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무너진 ‘王회장’

‘인생은 풀과 같은것/ 들에 핀 꽃처럼 한번 피었다가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이내 사라져 그 있던 자리조차 알 수 없는 것/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이다/ 사람의 운명은 짐승의 운명과 다를바 없어… 둘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고야 만다’

 

류시화의 자연에 대한 잠언시집에 나오는 구약 시편과 전도서의 한 대목이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풀과 같은 인생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현대 왕회장 정주영(鄭周永). 그는 지난 20일 와병설을 잠재우려는듯 현대건설 창립 53주년 기념 체육행사장에 나타나 직접 입상자들에게 시상했다. 회사측이 준비한 상금에다 자신이 준비한 봉투를 얹어 주기까지 했다.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깜짝 쇼를 연출한 것일까? 아니면 최근 현대에 자구책을 강구하라는 압력에 대한 무언의 항변일까.

 

1915년생으로 황혼기의 정주영. 한 때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가 김영삼정권의 괘씸죄에 걸려 5년여동안 숨직이고 살아야 했던 그가 세인들의 생각을 뛰어넘어 소떼를 몰고 북으로 화려한 외출을 할줄을 누가 감히 추측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분단 반세기동안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김정일과의 두번 만남, 금강산 관광을 성사시켰고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했던 그가 다시 위기를 겪으며 재기할 수 있을까가 세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그도 역시 풀과 같은 인생이다. 아무리 재기의 몸부림을 친다할지라도 지나간 세월이 다시 찾아와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왕회장이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어제 현대는 왕회장을 비롯해서 왕권다툼에 나섰던 정몽구, 정몽헌회장이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왕회장 일가는 회사경영을 세계적인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앞으로는 대주주로서의 권한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드디어 현대의 세습경영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이제 왕회장이 할 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금융·증권전북은행, 신임 부행장 6명 선임

익산“여기 계신 분들이 바로 익산의 자부심”

익산익산 제야의 종 행사 열린다

정읍이원택 의원 “정읍, 레드바이오 혁신 플렛폼으로 육성”

자치·의회전북도지사 출마 안호영 의원 “도민성장 펀드 조성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