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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예술가들의 해방구이자 쉼터였던 ‘새벽강(대표 강은자)’이 2016년 이후 중단했던 기획전시를 10년 만에 다시 시작한다. 새벽강은 지난해 12월 열린 강은자 대표의 소장품전을 계기로 정기기획전인 ‘월간 새벽강, 다시 예술’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매달 새로운 미술전시를 통해 일상 속 예술의 확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열리는 1월 기획전 ‘RESTART’는 새벽강의 전시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새벽강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던 작가 17명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는 고형숙, 곽승호, 김누리, 김미경, 김범석, 김윤숙, 김춘선, 박홍규, 서용인, 신명덕, 유대수, 이일순, 장근범, 정인수, 조헌, 한숙, 허인석 등이다. 과거 동문사거리에서 다가동으로 이전한 새벽강은 현재 대중에게 ‘노포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래는 지역 예술인들의 소통공간이자 문화담론을 생산하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공간의 역사성을 되살려 예술과 풍류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은자 대표는 “이번 전시는 새벽강이 다시 예술공간으로 재인식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매달 새로운 기획을 통해 예술가와 관람객이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며, 이후에도 매달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을 선보이는 정기 전시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은 기자
색채로 세상과 대화하는 청소년 작가 박승원이 2026년 새해의 문을 여는 특별한 전시를 선보인다. 누벨백미술관(관장 최영희)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박승원 첫 개인전 ‘마음을 그리는 색’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주 용흥중학교 졸업을 앞둔 그가 그동안 캔버스에 꾹꾹 눌러 담아온 내면의 기록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밝은색은 기분이 좋을 때의 마음이고 어두운색은 조용해지고 싶은 마음”이라며 그림이 곧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는 거울이라고 고백한다. 박승원군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거창한 풍경이 아니다. 일상의 작은 사물과 곁을 지키는 동물, 그리고 기억 속의 찰나이다. 그는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색을 입혀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한다. 정교한 기교에 매몰되지 않은 솔직한 붓질은 보는 이에게 더 큰 해방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박승원 군의 어머니 황은영 씨는 “혼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 법을 스스로 배워갔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아이에게 한 발, 한 발 더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장애청소년 우수작품 초청전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던 박승원 작가. 그의 이번 개인전은 “나는 나야!”라는 당당한 선언이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표현해온 시간의 기록이다. 전시를 기획한 최영희 관장은 “박승원의 작품은 잘 그린 그림을 넘어, 정직하게 마음을 그려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라며 “지역에서 성장하는 작가의 시작을 함께 지켜보고, 예술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왔는지를 관람객들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은 기자
한 바퀴 돌아와 제 자리에 섭니다. 삼백예순 날 찍어온 발자국이 없습니다. 백사장을 걷고 걷습니다. 푹, 푹 모래 위에 선 내가 금세 지워지네요. 지도를 잘못 읽은 건지, 나침반이 고장 난 건지 작년 이맘때처럼 또 제자리입니다. 벌을 서는 듯, 궁리가 깊은 듯 고개 숙여 없는 발자국을 찾습니다. 격식 格, 제대로 살기가 힘에 부칩니다. 달려드는 파도를 봅니다. 저렇듯 갈기를 세우며 달려들건만 작년보다 더 다가서지 못했네요. 품 늘리지 못했습니다. 부서져라, 제 몸 부딪어 남기려 했을 발자국 없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오는 파도도 한 번쯤 저를 헤아려 볼까요? 지나온 한 해 뒤돌아볼까요? 방파제 끝 등대 찾아 제 발걸음 물음 뜰까요? 나도 파도도 헛걸음이었지만, 제자리걸음도 찍고 찍다 보면 만권 서책 쌓아놓은 저 채석강 읽어낼 날 있겠지요. 애써 넘긴 페이지 바람에 펄럭 제자리로 되넘겨졌대도 경전 귀동냥은 했겠지요. 항구를 빠져나가는 어선 뒤 포말이 이네요. 보세요, 발자국 없는 저 배가 수평선 너머로 멀어집니다. 화살표 거꾸로 찍은 갈매기도 앞으로 갔고요.
“하느님께서는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이 보화를 담아주셨습니다.(공동번역 2코린 4,7)” 천주교 전주교구는 8일 익산시 실내체육관에서 사제·부제 서품식(敍品式)을 거행했다. 천주교 전주교구장인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의 주례로 열린 서품식에서는 한재승 요아킴(삼천동)·박민규 요셉(중앙 주교좌) 등 모두 2명이 사제 서품을 받았다. 또 이현수 스테파노(나운동)·송민욱 레오(화산동) 등 2명의 부제가 탄생했다. 이날 사제·부제 서품식은 서품자 호명 및 추천으로 시작해 사제와 부제 직무에 대한 김선태 주교의 훈시와 사제·부제 서품자 직무수락 및 순명 서약, 성인 호칭 기도, 안수와 서품 기도, 제의 착용, 손의 도유, 성찬 전례, 전국 공용 교구사제 특별권한 수여식, 축하식, 새 사제의 첫 강복(降福·미사 등을 마치기 전 사제가 참가자를 위해 복을 비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사제 서품식은 천주교의 7 성사(세례·성체·견진·고해·병자·혼인·성품) 가운데 하나인 성품 성사로 사제직을 받게 되는 예식이다. 교회의 성스러운 업무를 집행할 수 있는 권한과 성총을 주교로부터 받는 것으로 흔히 신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서품은 주교와 사제, 부제의 세 품계로 구성돼 있고, 서품된 이들은 다른 사람을 축성(祝聖)할 수 있는 은총과 예식 집행을 통해 공동체를 지도하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전현아 기자
‘섬진강의 화가’ 송만규 화백이 호남평야의 젖줄이자 고난의 역사를 품은 만경강의 물길을 화폭에 담아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오는 15일부터 2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길담에서 열리는 초대전은 동학의 평등정신부터 일제강점기의 수탈, 그리고 새만금으로 이어지는 만경강의 생명과 평화의 서시를 수묵의 깊이로 펼쳐 보인다. ‘만경강, 생명과 평화의 물길’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완주 밤티마을 발원지에서 시작해 익산과 김제를 거쳐 서해로 향하는 만경강 200리 물길을 따라 얻은 영감의 기록이다. 만경강은 전라도 사람들의 삶과 농토, 계절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받아내며 오늘까지 흘러온 생명의 젖줄이다. 송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만경강이 통과해온 역사의 층위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특히 만경강은 신분차별 없는 세상을 꿈꿨던 동학농민군들의 평등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비록 그들의 믿음은 시대 앞에 무릎 꿇었지만 강물은 뜨거웠던 기억을 잊지 않고 물의 기억으로 간직해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문화공간 길담은 초대의 글에서 “섬진강과 만경강, 이름이 크게 불리지 않은 물길들 그 곁에서 피고 지는 작은 꽃들과 풀들, 조용히 숨 쉬는 생명들이 담겨 있다”며 “그의 그림 속 강은 상처를 품고 있으되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잘린 듯 보이는 물길에도 다시 이어질 여백이 있고, 고요한 수면 위에 이미 생명이 돌아올 자리가 남아 있다”라고 밝혔다. 1955년 완주 출생인 송만규 화백은 최근 일본에서 개인전 ‘송만규 민중미술, 나의 진경산수’를 열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섬진강 서시-삶과 역사에 대한 예찬’, ‘강물은 흘러서 어디로 가나’ 등 매해 개인전을 열었다. 저서로는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강의사상> <들꽃과 놀다> 등이 있다. 2018년 전북대상, 2024년 여산문화상 등을 받았다. 박은 기자
전주관광재단(대표이사 용선중)이 2026년을 기점으로 한옥마을 중심의 단기체류 구조를 깨고, 전주 전역을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체질 개선에 본격 나선다. 재단은 8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관광콘텐츠 DB 구축 및 전주 관광자원 리브랜딩 △외국인 관광객 수용여건 개선 등 ‘전주관광재단 10대 기획사업’ 추진방향을 공개했다. 기획사업의 핵심은 한옥마을에 고착된 관광지형을 전주시 전역으로 확장하고, 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통해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이다. 용선중 대표이사는 이날 “전주 전역의 관광자원을 여행자 관점에서 재분류하고 테마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왔다”며 “이를 기반으로 반일, 1일, 1박2일 이상의 정교한 체류 코스를 설계해 관광객 동선을 전주시 전역으로 분산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수용환경은 ‘글로벌 표준화’에 초점을 맞췄다. 재단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주형 숙박브랜드 ‘J-STAY’를 도입해 다국어 안내‧해외결제‧응대 매뉴얼을 표준화한다. 또한 ‘전주 Restaurant Best 5’ 인증제를 운영해 미식관광의 품질을 공공에서 직접 보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막연한 이미지 홍보 대신 실질적인 신뢰 지표를 제공해 외국 관광객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글로벌 OTA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올 상반기 중으로 마이스뷰로(MICE Bureau)를 팀 단위로 설립해 기업회의와 전시회 유치를 위한 전문 DB를 구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뒷받침할 예산 확보와 전문 인력 충원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재단이 제시한 사업들은 디지털 전환과 전문 MICE 유치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을 폭넓게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선점하지 못하거나, 급격히 늘어난 업무 부하를 감당할 전문 인력이 적기에 보충되지 않으면 사업 계획 실행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용선중 대표이사는 “인력채용과 충분한 예산 마련이 쉽지 않은 건 맞다. 정원 15명 가운데 현재 인력이 13명 채워진 상태”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관광 환경과 여행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전주관광도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머무르고 다시 찾고 싶은 전주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옥마을의 담장을 넘어 전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관광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재단의 실험이 실질적인 동력을 확보하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 기자
국립민속국악원은 올해 판소리마당 ‘소리 판’ 완창무대에 출연할 소리꾼을 공개 모집한다. 신청 자격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한 바탕을 완창할 수 있는 19세 이상 소리꾼이며, 심사를 통해 5명을 선발해 무대 운영 지원과 출연료를 제공한다. 접수 기간은 오는 14일부터 같은 달 16일 오후 1시까지며, 이메일(nice12s@korea.kr)로만 신청할 수 있다. 2020년부터 이어온 ‘소리 판’ 완창무대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설집을 제작·제공하는 국립민속국악원의 대표 기획 공연이다. 공연은 오는 4월 18일부터 11월 21일까지 국립민속국악원 예음헌에서 열리며, 명창 초청공연(1회)과 공모로 선정된 소리꾼들의 완창무대(5회) 등 총 6회로 운영된다. 자세한 공모 내용은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의는 전화(063-620-2325)로 가능하다. 김중현 국립민속국악원장은 “명창 초청공연과 완창무대를 함께 구성해, 판소리의 전통을 오늘의 무대로 이어가고자 한다”며 한 바탕을 온전히 이끌어 갈 역량 있는 소리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현아 기자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과 전주문화원(원장 김진돈)이 전주의 역사적 풍경과 문문(文門)의 정수를 담은 학술총서 <승금정시회화첩(勝金亭詩會畫帖)>을 공동 발간했다. 이번 총서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문화유산인 ‘승금정시회화첩’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그 가치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승금정시회화첩’은 1846년 당시 전라감사 이시재가 전주의 명승지인 덕진연못에 ‘승금정’과 ‘취소정’을 건립한 뒤, 고을 수령 및 시인들을 초청해 낙성식과 시회를 열었던 장면을 기록한 두루마리다. 그림 제목으로 시작해 13미터에 달하는 회화 부분과 상량문, 서문 등을 포함해 전체 길이가 무려 19미터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번에 발간된 학술총서에는 화첩의 세부를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도판은 물론, 시문과 상량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석문 및 번역문이 수록됐다. 또한 화첩과 지역시회를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한 논문 다섯 편을 함께 실어 학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이번 발간은 전북자치도와 전주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지역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지역문화 연구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전북의 지역문화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상설전시실 내 화첩전시와 실감형 디지털콘텐츠 제작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유관기관과 손잡고 전북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연구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은 기자
감각적인 이미지와 낯선 화법으로 독창적인 시 세계를 쌓고 있는 오창렬 시인이 신간 시집 <그러니까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일까요>(시인동네)를 펴냈다. 존재와 존재, 현상과 실재가 만나는 다양한 양상과 의미를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완성한 시집으로 시인은 나 자신에게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나의 본성을 이야기한다. “저녁이 소를 몰러 갔을 때/ 골짜기에는 침묵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말뚝에 묶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풀을 뜯는 동안 초록의 피도 낭자했을 것이나/ 소란까지 모조리 뜯어먹고 침묵은/ 소처럼 몸집이 컸다//(…중략…)// 숲이 거대한 짐승으로 변하기 직전에야/ 저녁은 겨우 고삐를 수습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침묵 한 마리가 마당에 들어서자/ 집도 우두커니 서서 밤새도록 생각이 깊어졌다”(‘침묵을 몰고오다’ 부분)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주제의 시들은 다소 난해하지만 색다른 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현상과 실재 사이의 간극을 꿰뚫는 눈으로 평면화된 존재들의 뒷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그렇게 완성된 66편의 시에는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다. 고민 끝에 시인은 ‘나는 나 자신에게는 영원히 이방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문신 시인은 해설에서 “오창렬 시인의 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응시하고 그 물음에 스스로 응답하려는 침묵의 고행처럼 읽힌다”라며 “시인에게 시쓰기는 부재하는 자기 서술어 찾기의 방편처럼 시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영원한 이방인으로서의 나를 찾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남원 출생인 오창렬 시인은 1999년 <시안>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로 따뜻하다>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 등을 펴냈다. 2008년 짚신문학상, 2018년 불꽃문학상, 2023년 석정촛불시문학상을 받았다. 박은 기자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언어 수로를 따라가면 지연 시인이 통과했던 시공간이자 시의 원천인 ‘소룡골’이 나타난다. 흘려보내며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빛을 마신 나비”거나 부석작에서 콩대를 태우며 “몇백 년 전 혈육이 식은 심장을 타닥거리며 나에게 무슨 말을 데우고 있”는 것으로 현존한다. 정합적이지 않은 불가역의 세계라고 의심하지만 시인의 감각이 예민하고 구체적이어서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경이와 떨림이 강력하다고 해서 현재를 부정하거나 멈출 필요가 없다. 다만 급박하게 살아가는 나를 돌려세워 시인이 정성을 다해 모셔 온 ‘사라진 것’들을 반추하면 되는 것이다. 익히 그들은 벼랑 끝이든 환대와 도약이든 우리 삶 속에 잠복해 있다 살아있는 존재들을 떠받치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과 죽음으로 존재하는 것은 수평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러한 관습적 사고를 깨뜨리는 지연 시인의 사유(思惟)라고 해도 좋겠고 유한 존재의 열패감을 상쇄, 무한으로 확장하는 것이라 해도 좋겠다. 그것을 가능케 한 지연 시인은 하늘과 땅을 잇는 무(巫) 일종의 샤먼이다. 전라(남)북도 방언과 토속적 시어들을 매개로 시인과 맺어진 인물들 ‘삶의 무늬와 서사’가 입증 근거로 작용한다. 따라서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결코 실패 하지 않고 전진하는 시(詩), 아름답고 따뜻한 곳에 대한 회억(回憶)을 시 독서법과 이질적일듯한 ‘연역적 사고’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전반은 단순 과거지향이나 추억의 함몰이 아니다. 시인의 고향이자 ‘설화적 무대’인 임실군 청웅면 소룡골 농촌공동체가 빚은 ‘풍습과 생활 감각’은 압권이다. 그곳에서 대지와 인간, 산 자와 죽은 자는 평면의 범주를 벗어나 신화적 환상과 은유를 방편으로 멸실을 거쳐 순환하고 재탄생한다. 시간의 이격에서 오는 상실을 극복하고 지연 시인 아이덴티티에 도달하는 과정은 눈부시다. 누구에게나 ‘내면의 풍경’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원초적 풍경이 탈각되고 육화된 현재에 이르러서 그 풍경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함을 품고 있다면 이 시집으로 달래볼 일이다. 필자 또한 지연 시인 덕분에 잊고 있었던 ‘소박하고 가난했던 풍경’을 떠올려보았다. 삶과 죽음이 이항 대립이 아닌 것처럼 혈육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미움과 원망, 사랑과 그리움이 범벅이 돼 핏속을 떠돌고 있음이 느껴졌다. 웅숭깊은 미덕과 사랑은 복원되었으며 AI 세상을 능가하는 삶의 방식을 일깨운 소룡골, 그곳이 골육상잔의 무대였거나 약육강식 사슬에서 어쩌지 못할지라도 기꺼이 바쳐지고 동화되고 연대하는 방식의 아름다움이라니! 극에 달한 그리움을 내면화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감각으로 발산하는 시적 형상화의 유려함은 덤. 긴장과 밀도 높은 경쟁 속, 고립된 존재로서의 외로움에 휩싸여 살고 있다면 서로 연결되고 섞인, 기꺼이 나를 바칠 수 있는 ‘소룡골’로 가 보시라. 소룡골을 찾는 방법을 모르거나 그 기억으로부터 멀리 떠나왔다면 “돌에 스미는 빗물”을 아주 천천히 바라보면 된다. 사무치게 그리운 존재들이 배격되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육친의 죽음을 지켜보았던 지연 시인이 죽은 자와 기대고 얽혔기에 죽음은 단절이나 멸망이 아니라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존재들”임을 강조했던 것처럼. 기명숙 작가는 전남 목포 출신이며,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현재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진안 배넘실교회 이춘식 목사가 최근 <성경과 교회사 강요>(킹덤북스)를 펴냈다. 이 책은 성경과 교회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통해 한국교회의 정체성과 역할을 짚고, 오늘의 시대적 사명으로 ‘한반도 통일’의 신앙적 당위성을 제시한다. 저자 이 목사는 진안 ‘배넘실교회’를 섬기며 지역에서는 ‘촌장 목사’, ‘배추 목사’로 불린다. 옛 홍수 시대 배가 산을 넘어왔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배넘실 마을에서 그는 농촌을 살리고 도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선진 농업을 도입해 왔다. 33세 때 1901년 마로덕 선교사가 세운 배넘실교회에 부임한 이후, 용담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수몰민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섰다. 이 목사는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주민들을 위해 ‘가나안 나눔터’를 설립하고, 영세 수몰민과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는 강연과 운동을 펼쳐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었다. 이후에는 스스로 ‘배넘실 마을위원장’이 돼 농업 지식을 전파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전통 테마 마을, 향토 산업 마을, 행복 나눔터 등을 조성하며 마을 재생에 힘썼다. 독일·프랑스·일본 등 농업 선진국 연수를 통해 체득한 경험은 배넘실 마을을 ‘대한민국 100대 살기 좋은 농촌 마을’로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국무총리상, 농림부 장관상, 진안군민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된 책에서는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통일’로 분명히 한다. 목사는 통일은 인간의 힘이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역사로 이뤄져야 하며, 회개의 기도와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준비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정복과 지배가 아닌 섬김과 희생의 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이 통일의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이 목사의 통일에 대한 고민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2016년 배넘실 마을 앞 황무지를 개간해 통일의 씨앗을 심고, 해바라기와 유채꽃 축제를 열어 통일을 향한 기도를 공동체의 일상 속에 풀어냈다. 이후 ‘통일을 사모하는 모임’ 등을 통해 성경적 통일 방안을 함께 공부하며 준비의 중요성을 나눠왔다. 추천사도 이어진다. 박성규 총신대 총장은 “성경과 교회사의 핵심을 정리해 통일 이후 북한 교회에도 유익을 줄 책”이라 평가했고, 한윤봉 한국창조과학회 전 회장은 “혼돈과 분열의 시대를 성경적 관점에서 분별하게 하는 안내서”라고 전했다. 전현아 기자
2500년 전 동양사상가 노자와 19세기 서양철학가 니체가 탐구한 인간의 삶과 문명은 어떠한 모습일까. 김동섭 치의학 박사가 펴낸 <도덕경을 둘러싼 두 철학자의 81가지 담론 노자와 니체의 대화>(청동출판사)는 이러한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노자와 니체의 대화>는 노자의 도덕경 81장을 원전 순서대로 따라가며 각 장의 함의를 니체의 잠언으로 해설한 비교철학서이다. 도덕경을 뼈대로 삼고 각 장에 담긴 형이상학적 화두를 니체의 핵심 사상과 매칭한다. 특히 저자가 묻고 두 철학자가 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 철학적 사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한문원전에 대한 깊이 있는 문해력과 서양 실존 철학의 통찰을 결합하여 철학이 박제된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의 언어임을 확인시켜준다. 은둔의 철학자로 오해받던 노자와 허무주의자로 치부되던 니체를 저자는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해방하는 강력한 생명철학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평생 가슴에 품어온 두 철학자 노자와 니체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며 “이 책은 대화라는 형식을 빌린, 나 자신과의 고요한 독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신의 삶에 잠시 그늘이 되어주고 길이 없을 때 길의 기척이 되길 바란다. 도는 당신 삶 속 어딘가에서 이미 조용히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저자 김동섭은 전북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한 후 40년 가까이 치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 기자
걷기는 왜 좋을까?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은 걷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말이다. 이는 좋은 약과 음식보다도 걷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걷는 것은 청복(淸福), 즉 맑은 즐거움”이라고 극찬했다. “세상은 걸어 볼 만하다”는 전제 아래 2005년 발족한 사단법인 ‘우리땅걷기’에서 길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인문서 <발로 걷는 전주 천년고도 옛길 12코스-전주를 걸으면 온전한 도시가 보인다>(상상출판)를 출간했다.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계승하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단체는 이번 책에서 전주 도심 속 숲길인 건지산길부터 전주 평화동 학산과 옛길 보광재, 치명자 성지와 동고산성을 따라가는 기린봉길 등 12코스를 소개한다. 특히 전주 천년고도 옛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조선왕조 오백 년이 이어진 길이다. 단체는 12코스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흥미롭게 엮어내 누구나 쉽게 걷고 이해할 수 있는 길로 재탄생시킨다. 우리땅걷기 신정일 이사장은 프롤로그에서 “전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에게 전주의 길을 안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라며 “전주 천년고도 옛길을 시나브로 걸어가리라”라고 밝혔다. 우리땅 걷기에서 펴낸 인문서 <전주를 걸으면 온전한 도시가 보인다>에는 민승기․김경선․김현조․전성수․유재훈․한석희․박수자․유철상․박성기․맹한승․신정일․김종우․신지원 등 13명이 참여했다. 박은 기자
2026년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이 문턱을 낮추고 도민들의 일상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든다. 올해 도립미술관이 내건 키워드는 ‘대중’이다. 그간 동시대 담론과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하며 다소 무거웠던 학술적 색채를 덜어내고,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세계적인 화가의 전시와 지역의 예술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기획전을 준비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전시는 7월부터 10월까지 본관에서 열리는 ‘피카소 도예’ 특별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지역동행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현대 도예에 미친 영향과 미술사적 가치를 조명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 콘텐츠를 지역민들에게 공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북 미술사 연구 시리즈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3월부터 6월까지는 정읍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전수천(1947~2018)의 회고전 ‘언젠가 거인은 온다’가 마련된다. 한국인 최초 베네치아 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그의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방대한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10월부터는 전북 민중미술의 구심점이었던‘온다라미술관(1987~1992)’을 재조명해 지역 민족 민중미술운동의 흐름을 학술적으로 살핀다. 지역 청년작가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전략적 전시도 이어진다.‘2026 전북청년전’은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열리는 8~9월에 맞춰 서울 분관에서 개최된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 전북 작가들을 직접 노출시켜 실질적인 홍보 효과를 거두겠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3월에는 지난해 수집한 기증·구입 작품을 선보이는 ‘신소장품전’이 열리며, 하반기에는 도내 시·군 공립미술관과의 협력전시가 추진된다. 다만, 미술관 운영의 외부 변수도 존재한다.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조직 변화 가능성과 오는 9월 이애선 관장의 임기 종료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간 조직 내외부에서 불거진 갈등과 구설을 딛고 현재의 계획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유치석 학예연구팀장은 “올해는 동시대 담론 비중을 조정하는 대신 도민들이 기다려온 대중적 전시와 전북미술의 속살을 보여주는 기획에 집중했다”며 “지역미술사를 체계화하고 대중과 호흡하는 미술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전주대사습청이 ‘2026년 토요상설공연’에 오를 출연자를 7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공개 모집한다. 전주대사습청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주대사습놀이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공간으로, 그간 전통예술의 보존은 물론 현대적 감각을 접목한 다양한 전통문화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번에 공모가 진행되는 토요상설공연은 전주대사습청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이 전통예술을 보다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설 프로그램으로, 전통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 문화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공모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취지 아래, 참신한 소재와 창의적인 구성의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전통 기악, 성악, 무용, 창작 예술 분야의 전문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다.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며,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 해석이나 새로운 시도를 담은 작품도 적극 환영한다. 공연팀은 20팀 내외로 선정할 예정이며, 최종 선정된 공연팀은 오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한 팀씩 무대에 오르게 된다. 유영수 전주대사습청 관장은 “전주대사습놀이의 전통과 정신을 바탕으로, 동시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참신한 공연을 발굴하고자 한다”며 “전통예술을 사랑하고 새로운 무대를 꿈꾸는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모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전주대사습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현아 기자
몸의 감각에서 출발해 움직임의 흐름을 탐색하는 실험이 지역에서 열린다. 움직임 연구 모임 SOS함께나누기_JB에서 진행하는 Special Session ‘서로’가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중화산동 홀드랑스튜디오에서 총 6주간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된다. 참가비 1회 1만 원. ‘서로’는 즉흥 움직임이나 오픈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움직임 초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차분히 느끼고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하는 시간을 제안하는 움직임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서로’라는 이름과 같이‘나와 타인, 몸과 몸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 존재하는 몸의 상태를 존중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번 프로그램은 춤을 잘 추는 것을 목적으로 두기보단, 각기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삼각과 상태를 인정하며 함께 움직이는 시간을 지향한다.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즉흥 움직임이 무용 전공자와 같은 특정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영역처럼 느껴지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탁지혜(프로젝트서로 대표, SOS함께나누기_JB 리더)씨는 “우리는 누구나 움직일 수 있는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즉흥에 들어가기 전 아주 기초적인 단계부터 몸을 느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로’에서 말하는 ‘준비’는 연습이나 훈련의 개념이 아니다. 숨이 편한지, 몸에 힘은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 가만히 서 있을 때 몸이 어디로 기울어 있는지 등 일상적인 감각을 알아차리는 과정을 뜻한다. 이러한 감각을 통해 움직임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몸이 스스로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프로그램은 걷기, 멈추기, 손을 들어 올리는 등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하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걷기의 속도나 크기, 방향을 달리해보면 같은 동작에서도 전혀 다른 감각과 움직임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체험한다. 기획자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 키워드로 ‘감각’과 ‘용기’를 꼽는다. 그는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닌 내 몸의 감각을 따라 작은 움직임이라도 시도해 보는 용기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내 몸에도 나만의 움직임이 있다’는 감각을 직접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시간이 끝난 뒤 춤을 떠올렸을 때 부담보다 호기심이 먼저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라며 “전문가의 춤과 시민의 움직임이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며 공존하는 환경이 전주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구글 폼(forms.gle/JNiEVkCh2QuXWjB67)을 통해 가능하며, 이 밖의 자세한 사항은 전화(010-7128-9397)로 문의하면 된다. 전현아 기자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시작을 알리는 강렬한 붉은 에너지가 화폭 위에서 펼쳐진다. 교동미술관에서 오는 25일까지 특별기획전 ‘붉은 기운, 시간을 건너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생명력과 역동성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화두로 삼아 이를 동시대 회화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수준 높은 예술 경험을 제공하고 동시대 회화 흐름 속에서 특정 색채가 갖는 가치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전시의 핵심은 색채적 관점에서 해석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이다. 작품들은 자연과 풍경, 꽃, 인물 그리고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감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상 속에 투영된 붉은색을 탐구한다. 이때 붉은색은 단순히 시각적 자극에 머무르지 않고 민족의 얼과 염원, 그리고 삶의 열정과 희망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전북미술의 큰 별인 고(故) 김치현 작가의 ‘계절’을 비롯해 송재명, 김미라, 박종수, 이희춘 등 개성이 뚜렷한 중견작가 20명이 참여해 저마다의 색깔을 뽐낸다. 이들은 서양화의 강렬한 임파스토 기법부터 한국화의 단아하고 깊이 있는 채색법, 현대적인 혼합 매체와 디지털 프린팅(Digital printing)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통해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예술적 대화를 시도한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붉음의 정서를 시각화하며 작품 속에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입체적으로 녹여냈다. 관람객들은 작가들이 구축한 붉은 궤적을 따라가며 개인의 감정을 환기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공감의 경험을 제공한다. 교동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은 우리 삶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온 붉은 기운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해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나누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지역 예술 생태계를 풍성하게 할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과 기획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은 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문학예술인회관(구 전북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운영 주체의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자치도가 대규모 공적자산을 투입해 시설 확충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은 현행 조례의 한계로 특정 단체에 위탁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시설 확충에 걸맞은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5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문학관은 1979년 전북지사 관사로 사용된 후 외국인학교와 문학관 등으로 활용돼 왔다. 지역 문학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시설 노후화와 비좁은 전시공간으로 활용도가 점차 낮아졌다. 이에 도는 시설 개선과 지역 문학 거점 조성 등을 목적으로 2020년부터 신축 계획을 추진했다. 총사업비 157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5월 완공을 목표로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로 건립된다. 문제는 특정 단체의 독점으로 인한 운영의 폐쇄성이다. 전북문학관은 2011년부터 전북문인협회가 위탁 운영을 독점해오며 단체의 사무실로 이용되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한 단체가 지속적으로 운영을 하면 특정 인맥이나 문단 내 서열에 따라 편중되는 폐단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23년 실시한 전라북도 문학예술인회관 종합운영계획 수립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전문가들도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규창 혼불문학관‧남원고전소설문학관장은 자문의견서를 통해 “운영체계가 결정되어야 한다”며 “도 직영이나 전문기관 위탁 등 문학관 시스템 운영에 최적의 운영체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조례에 따른 운영방식의 한계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현행 ‘전북자치도 민간위탁사무 조례’에 전북문학관 운영이 민간위탁 사무로 명시되어 있어 관성적으로 민간단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된 문학관 위탁 공모에 지원한 단체는 전북문인협회가 유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 관계자는 “조례상 자격이 제한된 영리법인은 배제되면서 전북문인협회가 단독 응모해 올해도 1년간 운영하게 됐다“며 ”운영 방식 등을 검토하려면 조례가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도 운영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운영 방식을 바꾸려면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박은 기자
전북문인협회는 ‘제37회 전북문학상’ 수상자로 윤철·이용미 수필가, 송하진·이승훈 시인 등 4인을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전북문학상은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 중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면서 향토문학 발전에 공이 큰 문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문학상은 운영규정에 따라 협회 회장단과 시·군지부장, 분과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문단 활동 공적과 기여도, 작품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됐다. 심사위원은 전북문협의 회장을 역임한 소재호·김영 시인과 안도 아동문학가가 맡았다. 수상자 윤철(74) 수필가는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으로 2013년에 등단해,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등 3권의 수필집을 발간했다. 전북수필문학상과 새전북신문문학상 등을 받았다. 송하진(73) 시인은 2006년에 등단해 <모란 속을 걷다> 등 5권의 시집과 서집을 상재하고, 성균관문학상과 한국문학예술상 시 부문 본상을 받았다. 이용미(72) 수필가는 2002년 등단해 <붕실이와 장다리> 등 5권의 수필집을 발간하고, 행촌수필문학상과 전북수필문학상, 올해의 수필인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훈(65) 시인은 2012년 등단해 마한문학상과 대한문학작가상을 받고, 시집 <그대 있는 곳까지> 등 3권과 2권의 평론집을 발간했다. 시인은 현재 익산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37회 전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현아 기자
국가유산청은 서노송동에 위치한 ‘전주 중앙성당’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고 5일 밝혔다. 1956년 건립된 전주 중앙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치교구 주교좌성당으로, 현재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특히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 김성근(대한건축사협회 전라북도건축사회 초대 회장)의 존재가 확인되고, 최초 설계도면이 남아 있어 근현대 건축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이 성당은 내부에 기둥을 두지 않고 지붕 상부에 독특한 목조 트러스를 적용해 넓은 예배 공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구조는 당시의 건축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서 등록된 다른 성당 건축물과의 차별성을 드러낸다. 아울러 종탑 상부의 조적 기법과 지붕 목조 트러스, 원형 창호와 출입문, 인조석 물갈기 마감 등은 유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할 필수보존요소로 권고됐다. 필수보존요소는 가치 보존을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할 구조나 요소로, 소유자의 동의를 전제로 지정되며 변경 시에는 국가유산청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30일간의 등록 예고 기간 동안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최종 등록하고,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필수보존요소를 지정할 계획이다. 전현아 기자
‘현장 경영 전문가’ 이승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제5대 대표 임기 시작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제25회 전북여성대회 열린다
'독도의용수비대'영화 만든다
창작극회 '상봉' 전주·남원·익산 순회공연
[현장] 꽃무늬 점퍼 벗어던졌다⋯농촌 마을 왕언니들 유쾌한 ‘봄 나들이’
스승의 시심과 철학 담은 유고 시집 ‘언제나 어제는 내일’
[안성덕 시인의 ‘풍경’] 얼리버드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동화작가- 윤일호‘거의 다 왔어!
“단 한 번도 같지 않았던 신비”…김재일이 기록한 마이산 20년
‘역대급 규모’ 제5회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 4월 막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