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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떡

쌀을 불려 절구에 빻았지요. 체로 쳐 고운 가루를 냈지요. 팥고물과 켜켜이, 가마솥 위에 시루를 얹고 행여 김이 샐세라 떡가루를 개어 틈새를 막았고요. 뿌옇게 김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꿀떡꿀떡 침을 삼켰던가요? 팥떡 다음엔 흰떡, 인절미, 쑥떡을 하셨지요. 찹쌀을 시루에 쪄내 안반에 쳤습니다. 젊은 아버지는 메를 치고 젊은 어머니는 욱이고……. 아무 말씀 없으셨지만 두 분 얼굴이 발그레했던 성도 싶습니다. 콩고물 듬뿍 마침맞게 썰어주신 인절미는 얼마나 고소했던지요. 낼모레가 설이련만 떡집 구경이나 갑니다. 너나없이 언제부턴가 집에서 떡을 하지 않잖아요. 남부시장, 중앙시장, 모래내시장 그닥 붐비지 않습니다. 시루떡 인절미 가래떡이 전부였건만 이름도 모르고 구경도 못 해 본 떡이 수두룩합니다. “꿈에 떡 얻어먹었다”, 옛적 어머니가 가끔 쓰시던 말이지요. 간밤 꿈도 없었건만 떡집을 기웃거리다 고순 인절미 한입 맛봅니다. 돌아와 현관 앞에서 있을 리 없는 할머니 아버지의 흰 고무신을 찾아봅니다. 시키지 않아도 말갛게 짚수세미로 씻어 툇마루 한켠에 세워두고 싶거든요. 종일 시보처럼 기차역, 버스 터미널이나 보여주는 테레비 혼자 먹고 마시고 까불고 있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6.02.21 09:52

‘역대급 규모’ 제5회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 4월 막 올린다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이 역대급 규모로 돌아왔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이 오는 4월부터 지역 재즈 전문 소극장 더 바인홀에서 개최된다.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주체 지원사업(음악 분야)에 호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되며, ‘미니’라는 이름에 담긴 콘텐츠의 깊이와 사운드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음을 입증했다. 올해 페스티벌은 국내 재즈 페스티벌 최초로 ‘틴 팬 앨리(Tin Pan Alley)’ 시대를 대주제로 삼았다. 1900년대 초 미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명곡들을 오마주하며 재즈의 근원을 탐구할 예정이다. 축제에는 국내 11팀, 해외 4팀 등 총 15개 팀, 80여 명의 뮤지션이 참여해 메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국내 뮤지션이 주축이 되는 ‘틴 팬 앨리 스테이지’는 웅장한 빅밴드 사운드로 축제의 시작과 끝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해당 무대에는 9인조 ‘원포울 빅밴드’가 오프닝을 맡아 힘찬 포문을 열고, 12인조 대편성을 자랑하는 ‘리코타 재즈 빅패밀리’가 피날레를 장식해 대형 공연장에서 느끼기 어려운 생생한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해외 라인업도 화려하다. 그래미가 주목한 싱어송라이터 라울 미동을 비롯해, 전 세계 테너 색소폰의 거장 스콧 해밀턴, 미국 정통 재즈 피아노 계보를 잇는 젊은 연주자 이사야 톰슨, 프랑스를 대표하는 색소포니스트 피에릭 페드롱이 스페셜 스테이지를 꾸민다.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월드클래스 연주자들의 합류로 축제의 격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올해는 공연뿐 아니라 재즈 입문자를 위한 특별 강연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재즈 관련 저서와 강연으로 알려진 최은창 교수와 최수진 작가가 연사로 나서 ‘틴 팬 앨리’ 시대의 음악적 배경과 재즈 감상법을 흥미롭게 풀어낼 예정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재즈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주환 더 바인홀 대표는 “이번 페스티벌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진행되지만 참여 뮤지션의 면면과 인원 규모는 블록버스터급”이라며 “특히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할 대규모 빅밴드 공연은 80여 명의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정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식 티켓 예매는 다음 달 15일부터 네이버 예약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며, 이에 앞서 오는 18일부터 진행되는 얼리버드 기간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더 바인홀 공식 카카오톡 채널 1:1 문의 및 유선 문의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전현아 기자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6.02.19 17:48

전북 대표 지평선·반딧불·장류 ‘축제’...글로벌축제 도전

전북특별자치도가 도내 대표축제인 김제 지평선축제, 무주 반딧불축제, 순창 장류축제를 필두로 ‘2026년 글로벌 및 예비 글로벌 축제’ 공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공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관광상품을 발굴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핵심이다. 최종 선정 시 ‘글로벌 축제’ 3개는 연간 8억원, ‘예비 글로벌 축제’ 4개는 연간 2억5000만원의 국비를 3년간 지원받게 된다. 19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완료했다. 공모 절차는 2월 중 서면 및 발표평가를 거쳐 오는 3월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농경·생태·미식 등 전북만의 독창적인 자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관광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도는 지역 자산을 바탕으로 축제별 맞춤형 차별화 전략을 수립했다. 김제 지평선축제는 국내 유일의 ‘농경문화’ 테마와 독보적인 자연경관을, 무주 반딧불축제는 세계적 생태자산인 ‘반딧불이’를 통한 인간과 자연의 공존 모델을 제시한다. 또한 순창장류축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한국의 장 담그기’의 가치와 K-푸드 체험을 결합해 미식 브랜드화에 나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번 공모는 전국 수백개 축제 중 ‘명예 문화관광축제’ 지위를 가진 45개 축제만 신청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축제로서의 인지도를 갖춘 타 시도 축제들 사이에서 전북만의 독보적인 차별화 논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리적 한계에 따른 접근성과 인프라 부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교통 편의와 숙박시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축제가 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특화 프로그램과 시·군 협력 홍보 방안 등을 계획서에 대거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모가 단순히 ‘글로벌’이라는 간판을 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인프라 개선과 전북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인의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램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리적 여건이 녹록하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대책안을 계획서에 담았다"며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차별화 전략을 꼼꼼히 점검해 사업에 최종 선정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2.19 17:46

“고향은 외면, 타지는 러브콜”…국가무형문화재 소병진 박물관 건립 필요

국가무형문화유산 제55호 소목장 전승자 소병진 명장의 기술과 기증품을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완주군의 박물관 건립 약속이 사실상 진척을 보지 못하는 사이, 타 지역에서 소 명장의 박물관 건립 제안이 이어지면서 자칫 소중한 지역 문화자산의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소병진 소목장은 전주장(全州欌) 전통 목가구 복원·제작 기술을 평생 축적해 왔다. 그의 증조부 때부터 3대에 걸쳐 내려온 1000여점의 전통 공구와 60년간 수집한 3000여권의 자료, 1000여점의 공구, 1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3개 실을 넉넉히 채울 만큼 방대한 규모의 귀중한 이들 자료와 공구, 작품들은 현재 `소병진 전주장전수교육관`에 미봉책으로 소장되고 있다. 소 명장도 박물관이 만들어질 경우 소장 공구와 자료, 작품들을 기증하겠다고 완주군에 밝혔으며, 완주군도 한 때 박물관 건립을 긍정적으로 검통했으나 현재는 별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실정에서 상설 전시와 수장, 학술 연구, 교육 활용이 구조적으로 어려워 이들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사실상 사장된 실정이다. 문화계는 “무형문화유산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공공 차원의 보존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전용 박물관은 기술과 유물의 훼손·소실 위험을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지적한다. 특히 박물관 건립은 단순 전시를 넘어 무형기술의 ‘기록화·공학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소병진 소목장은 150년 전 전주장을 복원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하는 아카이브 기능을 박물관이 수행할 경우, 전통기술의 표준화와 교육 자료화가 가능해진다. 연구·기록·교육이 결합된 복합 문화시설로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광 측면에서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소 명장이 살았던 용진읍 녹동리 ‘목수마을’을 거점으로 박물관을 조성하거나 현재 전수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에 박물관을 세울 경우 전통 목가구 제작 시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차별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관광 전문가들은 “장인 중심 테마 박물관은 스토리와 체험을 결합해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경쟁력을 갖는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현재 충북 청주에 조성 중인 공예촌에서도 소 명장의 기술과 자료에 탐을 내고 박물관 설립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에 단 3명뿐인 소목장 보유자를 지역에서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사이, 외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밝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지역 문화자산의 외부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소 명장 소장품 등을 토대로 2023년 연구 용역을 맡았던 우석대 산학협력단은 “소병진 박물관은 개인 장인의 성취를 기리는 공간을 넘어, 국가무형문화유산의 지속 가능한 관리 모델을 제시하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문화시설로서 공공 투자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국가무형문화재의 소중함을 고향에서 ‘몰라준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소 명장의 문화자산을 어떻게 품어낼지 완주군과 전북도의 정책적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완주=김원용 기자

  • 문화재·학술
  • 김원용
  • 2026.02.19 16:3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완주, 중년 희곡’

좋은 예술 작품은 가까이에서 뜬금없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완주군에 사는 중장년 열세 명이 쓴 열세 편의 희곡이 실린 『완주, 중년 희곡』(2025). 이 희곡집은 작년 9월과 10월 (재)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가 진행한 중장년 인문프로그램 ‘2막학교: 인생은 아름다워’의 결과물이지만, 여느 창작집 못지않은 패기와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 창작에 나선 중장년들에게 희곡은 낯선 장르였고, 컴퓨터는 어려운 도구였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23회의 정규 강의에서 희곡을 읽고 쓰며 지난 삶을 돌아보고 새 희망을 품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참가자는 구술과 수기로 이야기를 짜냈다. 멘토로 함께한 네 명의 작가와 전화와 메일,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하며 작품 속 사건을 수정했고, 대사를 주고받았다. 동화·수필·시나리오로 먼저 쓴 뒤 각색하거나 다큐멘터리·라디오드라마 등을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 퇴고까지 마치고 최종 제출한 희곡은 열세 편. 대부분 20분∼30분 분량으로 짧지만, 일상에서 찾은 지혜와 성찰이 글쓴이만의 감각으로 표현돼 있다. 인생의 활력이 될 그리움과 무한한 상상도 담겼다. 이연옥의 「빨강 구두」에는 설렘을 찾아 추억을 더듬는 중년 여성들의 푸진 상념이 생생하고, 이용현의 「마라톤은 팀플레이」에는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들의 우정과 집념이 치열하다. 각각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은아의 「나는 문제없어」와 안채령의 「담치기」는 감나무와 도마뱀을 매개로 아름답고 신비한 세계를 펼쳐놓았다. 완주군의 역사·문화 자원도 풍성하다. 완주 출신 명창 권삼득(1771∼1841)과 완주에서 말년을 보낸 서예가 이삼만(1770∼1847)의 삶을 교차시킨 오영란의 「완주의 두 예인」과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전을 지금의 정서에 맞게 각색한 유향덕의 「팥쥐 콩쥐」가 대표적인 예다.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과 김송화의 「생강생강해」는 13개 읍면의 특산물로 걸판진 이야기 한 상을 차려놓았다. 중장년들이 제일 많이 쓴 글감은 가족이다. 박미희의 「창밖의 빛」은 중학생 아들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사와 대화하다 오히려 자신을 치유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주용식의 「핑계가 되지 않게」는 고등학생 아들과 갈등하다 자기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며 서툴렀던 부자(父子) 관계들을 깨닫는 서사가 중심을 이룬다. 이덕례의 「맞선」은 결혼에 관심 없는 딸을 두고 벌이는 부부의 티격태격과 화해를 맛깔난 대사로 들려주고,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은 60대 딸이 소개하는 정 많은 94세 엄마의 소소한 인생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은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낸 후 중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랑’과의 소박하고 행복한 상상을 풀어냈다. 간질간질한 하루하루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진솔한 고백에 녹아 있다. 세상에 나온 희곡들은 ‘누구나 서툴다’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래도 도전한다’라는 명제를 실천한 패기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여러 무대에 오르기를 바란다. 아쉬운 것은 판매용으로 제작되지 않았기에 완주·전주 지역 일부 도서관과 관공서에서만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독특한 재미와 특별한 의미를 갖췄으니, 독자와 관객의 만족도는 최상일 것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6.02.18 18:29

고비와 절규를 넘어 발화한 시학⋯김종빈 시조집 ‘꽃으로 온 절규’

고비와 절규의 시간을 지나 길어 올린 언어가 한 권의 시조집으로 묶였다. 김종빈 시인의 시조집 <꽃으로 온 절규>(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노동 현장과 삶의 굴곡 속에서 체득한 감각을 시조 형식으로 형상화하며, 개인의 경험을 넘어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서정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시인은 기능직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인문학의 길로 방향을 바꾼 이력의 소유자다. 산업화 시대의 현장을 몸으로 통과한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시집에는 공사 현장, 노동의 감각, 세대의 기억 등이 녹아 있으며, 기술적 언어와 일상의 서정이 교차하는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노동 체험의 기록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해설을 맡은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히 이사장은 김 시인의 작품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고 평하며, 화려한 수사보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체험적 언어가 지닌 힘을 강조한다. 실제로 작품 ‘잡부’, ‘수평을 꿈꾸며’ 등에는 직업과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균형과 평등에 대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건축 현장에서의 ‘수평’ 개념을 사회적 가치로 확장해 해석하는 시선은 그의 시조가 지닌 현실 감각을 잘 보여준다. 시집 전반에는 절규와 서정, 역사적 기억과 개인의 체험이 뒤섞이며 다양한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표제작 ‘꽃으로 온 절규’와 ‘꽃들의 말’ 등에서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 피어나는 생명의 이미지가 따뜻하게 형상화되며, 절규마저 아름다운 꽃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충남 안면도 출생인 그는 전북기계공고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전북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가람기념사업회 상임부회장, 전북시조시인협회 이사, 율격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8 17:11

세계를 보는 관록의 눈⋯박영삼 시인, ‘징검다리 건너’

세월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시선의 깊이는 예술가의 언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박영삼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 <징검다리 건너>(문예연구)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경험과 사유가 만들어낸 ‘관록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집이다. 자연과 사물, 문명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편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시인은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으며, 사진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개인전 11회와 국제단체전 참여, 사진집 출간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의 이력은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실제 풍경을 기반으로 한 시적 장면이 많은 이유 역시 사진가로서 체득한 관찰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현실의 장면은 시 속에서 다시 관계의 언어로 전환되며, 존재와 시간의 의미를 사유하는 장으로 확장된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1부 ‘시간의 형상’에는 바람의 재주, 뿌리의 유전, 청보리 소식, 모내기 날, 장마, 여름밤, 이상한 시간, 연의 겨울, 하지, 된장찌개 등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생명의 질서를 탐색하는 작품들이 실렸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며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문다.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드러나는 질서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이어진다. 2부 ‘것들 1’에서는 사물과 생명체가 시적 주체로 등장한다. 소나무, 양말, 꼬막 이야기, 옥수수밭에서, 고구마, 나팔꽃 등 일상적 대상들이 인간의 삶과 관계 맺으며 존재의 의미를 드러낸다. 특히 표제작 ‘징검다리 건너’는 삶의 경계를 건너는 행위를 상징하며 절망과 희망을 잇는 매개로 읽힌다. 사소한 사물 속에서도 윤리와 생명의 온기를 발견하는 시인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3부 ‘것들 2’에서는 시선이 현대 사회와 문명으로 확장된다. 저울, 일회용 컵, 휴대전화와 새 운명, 비누의 세상, 청바지 유행 등은 소비와 기술, 욕망의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사물 속에 깃든 생명성과 윤리적 태도를 탐색한다. 시인은 문명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사물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질문한다. 4부 ‘자리’는 공간과 기억의 풍경을 통해 시인의 내면 여정을 보여준다. 고산 휴양림, 마곡사, 한벽당, 오목대, 전주향교의 봄, 모악의 소리 등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자연과 역사, 개인의 기억이 교차한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시간과 정신이 축적된 장소로 제시되며, 시인은 그 속에서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시인의 말에서도 이러한 세계 인식이 드러난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써 온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동시에 ‘마음 안경’으로 내면과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았다고 고백한다. 지나온 일과 다가올 일, 아직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경험을 시로 옮기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됐다는 것이다. 또한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새로운 무엇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희망”이 삶의 의미를 더한다고 밝히며 이번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군산 출생의 박영삼 시인은 충남대학교 대학원 화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호원대학교 공업화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22년 ‘시선’으로 시 등단, ‘문예연구’로 수필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문예연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8 17:11

삶의 성찰과 따뜻한 위로 담은 양해완 시집 ‘여기쯤에서’

양해완 시인이 맑고 청아한 언어로 삶의 의미를 노래한 시집 <여기쯤에서>(제이비출판사)를 상재했다. 이번 시집은 내면의 생을 관조하는 깊은 성찰을 통해 인간주의의 존엄성을 표방하며 소시민의 평범한 일상 속에 담긴 가치를 단정한 언어로 그려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눈부셨다’, 2부 ‘눈물 나도 괜찮다’, 3부 ‘어머니의 이름보다 더 따뜻한 말은 어디에도 없다’, 4부 ‘어디든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5부 ‘아직도 사랑이 남아있다’ 등 각 장은 이별과 만남, 가족애와 그리움이라는 보편적 서사를 섬세한 서정 속에 담아냈다. "아련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남기고/ 울긋불긋 단풍길 따라/ 가을은 떠났다/ 보내야 또 온다는 것을/ 당신과 나는 안다/ 돌이켜 보면/ 우린, 언제나/ 늘 누구와 이별을 하면서 살아왔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추억들이/ 하늘에 수없이 떠 있다”(‘추억’ 전문) 양해완 시인은 수록작 ‘추억’을 통해 이별로 화법을 마감하지 않는다. 다시 오고 다시 만나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의 순환 이법을 제시한다. “보내야 또 온다는 것을 당신과 나는 안다”는 시구처럼 시인은 삶의 이별을 새로운 만남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소재호 문학평론가는 서평에서 “실존적 자아 확립을 위한 골똘한 사유가 시 편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인생의 전반을 성찰하거나 평범한 일상에 가치를 얹어 맑고 청정한 정서를 곱게 가꾸는 전형적 서정시”라고 평가했다. 시인은 2005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이후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김제문인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세계가나안운동본부 전라북도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늘 어머니를 만나면> <그대는 내 영원한 그리움> <어머니의 눈물> 등이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8 17:10

다정함의 마법, 동화 ‘코코의 선물’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초등학교 1학년 선우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커다란 비밀이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글자를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글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던 소년이 아기고양이 ‘코코’를 만나 겪는 따뜻한 변화를 담은 동화 <코코의 선물>(책고래)이 세상에 나왔다. 송경자 작가는 아이가 반려동물과 교감하며 스스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과정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엄마의 부재로 적막함이 감돌던 선우의 집은 이제 아기 고양이 코코를 새 식구로 맞이하며 비로소 생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선우는 코코와 함께 놀며 누군가를 돌보는 행복을 배운다. 코코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자연스레 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아빠가 집안 곳곳에 붙여둔 낱말들은 선우에게 즐거운 ‘보물찾기’ 놀이가 된다. 글자는 이제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코코에게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평화로운 일상도 잠시, 코코가 갑자기 사라지며 위기가 찾아온다. 선우는 코코를 찾기 위해 온 가족과 동네를 누비며 생애 첫 전단지를 직접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서먹했던 아빠, 형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게 되고 마침내 다시 만난 코코는 선우에게 글자 실력보다 값진 ‘나도 할 수 있다’는 단단한 자신감을 선물한다. 동화는 성장의 해답을 단순한 교육이나 훈련이 아닌 따뜻한 ‘관계’에서 찾는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진짜 힘은 일방적인 가르침 이전에 가만히 곁을 지켜주는 다정함과, 작은 성취를 함께 기뻐해주는 어른들의 믿음에 있다는 것을 섬세한 문장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는 작가의 실제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송경자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밤낮없이 교대 근무를 하는 아빠와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었고, 엄마의 부재 속에서 집은 늘 조용했다”며 “서로를 사랑하지만 마음이 닿지 않는 오늘날 많은 가정의 모습을 이야기 안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아동복지교사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아이들과 깊이 소통하고 있는 송 작가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문학적 자양분 삼아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서로는 그림책 <마술떡> 동시집 <바람 타는 우산> 공저 동시집 <똥방귀도 좋대> 등이 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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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2.18 17:09

바람이 건네는 기별에 귀를 기울이다…김흥부 시집 ‘귀띔’

김흥부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귀띔-바람 벗이 속삭이듯>(이랑과 이삭)을 펴냈다. 자연의 흐름을 인간의 삶과 연결해 나직한 목소리로 풀어낸 이번 시집은 시인의 문학적 성찰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총 8부로 구성된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과 그 과정에서 얻는 따뜻한 ‘위로’다. 시인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다정한 벗으로 불러내고 그가 나직하게 건네는 작은 기별을 ‘귀띔’이라는 섬세한 시어 속에 정성껏 담아냈다. “새벽 골목 전깃줄에/ 작은 날갯짓들이/ 조회를 하고 있다// 무슨 일이니, 반갑다// 올해는 날씬한 날갯짓도/ 잠깐잠깐 포즈 남기고/ 너희들도 그림자도 없어/ 벼 익은 논에 외로운/ 허수아비였지//혹시, 들녘에 곳간이 가득한가/ 골목에 소독차량이 자주 운행해/ 나비나 잠자리가 없어/ 너희들이 멀리 이사를 간 줄 알았다// 자주 만나서 소통하기 바란다”(‘날갯짓 만남 힘들어’ 전문) 시인은 소란스러운 현대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를 통해 내면의 평온을 찾으려는 의지를 작품 곳곳에 투영했다. 시집에는 사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경이로움,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이 담백한 문체로 녹아 있다. 이재숙 시인은 평설에서 “시인이 머물면서 같이 공유하고 이웃하는 사람들과 새들, 그리고 벼 이삭과 꽃과 구름이 이미 시인의 가족이고 친구가 되었다”며 “그의 시선이 머무는 장소와 사물은 은유와 환유의 시적 지위를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끝없는 배움과 베풂 그리고 새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 출생인 저자는 문예지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고, 수필집 <무지개를 경작하는 촌로> <노을의 끼 보듬기>와 시집 <바람이고 싶다> <양지에 서다> 등을 출간했다. 열린시문학상과 장수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장수지부지회장과 행촌수필문학회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 힘쓰고 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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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2.18 17:09

[설 특집] “뻔한 명절은 거절한다”…벙커에서 보물찾고·국립민속국악원서 풍류 즐기기

2026년 병오년(丙午年) 설 명절을 맞아 전북지역 주요 문화기반시설이 귀성객과 도민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민속국악원, 전북도립미술관, 전주문화재단 등에서 연휴 기간인 14일부터 18일까지 전통놀이와 체험, 기획전시 등 세대를 아우르는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 국립전주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14일부터 18일까지 ‘2026 설 맞이 작은 문화축전’을 개최한다. 옥외뜨락에 마련된 상설체험마당에서는 윷점, 투호 등 전통 민속놀이와 풍물체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특별전 ‘대한국인 안중근 쓰다’와 연계한 행사가 주목된다. 연휴기간에는 안중근 의사 관련 영화 3편이 상영되며 서예가들이 직접 입춘첩과 가훈을 써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또한 병오년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행운과자 나눔 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박물관은 설 당일인 17일은 휴관한다. △ 국립민속국악원 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17일 오후 3시 예원당에서 설 기획공연 ‘설馬설馬’를 개최한다. 공연은 설날의 정취와 새해의 다짐을 전통예술 무대로 풀어낸 가족국악 한마당으로 무용·민요·기악·연희를 한데 엮은 다채로운 구성으로 꾸며진다. 특히 틴틴창극교실 수료학생들이 참여하는 어린이 무대를 더해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절공연으로 의미를 더했다. 공연 관람은 무료이며 사전예약은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에서 하면 된다. △전북도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은 야외와 실내를 아우르는 전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야외정원 프로젝트 ‘남쪽으로 지는 해’는 미술관이라는 경계를 넘어 소외된 공간과 전통,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전시다. 본관에서는 전북미술의 미래와 역사를 조망하는 두 개의 기획전이 열린다. ‘전북청년2025:보이지 않는 땅’을 통해 청년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허산옥 남쪽 창 아래서’를 통해 지역예술의 맥을 잇는 거장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은 정기휴무일인 16일과 설 당일인 17일 이틀간 휴관한다. △ 전주문화재단 전주문화재단은 설 명절을 맞아 ‘설맞이 전통·놀이·공예 체험 프로그램 7선’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13일부터 18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과 전주천년한지관, 한지산업지원센터, 전주공예품전시관, 한벽문화관 등 재단 주요 문화거점에서 차례대로 진행된다. 먹거리 체험부터 전통 세시풍속, 전통놀이, 한지·공예 프로그램까지 아우르며 관람 중심이 아닌 참여형 콘텐츠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福(복)담은 두쫀쿠’ 만들기, 액막이 명태 만들기 체험 등은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명절의 즐거움을 전하고 공예 체험은 전주만의 문화 자산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각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또는 현장 참여 방식으로 운영된다. 세부 일정과 신청 방법은 각 기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국립익산박물관 국립익산박물관(관장 김울림)은 ‘붉은 말의 해’를 기념해 말띠 관람객에게 기념품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미륵사지 석탑 그리기’, ‘새해 다짐 엽서’ 체험 등이 운영되며, 야외 정원에서는 오는 27일까지 4종의 전통민속놀이 체험장을 운영해 명절 분위기를 이어간다. 모든 행사는 무료이며, 설 당일인 17일은 휴관한다. △ 전주대 사습청 전주대사습청은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설맞이 전통공연을 연다. 매일 오후 2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무용, 판소리, 창작국악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돼 전통 예술의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첫날에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의 무용과 판소리가 전통의 정수를 보여주고, 둘째 날에는 장인숙·김명신 명무가 출연해 한국무용의 섬세한 감성과 깊이를 전한다. 마지막 날에는 창작국악집단 아트-룸이 무대에 올라 전통을 바탕으로 한 실험적 국악을 선보인다. △ 전주기접놀이 전수관 전주기접놀이를 가족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번 가족체험은 오는 14일과 16일 설 연휴를 시작으로 다음달부터 오는 6월까지 매월 첫째·셋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전문 강사의 공연을 관람한 뒤 역할을 나눠 직접 기접놀이에 참여하며 전통의 흐름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참여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네이버 폼과 전화(063-225-0505)로 접수할 수 있다. △ 전주관광재단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전주관광재단(대표이사 용선중)은 문화재생공간인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에서 14일부터 18일까지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행사기간 중 한복(생활한복 포함)을 착용하고 방문하는 관람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벙커 내부에서는 보물을 찾으면 선물을 증정하는 ‘보물찾기 이벤트’와 새해 소망을 적는 ‘소원트리 체험’ 등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콘텐츠가 마련됐다.

  • 문화일반
  • 박은외(1)
  • 2026.02.16 07:01

정읍 칠보 유무형 문화유산 백과사전⋯㈔정읍문화유산연구회, ‘하늘과 땅과 사람과’ 출간

㈔정읍문화유산연구회가 정읍시 칠보면의 문화유산을 조사한 책자 <하늘과 땅과 사람과>(소담기획)을 펴냈다. 2023년 정읍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실행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완한 이번 책은 정읍시 칠보면의 연혁으로 문을 연다. 칠보는 통일신라 말 태수로 부임에 선정을 베푼 고운(孤雲) 최치원의 생사당에서 시작된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 ‘무성서원’이 있는 곳으로 옛 지명은 고현(古縣)이다. 책은 문화유산의 의미부터 천 년 전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칠보에 산재한 유무형 문화유산을 망라하고 있다. 천년 흔적 ‘무성서원’, 불우헌(不憂軒) 정극인(丁克仁)의 ‘고현동향약’, 소고당 고단의 ‘고현 팔경’,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한 박잉걸까지 세계유산부터 이름 없는 산중 암자까지 소개한다. 또 책에는 많은 자료사진과 함께 수필처럼 풀어 쓴 글이 수록돼, 독자들의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 사진은 이흥재 정읍시립미술관장이 글은 안성덕 시인이 맡았다. 안성덕 정읍문화유산연구회 이사장은 “이번 책자는 칠보가 왜 ‘태신선비문화’의 중심지인지 보여주는 자료”라며 “현재 거주 주민은 물론 출향민들에게도 자긍심과 애향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고유한 가치를 후대에 온전히 전하는 일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며 “앞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2 13:24

2026 교동미술상 수상자에 조헌·강유진 선정

올해 교동미술상의 영예는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해온 조헌 작가와 강유진 작가에게 돌아갔다. 교동미술관은 오는 4월14일부터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수상작가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제정된 교동미술상은 단순한 단발성 지원을 넘어 전시 기회와 창작 지원금을 동시에 제공하며 지역 미술 생태계를 단단히 다져왔다. 올해 수상자는 강신동 심사위원을 비롯한 3인의 외부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장년 부문 수상자인 조헌(1964년생) 작가는 원광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4회의 개인전과 200여회의 단체전을 통해 전북 화단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초기 인물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독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던 그는 최근 ‘징후적 풍경’ 등의 연작을 통해 감각과 인식의 층위를 탐구하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묵묵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라며 “회화가 지닌 감정의 밀도와 사유의 깊이를 끝까지 밀고 나가며 동시대의 불안과 인간 내면을 화폭에 담아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청년 부문 수상자인 강유진(1992년생) 작가는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그는 급변하는 도시 환경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지되는 이질적인 감정을 사실적인 묘사로 풀어낸다. 들판과 콘크리트가 교차하는 풍경 등을 통해 정주하지 못하는 시대의 불안정성을 시각화해왔다. 심사위원단은 “개발 논리 이면에 가려진 감각과 정서를 성실히 시각화해온 작가”라며 이번 수상이 그간의 축적에 대한 격려이자 앞으로의 확장을 기대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서로 다른 세대가 축적해온 회화적 태도와 사유의 깊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교동미술상 수상작가전은 오는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진행된다. 장년 부문 조헌 작가의 작품은 1전시실에서, 청년 부문 강유진 작가의 작품은 2전시실에서 각각 만나볼 수 있다. 교동미술관 관계자는 “한 작가의 오랜 축적과 또 다른 작가의 확장 가능성이 교차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지역미술의 동시대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2.12 13:11

권일송 시인 30주기 추모 및 순창문학 출판기념회 성료

(사)한국문인협회 순창지부(지부장 장교철)는 지난 10일 순창군도시재생지원센터 소회의실에서 ‘권일송 시인 추모 30주년 기념 및 순창문학 제30호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순창 출신인 권일송(1933~1995)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지역 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특강에 나선 배종덕 지역주의타파 범국민위원회 위원장은 “권 시인은 목포문학을 꽃피운 인물이지만 문학적 뿌리는 고향인 순창”이라며 “순창에서 그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사업이 더욱 활발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족 대표인 장남 권훈씨는 “아버지의 고향에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생가 복원과 문학관 건립 등 기념사업에 유족으로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순창문학> 제30호는 ‘권일송 추모 특집’으로 기획돼 제자 최창일 시인의 평론과 유족의 회고록 등을 담았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김형오 시인과 신인수 순창군 문화관광과장이 각각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상했다. 행사에 앞서 이완소 시인이 권일송 시인 대표시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를 임순이 시인이 ‘그리운 가잠’을 낭송하며 추모의 의미를 더했다. 한편, 순창문협은 이날 정기총회를 통해 오는 4월부터 순창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창작교실’을 개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정이·이성용·김정숙 군의원과 김철수 순창예총 회장 등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2 11: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시인-장선희 ‘조금조금 초록 벽지’

시는 왜 살아가면서 현실을 잊고 살 수는 없는가. 그것은 삶이 시적이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기도 하고 어쩌면 한 켠으로 대체되지 못하는 철학적 관념을 시가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과 생활을 불러들여 벌이는 시인의 사소하면서도 디테일한 소묘는 우리를 점점 시인의 삶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린 초면 입니까?”(여긴 초면입니다)처럼 당신과 나와 우리를 접목시키는 간결하고도 자연스러운 능청은 읽는 내내 지루함을 지워주기에 충분하다. 여기 현실과 꿈의 경계를 벽 하나, 벽지 한 장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찾고 있는 시집이 있다.(조금조금 초록벽지. 달을 쏘다. 정선희) 어딘가 있을 벽의 구조물을 통과하면 아이들의 안쪽에 있을 꽃밭을 향해 간다. 벽은 벽과 벽지로 가로 막혀 있다. 가시적 전개로는 벽을 통과해 세상으로의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벽이라는 가로 막힌 상태를 오랫동안 지지 않는 들꽃으로 이미지를 변환시키며 피어있는 벽지를 사이에 두고 틈을 소환, 벌어지는 환상통을 노래한다. 벽지로 막아놓은 세상입니다 벽을 통과하면 하얀 꽃잎이 휘날립니다 웅성거림을 찾아 아이가 벽 속으로 들어가고 사람으로 매만진 저녁이 반질거립니다 아무도 아이를 찾지 못하네요 아이는 벽 밖으로 나오려다 넘어집니다 초록벽지는 또 한번 답장일까요 초록과 같이 자란 벽이 안을 밖으로 바꿉니다 반쯤 빠져나온, 벽지에서 바라본 옆모습이 들꽃 같습니다 이름을 불러 보지만 입술 밖으로 떨어지는 건 빨간 꽃잎이네요 초록벽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숨바꼭질이 너무 재밌던 나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느라 배가 고픈 줄도 몰랐습니다 벽지가 바래도록 자란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사방연속무늬로 뻗어나간 들꽃입니다 천장과 벽 사이 어딘가 있는 세상 찢어진 벽지를 꽃잎인 양 날려 봅니다 벽을 넘을 땐, 숟가락 한두 개쯤 없어져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조금조금 초록벽지 전문」 벽이라는 경계에서 걸려 넘어지고 바깥세상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때 벽은 꽃잎을 끌어들여 이미지 전환을 시도한다. 통과할 수 없는 구조물의 탈출을 감수한다. 초록 벽지의 기억을 꽃잎인 양 날리며 아무렇지 않다는 말로 시적 주체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우리에게 삶을 설득하고 불가능한 벽의 탈출을 통해 사라진 아이를 뜯어진 벽지에서 발견할 때 비로소 오래된 벽지가 아닌 우리 생이 소환되는 이유다. 벽은 더 이상 벽이 될 수 없음을 제시하며 우리의 선입견을 회복하기 위한 행위로 기억을 꺼낸다. “사방연속무늬로 뻗어나간 들꽃”에서 우리는 풍성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렇게 벽지를 통해 기억을 연결하여 미래를 찾아간다. 벽이라는 일방적 가로막힘의 현실을 타파해가는 시적 이미지의 전개가 매우 흥미롭다. 살아가면서 “벽을 넘을 때”처럼 “숟가락 한두 개쯤 없어져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 미래를 향한 삶을 부축해 주는 이유다. 무의식적 의지가 내보이는 시어의 복귀. 아름다운 시어보다 이미지의 긍정성으로 의미로 틈입해 써 내려간 이미지는 빛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페룰라 꽃”을 불씨로 이미지를 전환시키듯 오래볼수록 꽃은 불이 붙는다는 표현은 지중해에 있는 “에게 식당”에 있고 그 꺼지지 않는 불씨로 미래를 이야기 한다. 불씨가 내는 불빛은 “신전이 아니라 폐허”를 찾는 빛이다. 그럼에도 “아직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다가와 우리를 덥혀준다. 이처럼 시인이 현실 속 가득한 삶의 여정을 재밌고 유쾌하게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것은 아직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제시하는 시인의 따듯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복영 시인은 1997년 월간문학 등단해,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다. 그는 작가의 눈 시 작품상과 여순10.19평화문학상 등 서울문화재단 창작 지원금 수혜를 받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집 <아무도 없는 바깥> 외 5권과 시조집<그늘의 혼잣말을 들었다>외1권이 있다. 현재 그는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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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1 18:29

응축된 사유를 담다, 황진숙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

황진숙 수필가가 10년의 응축된 사유를 녹여낸 첫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작가가 일상의 사물들을 집요하게 마주하며 완성한 44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 제목에 영감을 준 대표작 <곰보 돌>은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 숭숭 뚫린 작은 돌 하나에 주목한 글이다. 작가는 파도와 바람에 깎여 상처투성이가 된 이 돌을 보며 단순히 ‘낡고 못생긴 것’이 아니라 돌이 견뎌온 치열한 시간들의 흔적을 읽어낸다. 시련과 상처로 얼룩진 우리네 인생 역시 나만의 소중한 궤적을 그려가는 과정임을 따뜻한 시선으로 일깨워준다. 작품집 곳곳에는 풀무, 댓돌, 소금, 숯, 종이컵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사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황 작가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소재들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안에 담긴 삶의 철학을 끌어낸다. 흔한 종이컵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읽어내고, 짠 소금에서 생을 지탱하는 단단한 힘을 발견하는 식의 통찰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강돈묵 문학평론가는 “황진숙 작가의 시선은 예리하고 날카롭다. 사물이나 개념의 본질을 찾아내는 데 남다른 치밀성이 있다”며 “작가는 찾아낸 본질을 형상화하기 위해 블록을 형성하고 하나로 조립하는 공법을 취한다. 충실한 소재로부터 출발한 블록은 빈틈없이 맞물리며 수필의 형상을 구축한다. 어떤 타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고 밝혔다. 충북 옥천 출생인 작가는 2016년 <수필과비평>에 ‘발’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백교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천강문학상 대상, 등대문학상, 수필과 비평 올해의 작품상12 등을 수상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1 18:29

글벼리디카시 동인 시집 제2호 ‘감정 계약서’ 출간

한국디카시학회 전북지부 산하 ‘글벼리디카시문학회’가 동인지 <감정 계약서>(도서출판 실천)를 펴냈다. 글벼리디카시문학회의 두 번째 결실인 이번 시집에는 초대시인 3인(김왕노·복효근·이정록)의 작품 3편과 동인 7인(김애경·김이숙·김혜숙·나병훈·이동욱·조삼현·최장선)의 작품 56편이 수록돼 각기 다른 개성과 미학을 펼쳐 보인다. 시집을 채운 10인의 시선은 자연과 일상, 가족, 관계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는 대상에 닿아 있다. 그러나 꾸준한 습작과 여러 차례 전시회를 통해 다져온 이들의 시적 사유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전환하며 기발하고 의외적인 장면을 빚어낸다. 이어산 한국디카시학회 회장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인류 역사상 창조적인 성과는 대부분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유에서 비롯됐다”며 “디카시 역시 시적 대상에서 떠오른 생각을 전경화한 시문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술디카시는 창작자의 기준과 시각이 철저히 반영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디지털 시문학”이라며 “기존 시각과 다른 의외성이 없다면 좋은 작품이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장은 “글벼리디카시 동인들의 치열한 창작열이 이러한 단계를 충분히 통과해, 국내 시단을 떠받치는 단단한 모퉁이의 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1 18:29

가장 맑은 문장으로 건져 올린 가장 아픈 기억⋯한지선 ‘오월의 숲’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잊고 지내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불러내는 깊은 울림과 같은 책이 출판됐다. 한지선 소설가의 신작 중편소설집<오월의 숲>(문예원)이 바로 그것. 작가는 인간의 내면을 통과하는 상실과 그리움, 사랑과 고독, 붕괴와 회복 등을 4편의 중편소설로 정교하게 직조한다. 책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인물과 서사를 다루지만, 공통으로 ‘상처 입은 인간이 어떻게 다시 삶 쪽으로 돌아오는가’라는 하나의 중심 질문을 공유하고 있다. 표제작 ‘오월의 숲’은 고립된 스무 살 여성이 숲과 자연, 그리고 상처 입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삶을 회복해 가는 서정적 성장 서사다. 도심과 학교 그리고 숲이라는 공간의 대비 속 주인공은 고독과 두려움, 그리고 미세한 희망의 결을 따라 자기 내면으로 자취를 감춘다. 작품에서 숲은 배경이 아닌 치유의 주체이며, 침묵의 연대는 인간을 다시 살아 있게 하는 힘으로 기능한다. ‘로얄다방을 아세요?’는 대학 시절 한 남자의 한마디가 수십 년 후까지 한 여성의 삶을 지배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심리 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랑의 실패보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집요히 탐색한다. 또 다른 수록 작품 ‘겨울로 가는 길’은 파탄 직전의 결혼 생활 속, 한 남자가 언어와 음악, 상상을 통해 자기 존재를 지탱해 가는 기록으로, 이별 직전의 인간이 겪는 내면의 균열과 공포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일곱 날의 새벽’은 상처 입은 여성이 일곱 날 동안 고요와 수행,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통과하며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치유 서사다. 작품은 인간이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익두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이번 책을 “작가의 소설들은 늘 그리움과 이루지 못한 사랑, 끝끝내 기억에 남아 오히려 고통스런 삶을 맑게 깨어 살아 있게 하는 사랑의 아픈 기억과, 그런 아픔을 되새기며 지새우는 수많은 불면의 밤들로 가득 차 있다”며 “그러면서도 때로는 경쾌하고 부드럽게 추억의 아픔과 지나온 삶의 굴곡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재빠르게 잔잔하고 맑게 굽이쳐 흘러간다”고 평했다. 작가는 “예측할 수 없는 삶 속 회색빛 스무 살에 한 줄기 햇살처럼 스몄던 날들의 이름은 사라졌거나, 어디에 있는지 만날 수 없는 시공간 너머로 가버렸지만, 모두의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네 편의 소설 중 두 편이 오월의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같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가 됐다. 오래전 만들어진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위로 대신 오래 남는 문장으로 채운 이번 책이 독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오월’을 다시 피워 올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읍 출생인 그는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해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했다. 장편소설<그녀는 강을 따라갔다>를 시작으로 <여름비 지나간 후>, 소설집 <그때 깊은 밤에>, <여섯 달의, 붉은> 등을 발표했으며, 공동집필 테마소설집 <두 번 결혼할 법>, <마지막 식사>에 참여했다. 제1회 전북소설문학상, 제2회 작가의눈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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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6.02.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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