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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시인의 땅

얼마 전 김용택 시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받았다. 「촌아 울지마」라는 산문집이었다. 김 시인은 논농사 밭농사 지어 도회의 아우에게 올려 보내주는 고향의 장형처럼 마암 분교와 진메 마을과 섬진강 주변에서 지은 글 농사로 책을 묶어 서울의 내게 한 권씩 보내주곤 한다. 특히 책의 겉 표지를 들추면 아주 짧고 간결한 계절 이야기가 적혀 있는데 이번 「촌아 울지마」라는 책에는 강가에 붓꽃이 예쁘게 피었노라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일찍 고향 떠나 도회지의 아스팔트에서만 맴돌았던 나는 붓꽃이 어떻게 생긴 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붓꽃이 피는 강가에서 사는 시인은 참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 시인의 시나 산문에서는 한결같이 흙 냄새가 나고 물소리, 바람소리가 들리고 꽃향기가 번져온다. 서울의 한쪽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길에 채이지 않으려고 모질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고향 떠나온 나 같은 사람에게 김 시인의 화신(花信) 담긴 책은 반갑기 그지 없다.

 

특히 이번 「촌아 울지마」라는 책은 받아드는 순간 그 제목에서부터 가슴이 찡해 왔다. 언젠가 읽은 김 시인이 엮어낸 「콩, 너는 죽었다.」라는 제목에도 감탄을 했는데 '촌아 울지마'라는 책 제목에는 책의 모든 것이 다 함축되어 있는 듯이 느껴졌다. 정말이지 흙을 떠나고 촌을 떠나 도회로 도회로만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온갖 어지러운 풍경들이 나무하게 되는 요즈음 우리들이 버리고 온 촌은 서럽게 눈물지을 것만 같다.

 

가끔 속세를 떠난 수도자의 글 중에는 깊은 산 석간수처럼 시리고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글들이 있지만 생활의 애환과 흙 냄새가 나지 않는데 반해 김 시인의 글에서는 삶의 자잘한 감동과 갈등들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어 감동을 준다.

 

김 시인이 나같이 서울에서 살게 되어도 그처럼 맑고 영롱한 그러면서도 어쩐지 뭉클한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마암 분교가 있고 진메마을이 있고 섬진강이 있어 시인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면 전북은 시인이 잘 되는 곳이 아닌가 싶다. 김 시인 말고도 안도현이나 박남준 시인처럼 전국적으로 독자를 지닌 시인들이 전북에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전북은 다른 도에 비해 도세(道勢)도 좀 약하고 재정 상태도 그리 튼실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글이 잘되는 시인의 땅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한 문향(文鄕)이 우리들의 고향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가.

 

그러니 조금쯤 약하고 조금쯤 가난하게 산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구나 눈물 흘릴 이유도.

 

속으로 가만히 되뇌어 본다. 「촌아 울지마, 전북아 울지마.」

 

/김병종(화가, 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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