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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대 전북시인협회 회장에 이광원 씨 선출

전북시인협회 제10대 회장에 이광원(70) 씨가 선출됐다. 이 당선인은 27일 전북특별자치도보훈회관에서 열린 제10대 전북시인협회장 선거에서 총 99표 중 50표(득표율 50.5%)를 얻어 이두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김제 출신인 이 당선인은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전북특별자치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원광대 한국어과 강사, 전주문인협회 사무국장, 전북회화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전북문인협회 부회장과 (사)국제PEN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4년 자유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국제해운문학상 본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눈물꽃 아름다운 날>이 있다. 이광원 당선인은 “미술과 국어 전공을 통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3년간 협회를 위해 성실히 봉사하겠다”며 “조직의 화합과 단결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제시한 여섯 가지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북 시인 창작 공간 확보 △‘전북시인상’ 상금 현실화 △도내 14개 시·군 지부와의 정례 소통 강화 △원로 시인과 함께하는 워크숍 운영 △회원 대상 시집 발간 연계 ‘시 토크’ 개최 △전북 대표 시 정례 낭송회 추진 등을 공약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7 16:0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 징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가끔 아프리카 기아 문제나 우리나라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자는 광고를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 마음 한편에는 문제 해결을 강요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묵시적인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말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대신하며 살아왔다. 가난의 책임을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개인사로 치부하면서 그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외면해 왔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유엔 식량 특별조사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들려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제기한 문제는 오늘날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실제 통계 자료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를 자기 아이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편안하게 서술한다. 덕분에 독자들은 보고서나 통계자료의 딱딱함을 넘어서 사실에 기초하여 냉혹한 현실을 느긋하게 직시할 수 있다. 나아가 그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누릴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서 다룬 저자의 시각과 문제 인식은 오늘날에도 명확하다. 여전히 가난과 질병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힘들게 하며 우리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기아’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따라 나오는 사회, 정치, 인간의 욕망까지 한꺼번에 조망하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에 더 신뢰가 가는 책이기도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하나의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문제가 발생하기까지는 여러 종류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대개의 경우 이 과정에서 이권 개입과 힘의 논리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힘을 앞세운 가진 자들의 논리 앞에 인권과 정의는 유린되고 설 자리를 잃는다. 이런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도 개인의 노력으로 희망을 만들어 낸 사례가 있다. 영화 <바람을 길들인 소년 (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이 그 대표적 예다. 당장 한 끼도 먹을 형편이 안 되는 집안 상황에서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은 사치였다. 당연히 아이는 수업료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도서관 책을 마중물 삼아 메마른 대지를 적실 수 있는 수차를 개발한다.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오늘도 지구편 한쪽에서는 음식물이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누군가는 최고급 식당을 순회하면서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에 취하고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허기진 배를 채워줄 음식 한 조각과 깨끗한 물이 없어 질병에 신음해야 한다. 가을 단풍이 머지않았다. 이제 헐벗고 주린 이들에게는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눈앞의 문제도 처리하기 버거운 형편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지구 반절의 인구를 책임질 여력은 없다. 지금 당장 세계를 바꾼다거나 누군가를 책임질 수 없지만 아마도 얼마쯤은 할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과 전주도서관 출판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 <여행을 꺼내 읽다>, <나무의 속살을 읽다>가 있으며 인문서로 <나무의 문을 열다>,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이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11.26 18:22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하다, 임미양 시집 ‘나의 작은 에덴동산’

2018년 <표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미양 시인의 첫 시집 <나의 작은 에덴동산>(문학의전당)이 출간됐다. 섬세한 시선과 선명한 감각이 어우러진 개성적인 어법으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찬찬히 다지고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날카로운 관찰력과 정밀하고 투명한 언어로 일상의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특히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시적 상상력과 낯선 존재를 탐색하는 과정을 정교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려내 삶의 흔적들을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한다. “둑 너머에 그녀는 살고 있었다. 그녀는 언니를 뒤따라 다소곳이 들어왔다. 길거리 지날 때 익숙했던 쪼그만 얼굴이었다. 언니하고 같이 산다는 데 성은 달랐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묻는 말에도 언니가 대신 답했다. 침을 맞는데도 미동도 없던 언니였다. 완숙하고 달관을 넘어 무표정이었다. 천장만 응시한 채 보채는 기색도 없었다(…중략…)// 둑 너머 길을 서서히 지난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십 년은 족히 지났을까. 캄캄한 고요, 정육점 불빛은 더 이상 없다. 흰 수건 내걸렸던 허름한 집들도 사라졌다. 철거의 먼지, 망치가 부수고 때리는 소리,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중략…)”(‘선미촌’ 부분) 전통적인 서정에서 한발 비켜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하는 시인의 시편들은 신선한다.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고 한 편 한 편 공들이는 치열한 시 정신도 엿볼 수 있다. 관습을 깨뜨리는 시적 발상과 개성적인 어법은 시적 감각과 정서를 일깨우고자 줄기차게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는 시인의 전략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임미양의 시는 주지시의 체질을 띠고 있다. 깊은 사유를 통한 인간 내면의 성찰이나 시적 철학의 메시지가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형이하학성을 벗으며 인문학적 담론으로 넘나든다든지, 종교 풍의 서사를 품으면서 삶의 명징한 지성을 형상화하는 방식이 뛰어나다. 소재호 시인의 시 해설에서 “임미양의 시 세계는 인문학적 철리(哲理)를 담지하는 동시에 감성적으로 모든 사상에 접근하거나 독해하는 삶의 자세를 표상한다”며 “첫 시집이면서 시적 결기가 충만한 시 편편에 찬의를 얹는다”고 밝혔다. 임미양 시인은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원광대 한의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주태양한의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26 17:07

여든의 시선으로 다시 쓴 삶의 경전⋯정성수 작가 신작 발표

정성수 작가가 80세를 맞아 새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다. QR코드 오디오북 <초대>(화암출판사)와 책 <죽음의 정법>(화암출판사)이 바로 그것. 먼저 죽음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신간 <죽음의 정법>은 인생의 중간점인 마흔 살을 기점으로 시작하는 삶의 절제와 성찰을 통해 결국 맞이하게 되는 죽음의 의미를 조명한다. 특히 작가는 죽음에 대해 어린 세대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고백하며, 삶의 유한성과 무상함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마흔 살부터 신체적, 정신적 쇠퇴가 시작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산 정상에 비유하며, 이후의 삶에서 건강과 욕심 조절, 성실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게 사는 삶이 진정한 가치임을 전한다. 중복된 내용도 있으나 우리 인생 역시 중복과 반복의 연속임을 강조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어 신간 시집 <초대>는 그간 여러 문학 행사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선별해 온 134편의 시를 한데 모아 ‘디지로그 포엠(Digilog Poem)’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오디오북으로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시와 음악, 영상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감상의 세계에 쉽게 접속할 수 있어 전통적 시집의 경계를 확장했다. 이번 시집은 문학 행사 초대에 응하며 그의 시가 지닌 문학적 성과와 사회적 메시지를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인은 관념적이거나 난해하지 않고 독창성과 가독성을 갖춘 작품을 엄선해 독자와의 소통에 집중했다. 손안에 사라지는 모래알처럼 짧으면서도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섬세한 마음이 담겨 있어, 독자가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6 17:06

평범한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최아현 작가가 들여다본 세계

꼬불거리는 짧은 머리와 동그란 안경,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는 아직 앳된 구석이 남아 있다. 갈색 코트 차림이 더해져 귀여운 인상을 주지만, 그가 걸어온 시간은 초년 작가의 경력이라 하기엔 묵직하다. 학창 시절 글쓰기 대회에서 성과를 냈고 자연스럽게 ‘글 쓰는 직장인’을 꿈꿨다는 그는 대학 막학기 교수의 한마디에 등을 떠밀리듯 신춘문예에 투고했고, 결국 등단에 이르렀다.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최아현(30·익산) 작가다. 그가 첫 소설집 <밍키>(고유서가)를 펴냈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이름도 남지 않을 평범한 이들의 미세한 감정들이 여덟 편의 단편으로 묶였다. 20대와 30대 초입의 감각을 고스란히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그는 첫 책 견본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등단 당시를 묻자 그는 “그저 글 쓰는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학 전공생이던 그는 우연히 시나리오 수업을 참관했고, 담당 교수의 “한 번 해봐라”는 말에 용기를 내 투고한 작품이 등단작이 됐다. 작가는 “4~5년이면 첫 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안 되나 싶다가 결국 나왔다”며 “드디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기존 발표작 3편과 2022년 이후 쓴 신작들이 실렸다. 주변에서는 “초기작과 최근작의 차이가 뚜렷하다”고 했지만 그는 “늘 비슷하게 마음에 안 든다”며 겸손하게 웃었다. 다만 책으로 묶어보니 공통된 결이 분명해졌다는 점은 인정했다. 엄마와 딸, 가족관계, 결정을 미루는 인물들 등 20대 시절 자신의 시선에 가까운 1인칭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표제작 ‘밍키’의 주인공은 자기 이름으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중년 여성이다. 남편 명의의 휴대전화, 타인의 판단에 좌우되는 삶. 그는 “자기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는 인물의 욕망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 ‘대원의 소원’에는 “콘서트 관람과 딸 결혼식, 두 소원이 같은 날 찾아오는 바쁜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고 했다. 욕망을 품는 인물에게 특히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최 작가의 소설은 큰 사건보다 인물의 작은 움직임과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결을 묻자 그는 “관찰이라기보다 딴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저 사람 왜 저럴까,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 그 ‘왜’를 오래 붙잡다 보면 장면이 떠오르고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밍키’는 천장에 돈을 숨기던 아주머니에게서, ‘대원의 소원’은 안예은의 음악을 조용히 듣던 택시기사에게서 출발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종종 외로움을 말하지만 그는 “정작 나는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오히려 그 감정이 궁금했기에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사람들이 왜 외롭다고 할까, 왜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에게 기대려고 할까. 내가 잘 모르는 감정을 인물에게서 탐구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주를 배경으로 한 단편도 있다. 그는 “전주시민이라면 ‘리빙 포인트’를 재밌게 읽을 것”이라며 “전주천과 구도심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라고 했다. 남성 화자가 등장하는 유일한 작품 ‘대원의 소원’도 “유쾌한 글을 쓰고 싶어서 넣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그는 “갑자기 변신하려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단편 형식의 연작을 구상 중이라고도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젠가 올리브 키터리지처럼, 하나의 마을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단편집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지역 문학 생태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최 작가는 “문화예술은 소비되면서도 보존해야 하는 대상이라 복합적이지만, 전주는 도서관과 독서 행사가 꾸준히 활성화된 도시라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학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첫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아직 얼떨떨하다”고 했지만, 그의 말과 문장에서는 이미 다음 이야기를 향한 추진력이 느껴졌다. 일상의 작은 균열을 포착하는 감각,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호기심. 그것이 최아현 작가가 구축해가는 소설 세계의 힘이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6 17:06

삶의 중심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나, 민상기 ‘마흔, 나를 살리는 인문학’

마흔을 통과한 이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두려움은 무엇일까. 바로 삶의 방향성이 혼란하다는 것이다.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질문하게 되는 시점이 바로 마흔 살이다. 민상기는 <마흔, 나를 살리는 인문학 50>(드림북)을 통해 물음 앞에 멈춰선 이들에게 실마리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문학이 지식의 수집이 아니라 “삶의 질서를 회복하는 연장”으로 바라보며 마흔이라는 시기에 필요한 사유의 지도를 차분하게 펼쳐 보인다. 책에는 문학과 철학, 심리와 역사, 종교와 사회 담론 등을 넘나들며 50여 권의 길잡이를 소개한다. 하지만 단순한 요약이나 추천 목록이 아니다. 저자는 각 책 속 사유를 오늘의 장면으로 끌어와 그것이 일과 관계, 감정과 선택의 순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는 행위가 삶의 태도와 연결될 때 비로소 인문학이 생활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속도가 느려져도 깊이는 더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듦이 소진이 아니라 성숙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기 위한 작은 실천들, 이를테면 하루 한 문장 필사나 감정의 체온을 살피는 반복 가능한 습관을 권하는 대목은 독자에게 부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권유로 다가온다. 또한 저자는 책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보는 힘. 즉 감수성과 사유의 근육을 함께 기를 것을 제안한다. 선택 기준인 밀도, 지속성, 현장성, 균형, 접근성은 목록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책을 펼칠 때마다 다른 장면이 보이도록 구성했다. 독자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고, 지금 자신의 상황에 가장 가까이 있는 책부터 읽어도 좋다는 점을 덧붙이는 태도 역시 인문학이 지녀야 할 열린 정신과 잘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책이 독자에게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독자의 결심을 조용히 응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마흔, 나를 살리는 인문학 50>은 화려한 문장이나 거대한 담론을 좇지 않는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결산이 아니라 다시 자신을 살리는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담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일깨운다.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저자는 서울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인간과 공동체, 그리고 궁극적 의미에 대한 물음을 이어갔다. 현재는 한국기독교출판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도로 채우는 사랑의 삶 부부기도문 100> <기도로 채우는 위로의 삶 장례예식기도문 150> 등이 있다. 2023년 올해를 빛낸 사회공헌 대상과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26 17:06

연민과 성찰의 서정…이대준 시집 ‘거미줄 별꽃’

치열한 응시와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이대준 시인이 시집 <거미줄 별꽃>(애지)을 펴냈다. 삶을 향한 사려 깊은 연민과 꾸밈없어 더욱 미더운 언어로 온화한 서정의 시 세계를 보여준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가파르게 흐르기 쉬운 마음을 선한 마음들로 단단히 붙든다. 그래서 <거미줄 별꽃>의 55편의 시들은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절실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타자의 고통에 닿으려 애쓴다. 시인은 순수한 꿈을 버리고 속세와 타협하며 가식적으로 살아가는 자아에 대한 슬픈 성찰도 꾸밈없이 드러내고 고통으로 가득 찬 현실을 직시하며 현실을 극복하는 의지도 보여준다. 나를 반성하고 타자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살갑고 서정적인 이미지가 묵직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한여름 밤길을 달려/ 친구에게 다녀온 다음 날 아침/ 자동차 범퍼에 달라붙은/ 수많은 주검들을 보면서/ 바람보다 가벼운 몸들아/ 자동차의 속도를 어찌/피해가지 않았더냐?//자동차 속도에 비례해서/ 내 몸은 가볍게 날지/ 그런데 말야 재수가 없었나 봐/ 태어나고 보니 하필/ 깜깜한 밤이잖아/ 하루를 살아도/ 빛 속에서 살고 싶었어// 단지 그뿐이었어”(‘하루살이의 변’ 전문) <거미줄 별꽃>이 전하는 진실한 마음은 절묘한 비유와 토속적 향취에서 시작한다. 시인은 기성세대가 공감할 만한 특정한 과거의 회상과 상황에 걸맞은 사투리, 그리고 담화적 구문구조가 서로 어울려서 정감 넘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생의 쓸쓸함부터 사랑의 풍경까지 경이로운 삶의 이야기를 나직하게 전달한다. 이세재 시인은 발문에서 “이대준 시인의 시어나 시구들에는 토속적 향취가 강하다. 어린 시절의 순수성이 몸에 밴 시인의 체질적 특성으로 보인다”며 “이대준의 시는 남의 이야기도 내 이야기 같고 우스운데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우스운데 괜히 눈물이 나는, 고향 친구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무릎을 맞대고 나누는 이야기 같다”라고 밝혔다. 1962년 순창에서 태어나 산서에서 성장한 시인은 2015년 시집 <어느 여름날의 꿈>을 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 국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벌교여고, 전북여고, 우석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했고 은퇴했다. 2025년 세종시마루신인상을 수상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5.11.26 17:01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 ‘AI로 전북의 미래를 다시 디자인하다’

26일 우석대학교가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을 열고 AI 시대를 앞두고 대학·지자체·지역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지역혁신 전략을 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조강연·특별강연·주제발표를 통해 전북의 산업 구조와 교육 현장의 변화를 AI 관점에서 심층 논의했으며, 지속 가능한 지역 상생 모델과 미래 교육 협력 거버넌스 구축 방향을 모색한 이날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전북경제, 피지컬 AI로 반등의 기회 왔다 김윤태 우석대 부총장은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에서 전북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AI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김윤태 우석대 대외협력부총장 겸 AI혁신추진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전북이 경제적 꼴찌를 벗어나 반등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장은 전북이 추진 중인 ‘피지컬 AI 국가사업’을 핵심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는 “2025년 추경을 통해 시작되는 실증사업은 전북을 대한민국 피지컬 AI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국가급 프로젝트”라며 “2026년부터 5년간 1조 원이 투입되는 R&D와 테스트베드 구축은 지역 산업·교육 전반을 혁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북이 강점을 가진 △전기·자율주행차 △수소에너지 △바이오·생명과학 △헬스케어 분야는 피지컬 AI 기술과 결합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험 자동화, 수소 기반 상용차 실증, 고령친화 로봇 기술 등은 이미 지역 여건과 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또한 김 부총장은 지역 대학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자율주행·로봇자동화 중심의 산업학위제, 계약학과 등을 운영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AI 기반 지역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전북 미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전북이 선도 지역으로 도약할 전략”이라며 “지금이 바로 전북이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마련할 시점”이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2030 전북 에너지 자립·탄소중립 달성, AI 인재 양성이 핵심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에서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2030 전북 에너지 자립 탄소중립도시 조성 AI 전문인재 양성과 글로벌화 전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황 교수는 기후위기와 산업구조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북이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선도하려면 AI 기반 기술혁신과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에너지 시스템 전환의 핵심 요소로 △분산형 에너지 관리 △스마트 그리드 △AI 기반 수요 예측 △신재생에너지 최적 운용 △친환경 모빌리티 확산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 에너지 공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의 지능형 에너지 체계로 이동해야 한다”며 “전북은 재생에너지·수소·농생명 기반을 갖춘 만큼 아시아형 탄소중립 선도 모델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AI 전문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황 교수는 “앞으로의 에너지 산업은 AI와 결합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데이터 분석, 모델 개발, 에너지 최적화 알고리즘 등 분야에서 대학·지자체·기업의 공동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글로벌화를 위한 국제 협력과 표준화 전략 마련도 함께 주문했다. 황 교수는 “에너지 전환과 AI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2030년 전북이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달성한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인재양성과 실증 중심의 지역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AI 시대, 변화를 인정하고 메타인지 확장해야⋯새 인재상이 온다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 특별강연에서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AI 시대를 이끌 미래 인재의 조건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산업화 시대의 노동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며 “AI·피지컬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학벌 중심의 사고는 이미 효용을 잃었으며, “실력주의와 팔란티어 학위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능력 기반 평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 환경 역시 변화해 “팀과 IT 부서가 통합되고, 직원 모두가 기업가정신을 갖는 시대가 되었다”며 AI 기술로 급격히 재편되는 산업 구조를 짚었다. 김 교수는 특히 ‘변화 인정’과 ‘메타인지 확장’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거부하지만, AI 시대에는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첫 단계”라며 “기존 지식의 한계를 넘어 자신을 성장시키는 메타인지가 필수”라고 말했다. AI의 능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수십 개 언어를 구사하며 쉬지 않고 학습하는 존재가 이미 인간의 곁에 있다”며 AI 활용 역량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또한 김 교수는 ‘민첩한 실험’을 강조하며 “초기에는 더 싸게 하기 위해 시작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더 잘하기 위한 실험을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변화를 인정하고, 메타인지를 확장하며, 민첩하게 실험하는 개인들이 모일 때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며 “AI 시대가 빛으로 기억될지, 어둠으로 남을지는 우리의 선택”이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완주 교육특구, 생성형·피지컬 AI로 새 모델 열 것 김천홍 우석대학교 교육발전지원센터장은 완주군 교육발전특구의 핵심 방향으로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의 결합을 제시했다. AI가 학습 도구를 넘어 지역문제 해결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논리다. 김 센터장은 완주군의 산업·교육 환경이 AI 실증에 적합하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수소·모빌리티 산업 인프라와 공공 데이터 활용 여건이 결합되면, 학교·지역·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AI-지역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성형 AI 기반 학습지원, 피지컬 AI와 연계한 실습·직무훈련, 지역인재 정주 기반 마련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초·중·고 단계에서부터 AI를 실생활 문제 해결과 연결해 가르치는 교육 체제”를 강조했다. 또 완주군이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와 대학의 AI 교육자원이 연계되면 청소년에서 대학, 지역산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성장 경로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완주군이 전북 피지컬 AI 국가사업과 연동될 경우 교육특구는 AI 기반 지역혁신 모델로 확장될 것”이라며 “학교 밖 지역 전체가 교육 공간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WIN-RISE, AI 기반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확장 이미경 우석대 RISE사업단 부단장은 ‘WIN-RISE’ 전략을 기반으로 AI 중심 지역혁신 구조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RISE의 핵심을 “대학-지자체-산업이 공유하는 공동 성장 플랫폼 구축”으로 규정했다. 이 부단장은 전북 지역의 구조적 문제로 △산업 기반 취약 △인재 정주 어려움 △대학 경쟁력 약화 등을 제시하며, 이를 해결할 실천 전략으로 ‘4대 AI 혁신 축’을 소개했다. AI 기반 연구혁신과 AI 창업 스타트업 지원 및 평생 학습 체계 구축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특히 그는 “지산학연 협력교육 체계와 AI·디지털 융합 교육을 강화해 산업현장의 수요를 교육과정에 직접 반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지역특화인재 인증제, 마이크로디그리, 빅데이터 기반 학생성과 분석 등도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단장은 “전북은 바이오·수소·미식관광 등 다각적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AI 역량이 접목될 경우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WIN-RISE는 교육혁신에서 연구혁신, 창업, 정주를 넘어 지역발전으로 이어지는 전북형 혁신 경로를 완성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석대, 전 영역 AI 전환⋯교육체제 재편 착수 김성희 우석대 교육혁신본부장은 대학 교육 전반의 AI 기반 구조 재편을 발표했다. 그는 “AI는 선택이 아니라 대학 생존의 조건”이라며, 3개년 단계별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AI 기반 교육혁신의 핵심을 ‘AI 혁신인재 파이프라인 구축’으로 설명했다. 이는 △AI 기반 교과 개편 △AI 활용 연구데이터 분석 △스마트 강의실·LXP 등 AI 인프라 확충 △교수·학생 AI 역량 강화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우석대는 전공별 AI+X 교과목 개발, AI 융복합 교육과정, 빅데이터 기반 정책 연구, 산학협력 문제해결 프로젝트 등 전 영역의 AI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는 “AI는 교육과정·연구·산학협력·평생학습까지 모두 연결하는 기반 기술”이라며 “지역사회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실전형 AI 인재를 양성해 전북 산업의 변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학 내부 데이터 통합, 학업 유지율·취업률 예측 등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대학 행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전현아·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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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6 16:57

공립미술관 전북에 추가 설립될까…전문인력·운영 한계 ‘과제’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공립미술관’이 전북에 추가로 생길 전망이다. 다만 공립미술관을 운영할 전문인력 부족과 관람객 저하 등 구조적 한계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25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남원시와 순창군을 대상으로 공립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실시한다. 남원시는 18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상 3층 규모의 도자전시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순창군도 지상 2층 규모의 옥천골‧섬진강미술관 신축을 위해 212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도는 정책성, 기술적 타당성, 전시‧운영계획, 소장품 확보 방안, 재정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건립 타당성을 도출할 방침이다. 사전평가는 오는 28일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를 거쳐 내달 4일 전북도 박물관‧미술관진흥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당초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평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해왔다. 그러나 최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12조3의 개정으로 사전평가 권한이 문체부에서 도지사에게 이양됐다. 중앙정부에서 맡던 기능이 지자체 차원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공립미술관과 박물관이 급격히 늘면서 전문 인력 부족과 운영예산 감소, 낮은 관람객 수와 같은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권한이 문체부에서 지자체로 이양돼 ‘문화시설을 위한 시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받는 순창군의 경우 미술관 1곳당 학예인력 1명이 필요로 하지만 학예인력 부족으로 옥천골‧섬진강미술관을 하나로 묶어서 학예인력 1명으로 공립 미술관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자전시관을 준비 중인 남원시 역시 공립 미술관으로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이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남원현대옻칠목공예관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립미술관 설립은 재정의 지속성과 실질적인 문화수요, 장기 운영전략 측면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미술관 건립 타당성뿐만 아니라 미술관이 장기적으로 운영이 가능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며 “문화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큰 액수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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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11.25 18:20

올해 가무악의 마지막 장⋯전통 춤 유파를 무대 위에 펼치다

전통춤의 결을 따라 한국무용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조망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오는 27일, 올해 하반기 목요상설 무대의 피날레로 유파별 춤의 정신과 미감을 집약한 특별공연을 선보인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공연할 2025 하반기 목요상설 가·무·악은 ‘유파별로 보는 한국의 춤, 시대를 바라보다’를 주제로 개최된다. 국악원이 마련하는 올해 마지막 목요상설 무대로, 무용단이 각 유파의 특징을 온전히 담아낸 전통춤과 당대 감성을 녹여낸 창작춤을 아우르는 무대를 준비했다.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전통 유파의 동선을 따라가며 한국무용의 깊이와 확장성을 동시에 체감할 수 있는 공연이다. 총 8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첫 문을 여는 ‘전라삼현승무’는 도내에서 전승된 전라삼현육각 가락에 맞춰 추는 지역 고유의 승무로, 현재 전북 무형유산으로 등록된 전통춤이다. 오대원 단원이 이종민 단원의 장고 반주에 맞춰 승무 특유의 장중한 호흡과 리듬을 펼쳐낸다. 이어 백인숙 수석단원이 선보이는 ‘신관철류 산조’는 호남을 중심으로 전해진 산조춤의 정수를 보여준다. 즉흥성을 바탕으로 한 맺고 푸는 기교가 돋보이며, 산조 가락과 춤의 결이 섬세하게 맞물린 무대다. 세 번째 작품 ‘넋, 푸리’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무용이다. 이매방류 승천무와 살풀이를 이현주 수석단원이 각색해 올리는 작품으로, 전통의 깊은 정서에 현대적 울림을 더한다. 이종민·신봉주·이윤서 단원이 반주로 호흡을 맞추고, 창극단 이세헌 단원이 부르는 상여소리가 장면의 서정을 더한다. 네 번째 ‘이혜경류 부채산조’는 여성 독무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으로, 가야금 산조 반주에 부채를 들고 춤을 풀어내는 형식이다. 손과 부채가 하나의 호흡처럼 흐르는 구성미가 특징으로, 이은하 수석단원이 무대에 선다. 이어지는 ‘박금술류 살풀이’는 수건을 들지 않고 온몸의 호흡과 움직임만으로 정서와 해원을 풀어내는 독특한 유파다. 김윤하·김지춘 단원이 수건 없이 삶의 굴곡과 내면의 감정을 신체 움직임으로 전한다. 여섯 번째 ‘한영숙류 태평무’에서는 김소희 단원이 나선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대표적 전통춤으로 절제된 자태, 좌우 대칭의 구성, 간결한 발놀림이 어우러져 기원의 뜻과 정제된 미감을 전한다. 이후 무대에는 장인숙류 전주부채춤이 오른다. 노태호 단원이 펼치는 이 작품은 남도의 음악, 전주의 시나위 가락, 전주 합죽선의 미감, 매창의 시 ‘이화우’가 어우러진 춤으로, 살풀이의 깊이와 부채춤의 화려함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 무대는 정읍 출신 김병섭 명인의 전통을 잇는 ‘김병섭류 설장구’가 장식한다. 장단 변주와 역동적 몸짓을 기반으로 현대적 공연 양식을 이끈 유파로, 이유준 단원과 반주팀 김지춘·송형준·이종민·신봉주 단원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도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공연이며, 관람 예약은 도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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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5 15:24

태초의 생명을 예술로 풀다…박성수 개인전 ‘눈의 폄하'

태초의 생명을 조형예술로 풀어내는 박성수 작가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내달 5일까지 동문거리 ‘공유화음실’에서 열린다. 박성수는 개인전 ‘눈의 폄하’를 통해 우리는 어떤 형태로 변해오며 존재하는가를 관람객들에게 질문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태초생명체의 형태와 진화 과정을 독창적인 재료로 구현하고, 관람객이 촉각을 통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명 ‘눈의 폄하’는 시각 중심의 예술을 판단하는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 20세기 프랑스 사성서와 같은 이름이다. 작가는 동명의 사상과 맥락을 공유하고 태초의 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 작가는 “41억년 초기 지구의 단순한 원소들이 특정한 조건에서 화학적으로 결합해 생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상상하며 작업한다”라고 작업노트를 통해 밝혔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닥종이와 알루미늄을 활용해 유기적 형태를 현대적 조형언어로 승화한다. 작가만의 재료 해석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시선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긴 여운으로 진한 울림을 전달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전북지역 시각예술가의 창작활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전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릴레이 전시 ‘동문그림가게’의 다섯번째 전시이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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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11.25 14:36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 별세⋯향년 91세

‘영원한 현역’으로 통한 원로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고령에도 철저한 건강관리를 자랑하며 방송, 영화, 연극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말부터 건강이 악화하면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전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대학 시절부터 연기에 눈을 뜨면서 대학생들의 값싼 취미인 영화 보기에 빠지고, 영국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한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순재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됐다. 주요 출연 드라마는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140편에 달한다.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사극 전성시대도 이끌었다. ‘사모곡’, ‘인목대비’, ‘상노’, ‘풍운’, ‘독립문’ 등 1970~80년대 사극에 꾸준히 출연했다. ‘허준(1999)', ‘상도(2001)', ‘이산(2007)’ 등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고 묵직한 연기를 보여 줬다. 70대에 들어서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 코믹 연기를 보여 주기도 했다. 연기뿐 아니라 예능 ‘꽃보다 할배(2013)’ 등에도 출연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연극 무대로 돌아온 이순재는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했다. 또 이순재는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내는 등 잠시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역임했다. 전북도의 영화 발전을 위해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전북도지회 상임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이순재는 생전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북에 대해 “전북은 영화의 역사와 국제영화제 개최지로서의 품격도 가지고 있다”며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역에 좋은 영향과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 출신 영화인도 많으니 앞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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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 2025.11.25 09:24

공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plan C 종료전 ‘모두가 아는 도둑질'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사용자 공유공간 planC(플랜씨)가 8년 6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하는 두 번째 기획전을 선보인다. 사용자 공유공간 planC 종료전 ‘모두가 아는 도둑질: 공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는 김민희, 김보미, 최지영, 채리, 박온유 등 서른일곱 팀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도둑질’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통해 예술가가 공간에 작품을 반입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일반적으로 작품이 완성된 후 전시장으로 반입되는 기존의 전시 구성방식과 다르게 전시에서는 예술가가 먼저 공간의 일부를 훔치고, 그 훔쳐간 ‘공간’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그리고 다시 완성된 작품을 공간에 설치한다. 참여 작가들은 사용자 공유 공간의 창문이나 벽 등의 구조물을 뜯어내기도 하고, 긴 커텐이나 독특한 장식의 보관함 등 ‘plan C의 일부'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잘라 도둑질한다. 특별한 점은 이 공간에서 도둑질은 절도행위가 아닌, 공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드러내는 창작적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plan C라는 물리적 공간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공간’이라는 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예술이 어떻게 ‘장소’와 감응하는지를 되묻는 장치로 기능한다. 도둑질이라는 놀이적 요소들을 더해 예술가의 욕망을 자극하고 다양한 재해석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한다. 오는 12월 3일 오후 4시에 독립 큐레이터 그룹 CLab 포럼 ‘불완전한 이상이 실현될 때 어떤 공동체가 형성되는가?’를 진행한다. 사용자 공유공간 planC(플랜씨)의 첫 시작을 함께한 이산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생태적지혜연구소 협동조합 이승준 이사장과 연결기획자 톨, 예술사회학 연구자 김신윤주 등이 참여해 예술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포럼이 종료된 후에는 참여작가인 김이중과 유승협 작가의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만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5.11.24 17:07

‘고르랑르륵'·'짐비래'… 아이의 낱말, 예술이 되다

정소라(42) 작가가 빚어내는 예술작품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쓸모를 다한 장난감이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생명을 얻었던 장난감이라는 일상적인 오브제는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해체하고 재조합돼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왔다. 교동미술관 본관 2전시실에서 열리는 정소라 개인전 ‘번슨슴’은 버려진 장난감과 대화를 이어가는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자 7살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작가는 한때 아이에게 전부였던 장난감을 통해 ‘환경’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앞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 작품으로 풀어놓았다. ‘장난감 가게’를 테마로 1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작품명 때문이다. 작가는 세상에 없는 단어를 창조해 작품명으로 만들었다. 작품 제목들 살펴보면 ‘고르랑르륵’, ‘무스개’, ‘짐비래’ 등 독특하고 새로운 조형언어로 변환되어 낯선 언어를 창조해낸다. 지난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정소라 작가는 이에 대해 “작품을 구상할 무렵 아이가 받아쓰기에서 썼던 엉뚱하고 뜻이 없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발음이 가능한 낱말로 제목을 붙였다"며 “전시 제목인 ‘번슨슴’도 아이가 조합한 재밌는 낱말로 완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창가에 설치된 ‘BEONSEUNSEUM ver∞’이 눈을 사로잡는다. 폐기된 장난감 부품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은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닌 기억의 잔해로부터 생성된 또 다른 생명체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작품들 사이에 여백을 두고 배체됐다. 각 작품마다 독특하고 강렬한 색채를 지닌 만큼 개성 짙은 작품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한 동선이다. 정소라 작가는 “주로 평면 작업을 선보였는데 문득 그림을 입체적으로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조형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번 전시 ‘번슨슴’까지 이어졌다"며 “쓰레기도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가능성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도 유쾌하게 바라봐줬으면 한다”며 “제가 건넨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0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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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11.24 17:07

[리뷰] 미완이어서 더 빛난 첫 무대… ‘꿈의 극단 전주’의 성장 기록

아이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은 꿈들이 무대 위에서 또렷한 빛으로 피어올랐다. 지난 22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 ‘꿈의 극단 전주’ 첫 정기공연 ‘두드림’은 26명의 어린 단원이 만들어낸 ‘성장의 기록’ 그 자체였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장면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날 공연이 남긴 감동은 연기력이나 눈물 서사가 아닌, 단원들이 1년간 쌓아온 솔직한 마음과 시간이 만들어낸 울림에서 비롯됐다. ‘꿈의 극단 전주’ 단원들은 지난 1년간 매주 연극·신체·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며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법을 익혀왔다. 이번 작품은 우연히 발견한 ‘소원 램프’를 통해 멈춰버린 시간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각자의 상처와 꿈을 마주하고, 결국 서로의 마음을 두드리며 성장의 문을 여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단순한 줄거리였지만, 단원들의 표정과 동작에는 자신이 겪어낸 고민과 깨달음이 조용히 스며 있었다. 공연 초반은 귀엽고 소박했다. 어린이집 재롱잔치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장면이 깊어질수록 단원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쌓아온 감정의 언어들을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대사는 흔들리고 움직임이 어긋나기도 했지만, 서로의 호흡을 기다리며 장면을 이어가는 모습에서는 ‘무대를 진심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성장을 들려줬다. 이예찬(완산중 3학년) 군은 “처음엔 진로 때문에 들어왔지만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인생을 보는 눈도 넓어졌다”며 “무대에 서니 쑥스러움보다 책임감이 먼저 느껴졌다. 기회가 생기면 꼭 다시 서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 경험은 많지 않지만 “프로처럼 서겠다”는 말처럼 이날 무대에서 흔들림보다 집중이 돋보였다. 주요 노래 장면을 이끈 천세연(대정초 6학년) 양은 “처음엔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정말 힘들었지만 1년 동안 연습하며 자신감이 생겼다”며 “무대를 마치고 나니 1년간 함께한 단원들과 무대를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밀려와 울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 전에는 떨렸지만 퇴장할 때는 스포트라이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하은(전주북초 6학년) 양은 극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부터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처음엔 ‘왜 우리는 화려한 복장 없이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지?’라고 의문이 많았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꾸며낸 쇼가 아니라 진짜 꿈을 찾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직전 무대 뒤에서 위압감을 느끼고 긴장했지만 “막상 마치고 나니 정말 상쾌했고 앞으로도 계속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확실해졌다”고 전했다. “Do Dream! 두드려봐! 우리는 모두 꿈의 주인공!”이라는 마지막 외침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었다. 지난 1년의 시간이 응축된, 단원들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선언처럼 들렸다. 관객의 박수는 이들의 서툰 연기보다 그 용기와 성장을 향해 쏟아졌다. 표현이 서툴던 아이들이 이제는 관객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는 사실이 ‘꿈의 극단 전주’가 추구하는 예술교육의 결실이다. ‘꿈의 극단 전주’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6명의 어린 단원들이 참여하는 5개년 프로젝트다. 전주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예술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표현력과 협업 능력을 기르고,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공연은 그 첫 단계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미완의 무대였지만, 그 미완성 속에서 더 깊고 생생한 감동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이제 막 꿈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두드림의 소리가 앞으로 어떤 무대를 열어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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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11.23 17:51

“신분의 경계를 넘어 피어난 시심”…촌은·매창 문학 재조명

"촌은 유희경 선생과 매창 이향금 여사의 삶과 시(詩)는 단순한 천민문학이 아니라, 조선문학사에서 마땅히 동등한 위치로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호남고전문화연구원 이사장인 김병기(70)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21일 제1회 촌은‧매창 추념 학술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안예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촌은·매창 추념 학술대회’는 조선 중기 두 문인이 남긴 문학적 성취를 본격적으로 조망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첫 학문적 장이다. 그동안 각기 조명되던 매창과 촌은의 문학을 ‘쌍방(雙方)’의 관계적 문학으로 바라보자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매창 이향금은 부안에서 태어난 여류 시인으로, 기생이라는 신분적 제약 속에서도 당대 문인들과 교유하며 한문학에서 보기 드문 여성적 자의식과 섬세한 정한을 담아냈다. 촌은 유희경 역시 중인 출신이면서 사대부 문단에서 인정받은 사례로, 예(禮)와 시(詩)에 밝아 ‘양반이 배우러 간 천민’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두 사람은 조선 특유의 성리학적 신분사회 안에서 문학 활동 자체가 쉽지 않은 위치에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제약은 두 문인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학계는 이들이 남긴 연정시를 두고 ‘억압된 시대가 낳은 가장 인간적인 기록’이라 평한다. 이날 기조발표에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조선과 명·청 문학사를 비교하며 두 인물의 문학사적 의미를 짚었다. 김병기 교수는 “오래도록 사회적 기억 밖에 머물렀던 두 인물에 대해 과감한 재조명이 필요한 때”라며 “단순한 신분의 희생자나 연애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그들이 남긴 문학적 성취와 삶의 궤적을 정당한 학문적 자산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시대의 천민으로 치부됐던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은연중의 차별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와 평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천민 신분이라는 낙인이 문학적 가치를 가리는 장벽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촌은과 매창은 모두 조선의 천민으로 태어났고 당시 사회구조에서는 이들의 삶과 표현이 낮게 평가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남긴 시와 교유 관계, 삶의 기록을 통해 단순히 주변부의 인물이 아니라,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존재임을 역설했다. 주제 발표에서는 두 사람의 작품과 교유관계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특히 연정시 연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자들은 연정시를 조선문학에서 보기 드문 양방(兩方) 교류 문학으로 평가했다. 이재숙 충남대 교수는 매창의 한시가 지닌 미적 특질을 분석하며 “매창은 여성문학 전통을 잇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직접 끌어올린 드문 여성 창작자”라고 평가했다. 임종욱 동국대 교수는 “촌은은 중인 신분으로 양반 문단의 중심부에서 활동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며 그가 남긴 ‘촌은집’의 사료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촌은의 교유 범위와 시문 편집 과정은 조선 중기 문인 네트워크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두 문인을 기리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학계에서는 ‘매창집’과 ‘촌은집’의 정본화, 번역, 부안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사업 추진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는 강릉유씨 촌은선생기념사업회의 후원으로 이뤄진 만큼 문학사적 균형을 바로잡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며 “학술대회를 비롯해 매창과 촌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작품을 알릴 수 있도록 전북도와 부안군 등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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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11.23 17:51

완주 만경강의 생태와 아름다움, 사진으로 만난다

만경강의 생태와 자연을 담은 사진전이 완주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호연 사진 초대전으로 꾸며지는 ‘제5회 만경강 환경 보전 및 생태 사진전’이 24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완주군이 추진 중인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천연기념물 느시와 노랑부리저어새, 뻐꾹나리, 쥐방울넝쿨 등 지역 생태를 60여 점의 사진으로 담아냈다. 전시에는 꼬리명주나비의 무늬를 클로즈업한 사진과 요정이 춤추는 듯한 노랑망태버섯 등 만경강 특유의 신비로운 풍경이 담겨 있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사진작가 이호연 씨는 “가을이 저물고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에 한 장의 사진이 따뜻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다고 믿는다”며 “만경강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움을 더 많은 분들이 사진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고 전시 소감을 전했다. 다섯 번째 개인전을 맞은 이 작가는 2017년 완주군 생태아카데미 수료 후 ‘만경강 사랑지킴이’ 동아리를 조직, 초대회장을 맡았다. 개막 기념식은 24일 오후 1시 30분, 완주군청 1층 로비에서 진행된다. 관람은 무료이며, 완주의 자연과 만경강을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고 싶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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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5.11.23 15:06

전북여성가족재단, 여성사 발간 중장기계획 수립, 내년 ‘여성농민’ 발간

전북여성가족재단(전정희 원장)은 지난 21일 2025년 여성사발간위원회 최종회의를 개최하고 여성정책연구소 기본과제 ‘전북특별자치도 여성사 발간 중장기계획(2026-2030) 수립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전북자치도 여성사발간위원회는 지난 8월 지역 여성사 관련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지역학, 여성학, 역사학자 및 현장 전문가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연구(책임연구 백미록 연구위원)는 전북여성사 발간 중요도와 시급성을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해 연구 타당도와 합의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전북여성사위원회와 구분된 별도 전문가 패널 25명을 대상으로 전북여성사 주제와 추진방향, 사업과제 등을 조사해 분석했다. 연구결과 2026년부터 발간할 최우선 영역은 ‘여성농민’이 선정됐다. 한국사 관련 주제로‘동학농민혁명과 여성’이 제시됐다. 역사서술 방식은 주제사를 중심으로 구술사, 생애사, 통사혼합이 전문가들의 높은 합의를 얻었다. 연구시기는 1945년 이후 현대로 합의됐다. 향후 여성농민 주제 이후에는 여성노동, 여성운동, 여성문화 순서로 전북여성사 발간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전북자치도 여성사 발간 기본계획은 도 최초로 수립됐으며 2026년 이후 여성정책연구소 토대연구사업으로 예산이 반영됐다. 전북여성가족재단은 전북 여성의 서사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기획연구를 진행하며, 전북여성기록을 아카이빙하는 등 확산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또한 여성사발간위원회의 안정적 운영, 여성사 전문 연구기관 협업체계 구축 등 추진체계를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박은 기자

  • 여성·생활
  • 박은
  • 2025.11.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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