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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로 건네는 작은 평화⋯박종권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

힘든 오늘을 살아내는 사회인에게 평화의 시간을 전하는 전시가 열렸다. 오는 21일까지 전주 평화의전당 보두네홀에서 개최되는 사진작가 박종권이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이 바로 그것. 이번 전시는 2007년부터 이어온 사진 인연의 기록이다. 박 작가는 천주교 전주교구 산하 장애인 단체 ‘하나회’와 ‘무지개가족’, 장수·김제 다문화센터를 통해 만난 장애인과 다문화가족을 오랜 시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것은 어려움보다 먼저 피어나는 미소였다. 불편함을 감사로 승화시키는 장애인들의 미소, 낯선 문화와 외로움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다문화가족의 맑은 표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평화의 시간을 건넨다. 전시장에는 이들과 함께 묵묵히 헌신해 온 봉사자들의 미소,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어린이들의 웃음이 담긴 가족 사진도 함께 걸린다. 모든 작품은 전통 한지에 인화한 뒤 전통 표구로 족자 형태로 제작돼, 사진이 지닌 따뜻한 시선에 한국적 미감을 더했다. 특히 전시 마지막 날에는 사진 속 주인공들을 모두 초대해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고, 전시된 작품을 직접 선물하는 뜻깊은 행사도 예정돼 의미를 더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미소로 피어난 존재의 찬가”라며 “불편함과 외로움 너머에서 삶이 피워낸 가장 순결한 빛을 사진에 담았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대한민국사진대전 추천작가이자 전북사진대전 초대작가다. 2022년 전주부채문화관 초대전 ‘소소한 풍경’, 2023년 전주이동형갤러리 초대전 ‘매화전’, 2025년 섬진강댐 건립 60주년 합동초대전 등에 참여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2.15 17:51

[결산! 전북문화 2025] ①희비 교차한 전북 미술계

올 한해 전북 미술계는 희비가 교차했다. 전북에서 처음으로 미술저작권 관련 교육이 열려 공정하고 투명한 미술생태계 조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전북도립미술관이 국립‧광역지자체가 운영하는 미술관 중 예산 규모가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람객 수를 달성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27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하고 있던 전주시립미술관은 행안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하반기 착공에 빨간불이 켜졌다. 개관 35주년을 맞은 국립전주박물관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박물관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하고 지역문화 활성화, 서예문화 특성화 핵심 목표로 다양한 전시를 내놓았다. △ 도립미술관, 기획력 있는 전시로 성과 두각 전북도립미술관이 적은 예산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면서 ‘작지만 강한 미술관’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3년 예산이 45억원에 불과했지만 관람객수는 19만9230명으로 집계됐다. 지역성과 예술성을 살린 전시와 시민참여 중심의 교육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호응을 끌어냈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올 한해 진행한 전시를 보면, 손꼽을만한 기획전이 드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은 예산이 한계로 작용하지만 지난해 ‘이건희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선물’과 같이 이목을 끈 기획전이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다. ‘전북청년 작가전’은 한국 화단을 짊어질 젊은 작가들의 가능성을 엿보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으로 관심이 시들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전주시립미술관 건립 빨간불…하반기 착공 무산 2027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이던 전주시립미술관에 제동이 걸렸다. 중앙정부 투자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사실상 하반기 착공에 빨간불이 켜졌다. 행정안전부 ‘2025년 정기 제2차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결과에 따르면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은 재검토 통보를 받았다. 행안부는 재검토 사유로 경제성 부족, 전북도립미술관 등 타 시설과의 유사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재정난과 잦은 학예사 교체로 건립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전주시는 전주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 등을 보완해 내년 초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재신청할 방침이다. △ 전북서 열린 첫 미술저작권 교육 ‘절반의 성공’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전북에서 처음으로 미술저작권 교육을 열었다. 교육은 미술저작권의 기본 개념부터 저작권 침해 및 대응 사례, 저작권 등록과 지원 시스템까지 미술저작권 전반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다. 미술 창작자들의 창작성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미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움직임으로는 바람직하나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발성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립미술관이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연계해 작가들에게 미술저작권에 대한 개념과 사례를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 박물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시 호평 개관 35주년을 맞은 국립전주박물관이 ‘지역문화 활성화’와 ‘서예문화 특성화’를 핵심목표로 설정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지역과 함께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특별전 ‘나고드는 땅, 만경과 동진’을 기획한 박물관은 전북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조명해 호평을 받았다. ‘한글서예’를 중심으로 50개국 3109점의 작품이 전시된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행사도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청년작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지원하는 ‘K-SEO YEART’ 전시와 천명의 종교인이 참여해 종교 간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서예로 만나는 경전’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전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5.12.15 17:51

창의와 열정의 주인공…2025 주민시네마스쿨 영상콘텐츠대잔치 시상식 개최

전주시민미디어센터(소장 최성은)가 2025년 주민시네마스쿨 사업의 일환으로 영상콘텐츠 대잔치 작품 공모전 시상식을 지난 12일 완주 휴시네마에서 개최했다. 이번 공모전은 주민시네마스쿨이 진행되고 있는 전북특별자치도 14개 시·군의 지역 영상콘텐츠 제작을 활성화시키고, 참여 주민들의 영상 창작을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공모 주제는 ‘우리 마을과 나의 이웃 이야기’,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우리 삶의 이야기’였으며 올해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숏폼, AI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112편 접수됐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총 30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김태휘(영화감독) 심사위원은 “기술적 완성도보다도 공모전의 취지에 부합하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편영화·지역홍보영상·AI영상 등 다양한 종류의 영상이 출품됐는데,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작품도 있어 보는 내내 감탄하기도 했다.”며 “이번 공모전에 출품해 주신 모든 분에게 아낌없는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공모전 청소년부 대상작은 곽은우 감독의 ‘날개’가 선정됐다. 전주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현실의 벽 앞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반부 대상작은 임두희 감독의 ‘그렇게 영화가 된다’가 뽑혔다. 익산에서 제작한 이번 영화는 연령을 불문하고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뭉친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냈다. 이외에도 우수상(14팀), 장려상(4팀), 특별상(10팀)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대상 작품은 국내 영화제 출품 및 배급을 지원할 예정이다. 수상작은 임실과 장수, 무주 등 6개 지역 작은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박은 기자

  • 영화·연극
  • 박은
  • 2025.12.15 17:12

전주문화재단, 2025 탄소예술기획전 개최

탄소복합재가 지닌 물성을 예술로 표현한 탄소예술기획전 ‘탄소의 언어: 전이의 순간’이 팔복예술공장 A동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탄소예술기획전은 지역 전략산업인 탄소섬유와 탄소복합재를 예술 창작의 새로운 지층으로 확장해온 융‧복합 프로젝트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 팔복예술공장은 지난 5년간 탄소소재를 활용한 실험적 창작을 꾸준히 이어오며 51명의 작가 발굴과 지원, 200여점의 작품 제작, 국내외 산업박람회 참여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쌓아왔다. 올해는 ‘탄소의 언어: 전이의 순간’을 주제로 그간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탄소의 다층적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환경과 기후 등 산업적 의미에 머물던 탄소를 창작의 매체로 바라보며 산업에서 예술로, 기술에서 감각으로 이동하는 전이의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전시에는 이을, 이정란, 정유리, 조민지, 차건우, 최은우 등 총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참여 작가들은 탄소복합재의 단단함과 유연성, 빛을 머금는 표면성, 구조적 잠재력 등 소재가 가진 물성을 탐구하며 기존 작업 방식을 넘어서는 36점의 새로운 조형언어를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1월 11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사전 예약 없이 현장 방문으로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5.12.14 17:08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나만의 사진언어를 제시하다

전주사진책도서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5 지혜학교’에 선정돼 운영한 사진인문학 결과보고전 ‘단단한 후일담’이 16일부터 21일까지 전주사진공간 눈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사진가이자 명지대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교수인 김혜원이 기획을 맡아 진행한 '사진! 인문학으로 줌인하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마련됐다. ‘단단한 후일담’은 강의실에서 다뤄진 사진인문학의 주요 담론이 실제 예술현장에서 어떻게 창작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보고전이다. 전시에는 총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7개 유형으로 작품을 나눠 구성했다. 전시에는 해외 명품관과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통해 소비심리를 포착한 ‘소비문화’, 폐업상가와 미분양 건물을 기록하며 자본주의의 불황을 비판한 ‘소비경제’, 자연 훼손과 지역공동체 붕괴를 고발한 ‘도시개발’ 유형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또한 도서관과 도시공원을 통해 도시 정체성을 탐구한 ‘도시문화’, 일제강점기 건축물과 교각을 매개로 탈식민성과 로컬리티를 성찰한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멀티플 이미지 기법을 활용한 실험적 사진,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한 구성사진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강승규, 김혜원, 박래영, 박영삼, 백인순, 박종권, 신애자, 유성수, 윤광빈, 이상민, 장윤희, 정상호, 정옥영, 정회선 등 14인이다. 김혜원 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동시대 주요 담론을 각자의 사진 언어로 형식화한 결과물”이라며 “사진인문학 교실에서 기른 사유의 힘이 단단히 응축돼 앞으로의 사진 작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 전주사진책도서관이 운행한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5.12.14 17:08

윤흥길·박범신·안도현, 세 거장이 불러낸 ‘문학 도시 익산’

익산의 밤이 문학으로 다시 숨을 쉬었다. 지난 13일 익산 중앙로의 한 문화공간, 문화살롱 이리삼남극장에서 열린 ‘2025 익산 문학의 밤’은 오랜 시간 이름으로만 남아 있던 ‘문학 도시 익산’을 현재형으로 불러내는 현장이었다. 윤흥길·박범신·안도현. 한국 문학사에서 각기 다른 결을 이뤄온 세 작가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간은 일찌감치 열기로 가득 찼다. 행사 시작 전부터 입구는 분주했다. 세 작가의 대표작이 놓인 작은 판매대 앞에는 책을 고르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건 사인 꼭 받아야지.” 책장을 넘기는 손길 사이로 설렘이 묻어났다. 60여 명의 시민과 문학계 관계자들이 몰리며 간이 의자가 수시로 추가 배치됐고, 통로까지 사람들이 앉아 귀를 기울였다. 한 공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세 작가의 동시 등장에 카메라 셔터 소리도 쉼 없이 이어졌다. 대담은 ‘익산은 왜 문학의 도시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진행을 맡은 박태건 원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익산의 문학적 기억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며 시민과 청년을 함께 호명했다. 김 교수의 “오늘 이 자리에 온 학생들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말에 객석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흥길 작가는 익산 문학의 부흥을 위해 ‘사람과 구조’를 함께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파리 살롱 문화를 예로 들며 “문학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기업 메세나와 공공의 역할이 함께 맞물려야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AI 시대 문학의 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라디오와 TV가 등장할 때마다 문학의 종말을 말했지만 문학은 살아남았다”며 “책장을 넘기는 감각은 여전히 인간의 뇌와 감성을 깨운다”고 단언했다. 박범신 작가는 보다 직설적이었다. 작가는 “문학이 한류처럼 대중적 부흥을 이루긴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문학의 힘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익산의 작은 책방과 이를 지켜온 사람들을 언급하며 “이런 마음과 실천이 3명이 아니라 30명으로 늘어난다면, 익산은 저절로 문학의 도시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도현 작가는 자신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지역과 문학의 관계를 풀어냈다. 군사정권 시절 통폐합됐던 문학 동아리 이야기, 그 안에서 자라난 인연들이 오늘의 한국 문학을 만들었다는 회고에 객석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는 “고속도로 100m 예산이면 지역 문학은 수십 년을 살릴 수 있다”며 “정책보다 중요한 건 책을 사고, 읽고, 이야기하는 생활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대담 내내 세 작가의 유쾌한 말장난과 재치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계좌이체도 됩니다”라는 농담에 웃음이 번졌고, 서로의 말을 받아치는 장면마다 현장은 작은 문학 살롱처럼 살아 움직였다. 웃음 속에서도 익산 문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끝까지 이어졌다. ‘2025 익산 문학의 밤’은 단순한 문인 대담을 넘어, 잊혀가던 도시의 문학적 기억을 현재로 호출한 자리였다. 기록되지 못했던 풍경과 삶의 서사를 다시 꺼내고, 문학을 도시 정체성의 중심에 놓으려는 첫걸음이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2.14 16:36

청년작가 김하윤의 ‘모험담’

손으로 쓱쓱 칠한 화면이 정겹다. 질서정연한 터치와 겹치고 더해진 색이 빚어낸 화면은 평범한 풍경이 아닌 자연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듯하다. 정밀하진 않지만, 생기 넘치는 색채가 조화를 이루며 밝은 에너지가 화면을 뚫고 나오는 것 같다.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청년작가 김하윤 판화전 ‘모험담(冒險談)’을 열고 있다. 채색화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판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확장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수성 목판화(水性木版画)가 있다. 수성 안료를 직접 조색해 판 위에 올리고, 습을 머금은 한지 위에 손으로 압력을 가해 찍어내는 전통적 인쇄 방식으로 번짐과 어긋남, 나무결의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인쇄 과정에서 농도와 수분, 안료의 자리 이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판에서도 서로 다른 표정이 나타나는 단일성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이러한 우연성을 회화의 서정성과 결합해 새로운 조형 실험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목판에 물감을 칠하며 만든 형태와 질감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화면에 담겨진 메시지는 추상적이지만, 구상과 추상의 미묘한 경계에서 촉발하는 카타르시스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모험담은 ‘험함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뜻한다”며 “나에게 모험은 특별한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흔들림·두려움· 기대와 같은 감정들을 끌어안고 한 걸음을 내딛는 태도에 가깝다”고 밝혔다. 2018년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한국화전공으로 졸업한 김하윤 작가는 2017년 첫 개인전 이후 <울퉁불퉁 간다> <징검 가지>를 포함해 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외 단체전 60회를 참여하며 작업 세계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전시는 21일까지.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5.12.13 09:32

해금 협주곡의 화려한 변신⋯전주해금연주단 제18회 ‘奚琴 愛Ⅳ’

전주해금연주단이 12일 오후 7시, 전주혁신도시 복합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제18회 정기연주회 ‘奚琴 愛Ⅳ’를 연다. 올해 무대는 ‘해금을 위한 협주곡 시리즈’를 부제로, 해금의 독창적 연주법과 다양한 편성 가능성을 조명한다. 합주와 독주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악기 해금이 지닌 표현영역을 폭넓게 확장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전주해금연주단은 해금연주가 오정무 단장을 중심으로 해금을 전공한 전문 연주자들이 모여 2005년 창단됐다. 2006년 첫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심인택 초대 단장, 김소윤 2대 단장에 이어 현재 3대 단장인 오정무 단장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전통 레퍼토리 연구와 대중화라는 목표 아래 꾸준한 창작·편곡 작업을 이어오며 지역 전문 국악단체로 자리매김했다. 공연은 오 단장이 해금 합주로 재구성한 ‘신뱃노래’로 문을 연다. 이어 김영재 작곡 ‘방아타령’을 주제로 한 해금협주곡을 김수현이 편곡했으며, 한국전통문화고 재학 중인 차유찬 학생이 협연자로 나선다. 이경섭 작곡 해금협주곡 ‘추상’은 강솔잎의 편곡으로 김예인 씨가 협연하며, 이병욱 작곡 합주곡 ‘얼’은 국재환 악장의 협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오 단장은 “해금협주곡 중 연주자들이 가장 사랑해온 대표곡을 선별해 합주협주곡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며 “전통악기 해금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금의 시선으로 펼쳐내는 다양한 전통음악을 통해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며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2.12 11:04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각박한 사회가 야기한 불평등은 우리의 시선을 안으로 끌어당겼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소설‧동화 부문 응모작들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자기 내면을 살피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덕분에 한두 가지 이슈에 쏠리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고 흐릿한 메시지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예심 심사가 완료된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공모에는 전년(612명‧1419편)보다 94명 529편이 늘어나 총 706명이 1948편의 작품을 응모했다. 부문별 응모자 수는 시 부문 414명‧1640편, 동화 부문 154명‧162편, 소설 부문 138명‧146편으로 각각 전년보다 소폭 늘어났다. 전북일보는 올해부터 응모작의 질적 향상과 우수작 발굴을 위해 응모 부문을 시‧단편소설‧동화·수필 등 4개 부문에서 시‧단편소설‧동화 3개 부문으로 조정하고 상금을 인상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투고한 작품이 눈에 띄게 많았다. 또 제주도와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 곳곳에서 골고루 작품을 보냈으며 해외에서 보낸 작품도 있었다. 부문별로는 시와 동화에서 응모작이 많았고 단편소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응모자들의 연령대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심사는 전북일보 문우회(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모임) 회원들이 맡았다. △시 김헌수, 안성덕, 장창영 시인 △단편소설 오은숙, 정숙인, 최기우, 최아현, 신가람, 황보윤 소설가 △동화 김근혜, 김영주, 이경옥, 장은영 아동문학가 등 13명이 참여했다. 시는 전체적으로 개인의 고통과 슬픔을 말하는 데 집중한 작품들이 많았다. 각박한 삶 속에서 새로운 표현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려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외래어나 생경한 단어를 남용하거나 길이 조절에 실패하여 ‘시다움’을 잃어버린 응모작들도 다수 보였다. 심사위원들은 “전체적으로 작품 수준이 예년에 못 미치는 점이 아쉬웠다”고 평했다. 숙고 끝에 59편(16명)의 시가 본심에 올랐다. 올해 단편소설 응모작들은 ‘방황하는 청춘’,‘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과 연대’, ‘노동’, ‘가족문제’ 등의 주제가 주를 이뤘다. 더불어 웹소설의 영향을 받은 작품도 여럿 눈에 띄었다.소설 창작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은 “응모작 전반이 문장과 주제 선정에 있어 수준을 고루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순간을 포착하는 시선, 다양한 처지와 직업의 인물들 그리고 그에 걸맞은 문체와 대사를 활용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18편(18명)이 본심에 올랐다. 13편(13명)의 작품이 본심에 오른 동화 부문의 큰 특징은 SF와 판타지, 의인화에 집중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실적 어려움과 내면의 아픔,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글쓴이의 공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쉬운 것은 글을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동화 부문 심사위원들은 “신인 작가들에게 기대하는 새로움과 독창성이 미흡하여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당선작은 17일 본심을 거쳐 2026년 1월2일자 전북일보 신년호에 발표된다.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11 18:38

진정성 가득…김명자 첫 시집 ‘광야를 사랑하는 법’

2021년 <표현>에서 시 ‘갑천거미’로 등단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명자 시인의 첫 시집 <광야를 사랑하는 법>(시간의 물레)이 출간됐다. 깊이 있는 시선과 묵직한 전개 방식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은 시인은 첫 시집에서 언어로 풍경을 그려내며 대지의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풍경을 발견해내는 시적 인식과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이 도드라지는 64편의 시는 다채로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들개바람이 고비를 휘감는다/ 별빛은 어둠의 골짜기로 사라지고/ 나는 사막의 문을 다시 연다/ 해 질녘 바람이 구름을 몰아가고/ 구름은 사막에 빛과 어둠을 갈기처럼 펼친다//(…중략…)// 이제 나는 배운다/ 그대 없는 광야를 사랑하는 일이/ 곧 그대를 사랑하는 일임을/ 고비바람이 등을 밀면/ 그대가 내 가슴에 안긴다”(‘광야를 사랑하는 법’ 부분) 시인은 삶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거름으로 생의 깨달음과 내면의 욕망을 감각적이고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삶의 비애를 고스란히 시 속에 녹여내며 슬픔, 분노, 용서, 좌절, 권태, 우울, 환희를 언어로 구현한다. 관념적 언어로 치장하는 사유가 아닌 감각적 이미지로 삶의 풍경을 찍어내는 그의 시는 남다른 울림을 선사한다. 양병호 전북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시 해설을 통해 “시인은 시간과 체험과 기억과 현실과 공간을 버무려 마음을 그린다. 그리하여 풍경인문학이 성립된다”며 “그는 자아존재의 마음 풍경을 서정적으로 읽고 쓰고 그리고 조형하는데 능숙하다”고 밝혔다. 광주 출생인 김명자 시인은 전북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 석사를 취득했다. 국제 PEN 한국본부, 전북문인협회, 석정문학회, 가톨릭문우회,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회원이다. 현재 ‘작가와 문장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10 19:01

사유와 감성의 힘⋯전오영 작가 서평집 ‘사유의 여백’ 출간

인간 존재의 이유를 사유와 감성, 서정에서 찾는 전오영 작가가 서평집 <사유의 여백>(수필과비평사)을 펴냈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발간된 이번 책에는 ‘여백이 곧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관통한다. 전 작가는 이번 서평집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바쁜 일상 속 독자를 텍스트의 세계로 이끌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생성형 AI의 출현은 인간의 고유 영역을 뒤흔들고 있으며, 기술의 빠른 진화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한다”며 “인간의 이유는 결국 텍스트로부터 비롯한 사유와 감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 산업사회 속에서 인문학이 주변부로 밀려나고,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이 깊어지면서 인간의 사유와 감성은 점점 소외되고 있다”며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손바닥 수필·손바닥 동시의 유행, 소설·평론 분량 축소 등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 작가는 진단한다. 그는 이번 서평집 역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손바닥 서평’이라 명명했지만, 모든 글을 일률적으로 짧게 구성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총 40편의 서평으로 구성된 이번 책에서 전 작가는 바쁜 일상에 놓인 독자를 사유의 확장과 감성의 환기로 이끄는 ‘읽기의 실천’을 보여준다. 배귀선 문학평론가는 표사에서 “짧으나 짧지 않은 전오영의 비평적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경계적 실존으로서의 평평한 존재자를 만나게 된다”며 “무규정의 낭만과 유동의 미학이 그의 사유 원류”라고 평했다. 문신 시인은 “이번 서평집은 전오영 작가의 두 번째 행성”이라며 “동서양 문화 속에서 마주한 치열한 고독이 책에 스며 있으며, 읽기와 쓰기 사이에서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고 밝혔다. 전 작가는 “세계는 유동하고 그 변화의 내부에는 비활성적 여백이 존재한다. 그 여백이 곧 희망이라 느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읽어주시길 바라며, 책에 소개된 텍스트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유·감성·서정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안 출신인 전오영 작가는 군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리토피아’ 신인문학상과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아르코문학창작지원금’ 수혜 수필집 <노을 공채> 등이 있다. 현재 그는 부안교육지원청과 학생교육문화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2.10 19:0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윤일호 ‘거의 다 왔어!’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일을 겪는다. 어떤 일이 닥쳐도 의연하게 맞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회오리처럼 갑작스럽게 몰아닥치는 운명 앞에서 허둥대며 살기 마련이다. 되돌아보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부끄러웠던 때가 떠오르고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아픈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오히려 힘을 주는 특별한 기억이 있다. 내게도 힘겹고 어려운 순간마다 나를 똑바로 서게 하고 견딜 힘을 주는 추억이 있다. 외할머니는 어린 내게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아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 말은 선택의 순간에 설 때마다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딸을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보낸 엄마는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처음으로 편지를 썼다. 받침도 틀린 그 편지를 읽으며 나는 많이 울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불효했다는 자책으로 잠 못 이룬 날이 많았다. 그런데 내 꿈에 오신 아버지는 ‘괜찮다’라며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내 일에 집중하며 열심히 살 수 있었다. 윤일호 작가가 쓴 동화 『거의 다 왔어!』 는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만들어가는 행복초등학교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지호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전학 제안에 어이가 없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고 전교생이 고작 80명밖에 되지 않는 시골 학교로 가야 한다는 게 정말 싫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궁금한 것은, 엄마, 아빠가 죽고 못 사는 지리산을 종주한다는 것이다. 행복초등학교는 산악학교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산을 많이 갔다. 지호는 꼰대 어른들이 자신들이 힘들게 자랐으니 너희도 고생을 좀 하라는 것 같아 불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가 멋있다고 느낄 만큼 변해간다. 지리산에 오니 평범한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논어 맹자도 아니고 뜬금없이 저절로 가르침이 생각나는지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냥 힘들게 걷다 보면 저절로 깨달음이 온다. 인간에게 경험만큼 좋은 학교는 없다. 매일 매 순간 맞닥뜨리는 위기와 절망 앞에서 직접 몸과 마음으로 깨우친 지혜는 어떤 교과서도 찾을 수 없는 최고의 스승이다. 요즘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겠다는 일념으로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막아서는 부모들이 있다. 실패와 좌절의 고통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정글 같은 현실에서 쉽게 넘어진다. 킹콩샘과 같은 스승이 있고, 손잡아주는 선배와 한걸음 뒤에서 바라봐주는 부모님이 함께하는 지리산 길에서, 아이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한 번 쉬면 자꾸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 그리고 사람마다 인사를 하게 하고 먹을거리도 나누게 하는 산이 주는 상냥함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 남도의병 콘텐츠 공모전 스토리 부분 대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광대특공대>,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전주>,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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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12.10 19:00

참여와 연대로 일궈내는 ‘대한국민 행복 프로젝트'

“행복합니까?" 간단한 질문인데 선뜻 “그렇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행복’을 말하려면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3월 유엔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발표한 ‘2025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47개국 가운데 한국의 행복도는 58위다. 아시아 국가로는 대만이 27위로 가장 높고 카자흐스탄, 베트남, 태국, 오만, 우즈베키스탄이 뒤를 잇는다. 한국은 일본과 필리핀보다도 행복도 순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확행’과 ‘힐링’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됐는데도 왜 한국인들은 행복을 말하기 어려워할까. 김경자 우석대 객원교수가 쓴 <대한민국 행복 프로젝트>(달의 뒤편)에서는 행복을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보장해야 할 공적 권리로 규정한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불평등과 저출생, 고령화, 교육서열화와 의료격차, 수도권 집중 등 복합적인 위기를 행복의 관점에서 제시하고 국민 스스로가 의제 형성과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참여 거버넌스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교육개혁, 노동권과 지방균형발전 등 의제별 해법을 통해 ‘행복한 대한국민’으로 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국민행복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대담한 비전까지 내세우며 ESG 시대의 핵심 가치인 참여‧책임‧연대의 민주주의를 실천적 모델로 구현한다. 서창훈 우석학원 이사장(전북일보 회장)은 추천사에서 “행복은 개인의 감정이나 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교육기회, 안정된 일자리, 보장된 복지와 안전한 환경이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라며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행복을 개인의 꿈으로만 두지 않고 교육을 통해 배우고 사회 속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의 목표로 확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약사이자 의료경영학 박사인 저자는 인하병원 노동조합 위원장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하며 한국 노동운동의 굵직한 현장을 함께 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객원교수와 경희대학교 강사로 ‘사회적경제와 ESG’ 강의 등을 하고 있다. 사회적 의제를 사회참여형 거버넌스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 중인 그는 (사)ESG코리아 상임이사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는 <노동의 미래, ESG>(공저)가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10 19:00

시의 외길 걸어온 백승연 시인, ‘빈집’ 출간

여린 듯하면서도 강인한 시 정신으로 전북시단을 지켜온 백승연 시인이 신간 <빈집>(신세계문학)을 펴냈다. 1990년 <동양문학>에 시 ‘6월의 노래’와 ‘이슬’을 추천받아 문단에 데뷔한 백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혁명을 꿈꾸는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훑고 지나가겠지// 창문이 열리고 방문이 열리고/ 대문이 열리고/ 마침내 바람에 몽땅 털린 세간살이// 사람의 온기까지/ 트럭 채 싣고 떠나버린/ 바람 숭숭한 집//(…중략…)// 베란다 난간에/ 간신히 터 잡고 싹을 틔워/ 나팔나팔 햇살 따라/ 고개 돌리며 주인 행세를 한다”(‘빈집’ 부분) 시인의 언어는 일상의 세계를 시적 상상력을 통해서 초월하려는 욕망을 말한다. 자잘한 삶의 결을 관찰하는 시인의 시선은 비루한 일상에서 탈출을 속삭이는 거짓된 낭만이나 구원의 신기루를 바라지 않는다. 표제작 ‘빈집’ 역시 누군가 항상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비워지고 마는, 실존의 가장 정직한 모습을 시로 담아냈다. 시인은 세상의 모든 집들은 이미 빈집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으로 시를 풀어낸다. 그래서 너무도 친숙하지만, 너무나 낯선 공간으로 집을 완전히 전복시키고 돌연성을 부여해 해방감을 선사한다. 시집은 한국어와 영어 번역이 나란히 실려 있다. 영어 번역에는 뜻을 설명하는 각주는 따로 달려 있지 않는다. 이는 영어 네이티브라면 즉각 해석이 가능할 테지만 영어에 익숙하지 않는 독자라면 한국어와 영어 번역의 차이에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독해의 차이겠지만 한국어가 지닌 언어적 힘이 주는 감동과 쾌감이 묵직하다. 백승연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어느 드라마의 늙은 주인공이 ‘내 몸뚱이가 역사랑게’하던 문장이 생각난다”라며 “살고 보니 내 몸도 역사의 중요한 순간순간을 살아온 듯하다”라고 밝혔다. 백 시인은 전북문단, 군산문학, 청사초롱, 나루 등 다양한 동인 활동을 통해 지역 문학 발전에 노력하는 인물이다. 시인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사물들에서 무의식을 파고드는 정확한 이미지의 시를 쓰고 있다. 저서로는 <바람의 뒷모습> <겨울잠행> 등 다수의 시집을 발표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10 17:39

황현택 특선동화 ‘허송이네 바다여행’ 출간

2023년 박화목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황현택 아동문학가의 동화선집 <허송이네 바다 여행>(한국아동문학)이 출간됐다. 표제작인 ‘허송이네 바다 여행’을 비롯해 ‘청대골 아이들’, ‘별님이와 삼촌의 노래’, ‘훈장 선생님의 종소리’ 등 모두 9편의 동화가 실렸다. 9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주인공들은 모습이나 생각, 처해진 환경이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어려운 상황을 결국은 이겨낸다는 점이다. 동네 친구 순옥이와 헤어져야 하는 순간 앞에서 소년은 울기보다는 친구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거나, 기우뚱거리는 걸음과 더듬거리는 말에 아이들에게 웃음거리라 되던 별님의 삼촌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모두를 사랑한다. 황현택 아동문학가는 작가적 상상력으로 현실을 동화적으로 뒤집어 읽는 재미를 준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응원의 힘을 전한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우칠 수 있도록 돕는다. 거대한 행위가 아니라 작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일 ‘공감’을 통해 진한 감동을 전달한다. 저자는 군산고, 전주교대를 졸업했다. 1991년 동화 <바다소녀의 꿈>으로 등단했으며 월간아동문학에서 신인상, 전라북도 교육대상, 전북하림문학상, 전북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청대골 아이들> <훈장 선생님의 종소리> 등이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10 17:38

전북대 치대 명예교수 신효근의 삶, 전기(傳記)로 담아내다

신효근 전북대 명예교수의 의술과 치과의사로서의 삶을 조명한 전기(傳記) <치유의 길 위에서 만난 삶>(전북대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 및 동문회)이 출간됐다. 전북대학교 치과대학 창립 멤버인 신효근 교수는 책에서 자신이 평생을 연구했던 구순구개열의 치료체계와 언어치료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또한 의료환경이 열악한 베트남에 찾아 30년간 의료봉사를 이어온 일화도 소개한다. 의료봉사를 통해 ‘HUEUNIVERSITY of MEDICINE & PHARMACY’와 맺게 된 인연을 언급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중국 연변과 베트남 등에서 무료 진료를 펼치고, 20년간 교류를 이어온 후에대학(HUEUNIVERSITY) 졸업생들을 전북대 치대 석‧박사 과정에 입학시켜낸 업적도 그려낸다. 또 베트남에서 국민건강훈장과 2013년 국민추천 대통령표창 등 교육‧문화‧지역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활동과 수상 경력을 엮어낸다. 이 책은 △1장 축사 △2장 베트남에서 이어온 30년의 의료봉사 △3장 치과의사 50년 △4장 추억의 사진첩 △6장 제자들의 베트남 구순구개열 진료봉사 참여소감 △7장 메스컴 게재 등 모두 7장(270쪽)으로 구성됐다. 신효근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1975년에 치과의사가 되었으니 올해가 50년째 되는 해”라며 “50년이면 반백년인데 그간에 전북대학교 치과대학의 창립 3인 멤버로 치과대학의 문을 열었고 전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좋은 제자들을 양성한 것도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년 더 가게 될 줄 모르겠으나 손이 떨려 더 이상 수술을 할 수 없을 때까지 가야 할 여정으로 알고 건강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신 교수는 2016년 6월 퇴직 후 전북대 명예교수와 전주대 자인병원 치과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10 17:32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학술총서’ 제3·4·5권 연속 발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동학농민혁명연구소가 <동학농민혁명연구소 학술총서> 제3·4·5권을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총서는 올해 개최한 세 차례의 학술대회 연구 성과를 정리한 것으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조사, 재판자료 분석, 신규발굴 기록물 연구 등 최근 학술 성과를 종합해 동학농민혁명의 실체적 진실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제3권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지역별 활동과 성격>에서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조사·등록 사업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지역별 참여 양상과 특징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제4권 <재판자료로 본 동학농민군의 활동>에서는 조선 법부의 사법 기록을 중심으로 동학농민군의 체포·처벌 과정과 근대 사법제도의 편향성을 실증적으로 규명한다. 마지막 제5권<기록과 자료로 본 동학농민혁명>에서는 세계기록유산인 ‘취의록’과 ‘거의록’을 분석해 ‘갑오일기’, ‘이풍암공실행록’ 등 신규 발굴 기록물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전개 양상과 지역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고찰한다. 김양식 동학농민혁명연구소장은 “이번 학술총서 발간은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중요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동학농민혁명연구소는 사료 발굴과 학술 연구에 기반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더욱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학술총서 내용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사료아카이브(https://e-donghak.or.kr/archive/)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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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12.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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