집결시켰다. 경상도 지역의 왜군을 막기 위해서도 파견됐다. 국방대학교 노영구 군사전략학과 교수는 전라도를 방어하는 데 성공한 뒤, 경상도 지역에 증원되는 왜군을 감당해야만 했다며 전북은 향토방어라는 관점도 있지만 국가를 수호하는 군대의 역할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북은 웅치, 이치 등 일부지역 전투를 제외하고 종합적인 연구와 자료 정리가 미비한 상황이다. 정유재란 시기 연구는 공백 상태이며, 일부 의병을 두고는 진위논란까지 빚어지는 상황이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1990년대부터 임진왜란사 자료 정리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경북에서는 <경북의병사>(1990년), <대구지역 임진란사>(2017), <경북지역 임진란사>(2018)가, 전남에서는 <호남지방임진왜란사료집>(1990)이 발간됐다. 전남도는 지난 9일 2024년까지 440억원을 들여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일대 36만㎡에 건물 연면적 8300㎡규모로 남도 의병역사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도는 의병관련조사연구, 전시교육, 교류선양 등 활동에 필요한 유물 수집에 나섰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전북대학교 한문종 사학과 교수는 경상도나 전라남도 같은 경우 임진왜란 관련 자료 수집이 진행되고 있으며, 개별가문에서 문집들을 간행하기도 한다며 문집의 진위여부를 떠나 연구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영구 교수는 연구인력이 경상도에 많은 영향도 있다며 이들 중심으로 임진왜란사 자료정리와 연구가 이뤄지다보니 전쟁 자체가 향토방어로 각인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라도 군인이 경상도 지역에서 이동해서 싸운 전투를 두고 경상도 임진왜란사로 기록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에서도 체계적인 임진왜란사 정리와 고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찬사찬기록, 각 문중 소장 자료, 일본중국의 고문서 등을 수집한 뒤, 연구를 거쳐 학술총서와 자료집을 발간해야 한다는 게 도내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한문종 교수는 황진, 채홍국, 김제민 등 전북 의병장 및 문무관, 최호, 송상현 등 타 지역 활동 인물, 권율, 이복남 등 다른 지역 출신이 전북에서 활동한 사례 등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임진왜란 당시 전북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3.14 16:57

국립민속국악원, 2021년 주요 사업계획 발표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이 올해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국악원은 우선 작품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악원의 대표 작품인 <춘향전>, 전국 우수 단체작품을 선보이는 <별별창극>, 그 시절 명인, 명무, 명창의 이야기 <토크옛설(藝設)>, 창극의 전성기를 누빈 전설들의 무대가 펼쳐지는 <명불허전> 등을 선보인다. 일상에서 누리는 공연문화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차와 이야기가 있는 <다담>, 다양한 장르의 전통예술공연인 <목요다락>, 판소리에 대한 인문학적 해설이 들어가는 공연 <담판>도 이뤄진다. 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해서는 <광한루원 음악회>를 완월정에서 개최한다. 춘향제, 흥부제 등 지역관광을 활용한 대외협력공연과 지역 간 공립 국악단체와의 교류 협력공연, 초청공연, 송년공연 등이 제공된다.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는 활동도 벌인다. 지역민들이 1인 1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생활문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해금, 가야금, 고법, 설장구, 한국무용장단 등 5개 강좌가 들어있는 일반인국악강좌<청출어람>을 3월부터 7월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운영한다. 민속악 연구 기반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인 <제7회 민속악 포럼>도 개최된다. 왕기석 원장은 국악이 생활 속에서 향유될 수 있도록 다가가고, 더 나아가 국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3.11 18:35

“후백제성 동고산성 정비계획 수립해야”

후백제 성터유적으로 꼽히는 동고산성에 대한 고고학적인 조사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고산성은 1990년~2014년까지 7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됐지만, 발굴한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정비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문화재의 상태에 따라 정비계획을 병행하면서 복원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북대학교 남해경 건축공학과 교수는 11일 전주시가 개최한 후백제전주성(동고산성) 국가지정 승격 학술대회에서 동고산성에 대한 보존과 활용을 전체적으로 기획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교수는 동고산성 정비는 성벽, 성 내부 시설, 문지 등의 보존과 문화재 안내판, 이정표, 편의시설 등 설치가 해당된다며 세분화한 계획을 제시했다. 성벽은 상태가 좋지 않은 지점부터 조사한 후 보수를 실시하고, 벽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주면의 수목은 정리해야 한다는 게 남 교수의 설명이다. 성 내부에 있는 소나무 등 교목을 두고는 이식을, 경작지는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적 탐방로에 위치한 민묘의 경우 이장을 주문했다. 남 교수는 정비를 전제로 보수복원경관유지관리재정계획을 순차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정리했다. 동고산성이 후백제 도성의 피난성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 건물지가 궁전이었다는 고(故) 전영래 교수의 이론과 다른 관점이다. 전주문화유산연구원 강원종 학예실장은 성벽, 성문, 건물지 등지에서 여러 차례 개축과정이 보인다며 이런 대대적인 개축은 평상 시 이뤄진 개보수과정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로 성벽의 통과선이 다르고 견치석으로 다듬은 성돌을 면석으로 사용했다. 주 건물지와 성벽 가까이에는 대형건물이 재건축된 흔적도 있다며 이런 축성법은 전쟁이 잦은 후삼국시기에 이뤄지는 대사역이라고 설명했다. 동고산성이 후백제의 성이라는 확증할만한 고고학적인 증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주대학교 서정석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견훤의 옛 궁터로 전해온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라며 소어벽 최하단 성돌이 일반 성돌보다 크고 돌출된 부분을 두고 축성 시기를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날개처럼 좌우 양쪽에 쌓아 가운데 성의 부족한 기능을 도왔던 익성(翼城)의 최초사례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익성은 대몽항쟁기에 처음 출현한 성으로 춘천 삼악산성 내성, 원주 영원산성, 충주 대림산성, 속초 권금성 등이 대표적이다. 전주시 최락기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동고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규명하면서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3.11 18:35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실장의 전통문화 바라보기] “소리만 생각해라”

1975년 전주대사습대회 때의 이일주 열창 모습.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 이일주는 세습예인 출신으로 이날치 명창의 증손녀이자 이기중 명창의 딸이다. 8세(1943년)무렵 소리에 입문하여 14세부터 아버지에게 춘향가, 심청가의 대목소리와 숙영낭자전 한바탕을 공부했다. 28세 무렵 박초월 명창에게 흥보가를, 34세에 김소희 명창에게 심청가를, 38세엔 오정숙 명창에게 동초제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를 배웠다. 이후 우리나라 판소리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에 출전하여 1979년 영애의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고 명창 반열에 오른다. 그녀가 조선후기 명맥이 끊긴 이후 부활한 전주대사습놀이에 네 번째로 최고의 상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나라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실력이 출중하다는 의미로 그녀의 타고난 목구성과 심금을 울리는 소리의 서슬은 익히 만인이 인정한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서 출세하면 대도시로 상경하여 자신의 의지를 펼친다. 혹은 출세를 위해 현재 있는 곳보다 더 큰 도시로 거처를 옮겨 기세를 자랑한다. 국악뿐이겠냐마는 모든 업계 삶의 방식이 대부분 그렇다. 그 당시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저명한 명창들은 서울로 상경하여 활동을 했다. 하지만 이일주 명창은 아니었다. 그녀는 1979년 전주대사습놀이에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후 한 번도 전주를 떠난 적이 없다. 이일주 명창을 처음 뵌 것은 35년 전인 1986년 진북동 어느 낡은 빌딩 선생님의 생활터이자 연습실인 작은 공간에서였다. 판소리가 좋아 무작정 서울에서 전주로 낙향한 필자는 이일주 명창을 찾았고, 집이자 전수소에서 3년간 함께 생활하며 소리공부를 했다. 선생님은 항상 새벽에 소리공부를 하셨는데 이른 5시가 되면 선생님의 목소리가 통성으로 먼저 울렸고 6시가 되면 제자를 깨워 가르치셨다. 제자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날작시면 선생님은 호통을 치시며 북채를 드셨다. 매서운 스승님의 소리는 그렇게 어느 전주의 새벽을 함께 깨웠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명창 중 스승 존함에 이일주란 성함이 들어가는 명창은 참으로 많다. 그렇듯 이일주 명창은 전라북도에서 많은 제자를 가르치며 꿋꿋이 전통예술의 본향을 지켰다. 이일주 명창은 제자에게 항상 하신 말씀이 있다. 노력한 만큼 나온다. 게으르지 마라, 소리만 생각해라 그러한 선생님의 말씀은 35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필자에게 마음 한구석 아쉬움과 미련으로 남았다. 소리를 공부하는 후학들이여, 현시대의 주어진 환경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소리만 생각해라라는 이일주 명창의 말씀을 되새겨 다시 한번 가슴속 깊이 각인해 보자. 대중음악인 트로트도 좋지만 그래도 여러분이 배우는 판소리가 이 세상을 웃고 울리는 시절이 더 많았으므로 다시금 그런 판을 우리 함께 만들어 가보자. 대도시의 거창하고 큰 무대는 아니지만, 우리 삶이 녹아난 현장에서 아름다운 소리판을 만들자. 그리고 우리 전라북도 전통예술을 소중히 지키며 소리의 본향임을 자랑스럽게 이어나가자.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11 18:35

“교육과 연계한 예술”… ‘전병관 Edu&Art 미술관’ 개관

전병관 Edu&Art 미술관은 개인 작업 공간이자 전주 문화를 알리는 공간입니다. 전북 문화예술인들로 가득했던 동문사거리가 옛 명성을 되찾는데 이곳이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합니다.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58에 위치한 성암아트홀이 리모델링을 거쳐 13일 전병관 Edu&Art 미술관(이하 미술관)으로 재탄생한다. 동문사거리 중심에 위치한 미술관은 전병관(63) 조각가의 작품 전시장이자 어린이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형예술 교육장이다. 예술의 교육화, 교육의 놀이화를 지향하는 전 조각가의 꿈이 담긴 공간이다. 익산 웅포면에서 태어난 그는 전주대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세계 돌 집산지로도 불리는 이탈리아 까라라로 건너가 피사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1995년에는 전국 최초로 폐교를 활용한 미술문화공간 임실 오궁리미술촌을 조성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5년엔 성암아트홀을 개관하고 1박 2일 진로직업 체험교육장으로 운영해왔다. 성암아트홀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이유는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조형예술 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예술품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그의 오랜 관심사였다. 어린이와 어르신이 함께 노는 모습을 상상해왔습니다. 어린이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아닌, 나무로 만든 조형예술 도구를 가지고 놀며 창의력과 응용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바라는 예술품과 결합한 놀이형 교육입니다. 이를 반영해 미술관 지하는 목공도예 작업장, 1층은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실용생활예술마켓, 2층은 조형예술 전시교육장, 3층은 전시장, 5층은 직업전문아카데미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아카데미는 흙과 돌, 나무를 재료로 한 조형예술 창작과정으로 천철석 전북무형문화재 제19호 소목장, 이의식 전북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이명복 도꿈도예 대표 등이 함께한다. 더 나아가 전 조각가는 미술관이 동문사거리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1976년 한소희 화실에서 공부하며 꿈을 키웠던 그에게 동문사거리는 추억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다. 빈 상가가 많아지는 동문사거리를 보면 씁쓸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이 문화예술의 향기로 다시 가득 찰 그날을 아직도 꿈꿉니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11 18:26

제4회 완산벌문학상에 나인구·박갑순 수필가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회장 김정길)는 제1회 찾아주는 완산벌문학상 수상자로 이종희 수필가, 제4회 완산벌문학상 수상자로 나인구박갑순 수필가를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제1회 찾아주는 완산벌문학상 수상자인 이종희 수필가는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해 <여행&힐링> 외 2권의 수필집을 냈다. 은빛수필문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문인협회 기획정책위원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 수석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황조근정훈장, 은빛수필문학상, 대한문학작가상, 전주시예술상 등을 받았다. 제4회 완산벌문학상 수상자인 나인구 수필가는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수필과 시로 등단했다. 저서로 수필집 <그런 돌이 되고 싶다>, <두물머리 물처럼> 등과 시집 <간주곡의 서정>이 있다. 대한문학작가회장, 은빛수필문학회장, 카톨릭문우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표현문학회,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전주문학상, 은빛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갑순 수필가는 수필과 비평 수필, 자유문학 시로 등단했다.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이 없다>, 동시집 <아빠가 배달돼요> 등을 펴냈다. 소년문학 편집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문인협회와 부안문인협회 이사,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편집국장 등을 맡고 있다. 미래문화상, 부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3시 전북문학관에서 정기총회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3.11 18:26

전북 여성예술인들,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 ‘N의 반란’

우리는 N이 되고자 합니다. N은 너 이거나 나일 수도 있으며 다수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북여성문화예술제는 미지수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알파벳 N의 힘을 빌려 전북지역 여성예술인의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가 주관하는 제1회 전북여성문화예술제 N의 반란이 13일과 14일 전주한옥마을 카페 더스토리에서 열린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가 이번 예술제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안전하고 평등한 무대에서 예술인 N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이들은 마음껏 펼쳐놓고 표현할 수 있는 자리에서 우리를 얽매는 모든 것들을 벗어던진 채, 오롯이 N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이번 예술제의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지난 2019년 3월 출범한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전북 문화예술계 성 평등 실현을 위한 예술인 연대체다. 성차별과 성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현재는 여성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에서 예술을 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기득권에 맞서 버텨야 하고, 안전을 챙기기 위해 예민해져야 합니다. 균등하지 못한 기회에 아등바등하고, 차별과 혐오 속에서 자리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이들에게 이번 예술제는 단순한 축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차별과 혐오 없는 창작 환경 조성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장이기 때문이다. 그 뜻에 43명의 N이 동참했다.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 연극인이 모여 만든 낭독프로젝트팀 루커스(김은혜이혜지), 군산을 기반으로 페미니즘 문화 행사를 기획진행하는 우만컴퍼니 등 공연전시팀들이다. 이외 전북여성문화예술인 페미니즘을 말하다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도 마련돼 있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우리가 하는 예술이, 이 작은 반란이 목소리가 돼 지역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길, 재난과 질병 속에서 뒤로 밀리는 여성 권리를 들쳐 올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11 18:26

소리고장, 전북 트로트계 두각

소리의 본고장 전북에서 태어난 인물들이 트롯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각 방송사에서 제작한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거나 결승전에 진출하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트롯이 대중음악계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전주 출신 별사랑(본명 윤정인29)은 TV조선이 제작한 미스트롯 2에서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진출자 7인 가운데 유일한 현역인 그는 나훈아의 공으로 미스트롯2의 엔딩무대를 장식했으며, 심사위원들로부터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멋진 가수라는 호평을 받았다. 최종 결과에선 6위를 차지했다. 부안 출신인 김태연(정읍 동신초 2학년, 10)도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태연 양은 결승에서 바람길을 불러 심사위원들에게 981점 최고점을 받았으며, 결승전에서는 아버지의 강으로 무대를 위해 태어났다는 극찬을 받았다. 최종은 4위로 마무리했다. 순창 출신인 강문경 씨(36)는 지난해 SBS TV 예능 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이하 트롯신2)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4년 아버지의 강으로 성인가요에 입문한 이후로 7년 동안 무명가수였던 강 씨는트롯신 2 프로그램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강 씨는 최종 우승으로 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으며, 우승 이후 KBS1 가요무대 등 많은 무대에 얼굴을 선보이고 있다. 익산 출신인 장영우 군(원광중학교, 14)은 지난해 TV조선 미스터트롯 본선 1라운드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 시청자들로부터 재 소환됐다. 본선 당시 마스터에게 호평을 받은 장 군은 올 초 미스터트롯 무대를 재현한 다시 보고 싶은 트롯맨 특집 형식의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주병선의 칠갑산으로 국악 트롯을 완벽히 표현하면서 99점을 받았다. 이후 장 군은 익산과 전북의 지역행사에서 섭외 1순위인 것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3.11 14:1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