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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얼리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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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파장(罷場)입니다. 이미 썰렁한 장마당, 구석에 몇 서성일 뿐입니다. 감기는 눈 비비며 늘어지는 하품 끊어냈지만, 발등의 검댕 털어냈지만 늘 그렇듯 뒷북입니다. ‘에이 내일 갈까?’ 하며 또 뭉그적거린 탓입니다. 

 

다짐했었지요. 새해 첫날 불끈 솟아오르는 첫해를 보며 올해는 제발 늑장 부리지 말자 마음먹었건만 그 다짐 가짜였습니다. 채 한 달도 안 돼 흐지부지 까먹었습니다. 작심삼일은 꼭 나를 두고 생긴 말 같습니다. 1월 1일과 설날, 해마다 시작이 두 번인 건 꼭 내 늑장 때문인 듯만 싶습니다. 그래 제발 오늘부터라도 게으름 피우지 말자, 기사회생 패자부활전 치르듯 설 연휴 뒤 삼천동 공판장에 와 풀어진 신발 끈 다시 묶으려 했건만 그만 또 늦었습니다. 여태 못 알아먹은 세상의 말 해독하려 했건만, 박차지 못하고 자꾸만 미적대 오늘도 뒷북입니다. 여태껏 허겁지겁 아니라며 우긴 건 여유가 아니었습니다. 그 빈틈은 채우지 못한 게으름이 분명합니다. 얼리버드(early bird), 새벽을 깨운 사람들 새벽을 지킨 사람들 이미 돌아가고 없네요. 텅, 텅 뒷북 치는 소리 같은 발자국을 데리고 공판장을 빠져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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