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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총 1927편 접수

‘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5일 공모가 마감된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올해 3개 부문에 접수된 응모작은 총 1927편. 응모 인원은 702명으로 지난해(612명‧수필 제외)보다 90명이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시 1620편, 소설 146편, 동화 161편으로 모든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응모작이 고르게 늘었다. 올해부터 전북일보는 응모작의 질적 향상과 우수작 발굴을 위해 부문을 시‧단편소설‧동화 등 3개 부문으로 조정하고 상금을 소폭 인상했다. 올해는 시와 동화 부문에서 응모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동화 부문 응모자는 153명으로 지난해(104명)보다 47%가량 많은 응모자가 몰렸다. 시 부문에서도 411명이 응모해 지난해(387명)에 비해 응모자가 늘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 제주도,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작품이 접수됐다. 미국에서 등단의 꿈을 담은 우편이 국경을 넘어오기도 했다. 응모자들의 연령대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전북일보는 시와 단편소설, 동화 부문 예심을 11일에 진행한다. 본심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며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 발표는 내년 1월 2일자 전북일보 신년호 지면을 통해 한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09 17:43

전북 화단의 버팀목…이숙희·정진용 2인전 ‘순간의 빛’

전북 미술계의 든든한 버팀목인 이숙희 작가와 전북대 미술학과 정진용 교수가 풀어낸 빛과 색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누벨백미술관에서 마련한 이숙희‧정진용 2인전 ‘순간의 빛’은 압도적 순간을 붙잡고, 스며드는 시간을 기록해 하나의 서사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정진용 작가는 빛과 어둠, 시간의 정지, 감정의 전율과 응축된 순간들을 회화로 형상화한다. 그는 빛과 어둠의 막을 통해 ‘멈춰버린 시간’의 울림을 화면으로 끌어온다. 사건의 파동, 도시와 성전의 아우라,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의 진동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홍익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정진용 작가는 전주와 서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선보이며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홍익대와 경희대, 경인교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술실기와 작가론 강의를 진행했고 현재는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숙희 작가는 일상의 빛, 소소한 순간의 감응을 시각화한다. 일상의 풍경과 작은 사건의 따뜻함, 녹색을 중심으로 한 포근한 색조를 안정적인 구도로 완성해낸다. 그는 일상 속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감정들을 기록한다. 식탁 위의 햇살이나 골목의 바람결 등 소소한 순간의 결을 오래 붙잡아 따뜻한 기억을 되살리는 작품을 보여준다. 다수의 개인전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펼치고 있는 이숙희 작가는 올해 서신갤러리 별관에서 개인전 ‘소중한 순간’을 비롯해 2022년 초대전 ‘동행’ 등을 개최한 바 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와 전북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연의 법칙이나 자연현상 등 만물의 근원에 작업을 기반으로 두고 유기적인 형태로 표현한 회화를 선보인다. 빛과 자연이라는 무형의 대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이후 특정한 형태를 패턴화하며 반복적으로 그리는 추상 작업도 다수 남겼다. 특히 정진용 작가는 전북 화단에 새로운 현대미술의 시각을 여는 무수한 이미지와 상상력의 겹침, 실험과 창작으로 어우러진 작업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을 만들고, 또 다른 미적 세계에 도전하는 작업으로 화단의 이목을 끌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삶을 이루는 거대한 순간과 작은 순간을 함께 목격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서로 다른 빛의 결이 한 공간에서 공명하여 관객은 각자의 삶에서 스쳐 지나간 시간을 더듬어 보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6일까지. 일‧월요일 휴무.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5.12.09 16:17

안삼환 작가 ‘역관일지’ 북토크 9일 개최

안삼환 장편소설 <역관일지>(부북스) 출간 기념 북토크가 9일 오후 4시 전주 완산도서관에서 열린다. 완주인문학당과 천년전주사랑모임에서 마련한 이번 북토크에는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와 이광재 소설가가 참석하며 특별 게스트로 왕기석 명창이 자리해 ‘천명’ 중 한 대목을 축가로 부를 예정이다. 사회는 이재규 우석대 교수가 맡는다. 서울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안 작가는 2010년 서울대 독문학과에서 정년퇴임 후 학자로서의 행보를 접고, 창작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21년 <도동사람>, 2024년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에 이어 올해 출간한 <역관일지>는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2024년 9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난 ‘개벽적 사건들’을 주인공의 일기 형식으로 담아낸 66편의 기록을 소설로 풀어냈다. 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동학농민혁명→3‧1 독립운동 →4‧19혁명→광주민주화운동→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한국 민주주의의 장엄한 흐름을 짚어내고 있다. 정지창 문학평론가는 “빛의 혁명을 이끌었던 젊은 세대와 그들을 응원한 모든 시민이 21세기 개벽의 전환기를 되새기며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북토크 참여는 오픈단톡방에 ‘역관일지’를 검색해 문의하면 된다. 참가비는 2만원이며 당일 ‘역관일지’책으로 돌려줄 예정이다. 북토크 시작 전인 오후 3시부터 전주녹두관 ‘완산녹두님’ 참배도 진행된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08 18:45

방화선 선자장, 국가유산청 ‘제2회 국가유산의 날’ 대통령 표창

국가유산의 날을 맞아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제10호 방화선 선자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국가유산청은 9일 오후 2시 국가유산진흥원 민속극장 ‘풍류’에서 ‘제2회 국가유산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의 날은 국가유산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국가유산 보호 의식을 높이기 위해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기념일로 정한 날이다.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한국의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날인 12월 9일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기념식에서는 국가유산 각 분야에서 보존‧관리‧활용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유공자들의 공적을 알리는 ‘국가유산보호유공자 포상'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올해 국가유산보호유공자 포상은 문화훈장 5명, 대통령표창 5명, 국무총리 표창 1팀, 국무총리 포장 1명 등 총 12명을 선정했다. 대통령 표창을 받는 방화선 선자장은 1956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 고(故) 방춘근 명장(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의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2010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단선)으로 지정됐다. 2020년부터 한국공예장인학교에서 단선부채 아카데미를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단선부채 대중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방화선부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5.12.08 17:39

제18회 전주프로젝트 공모 시작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산업 프로그램인 제18회 전주프로젝트의 공모를 내년 1월 16일 오후 5시까지 온라인으로 접수한다. 공모 부문은 전주랩, 전주랩:단편, 워크인프로그레스 3개이다. ‘전주랩’은 다양하고 독창적인 국내 장편영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기획개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새롭고 차별화된 장편 영화 프로젝트를 가진 창작자라면 신인과 기성 구분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정작에는 기획개발비 500만원과 함께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국내 영화산업 전문가의 집중 멘토링, 전주 프로젝트 기간 중 영화산업 관계자와의 비즈니스 미팅 기회를 제공한다. 심사를 거쳐 2차 기획개발비와 현물을 차등 지원하며 ‘전주 캐스트’의 기획개발 지원금과 캐스팅 지원 옵션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이자 최근 개봉한 양주연 감독의 <양양> 그리고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특별상(예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지금, 녜인>은 전주프로젝트의 기획개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개발됐다. 워크인 프로그레스를 통해 국내외 산업 관계자들로부터 후반 작업단계의 컨설팅을 받으며 완성된 작품들이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전주프로젝트 지원 프로그램 참여 이후 제작을 완성하고 국내외 영화제 초청이나 극장 개봉 등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통해 전주프로젝트는 창작자에게 실질적인 제작·배급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과 산업 네트워크를 제공하여,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앞으로도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산업 내 연계성을 강화하여 초기 개발 단계의 프로젝트의 지원과 배급지원을 통해 실제 제작과 개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 구축에 집중할 예정이다. 제18회 전주프로젝트는 2026년 5월 3일부터 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공모 기준과 지원 내역 등 자세한 사항은 전주국제영화제 공모 사이트(https://entry.jeonjufest.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은 기자

  • 영화·연극
  • 박은
  • 2025.12.08 15:16

[리뷰] 팔복동 여공들의 청춘 그린 창작극 ‘J에게’

‘J에게’는 연기자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맛깔나는 대사에 노래와 춤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 관객과의 소통까지 챙긴다. 그 결과 공연 마니아들이 푹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 탄생했다. 지난 3일과 4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예술집단 고하 창작극 ‘J에게’는 ‘연극예술은 연기의 예술’임을 새삼 확인케 하는 반가운 작품이었다. ‘J에게’는 지난해 전주문화재단에서 인큐베이팅되어 선보였던 뮤지컬 ‘엄마의 카세트테이프’를 모티브로 각색한 창작극이다. 1980년대 팔복동 카세트테이프 공장이었던 ‘썬전자’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 ‘썬전자’ 여성 근로자들의 구술자료를 토대로 최정 작가가 글을 쓰고, 예술집단 고하 김경민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이야기는 이삿짐을 정리하던 딸 빛나(이혜지)가 먼지 쌓인 낡은 상자 속에서 엄마 선희(엄미리)의 젊은 시절 사진들과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그 테이프 속에는 가난하고 가진 것 없었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꿈을 품고 있었던 스무 살 엄마 선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엄혹한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온,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작은 존재들의 희망과 꿈, 우정과 연대, 좌절과 상처가 있었다. 극은 엄마의 목소리를 따라 딸 빛나가 잊어버린 세대의 기억을 복원해 나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말맛’이다. 등장인물들은 사투리를 사용해 작품에 구수한 매력을 더한다. 유쾌한 대사는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배우들은 대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줘 말맛을 한층 극대화한다.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건 시대에 대한 풍자와 묵직한 메시지 전달까지 함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집중력 덕분에 인터미션이 없는 100여분의 공연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이후남 역할을 소화한 강지수 배우의 코미디 연기가 일품이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배우는 박수를 유도하기도,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관객 속에 섞여 들어가 객석에서 연기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그 덕에 보는 이들은 무대 한가운데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J에게’가 가진 특별한 매력이다. 하지만 함축적인 대본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배우들의 대사 연기 밀도가 약한 게 결정적인 한계다. 이 때문에 감정과 상황이 격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늘어지는 느낌도 있지만, 코끝을 찡하게 해서 눈물마저 찔끔 흘리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이 대단하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5.12.07 15:46

‘새벽강에는 은자가 산다’⋯30년 전주 문화의 삶 건져 올리는 ‘은자전’

“새벽강에는 은자가 산다.” 전주의 오래된 술집 새벽강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소환되는 문장이다. 그러나 이 말은 단지 주인 강은자 씨 한 사람을 가리키지 않는다. 1990년대부터 새벽강에 드나든 예술가와 청년, 방랑자와 기웃거리던 단골들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한 시대의 공기’를 뜻한다.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4일까지 전주 남부시장 로컬공판장 모이장에서 열리는 ‘은자전(隱者展)’은 바로 그 축적된 시간들을 처음으로 한데 펼쳐 보이는 자리다. 한 술집의 소장품을 넘어, 30년 넘게 전주 예술 생태를 관통해온 공동체의 기억을 드러내는 전시다. △ 38년의 시간, 231점의 작품…새벽강이라는 ‘아카이브’ 이번 전시는 시작부터가 하나의 이야기다. 1993년, 재수생 후배였던 박진희 작가의 그림을 “그냥 안쓰러워서” 사준 것이 새벽강 소장품의 출발이었다. 이후 2025년까지 이어진 강은자의 그림 사랑은 어느새 91명의 작가, 231점의 작품 컬렉션이 됐다. 어려운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응원하며 사준 그림들, 가게에서 김밥을 싸주자 감사의 뜻으로 건네받은 그림, 술과 우정 속에서 오간 선물까지. 이 모든 것이 새벽강이라는 공간에 켜켜이 쌓여 하나의 역사로 남았다. 기획자 유대수 작가는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은자전을 하자’고 이야기했는데, 그날 쓴 메모 한 장이 11년을 지나 현실이 됐다”며 “새벽강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올해 꼭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 “새벽강이 키운 사람들”…예술 생태의 비밀스러운 허브 1990년대 남노송동에서 시작해 장소를 옮기며 38년간 전주의 예술가들을 품어온 새벽강은 연극·풍물·문학·미술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던 공간이었다. “혼자 가도 반드시 누군가와 어울리게 되는 기묘한 술집”, 유 작가가 설명한 새벽강의 풍경은 한 시인의 말처럼 “전주의 예술적 기운이 농축된 곳”에 가까웠다. 새벽까지 이어지던 토론, 굿판과 즉흥 공연, 돈 없는 예술가에게 ‘그냥 내주던’ 안주, 실패와 고민을 털어놓던 밤들. 새벽강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전주의 ‘비공식 예술학교’이자 지역 문화의 허브였다. 시인 박남준, 화가 박민평, 소설가 안도현, 음악인 전인권·나윤선, 영화감독 진모영 등 수많은 예술인이 이곳을 거쳐 갔다. △ ‘한 사람의 생애’가 아니라 ‘한 공동체의 연대기’ ‘은자전’은 강은자 개인의 소장품전처럼 보이지만, 기획자들은 “전시의 주인공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유 작가는 “강은자는 가능하게 한 매개였을 뿐. 30년 동안 그곳을 드나들며 서로를 위로하고 키워낸 사람들, 그들이 만든 관계가 전시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이번 전시는 회화·판화·소품 231점 외에도 편지, 사진, 장식물, 포스터, 영상 등 새벽강을 드나든 이들이 남긴 흔적을 모두 펼쳐 보이는 아카이브형 전시다. ‘새벽강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마음과 시간을 모아 준비했고, 그 과정 자체가 한 공동체의 연대기를 다시 쓰는 일이었다. △ 문을 닫으며 여는 축제 강은자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 “이젠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최근들어 MZ세대 맛집으로 바뀐 지금의 새벽강에서는 예전처럼 밤새 술판을 벌이는 풍경도 보기 어렵다. 그는 “남이 해주는 안주에 술 먹으며 놀러 다니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어쩌면 ‘소장품을 병풍 삼아 한 번 더 모여 놀자’는 초대장이자, 한 시대가 문을 닫기 전에 남기는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진다. △ 지역문화의 한 장면을 붙잡는 일 ‘은자전’은 새벽강이라는 한 술집을 통해 지난 30여 년간 전주 예술 생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보여주는 드문 기회다. 강은자가 모은 그림 231점은 사실 한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전주의 문화사를 비추는 입체적 기록이다. 유대수 작가는 말했다. “새벽강에서 술 마시고 울고 웃고 춤추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전주의 문화사였다는 걸 이번 전시가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 전시의 의미입니다.” ‘새벽강에는 은자가 산다.’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이 문장이 이제 전시로 되살아난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2.07 15:45

제10회 전북불교문학상에 신해식 시인

전북불교문학회는 제10회 전북불교문학상 수상자로 신해식(72)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7일 전북불교문학상 심사위원회(주봉구‧ 이택회‧ 강동춘)는 “현대시는 어렵다는 것이 공인된 사실처럼 되어 있다”며 “‘난해성과 낯설게 하기’가 가져온 병폐이다. 신해식 시인의 시는 한결같이 쉽고도 어려운 시, 무게와 생활철학이 담긴 시의 깊이가 느껴진다”라고 평했다. 신 시인은 전주 출생으로 1989년 종합문예지 <문예사조>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왕정동 연가> <붉게 물든 노을이 숲 뒤쪽에서> <연인들의 다리> <함께하는 문학>이 있고, 시선집 <눈꽃, 그리고 사랑> 등을 출간했다. 전북문인협회 부회장과 전주풍물시동인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PEN,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이사, 종합문예계간지 ‘시선’ 편집위원, ‘대한문학’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녹조근정훈장과 제29회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은 어려운 시보다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 새의 날음처럼 걸림이 없는 언어, 복잡한 세상을 순화시킬 수 있는 순수시에 지향을 두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상식은 14일 오전 11시 백송회관 3층에서 열린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07 15:42

신달자 시인의 문학세계 품은 ‘신달자문학관’ 개관

한국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류 문인, 신달자의 문학세계를 품은 ‘신달자문학관’이 4일 개관했다. 현존하는 국내 여성 시인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문학관을 개관하는 경우는 신달자 시인이 유일하다. 올해로 등단 61주년을 맞은 신달자 시인은 1964년 시 ‘환상의 방’으로 등단한 후 한국 현대시를 이끌어온 문인으로 꼽힌다. 숙명여대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평택대‧명지전문대 교수, 한국시인협회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등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는 <열애> <북촌>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등이 있으며 한국시인협회상, 은관문화훈장, 만해대상, 인촌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며 문학성을 입증했다. 이날 오후 2시 거창군 남하면 신달자문학관에서 열린 개관식에는 신달자 시인과 구인모 거창군수, 이재운 거창군의회의장, 한국시인협회 김수복 회장, 한국문학관 김종회 협회장, 정호승‧나태주 시인, 박정자 배우, 이숭원 문학평론가,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개관식에서는 박정자 배우가 시인의 대표작 ‘핏줄’을 낭송하고, 나태주 시인이 ‘아! 거창’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신달자의 시에 대하여’를 낭독하며 문학관 개관을 축하했다. 한국시인협회 김수복 회장은 축사를 통해 “신달자문학관은 신달자 선생의 문학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문학과 지역문화를 사랑하는 거창군민에게도 사랑받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달자 시인은 인사말을 통해“우리나라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하나에서 백 개로, 백 개에서 천 개로 만들어서 풀어놓아도 지금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오늘 이렇게 영광스러운 결과가 오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거창군민과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이 찾아오고 사랑하는 문학관이 될 수 있도록 잘 다스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달자문학관은 전시공간과 강의실, 북카페가 있는 1층 공간과 수장고와 2개 전시실을 보유한 2층 공간으로 구성됐다. 오는 206년부터는 신달자 시인 작품 전시, 지역 문인의 창작·낭송 프로그램, 주민 대상 문학 강좌 및 글쓰기 교실 등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2.04 17:42

[줌] ‘전통과 현대의 경계 위, 제 색 찾다’⋯이해원무용단 이해원 대표

2022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단오장’은 한층 깊어진 완숙미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품을 이끈 이해원(49·군산) 대표는 “지나간 작품을 다시 올릴 수 있다는 건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큰 축복”이라며 “특히 전주문화재단의 공연예술지원으로 관객 앞에 다시 설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재공연에서 가장 중점을 둔 변화로 ‘본질로의 회귀’를 꼽았다. 초연 당시에는 영상과 무대장치 등 시각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이번 공연은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춤 자체가 가진 선과 호흡, 움직임의 힘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또 초연에서는 무대에 여성 무용수만 올랐지만, 이번에는 남성 무용수를 ‘제사장’의 이미지로 참여시켜 음양의 조화를 무대에서 구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무용계에서는 이번 ‘단오장’을 두고 “담백함을 넘어선 독창적인 색채가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자신만의 ‘색’을 묻는 말에 “전통과 컨템퍼러리(동시대)를 넘나드는 균형”을 이야기했다. 그는 “전통 하는 사람이 컨템퍼러리를, 컨템퍼러리를 하는 사람이 전통을 제대로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며 “두 장르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지점을 찾는 것이 나만의 색이자 이번 작품이 주목받은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전통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하는 데에는 창작자로서의 책임감도 크다고 했다. 그는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동초 수건춤, 강강술래, 부포 등 전통 요소를 가져오되, 이를 현대적 언어로 다시 해석해 녹여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너무 현대에 기울면 한국무용인지 모호해지고, 전통을 많이 담으면 표현의 폭이 좁아진다”며 “그 사이 지점을 찾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고도 했다. ‘단오장’에는 전주 단오제라는 지역적 맥락도 깊게 배어 있다. 그는 “젊을 때는 개인적인 철학과 고민을 작품에 담았지만, 이제는 지역의 문화·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팔복동 여공 이야기 등 지역의 잊힌 서사를 무용으로 되살려낸 작업 역시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사명”이라고 표현했다. 공연예술지원사업 선정의 의미에 대해 그는 “지원금 그 자체보다 ‘작품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크다”며 “지역이 내 작품을 인정해 줬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고, 그 힘은 다시 도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작품 지원도 좋지만, 기존에 사랑받았던 작품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은 예술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원무용단 아움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에 대해 그는 “관객과 진짜로 소통하고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역의 숨겨진 문화와 역사를 몸으로 다시 이야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전북대학교에서 무용학 학사와 무용학 석사를 취득하고,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일반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사)대한무용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 이사이자 전주시지부 부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전북대학교·진주교육대학교·전주교육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호남살풀이춤’ 이수자로서 전통 춤 전승에 힘쓰고 있으며, 예술전문단체 널마루무용단 부단장과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 창작 및 무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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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12.04 17:42

제26회 익산한국공예대전 대상에 금속 부문 김민경씨 ‘한계이론’

제26회 익산한국공예대전 전국공모전에서 금속공예 부문 김민경(경기‧26)씨 작품 ‘한계이론’이 대상에 선정됐다. 상금은 3000만원. (사)한국공예문화협회(이사장 이광진)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대전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한국공예대전에는 금속, 도자, 목칠‧ 가구, 섬유공예 등 4개 부문에 총 325점이 출품됐다. 한국공예대전 운영위원회는 1차 심사를 거쳐 83점을 입상작으로 선정했고, 4일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2차 본상 심사를 열었다. 이날 심사위원장은 목칠공예 심사위원 정영환 전 대구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가 맡았으며, 섬유공예 신영옥 공예가, 금속공예 김재영 전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도자공예 권영식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각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는 각 부문별로 1점씩 모두 4점이 대상후보로 올랐으며 심사위원들은 선정된 4점 중에 비밀 투표를 통해 대상을 선정했다. 또 최우수상은 도자공예부문 임충현(경기‧46) 씨 작품 ‘달그림자’가 꼽혔다. 우수상은 목칠‧ 가구공예부문 김예일(강원‧23) 씨의 ‘유구화’, 섬유공예부문 성유민(서울·23) 씨의 ‘마주하다’가 차지했다. 최우수상 상금은 1000만원, 우수상 상금은 각각 500만원이다. 대상으로 선정된 ‘한계이론’은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금속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형기법이 독창적이고 난도가 높음에도 섬세한 형태로 완성돼 조형성과 정교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설명이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전통 공예기법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작품과 실용적이고 테크닉적으로 유려한 작품이 많아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정영환 심사위원장은 “학과 폐지로 공예가 사멸의 위기에 처한 시대에도 공예대전은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어 공예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다. 특히 대상을 받은 금속공예 작품은 제작기법도 상당히 어렵고 대형작품임에도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한국공예대전 수상작 전시는 10일까지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시상식은 전시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제26회 익산한국공예대전 전국 공모전 수상자 △대상=김민경(금속) △최우수상=임충현(도자) △우수상=김예일(목칠·가구) 성유민(섬유) △특별상=한상덕(금속), 김인숙(도자), 신정우(도자), 정세한(목칠·가구), 김현숙(섬유), 김동현(금속)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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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4 17:4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황유원 시집 ‘하얀 사슴 연못’

많은 날을 올라왔습니다. 굳은 의지는 보슬보슬 날아갔습니다. 통제사 벼슬이라도 할 것 같았던 통제력도 바닥을 쳤고요. 황유원의 『하얀 사슴 연못』을 듣고 싶습니다. “세상은 소음으로 가득하다”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그래서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증폭시켜보는 길과 최대한 잠재워보는 길을 모두 가보기로” 했다고. 잠재워본 게 이 시집이라고. 음악은 소음을 줄여 적막을 늘리는 방식이겠죠. 말이 끝나는 곳에 음악이 있겠죠. 맑은 날, 땀을 벽력같이 흘려 하루에도 옷을 몇 번이나 갈아입어야 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지요. 이런 날은 「명동대성당」에 나오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습니다. “나는 거기 없었고/ 나는 거기 있었지만/ 내 숨소리는 아무래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음악입니다. “칸나가 잔뜩 피어나 노란 꽃머리로 통 통/ 드럼을 연주”(「리틀 드러머 보이」 부분)하면 음파는 어디로 갈까요. 언어와 리듬을 타고 뇌파로 올라오겠죠. 잔잔하게 물결치겠죠. 콩나무 잡고 거인의 구름성까지 가겠죠. 하프의 말이 들릴 때까지 잠에 들겠죠. “가슴속에 사슴 뛰는 소리 들려온다면/ 삶의 푸른 풀을 마구 뜯어내고 싶다는 뜻인데// 그렇게 사슴 다 뛰쳐나가버리고 나면// 마침내 홀로 남겨진/ 텅 빈 가슴속/ 고요”(「사슴 머리 여인숙에서」 부분). 풀을 들입다 먹은 사슴은 자러 갔습니다. 풀들이 오래전에 예약한 고요만 남았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네요. 잠잠히 살 뿐. “고요를 위해 굳이 입 닫을 필요 없음/ 고요가 숨 쉴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두면/ 고요는 그냥 찾아옴/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모아/ 서로 붙여주기만 해도”(「불광동성당」 부분). 잘 말린 야생 고요의 똥으로 벽을 쌓습니다. 빈 방에 햇살이 들어오듯 고요가 오겠지요. 편히 쉬라는 말까지 아낄 필요는 없겠지요.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자는 시베리아 아닌 그 어디서라도/ 하늘의 입김이 얼어붙는 소리를 듣는다/ 추운 날 밖에서 누군가와 나눠 낀 이어폰에서도 별들이 얼어”. 별들은 우리에게 낮은 목소리로 늘 무언가를 들려줍니다. 우주가 진공 상태라 들리지 않을 뿐이죠. 그런데 그 귓속말을 들을 수 있는 길이 있죠. 이어폰으로 추위를 나눈다면, 별들의 귀엣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상대의 아픔에 귀 기울여 보세요. 서로의 슬픔에 등을 기대 보세요. 함께 눈을 맞으며 호숫가를 걸어 보세요. 그러면 별들이 큰고니 날아오는 호수에 큰 고요를 뿌려 줄 겁니다. “잠시 서로의 말이 드러낸 단단한/ 등뼈를 쓰다듬으며/ 우리가 헛것임을 잊을 수 있다”(「언중유골」 부분). 뼈가 있는 말은 쉼표와 같습니다. 그걸 가볍게 쓸어보며 우리가 이 땅에 온 작은 이유를 어루만질 수 있을 테니까요. 느렸지만 역마다 서고 정차 시간도 길었던 기차가 비둘기호였어요. 내려서 가락국수를 후후 불며 먹었어요. 속이 든든하게 차고 쉼표가 찍혔죠. 긴 4형식 문장을 끌고 온 기차에 올라 먼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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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3 18:47

행촌수필문학상 시상식·제46호 출판기념회 성황

행촌수필문학회가 주최한 ‘제18회 행촌수필문학상 시상식 및 행촌수필 제46호 출판기념회’가 3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행사에는 행촌문학회 회원 50여 명과 내빈이 참석해 문학회의 한 해 성과를 함께했다. 행촌수필문학회는 전북 수필 문학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온 단체로, 이번 행사는 회원들의 창작 성과를 확인하고 창작 의욕을 북돋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제18회 행촌수필문학상은 고재흠·이형숙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김영 심사위원장은 고재흠 수필가의 ‘가을이 나를 부른다’에 대해 “가을의 정취를 통해 삶의 깊이를 성찰하며, 단풍처럼 아름다운 생의 태도를 다짐하는 내면적 고백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이형숙 수필가의 ‘노을의 언어’에 대해서는 “‘세방낙조’를 소재로 삶과 세계가 조응하는 방식을 절제된 문장으로 풀어내며 문학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두 수상자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행촌수필문학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진정성 있는 글을 쓰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촌수필문학회는 고 김학 교수의 지도를 받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을 중심으로 창립된 단체로, 2002년 8월 창간호 발행 이후 22년간 꾸준히 활동하며 이번에 제46호 동인지를 펴냈다. 특히 올해 문학회는 더욱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소속 회원 중 최화경 수필가가 전북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8명의 회원이 외부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연이어 받아 창작 역량을 입증했다. 이는 회원들의 끊임없는 정진과 문학회 공동체의 힘이 만들어낸 성과로 평가된다. 박일천 회장은 “제46호 발간과 행촌수필문학상 시상을 계기로, 문학의 도반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행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황금빛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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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3 17:34

방서현 장편소설 ‘내가 버린 도시, 서울’

첫 장편소설 <좀비시대>를 통해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를 치열하게 담아내 문단의 주목을 받은 방서현 작가가 두 번째 장편소설 <내가 버린 도시, 서울>(문이당)을 출간했다. 자본주의 중심에 있는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초등학생인 ‘나’를 통해 자본에 찌든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골목에 있는 다가구주택에 살았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책상 하나를 놓고 겨우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의 기억이 소설의 단초가 됐다. 사는 곳에 따라 ‘똥수저-흙수저-은수저-금수저’로 나뉘는 학교 아이들을 중심으로 뻗어가는 이야기 구조다. 초등학교는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 대신, ‘수저’를 기준으로 서열을 세우는 공간이 돼버렸다. 아이들은 서로 사는 동네를 바탕으로 계급을 나누고 그 속에서도 힘과 외모, 부모의 능력을 기준으로 세세하게 서열을 짓는다. 학교에서 도덕성과 인성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열과 계급을 통한 줄세우기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암담한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수저계급론을 내면화하고,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체념과 안주로 갈음하도록 몰아가는 도시의 부당함을 무력하게 응시할 뿐이다. 균열을 목도하고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회피하게끔 하는 자본 논리와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은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포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방서현 소설가는 “오래 전 서울에서의 삶을 생각해 본다. 서울에 살며 난 한때 도시의 삶을 당연하게 여기고 눈뜬 봉사가 되어버렸다”며 “자본주의 세계에 살면서 나도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난 다른 세상을, 또 다른 세계를 홀로 꿈꾸기 시작했다”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논산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작가는 2022년 첫 장편소설 <좀비시대>를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나눔도서에 선정됐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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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12.03 17:34

왜 성수동은 사랑받는가⋯정원오의 답,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등극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변화를 보여주는 지역으로 꼽히는 성수동의 성장 과정을 행정가의 시선에서 풀어낸 책 <성수동>(메디치미디어)이 출간 직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집필한 이 책은 창의적 생산도시로 자리매김한 성수동의 정책적 기반과 행정 실험을 기록한 것으로,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정원오 구청장은 최근 다수의 유튜브 채널이 ‘가장 만나고 싶은 정치인’으로 꼽을 만큼 대중적 화제성을 얻고 있다. 2014년 민선 6기를 시작으로 7·8대까지 3연임하며 성동구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활발한 SNS 소통으로 ‘성동구 아이돌’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친근한 행정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특히 “다른 구에서도 정원오 구청장을 돌려쓰자”는 시민 캠페인이 등장했을 정도로 높은 호응을 받았다. <성수동>은 이러한 관심의 배경이 된 정 구청장의 행정 철학을 압축해 보여주는 책이다. 경청과 조율, 원칙 있는 추진력 등 그의 도시 운영 방식이 성수동의 변화 과정과 함께 담겨 있어, 도시 행정의 현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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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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