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3-06-10 20:43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본의 역사 세탁과 히로시마

지난달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 회담이 열렸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초청국으로 참석하여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참배하였다. 대통령실은 일본 총리와 함께 참배하였다는 것을 외교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 참배를 일본의 사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이다. 그 장소에 한국인을 강제 징용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죄를 해야만 진정한 사죄가 된다.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 회담을 연 것은 일본의 숨은 의도가 있고, 미국은 이를 인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다. 일본은 미국의 원자폭탄을 맞고 항복하였다. 전범국가의 하나인 독일은 전범국가로서 재판을 받았다. 그들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에 대하여 반성을 요구받았고 독일은 지금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유대인과 세계사회에 사죄하고 있다. 히틀러는 최종전범 책임자인데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일본도 전쟁을 일으킨 책임자들에 대해 재판을 하였지만, 전범들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였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일은 핵심 전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왕에 대해서는 재판도 하지 않고 처벌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일본은 지금까지 식민지 침략과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폭력 국가로서의 근성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잘못한 일은 항복한 일본 왕의 죄를 묻지 않고 오히려 일본의 부흥을 도운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6.25 전쟁은 일본의 부흥을 돕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패전국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한국전쟁을 계기로 경제부흥을 시작하였다. 동시에 전범국가인 일본이 내세웠던 “대동아공영권”의 야심을 슬금슬금 키웠다. 미국이 침략국 일본을 응징하는 대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사이에 “전범국가 일본”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다만 전쟁할 수 있는 군대를 가질 수 없다는 제재만 유효할 뿐이었다. 그것이 평화헌법이다. 그러나 그 제재도 “자위대”를 유지하는 것은 인정하였으므로 있으나 마나 한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자위대는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그 실제는 군대로서 오늘날 그들은 군사 대국이 되었다. 일본은 경제성장을 하면서 역사세탁을 시작하였다. 세계에서 유일한 원자폭탄 피해국이라는 것을 내세워 전범국가에서 “전쟁피해 국가”로 둔갑시켰다. 평화라는 개념을 내세워 반핵(反核)을 선전하였다. 뒷구멍으로는 핵무장을 준비하는 이중성도 보여준다. 나치의 대학살을 당한 유대인의 피해와 원자폭탄의 피해를 당한 일본을 나란히 놓고 전쟁피해 국가로 역사세탁을 하며 평화운동을 하는 파렴치 국가로 되고 만 것이다. 일본은 역사 왜곡, 역사 사기술의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임나일본부를 경영하였다거나 광개토대왕비의 글자를 쪼아 변조하였다. 우리나라의 단군 시대를 역사에서 삭제하였다. 최근에는 자기 나라 역사시대를 더 고대로 올리기 위해 구석기 유적을 위조하여 가짜로 발굴하다가 들통나서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히로시마를 역사세탁의 근원지로 삼은 일본은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헌법개정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 주요 7개국 정상회담을 히로시마에서 개최한 것은 전쟁가능국가로 가려는 일본의 의도에 들러리 서 준 것이다. 일본의 악질적인 숨은 의도를 알아채어 경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이 시점에 일본의 노리개처럼 역할 하는 것을 담대한 외교라고 주장하는 대통령이 걱정이다. /김도종(전 원광대학교 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6.04 17:23

전북이여, 힘차게 도약하되, 안이함과 포퓰리즘은 경계하자

요즘 여의치 않은 영국 사정에 대한 보도가 많다. 영국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47년만인 2020년 1월 탈퇴하였다. “브렉시트”(Brexit)이라 한다.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다. 브렉시트 3년이 지난 지금, 영국인들이 삶이 전보다 많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IMF는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0.6%로 전망한다. 일부 교사들까지도 생활비 충당을 위해 부업을 한다고 한다. 식당, 호텔, 유통, 농업 등 곳곳에서 일손 부족으로 아우성이 높다. 통관절차, 관세 등이 재도입됨에 따라 수출에도 큰 지장이 생겼다. 물가가 10% 이상 올라 생활이 어려워지자 파업도 잦아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새로운 신조어 “브레그렡(Bregret)”이 떠돌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와 “후회”(regret)의 합성어로,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말이다. 2020년 브렉시트 이후 왜 이리 급격히 사정이 안 좋아졌을까? 여러 이유가 있다. 외부적인 요인의 측면에서는 금융위기의 여파, 코로나-19, 국제에너지 위기 등이 있었다. 그러나 영국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보다 근본적인, 현재의 어려움의 단초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면 왜, 그런 부작용이 예견되었음에도 브렉시트를 택했을까? 정치·경제·사회적 측면 이외도, 대영제국을 유지하던 자존심과 연결된 심리적 요소 등 복잡하다. 2016.6월의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 전후로, 영국은 이민자 급증에 따른 일자리 부족, 재정 악화 등이 큰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었다. 필자는 2003년, 2006-09년 약 4년간 런던에서 근무했다. 임기 마지막 무렵, 영국에도 금융위기가 오고 있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영국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는 개방성과 창조적 활력을 지니고 있었다. 금융, 창조산업 등을 선도하였다. 2004년 EU 가입으로 이동이 자유로워진 중·동구 유럽 사람들이 호황을 누리던 영국으로 모여들어, 힘든 분야의 업종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해주었다.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마저 영국의 개방적이고 창조적 사회 운영을 본받고자 젊은이들을 영국에 보낼 정도였다. 브렉시트의 원인과 영향, 향후전망에 대한 분석과 견해가 많다. 필자는 전북이 얻어야 할 교훈의 측면에만 언급해 보고자 한다. 세상의 만사가 양면성을 가지는 것이기에 보는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것이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사람들은 이민자들이 주는 이익보다는 수반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EU 분담금 지불을 통해 얻는 총합적 이익의 옹호보다는 지엽적 손해를 부각시켰다. EU 내에서 얻는 금융과 교역 활동에서의 이익보다는 제약과 불편 쪽을 더 강변하고 있었다. 국민들도 과거의 영화(榮華)를 추억하면서, 절제되지 않은 일부 정치인들의 주권국가의 자율성 회복 주장 등에 동조되어갔다. 그런 분위기가 점점 펴져 갔고, 결국 가랑비에 옷이 젖어 버렸다. 브렉시트를 택한 것이다. 불과 10여 년 사이의 변화다. 우리가 현실적 감각을 잃고, 포퓰리즘과 안이함과 망상에 휩싸이면, 불과 몇 년 사이 되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너게 된다. 국가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우리 전북은 이제 과거의 정체(停滯)를 벗고, 과감한 혁신과 힘찬 도약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어렵게 마련되고 있는 성장동력을 더욱 키워가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브렉시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유념해나가길 제안한다. /김대식 전북국제교류센터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21 15:37

전세사기 예방의 시작, 정확한 전입신고

성인이 되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는 날, 결혼을 해서 처음 신혼집에 들어가는 날,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이사를 마무리하고, 근처의 관공서를 찾을 것이다. 바로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힘차고 즐거운 시작이 되어야 할 이사의 첫 단계인 전입신고를 전세사기에 악용하는 사건이 최근들어 발생하고 있다. 전세사기 일당은 A지역의 빌라에 살고 있는 세입자를 몰래 B지역으로 전입신고하여, 서류상 빈집이 된 A지역의 빌라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수법을 썼다. 전입신고를 할 때, 신고하러 오는 사람의 신분증만 확인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나의 주소를 나 몰래 다른 사람이 옮길 수 있을까? 주민등록법 시행령상 전입신고서에는 전입하는 사람 모두의 이름을 쓰고, 전입자 대표나 전(前)세대주가 서명이나 날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신고를 하는 사람이 가짜 서명을 하고, 신고서를 제출하면, 사실상 전입자 몰래 전입신고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입신고서는 왜 이렇게 만들어진 걸까? 과거에는 이사 전후 행정절차가 복잡했다. 지금 살고있는 집에서 나가면서 전출신고를 하고, 새집으로 이사한 뒤 새 주소지의 관공서에 가서 전입신고를 했다. 만약 이사한 집이 전셋집이라면, 전세보증금을 잃지 않기 위해서 확정일자를 받는 등 추가적인 절차를 밟아야 했다. 전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많은 절차를 빠르게 처리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았고, 전입신고가 늦어지거나, 전세보증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속한 행정처리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1994년 전출신고를 폐지하였고, 그 과정에서 전출신고 의무자의 서명을 전입신고서에 받게 되었다. 절차가 통합되면서, 행정비용이 크게 줄었고, 국민생활의 편의도 향상되었다. 한 곳에 터전을 잡아 오랫동안 생활하던 과거와는 달리, 근거지를 이동하는 일이 잦아진 요즘에 꼭 필요한 절차 간소화였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특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세대의 피해가 커지면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규제는 꼭 필요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집에 새로운 사람이 살게 되었다는 전입신고의 대부분은 가족관계에 해당된다. 아들딸이 부모님과 따로 살다가 부모님댁으로 이사를 오거나, 주말부부로 지내던 부부가 다시 한 집에 살게되어 전입자로 신고를 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세대주와 전입자간 사기행각이 발생할 우려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남남이 한 집에 산다고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대주가 나를 유령 전입자로 둔갑시켜, 나 몰래 전입신고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세대주와 전입자가 가족관계가 아닌 경우, 전입신고를 할 때에는 모든 전입자와 세대주의 신분증을 지참하도록 「주민등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빠르면 8월, 시행령이 개정되면, 가족이 아닌 사람의 전입신고를 할 때에 모든 전입자의 신분증이 필요하게 된다.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전입신고시 신분증 확인 절차를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14 16:38

산책은 나를 강건하게 만든다

2019년 5월, 대덕연구단지로 직장을 옮겼다.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서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 또 아내의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로 지내게 되었다. 대전은 필자가 해외유치과학자로 어느 정부출연연구원에 초청되어 3년여 동안 살던 곳이기도 하고 대학으로 옮긴 후에도 2년 간 파견근무 했던 정부기관의 소재지라서 친숙할 뿐만 아니라, 옛 직장동료나 학교친구도 많아 내심 모처럼의 자유로운 생활을 기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연구소는 2020년부터 시행된 새 근로기준법이 엄격히 적용되는 공공기관이라서, 밤늦게 연구현장을 찾아가 연구원들을 격려하는 일은 갑질에 해당되므로 매일 칼 퇴근을 해야 했고, 또 이미 정년퇴임한 친구들은 부인들 눈치를 살피고 있어서 불러내는 일이 민폐 끼치는 일임을 쉬 간파하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다음날 출근까지의 장구한 시간 때우기가 문제로 부상했다. 젊은 날 포기했던 대금을 다시 시작했더라면 딱 좋았을 텐데... 필자는 나이 들며 단순한 게 좋아졌다. TV도 복잡한 인간사를 그린 드라마보다 스포츠 중계방송이나 허무맹랑한 중국무협영화가 편하고, 책도 읽다보면 눈이 침침해지고 골치 아팠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찾은 해법이 연구원 관사 옆을 흐르는 반석천변을 산책하는 일이었다.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며 자학하는 선배나 대수술로 곤욕을 치른 대학동기가 모두 만병통치약이라며 추천한 것도 내 선택을 부추겼다. 하루 평균 만보를 목표로 삼았지만, 불가피한 날을 대비하여 예금하듯 가급적 만오천보를 걸어둔다. 오찬 후 직장동료들과 연구원 경내를 한 바퀴 도는 걸 포함해서 약 오천보를 찍고 퇴근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목표에 미달한 걸음수를 계산하여 미리 반환점을 정한 뒤, 십 분에 천 보의 속도로 걸으므로 보통 한두 시간을 걷게 된다. 어느 책에선가 걸을 때 이성적 판단을 관장하는 좌뇌가 가장 활성화하므로 중요한 결정은 걸으면서 하라는 권고를 읽은 것 같은데, 허튼소리가 아닌 듯하다. 기관장으로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하거나 크고작은 행사의 인사말이나 기고문을 준비할 때 이 시간을 활용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길가의 이름 모를 풀꽃으로부터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때로 회식이 늦어져 인적이 드믄 심야를 걸을 때는 내 발자국 사이 숨죽여 우는 풀벌레 소리나 함께 걷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상념에 빠지거나 때론 무념무상의 순간을 보내는 산책길은 고스란히 마음의 길이 되기도 한다. 마음으로 걷는 일은 몸으로 걷는 일보다 훨씬 즐겁다. 대전생활을 시작할 무렵, 필자는 약간 과체중에 관절도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여러 생체신호가 위험 수위에 육박했었는데, 산책과 함께 체중이 줄더니 반년 쯤 지나 총각시절의 몸매로 돌아가자 콜레스테롤이나 혈당 등 모든 수치가 정상을 회복하였다. 산책이 가져다준 이런 망외의 소득은 성취감을 부추겨 전주에서 보내는 주말에는 전주천, 삼천변 산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머잖아 바깥 일이 끝나면 구십오세의 노모가 기다리는 고향 쌍치로 돌아갈 계획인데, 요즘 작지 않은 고민이 생겼다. 매일매일 새로운 산책로가 불쑥불쑥 떠오르는 게 아닌가. 좌탈(坐脫)이란 불교용어가 있다. 고승이 가부좌 자세로 참선 도중 입적하는 걸 일컫는데, 혹 산책하며 이승을 하직할 수도 있을까. 그런데 고향산천은 장돌뱅이 같이 떠돈 탕아의 귀환을 반겨줄까? /신형식(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07 18:06

'중립∙26(T26)' 선도국이 정답이다.

국민들이 불안하다. 대통령의 독단적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타이완 관련 발언으로 나라를 전쟁 직전 상황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그의 취임사부터 우리나라의 시대정신과 맥락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불안했다. 축적된 경륜도 보이지 않고 학습된 국가 이상도 없으며 경제성장의 정책과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직을 숭고하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분장 놀이(코스프레)하는 느낌을 주었다. 2020년대와는 맥락이 잘 닿지 않는 개념들을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교와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백악관의 발표를 대신 읽는 느낌을 주었다. 그것이 분장 놀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가 쓴 말을 구태여 이해해 본다면 북한의 핵전쟁 위협을 막아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위협을 막아내려면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연대는 결과적으로 친미 사대주의, 친일 사대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일본 방문과 이번의 미국방문 외교에서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이것이다. 자유를 말하지만, 그것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실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대일항쟁기 36년을 경험하면서 나라의 주권이 바로 서야만 민주주의나 자유를 지킨다는 역사적 학습을 하였다. 그리고 대통령이 말하는 연대는 미국의 전쟁에 동원되겠다는 것과 같다. 더 걱정되는 것은 대통령의 사대주의를 ‘국익’으로 꿰맞추는 그의 참모들이다. 친미, 친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친중, 친러 사대주의라고 역공하는 궤변도 가관이다. 검찰총장 시절에 5년짜리 임기의 대통령이 어쩌고저쩌고하던 사람이 전임들보다 더한 태도로 나라를 뒤집어 놓고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전쟁상황에 대해서 모의실험이라도 해 보고 하는 소리인가? 우리나라의 어느 한 도시가 폭격을 당하여 전선과 통신선만 끊어지더라도 전국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통신이 끊어지면 디지털 체계가 무너지며 경제가 무너진다. 전기 아니면 살 수 없기 때문에 피난 갈 곳도 없다. 국지전이라도 시작하는 순간에 삼류국가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을 잠시만 연상하더라도 전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반도 문제를 북핵 제거로 보는 것은 미국이다. 우리나라의 견지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과제다. 전쟁하는 나라와 연대하는 것은 국익이 아니다. 명분 없이 동반 몰락의 길로 가기 쉽다. 주권을 세워야 자유를 지키고, 그것은 국민과 연대해야 하는 것이다. 나라를 대통령의 사유물로 생각하는가? 실제로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어느 한 쪽 편에 줄 서서 살길을 찾는 것이 아니다. 최근 영국 신문 ‘이코노미스트’가 이런 나라를 “상호거래형(transactional)국가”로 분류하고 25개국이 포함된다고 발표하였다. 이들을 “T25”라고 줄여 불렀다. 그 가운데 이스라엘이 있다. 당연히 미국 편일 줄 아는 나라인데 중립을 지키며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보고 배워야 할 일이다. 온 국민이 아는 일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만 모른다면 그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지금 “담대하게” 제2의 이완용이 되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라! 국민께 용서를 빌며 친미, 친일 사대주의를 버려라. “T25”에 들어가 “중립•26”으로 되고, 그들을 끌고 가는 추축국가(樞軸國家)가 되려는 경륜을 키워라. /김도종(전 원광대학교 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30 15:12

전향과 진취, 포용과 긍정이 전북의 길이다!

1994년 독일 베를린에서의 첫 해외 근무를 마쳤다. 바로 두 번째 임지인 폴란드를 향했다. 이웃 국가인지라, 직접 이삿짐을 싣고 국경을 넘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까지 가는 길은 매우 좁고 도로 상태도 좋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당시 폴란드는 사회주의를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로의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독일은 인근국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국이었다. 그 도로를 운전해가면서, 하루속히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폴란드 정부와 국민은 현명했다. 변화된 상황을 재빨리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유럽연합 가입 이후 우선적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서방과 연결하는 생명선이 되어, 경제사회 발전을 톡톡히 견인하고 있다. 폴란드는 과거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받아온 나라다. 방어전략 차원에서 외국과의 연결되는 도로를 가급적 건설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여겨왔다. 냉전으로 서방세계와의 대외협력 여지가 봉쇄되어있는 약소국의 입장에서는 반듯하고 넓은 도로가 침공에 유리한 도로로 여겨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약한 처지에 있는 개인이나 국가는 항상 방어적이고 소극적이다. 피해의식의 결과다. 그러나 여건이 바뀌면 인식과 대응 또한 변화되어야 한다. 폴란드 국민과 정부는 변화와 새로운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잘 대처했다. 그런 자세를 통해, 폴란드는 중·동유럽의 중심국으로 부상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을 감안하여 안보태세를 최대한 강화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오랜만에 전북에 돌아와 보니,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특히 김관영 도지사의 행정부와 도의회는 도민들에게 희망과 미래 비전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내 각계의 에너지와 지혜를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그 결과, 오랫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새만금지역 개발에서도 여러 진전이 있다. 최근 2차전지 생산업체 등의 큰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발전의 동력이 마련되고 있는 한편에서는 여전히 전북 특유의 소극적, 방어적 태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전북은 정치적으로는 진보적 환경에 있다. 그러나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변화 기피 태도 내지, 저항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와 부조화는 전북의 진보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계의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앞으로 돌파하기보다는 부적절한 명분과 기준을 내세워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비판과 빈정대는 태도가 불쑥 튀어나온다고 한다. 일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에너지가 지역 발전이라는 대의보다는 사적 이익 챙기기에 경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각종 단체의 경우, 협력과 양보를 통해 자기 분야의 전체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대승적 태도가 미약하다고들 한다. 자신들의 태도와 행동이 어떠한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타성에 젖어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눈에는 보인다. 전북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출향 인재들도 많다. 그분들의 우려는 전북인들이 작은 세계관과 비생산적 관행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정체와 소모의 장에 처한 고향의 모습이 그들에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는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전향적으로 상황을 개척해 나갔다. 그럼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냈다. 전북인들은 갇혀있는 정저지와(井底之蛙)의 틀이 있다면 벗어나야 한다. 진취적이고 전향적이고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김대식 전북국제교류센터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23 17:46

새만금 잼버리, 성공적인 축제를 준비하자

세계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 주관으로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청소년 야영대회이다. 원래 잼버리의 의미는 시바아리(SHIVAREE)라는 북미 인디언들의 언어에서 유래한 말로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한다. 스카우트 창시자인 베이든 포우엘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회 세계야영대회를 잼버리로 명명하면서 전파되었고, 이후 세계잼버리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제17회 세계잼버리를 강원도 고성군에서 개최하였다. 고성 잼버리는 88서울올림픽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로서, 당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국왕과 모로코의 물레이 라시드 왕자가 스카우트 대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32년이 지난 올해, 잼버리가 다시 우리나라를 찾는다. 8월 1일부터 12일까지 12일간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이번 제25회 잼버리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0여 개국 4만5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모인다.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잼버리 대회장에 2만5천여 동의 텐트가 동시에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될 예정이다. 잼버리를 계기로 관광지를 찾는 참가자도 1만 4천여명에 달한다. 공식 추계에 포함되지 않는 동반 가족이나 자원봉사자들까지 생각하면 실제 관광객 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지원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야영활동 외에도 개척물 만들기, 수상․산악활동,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가자 모집과 입․출국 지원, 안전 점검, 홍보 등에 범정부적인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한다. 메타버스 체험관을 통해 가상융합기술을 경험하고 드론, VR․AR 과정도 참여할 수 있다. K-pop 공연을 개최하고 템플스테이와 태권도, 고추장 요리 체험 등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잼버리 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되어 힘을 보태고 있다. 전라북도는 물론, 전국 자치단체도 참가자 확대와 홍보에 힘을 싣고 있다. 전북연구원에 따르면 잼버리 대회와 참가자 관광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전북에만 5조 5000억 원, 국가적으로는 9조 8000억 원에 이른다. 금전적·산술적 득실을 떠나, 30여 년 만에 개최되는 잼버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1991년 고성 잼버리 참가자들이 성인이 되고 그 자녀들이 대를 이어 잼버리에 참가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다시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참가자들에게 한 세대만에 이룩한 눈부신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 고향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 대한 개인적 소회가 남다르다. 전라북도는 2015년 잼버리 유치에 뛰어들었는데 필자는 당시 전북 기획관리실장으로 여러 기관에 새만금 개최의 필요성을 알리는 유치 활동에 참여했다. 행정부지사 시절에 잼버리 준비상황을 챙기고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와 기재부를 뛰어다니던 기억도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이 되고 잼버리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서 행정안전부로 복귀한 이후에도 잼버리와 인연을 계속 이어오게 되었다. 세계잼버리가 이제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잼버리 개최를 위한 지난 8년간의 여정이 눈앞에 생생하다. 마지막까지 전라북도를 비롯해 정부와 지역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16 16:57

그립다 '정직한 캐럴 빵집'

심야에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가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변잡담으로 왁자지껄하던 차안이 일시 조용해졌는데 운전 중이던 캐럴이 정적을 깨며 뒷좌석의 내게 묻는다. “형(미국에서의 필자의 애칭), 여친 있니?”, ”없어.“, ”아니, 너 같은 미남을 한국여자들이 왜 가만둘까?“. 듣고 나니 화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어릴 적부터 지독한 외모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퉁명스럽게 ”캐럴 너 그렇게 남의 외모를 가지고 놀리면 안 돼!“ 너무 진지한 내 대꾸에 당황한 캐럴이 동승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이크, 에릭, 어떻게 생각해?“ 둘은 이구동성으로 ”캐럴 말이 맞아!“. 이상은 대학원 실험실 동료들과 함께 학회 가던 길에 벌어진 일이다. 미모의 랩짱(실험실 고참)인 캐럴은 이따금 쿠키를 구워와 우리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곤 했는데, 계속 얻어먹고 싶은 얄팍한 소망에 우리실험실을 ‘정직한 캐럴 빵집’(필자의 시집 제목이기도 함)이라 이름하고 출입문 위에 크게 써붙였다. 이 해프닝으로 필자는 외모 컴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하게 된다. 퇴계 이황 선생은 제자들에게 늘 예인조복(譽人造福, 칭찬으로 복을 짓는다는 뜻)을 강조하셨다. ‘복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함으로써 만들어진다.’는 말씀이다. 이 가르침이 잘 구현된 것은 시공을 뛰어넘어 약 330년 후 취리히에서다. 1895년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연방공대(ETHZ)의 입시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이 합격기준을 미달하여 낙방했다. 당시 학장이던 헬츠 교수는 이 낙오자를 불러 “수학성적이 놀랍도록 빼어나네. 부디 재도전해서 그 실력을 빛내주시게.”라고 격려했다. 이 말에 힘입어 재수 끝에 학문의 길에 들어선 그는 결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되어 인류에게 홍복을 주었다. 필자는 최근 재직 중인 연구원 노조로부터 두 번째의 ‘원장경영평가’를 받았다. 취임 1년 후이던 ‘20년 평가에서 평균 57%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25개의 평가항목 중 두 부문에서 ‘보통’, 나머지는 모조리 미흡에 가까웠다. 만일 헬츠 학장처럼 덕담을 덧붙이며 낫게 평가받은 항목만 일러줬더라면 더 행복한 기억으로 연구원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젊은 날 필자는 동료들보다 우월하다는 자만심을 충족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단점을 캐는 데 골몰했었다. 하지만 살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으면 그들을 본받아 덩달아 발전하게 되고 행복감도 더 커진다는 걸 알게 된 후, 이제는 오히려 그들의 장점을 찾으려 애쓰는 필자를 발견하며 스스로 대견스러워 한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다보면 학문의 특성상 사고방식 자체가 편협해지고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다. 이와 관련하여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동업자들에게 업계선배로서 귀띔해주고 싶은 게 있다. 세상의 하많은 사람 중 지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우주의 배려로 만난 인연’들임을 깨닫고 업무를 수행할 때 귀한 서로의 의견을 청해듣고 상부상조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쓰는 것이야말로 그 우려를 극복하고 성과도 극대화하는 비결임을! 비교대상이 있고 당락이 결정되는 상대평가의 경우에는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평가해야겠지만, 여타 평가에서는 좋은 점만 칭찬하는 것이 본인이 속한 조직과 사회를 건강하고 살맛나게 만드는 첩경임을 터득하길 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9 17:01

새만금 역사 엑스포로 국사 교육 새로 해봅시다.

북애자(北崖子)라는 별호로만 알려진 분이 있다. 조선 숙종 원년(1675)에 규원사화(揆園史話)라는 역사책을 펴낸 분이다. 나라의 줏대를 살린 역사책이 없는 상황을 개탄하며 우리나라의 상고시대와 단군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조선을 지배한 학자 관료들은 대부분 소 중화(小中華)주의자들이었다. 민족의 줏대를 버리고 중국 사람의 일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세하는 사대주의자들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미국의 지역사회로 생각하는 잘못된 지배 세력과 같다. 북애자는 이들이 중국의 역사와 고전만을 숭상하고 교육하는 현실을 바로잡고 민족의 근본정신을 바로 세우자는 뜻을 세웠다. 그 당시까지 전해 내려오는 역사책들을 찾아내어 ‘규원사화’를 펴냈다. 규원사화의 글 중에 한 대목을 인용한다. 북애자가 여러 선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상고시대와 단군 시대에 우리 민족이 강성하여 중국 민족을 지배하였다. 공자가 ‘춘추’를 저술한 목적이 조선의 위엄을 상대하여 중국 민족이 살아날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여기서 중국을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말이 나왔다.” 공자도 조선을 큰 나라로 여겼다는 말이다. 이 말을 하니 냉소하는 사람과 놀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기 말이 옳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은 자기를 미친놈이라고 하니 탄식할 노릇이라고 하였다. (명지대학문고 10. 규원사화. 신학균 옮김. 참조) 오늘날의 강단사학자들은 당시의 사대주의자들처럼 이 책을 가짜라고 한다. 사료적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사대주의의 나쁜 지적 유전자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하다 보니 정부에 국사편찬위원회는 설치되어 있지만, 국민의 보편 교재로서의 국사(國史)는 없다. 식민사학자들이 지배하고, 민족사학은 재야사학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슬픈 것은 자기를 미국인처럼 생각하고, 자기를 일본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지배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굴종하는 것이 국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민족의 줏대를 세우는 역사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현 정부의 대일 외교 참사도 일어난 것이다. 대일 굴욕외교를 질타하는 사이에 부안에 독도체험관을 개관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어서 새만금에서 역사 엑스포를 열자고 제안한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의 장을 만들자는 것과 문화슬기모(콘텐츠)사업을 일으키자는 두 가지 차원에서다. 새만금 세계 잼버리대회를 개최한 뒤 그 장소에서 '세계역사 박람회(엑스포)'를 열자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의 역사를 학습하는 공간을 만들고 전시는 디지털 기술로 하는 것이다. 각 나라 간에 역사전쟁을 하고 있는 만큼, 이 공간에서는 “역사 중립지대”로 가자고 합의하는 것도 필수다. 역사 중립지대가 세계평화의 출발지가 될 수 있다. 각 나라의 역사관들 사이에 산책 공간과 숙박시설도 만들어 관광산업의 기반으로도 활용한다. 휴양지로서의 조건을 갖춘 변산반도이기 때문에 세계적 휴양지로서의 조건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반만년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연구와 교육의 계기를 획기적으로 마련할 수도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활동이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사 연구와 교육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도종 전 원광대학교 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02 17:53

반일을 넘어 전북형 극일의 길을 모색해보자!

최근 봄의 생동 기운을 느끼고 산책을 나갔다. 효자4동 바위백이 근린공원에 아담한 정자 ‘망향정’이 있었다. 현판에는 인근 지역의 마을 연역이 기록되어 있다. 과거에 봉곡, 마전, 척동, 예산, 여뫼 마을이 있었다 한다. 끝부분에 “조상들이 사용했던 아름다운 옛 지명은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흥산리라는 지명으로 부르게 했다”라고 되어 있다. ‘일제’라는 단어를 대하니, 정부의 강제징용문제 해법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떠올랐다. 정부는 악화일로에 있던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일 양국정상은 지난 16일 회담을 통해 이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국민들이 첨예하게 양분되어 대립하고 있다. 일제 피해에 대해 휘발성이 극히 높은 국민감정, 한일기본조약이라는 국제법과 국내판결간의 괴리, 피해자의 이해와 국가차원의 이익의 충돌로 빚어진 상황이다. 외교 현실에 밝고 여러 측면을 살피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이번 합의가 최악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계기는 마련한 것으로 본다. 현재는 반대 의견이 더 많고 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뇌와 노력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부족함과 미진함을 지적한다. 앞으로 한일 양측의 더 긴밀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도 더 성의있고 진정어린 자세로 한국측의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 어렵게 마련된 동력은 살려가야 한다. 엄중하고도 급변하는 국제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안보, 경제, 청소년문화 교류 등에서 상생의 협력을 해가야 한다. 개인 간이든, 국가 간이든 과거에 갇혀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는 직시하되, 현재를 살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정신이 구현된 것이 바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아닌가? 일제 침탈기에는 당연히 반일과 항일이 기조이어야 했다. 전주 송천동에 전북 독립운동추념탑이 있고, 완주에도 독립운동기념관이 있다. 다른 시군들에도 독립운동으로 순국하신 애국선열들을 기리는 추모 시설들이 있다. 전북의 항일운동과 애국심은 그만큼 거세고 컸다. 반일 감정은 주요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소환된다. 이제 우리나라는 G-7에 참여할 정도의 국가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가전,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는 일본도 능가했다.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에 대해서도 원한과 분노의 감정을 넘어서는 내성과 성숙을 겸비한 극일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망향정의 안내판은 지방정부가 양국 관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극일의 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듯했다. 우리 사회∙문화∙일상생활 곳곳에 일제의 잔재들이 여전히 묻어 있다. 그중 하나가 일제 지명일 것이다. 지명 복원에 주민들의 중지가 모아진다 해도 당장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법적, 행정적 절차와 예산이 수반되는 작업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망향정 수준의 노력은 언제나 맘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들이 자기 고을의 본래 지명을 되찾고 기록을 유지하는 정도 말이다. 이런 움직임을 모아 도 차원의 작업으로 확산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전북이 먼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전북형 극일(克日) 사업이 될 것이다! 이런 의지와 노력이 국가 차원에서 결집되면, 그때 가서 국가가 일괄적으로 추진해도 되지 않을까. /김대식 전북국제교류센터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3.26 17:19

매력적인 기금 사업과 연계 협력이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열쇠

“고향에 기부하셨습니까?”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꼭 한마디씩 묻곤 하는 말이다.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자발적으로 기부함으로써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과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두 달을 넘어서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최근 국가 총인구의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제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아 기대도 크다.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이다. 단순히 기부자의 애향심에 호소하거나 답례품 제공만으로는 지속적인 기부를 유도하기에 부족하다. 그간 지자체는 답례품 개발에 역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기금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기부자도 공감할 수 있는 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위한 빨래방을 설치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백원택시’를 운영하는 등 기존 사업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완주군에서는 일찌감치 ‘먹거리 복지’와 ‘에너지 복지‘를 우선으로 하는 기금사업 운영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기부자가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포인트를 모아서 ‘로컬푸드 꾸러미’를 만들어 먹거리 취약 계층에게 배송하는 사업도 시작한다. 여기에 기부자들이 기금사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기부자의 공감을 얻기가 더욱 쉬울 것이다. 또한 기관간 연계 협력 또한 중요하다. 최근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자체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전북 고창군과 경북 포항시는 공동 브랜드인 ‘동서지간’을 만들어 양 지역의 특산품인 김과 과메기를 하나의 묶음 상품으로 출시하였다. 서울시장은 제주도에, 경기도지사는 전북도에 기부하여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호협력을 다짐한 사례도 있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전주시와 장수군이 상호 기부를 통해 후백제 역사문화권 발전을 위한 협력 의지를 다졌다. 인접 지자체는 행정구역 등의 쟁점으로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상생의 계기를 만드는 모습이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지역간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근 은행권도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협업을 추진 중이다. 농협은 고향사랑 기부자를 대상으로 우대금리 금융상품을 출시하였고, IBK기업은행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제공 업체를 대상으로 대출금리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시행 첫해를 맞이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올해 성공적인 안착이 매우 중요하다. 하반기에는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져 주변에서 “저도 기부했습니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를 바란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자체·중앙정부·민간의 협력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이끄는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3.19 18:16

봄꽃과 세상의 질서

오랫동안 과학자의 길을 걸어온 나는 질서라는 말에 익숙하다. 질서의 사전적 의미는 ‘전체를 형성하고 있는 다수의 구성물 사이의 규칙적인 관계’를 뜻한다. 필자는 수십 년 동안 이 보이지 않는 ‘규칙적인 관계’를 탐구하며 자연의 위대한 질서에 경탄하곤 하였다. 그 중에서도 봄날 꽃피는 과정은 경이로움 자체다. 현화(顯花)식물들은 어떻게 기온이나 밤낮 길이의 변화를 알아채고 꽃피울 시기를 판단하는 걸까. 그 의문에 대한 답으로 식물학자들은 1930년대부터 잎에서 생성되는 플로리겐(florigen)이라는 호르몬과 개화유전자의 상호작용 결과라는 무미건조한 개화생리이론을 제공해줄 뿐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공허한 과학자의 눈을 닫고 봄날 꽃의 영혼이 활짝 피어나는 순간을 간절하게 지켜보았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꽃은 제 삶의 온도를 잘 알고 있다. 물이 해수면의 대기압에서 100℃에 끓어오르듯,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영혼이 피어나는 저마다의 비등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백,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유채, 철쭉, 복사꽃들은 자기 영혼의 비등점 순서에 따라 꽃을 피운다. 관찰한 바에 따르면, 매화는 10℃ 이하에서도 작고 앙증맞은 꽃잎을 연다. 목덜미가 선득한 날에도 쨍하고 볕이 나면 매화는 주저없이 속을 내보인다. 산수유도 10℃ 언저리에서 노랗게 빛을 낸다. 목련은 낮 기온이 13℃를 넘어가는 날을 기다렸다가 소리 없이 꽃을 피운다. 이때 쯤 개나리가 덩달아 노랗게 울타리를 덮는 사이 진달래도 슬그머니 피어난다. 며칠 지나면 양지바른 곳의 벚꽃이 이르게 피기도 한다. 벚꽃은 16℃ 이상이 사나흘 지속될 때 핀다. 이렇듯 꽃은 온도에 맞춰 본심의 꽃을 세상에 내놓으며 자연의 질서를 지키며 제 삶을 살아간다. 식물이 꽃피우는 일을 두고 세상의 질서를 들먹이는 것은 단순한 수사적 비약이 아니다. 봄꽃을 관찰하다가 삶의 온도를 생각해본다.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가 떠올랐다. 현재의 내 삶은 냉정과 열정 사이 어디쯤일까? 젊은 날 정의감과 패기로 천방지축 내달리며 영혼을 한껏 고양시켰던 때를 떠올린다. 동시에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지금 평온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지난날을 반추하는 나를 본다. 장고 끝에 사는 일은 한 송이 꽃을 피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젊은 날 일찍 화려한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여전히 최선의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이렇게 다짐한다. “오늘이야말로 내 꽃을 피우기 딱 좋은 온도가 아닐까?” 하루하루 자기 삶의 온도를 올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질서한 세태나 세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봄꽃이 열정의 최고조에 이를 때 비장(秘藏)의 속잎을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도 최선의 삶을 살면서 차분히 영혼의 온도를 높일 때 눈부신 인생의 꽃을 피워낼 수 있으리라. 꽃을 피우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한 나라나 지역의 자긍심, 문화, 역사, 과학·기술 같은 것들도 꽃피울 날을 기다린다. 나라꽃 무궁화도 개화할 날을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듯 대한국인 모두 조금씩 삶의 온도를 높인다면, 우리의 어우러진 열정이 비등점에 이르러 한민족의 영혼을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 /신형식(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3.03.12 16:51

1군(郡) 1 시가화(市街化), 나라 살리는 문화혁명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발표하였다. 인구 3만 명 미만의 지방자치단체가 19곳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4곳이 전라북도의 자치단체다. 장수군, 무주군, 진안군, 그리고 순창군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많은 지방에서 출산장려비를 주었다. 전국적으로 지난해까지 준 출산장려금은 약 200조 원이라고 한다. 출산장려비가 인구감소를 막는 대책이 되지 못하였다는 것은 지방소멸 위기의 실증적 지표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위기는 또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우리나라 합계출산률이 0.78명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국가소멸 위기라고 규정했다. 1990년대부터 인구감소 위기는 예견되었다. 그러나 무대책이었다. 결혼, 출산과 관련한 청년세대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는 더 충격적이다. 지난주 한 방송이 소개한 논문의 내용이다.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미혼여성은 응답자의 4%였다고 한다. 그리고 응답한 남성의 12.9%만이 결혼과 출산을 필수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가치관의 변화로 보는 연구자들이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다. 경제문제가 어렵게 된 것은 서울집중 현상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경제적 요구를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방법이 “1군 1 시가화(市街化)”이다. 군 단위로 주거지를 한곳에 모으며, 산업경영의 방식도 바꿔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진안군의 인구는 2만 4천 5백 명이다. 이 인구가 789㎢의 면적에 1읍 10면의 자연마을 단위로 흩어져 산다. 마을마다 빈집들이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가 36%에 이른다. 이 인구를 진안읍을 중심으로 집단 주거지를 만들어서 모여 살게 하자는 것이다. 2만 5천의 인구가 집중된 시가를 이루어서 모여 살게 되면, 일단 학교를 유지할 수 있다. 시장과 병원이 들어서게 된다. 극장과 목욕탕 경영이 가능하게 되고 대중교통이 편리해지게 된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면 각종 직업군이 따라오게 되는 것 아닌가? 이처럼 전국적으로 군 단위 인구를 한곳에 모아 시가지화하면 인구 2-3만의 작은 도시들이 된다. 이 작은 도시들을 그물처럼 연결하면 나라의 형태가 달라지게 된다. 미래형 거대 도시로 국토가 변하기 때문이다. 시가화를 하는 대규모 건설공사로 나라 경제의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이 읍 중심의 새 터전으로 떠난 자연마을과 농토들은 농장과 산업용지로 구획정리하여 정돈한다. 읍내에 사는 사람들이 출퇴근하며 농업에 종사하거나 산업기관을 운영하게 된다. 농업도 과거와 같은 가족 노동과 가족경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세대 중심의 창농(創農)을 지원한다. 기업형 농업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나이 드신 땅 주인들은 농업회사의 주주가 되어 경제적 이득을 나눈다. 이 도시에서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디지털 관련 창업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제도를 운용할 수 있다. ‘1군 1 시가화’는 문화혁명이다. 자연 친화적이며 디지털 하부구조가 갖추어진 미래형 도시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방과 나라가 다시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문화자본주의로 변화하는 시대정신에도 맞는 일이다. /김도종(전 원광대학교 총장∙전 인문학 및 인문 정신문화 진흥심의위원회 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3.05 15:34

전북 젊은이여, 세계는 그대의 것, 취하여라!

오늘은 필자의 오디세이의 보따리를 전북의 젊은이들을 향해 풀어보고자 한다. 마침 새싹을 피워낼 봄이 모퉁이를 저리 돌려 하고 있지 않은가. 오만 근무 때 일이다. 친하게 지내던 유럽인에게 물었다. “중동에는 왜 서양인들이 많냐고 보느냐”라고. 그 친구는 역사적․지리적인 인연, 중동이 필요한 기술과 지식 보유, 영어 통용성의 확대 추세 등을 들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상식적 얘기다. 그는 덧붙였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태어난 나라만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 살 수 있다는 생각과 꿈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고. 오늘 얘기는 여기에서 풀어가고자 한다. 우리 젊은이들도 이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꿈과 포부를 가져야 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은 사귀어 보고 싶은 사람이고, 한국이라면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전 세계가 활동 무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전 세계는 교통∙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긴밀히 연결되었다. 뉴스와 정보가 일순간 지구 반대편까지 전파된다. 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반면 우리 젊은이들의 활약 무대가 그만큼 넓어진 것이기도 하다. 전주, 전북, 한국만이 무대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상품이 있으면 전 세계인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서 전북 청소년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바는 꿈과 포부다. 젊은 시절 꿈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꿈은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니 전북의 청소년들이여, 꿈을 가져라. 꿈과 포부가 그대들의 앞날을 이끌어갈 것이다. 우리는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을 잘 안다. 그도 어릴 적에 시골 소년이었다. 당시 그 소년에게는 외교관이 되어 큰 세상을 경험해보겠다는 꿈이 있었다. 꿈을 꾸는데, 도시에 살던 시골에 살던, 소년이든 소녀든, 무엇이 제약이 되겠는가? 세계를 맘에 담고, 포부를 가지고, 꿈을 설계하라. 글로벌 시대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이 알아야 할 자세와 공부도 몇 가지 언급해본다. 열린 마음, 차이에 대한 인정과 배려, 타협의 자세, 무한 경쟁과 이익 추구의 치열한 각축장이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 세상 흐름과 국제사회 주요 사안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공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학습 등일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국제교류센터는 전북 청소년들의 국제화 역량 강화를 사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있다. 방학 기간인 8월 '전북 글로벌 청소년 주간'을 개최할 예정이다. '모의유엔회의', '청소년 국제기구 세미나'를 개최하고, 각국 문화와 공연을 체험할 부스를 개설할 것이다. 6월 초에는 아세안 국가 출신 유학생들과 전북 청년들이 참여하는 '한・아세안 프레젠테이션' 행사가 진행된다. 도내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에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국제교류 이해 교실'도 열 예정이다. 영화 'Troy'를 좋아한다. 매 장면 우리 삶의 요목들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전쟁 영웅 아킬레우스가 병사들을 전쟁터에 뛰어들도록 독려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사자후를 발한다. “나의 미르미돈 들이여, 저 해변 넘어,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는가? 不死다(immortality)! 붙잡아라. 그것은 너희의 것이다!” 필자도 아킬레우스의 심경으로, 사랑하는 고향 청소년들에게 외쳐본다. “전북의 젊은이여, 꿈꾸어라. 세계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취하여라. 그대의 것이다!”라고. /김대식 전북국제교류센터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2.26 15:33

‘주소’가 여는 흥미로운 미래

딸아이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전주시 한 백화점에 방문한 회사원 김 부장은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휴대폰 앱을 이용해 자율주행 발렛주차를 맡기고, 장난감 가게가 있는 7층으로 이동하였다. 쇼핑을 하는 동안에는 앱을 통해 자율주행로봇 충전서비스를 신청하여 차량 충전을 완료하였다. 선물을 구매한 다음에는 다시 휴대폰을 열어 차량을 주차장 승강기 앞으로 호출한 후, 별다른 기다림 없이 탑승 후 안전하게 귀가하였다. 주차, 충전, 호출까지 휴대폰 앱으로 간단하게 이뤄지는 이러한 일상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이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작년에 세종시에서 실증되었던 사례이다. 김 부장이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지하주차장까지 주소를 부여하고, 각각의 주차면에 촘촘히 주소데이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사는 곳’을 의미하던 주소가 ‘받는 곳’, ‘공간’, ‘입체’, ‘이동경로’, ‘디지털’ 개념까지 더해지며 위치식별자로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건물이 아닌 공터, 건물 내부, 사물까지 주소가 부여되면서 우리 주소체계는 보다 정교해지고 세밀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구축된 주소정보는 민간 포털사 지도 앱을 이용해 길을 찾을 때, 온라인 상품 배송이나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때 널리 활용되는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7만여 개의 기업과 기관들은 행정안전부의 주소정보를 주기적으로 받아 사용하고 있다. 주소정보가 물류와 배송에 있어 핵심 데이터가 되고 있음이 틀림없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제시했고, 그 선도과제로 ‘스마트주소를 활용한 신산업 육성’이 채택되었다. 이는 주소를 보다 촘촘하게 구축‧공유하고 서비스 모델을 개발‧보급하여 ‘주소로 안전한 나라, 주소로 편리한 나라, 주소가 자원인 나라’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까지 국가 주소정보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소정보 기반의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생태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주소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는 △드론 배송 △자율주행 로봇 배송 △실내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차 주차 △사물인터넷으로, 이에 필요한 주소정보 구축‧제공 등을 통해 산업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 산악·도서 등 물류 환경이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사물주소인 드론배달점을 설치 중인데 그동안 전국에 약 300점 이상 구축되었으며, 작년 10월 경기도 가평군에서는 드론배달점을 활용해 드론으로 편의점 물품을 펜션에 신속‧정확하게 배송하는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있다. 또한 위성신호(GPS)를 사용할 수 없는 대규모 건물 내에서 정확한 위치 찾기를 위해 점포마다 상세주소를 부여하고 실내 이동경로를 주소정보로 구축해 실내 내비게이션을 상용화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으며, 최근 대전 신세계백화점에서 실증 시연을 하였다. 미래의 사회와 산업에서는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 창의적인 혁신 서비스들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주소는 다양한 서비스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보다 고도화 돼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제 주소는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기계, 사람과 인공지능(AI) 간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소가 그려낼 미래의 모습은 그래서 궁금하고 흥미롭다.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 지지를 당부하고 싶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2.19 16:22

노벨과학상을 기다리며

한 국가의 과학기술력은 그 나라에서 생산하는 연구·분석장비의 수준과 정확히 비례한다는 과학기술계의 정설이 있다. 지금 세계 분석장비 시장의 80% 이상을 과학기술 강국인 미국, 일본, 독일이 석권하고 있고, 역대 과학분야 노벨상 343개 중 ⅕ 정도가 새로운 분석장비 개발이나 그 장비를 이용한 실험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라는 것이 좋은 증거다. 1660년대 네덜란드의 ‘레이우엔훅’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광학현미경의 개발로 그 동안 육안으로는 불가능했던 미시세계관찰을 통해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고 관련 연구결과에 수많은 노벨상이 수여되었으며, 세상을 바꾼 현재의 나노기술이 출현한 것도 전자현미경의 발명(1986년 물리)으로 가능했다. 이처럼 새로운 분석장비의 개발이나 데이터 처리기법을 통해 얻는 독창적인 연구결과가 과학의 진보를 가져오며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전쟁에 있어서 무기가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장비개발이 노벨상으로 빛난 최근의 예로서 MRI(2003년 생리의학), CCD(2009년 물리), 초고분해능형광현미경(2014년 화학) 및 Cryo-EM(2017년 화학), LIGO(2017년 물리)를 들 수 있다. 필자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 원장에 취임한 직후인 ’20년 초 전북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수많은 내부 논의와 석학들의 자문을 거쳐 기초연의 새로운 책임과 역할로서 분석장비 개발 등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장비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1년 4월 연구산업진흥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8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제1차 연구산업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법에서 연구산업을 ‘연구개발 전과정의 활동을 지원해 연구사업의 성과 및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R&D 연동산업’이라 규정하고, 실험데이터 획득을 위해 시험·검사·분석 등을 지원하는 주문연구와 R&D를 기획·관리하는 연구개발서비스산업과, 장비를 개발하거나 유지·보수하는 연구장비산업과 R&D 재료를 맞춤 개발하여 제공하는 소재산업을 포함하는 연구기반산업으로 가름하고 있다. 나아가 기본계획에서 연구산업을 2025년까지 40조원 규모로 키우고 2026년까지 국산 연구장비 비중을 현재의 약 두 배 규모인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연구산업의 핵심 축으로서 장비산업은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집약적 종합산업으로서 다른 연관 산업발전에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지난해 말 표준과학연구원과 함께 연구산업진흥법 제14조에서 정하고 있는 연구산업 전담기관으로 지정받은 바 있는 기초연은 2017년부터 9년간 약 500억여 원의 예산으로 세계시장 수요와 개발필요성을 고려하여 틈새시장제품(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 개발된 기능융합(연구용 전자석 플랫폼), 기존장비의 성능고도화(초고자기장 고온초전자석, 클러스터 이온건), 또는 새로운 분석기술 적용(공초점열반사현미경) 장비의 국산화연구를 지속해왔고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상업화하는 등 국산장비의 가시화가 시작되었다. K-분석장비로 무장한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세계 기술패권전쟁에서 승승장구하고,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콘서트홀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그날을 꿈꾸며 기초연의 장비개발 연구원들은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2.12 15:21

도덕적 책임은 무한 책임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적 수습∙정치적 수습이 안 되고 있다.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 책임은 느낀다는 높은 사람들은 많다. 어물쩍거리며 자리 지키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사실 도덕적 책임은 무한 책임이다. 도덕적 책임은 사람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보다 더 큰 것이다. 그리고 정치는 도덕적 책임, 그 무한 책임을 떠맡는 직업이다. 2007년 9월에 오려 둔 한 신문 사설을 꺼내 읽었다. 17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발간된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법질서 확립 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가 뗏법 사회로 되었다고 비판하며 법치 사회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노동조합이나 이익단체들의 집단적 행동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법을 제대로 지키면 뗏법이 없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모순되는 일은 파업 현장에서도 ‘준법투쟁’이라는 구호를 내세운다. 법대로 하지 않으니 노동자들이 불평등한 취급을 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법을 지키겠다는 것을 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정부나 경영자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경영자 쪽에서나 노동자 쪽에서 모두 법대로 하자는 ‘법치’를 요구하고 있는 모순된 법치 현상은 지금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었다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수 십 년간 지속되는 법치의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법 자체가 가진 문제이다. 독일 히틀러의 나치당이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것은 전 세계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야만스러운 행위다. 그런데 나치당은 그 행위를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법을 이미 만들어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사실은 법이 도덕과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덕의 기본은 자연법이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규정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권 사상이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기가 선택한 일을 하며, 자기 인생에 책임도 자기가 가진다는 사상이다. 오늘날 인권(人權)의 개념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 자연법과 자연권은 오늘날 모든 민주주의 나라들이 법을 세우는 기초로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정법은 모든 도덕 감정을 포괄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따져보면 법률과 도덕이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 얼마나 많은가? 도덕을 국민 정서라는 말로 조금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어떤 판결에 대하여 대다수 사람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도덕의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 정서라는 것은 대체로 도덕과 크게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 또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실정법이 있다면 그 법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이기도 하지만 법과 도덕을 연구하는 일반 국민들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일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권력을 쥔 사람들이 해석하는 법, 법 집행에 대해 국민이 일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인권 소외’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 소외’를 법치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도덕을 거스르는 법 해석이며 법 집행이다. 인권 소외를 따지는 기준은 간단하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 눈에 눈물 나지 않게 하는 법”을 만들고, 해석하며, 집행하자는 것이다. 사람을 목적으로만 대접하고 수단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도종 전 원광대학교 총장∙전 인문학 및 인문 정신문화 진흥심의위원회 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2.05 15:41

전북이 가는 길 대한민국이 가는 길 - 전북형 개발협력사업(ODA)

필자는 지난해 말부터 전북국제교류센터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고향을 떠난 지가 오래되어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과 친지,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갔다. 그러나 고향으로의 복귀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하더니, 필자에게는 이제가 그런 때인가 싶다. 고향은 35년간의 외교관 생활로 해외를 떠돌던 필자를 따듯하게 맞아주었다. 전북의 지성과 공기(公器)로서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북일보는 칼럼 기고의 귀한 기회를 주었다. 외국에서 보고 배운 바를 전북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우리 도민들에게 공유해드려라 라는 뜻에서였을 것이다. 2023년 상반기 매달 한편씩을 연재할 예정이다. 외국을 다니면서, 세상이 변하는 모습과 우리나라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는 상황을 체감했다. 여러 나라와 지역의 좋은 풍물과 풍속, 제도나 정책들도 많이 접했다. 그럴 때면 으레, 이런 세상 모습과 변화상, 외국의 우수사례를 전북도민들에게 알려드리고, 전북 발전을 위한 정책에 접목되도록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곤 했다. 전북은 지난해 5월 출범한 민선 8기 道정부에 의해, 활기를 되찾고 미래를 향한 희망이 일깨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관영 지사의 패기와 열정, 비전과 지략, 역량을 갖춘 리더십이 선봉에 있다. 이런 구심점을 중심으로 전북의 잠재력이 일깨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오늘날 세계는 교통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글로컬(Glocal)”이라는 용어는 화두처럼 회자되고 있다. 세계적 연결을 뜻하는 ‘글로벌(Global)’ 과 지역적(개별국가적) 특성을 뜻하는 ‘로컬(Local)’의 합성어이다. 이는 오늘날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세계적 진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필자는 이런 점에서 전북의 잠재력 하나를 본다. 전북의 최강점 중 하나는 명실공히 농생명 바이오산업 분야다. 이 분야를 외국과 연결시켜, 전북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도내 기관과 기업, 도민들의 국제적 진출을 지원하는 일을 국제교류센터는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 센터는 현재 몽골을 대상으로 전북형 개발협력(ODA)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팜 농법을 몽골 공무원들에게 전수하는 일이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전라북도 농식품인력개발원, 전북대학교, 한국 농업기술 진흥원, 원광대학교,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등 전북의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메콩 3개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코자 “한국국제협력단” (KOICA)에 응모 중이다. 유사한 사업들을 계속 발굴, 실시해갈 것이다.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을 보고 배워야 할 롤모델로 보고 협력을 강력 희망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한 나라가 대부분이다. 경작과 먹거리 산업의 본산인 우리 전북이 그들의 협력 수요를 충족시킬 아주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전북은 과거의 정체된 이미지를 벗고 미래 활력과 비전을 창조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강점 분야의 사업들을 계속 발굴하여 전북의 경제와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전북형 사업을 만들어 전북의 중흥을 이끌고, 다른 道들, 나아가 대한민국이 가고자 하는 길이 되게 해야 한다. /김대식 전북국제교류센터장 △김대식 센터장은 주오만왕국 대사, 주카자흐스탄 대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국제국장 등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29 15:39

지방소멸 위기 해법, ‘생활인구’에서 찾는다

올해 32세 독일인 청년 마르코는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각각 주소를 두고 있다. 평일에는 직장이 있는 베를린(부 거주지)에 머물고, 주말에는 함부르크(주 거주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 개의 주소를 신고한 마르코는 함부르크뿐만 아니라 베를린에도 지방세를 납부하는 대신, 베를린 주택 임대료와 함부르크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교통비 등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생활인구’ 개념이 도입된 독일의 복수주소제에 대한 가상 사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발전 격차와 인구쏠림 현상 가속화로 지방이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토 면적의 10% 내외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고, 국가 총인구까지 감소하고 있다. 이런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에 머무르는 ‘정주인구’를 늘리는 경쟁만 한다면, 전체 인구는 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간 인구 빼가기로 인해 ‘제로섬 게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지방소멸 위기는 꼭 넘어야 할 과제이지만, 정주인구 증가를 위한 지역 간 경쟁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해 지역에서 체류하며 생활하는 사람도 포괄할 수 있는 ‘생활인구’ 개념의 도입을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통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체류하는 사람도 포함하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하여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한다. 법률상 ‘생활인구’는 크게 「주민등록법」상 주민,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 외국인으로 구성된다. ‘「주민등록법」상 주민’은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을 말하며, ‘체류하는 사람’이란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방문하여 체류하는 사람으로서 체류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을 뜻한다.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과 「재외동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 및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활인구 개념을 통해, 기존의 주민등록 중심의 정주인구 뿐만 아니라 5도 2촌, 워케이션 등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인의 생활방식 변화까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생활인구와 유사한 개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도입하여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특정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하는 외지인을 뜻하는 ‘관계인구(關係人口)’ 개념을 적용하여, 특별교부세 지원 및 고향납세 제도 등을 통해 관계인구 확대를 꾀하고 있다. 독일도 거주지로 등록된 지역(주 거주지)과 실제로 주로 생활하는 지역(부 거주지)이 다른 인구를 관리할 목적으로 복수주소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의 생활인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제도를 구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책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올해 생활인구 산정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일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측정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또한 지역별 생활인구를 도출, 관리할 수 있도록 통계청 등 관계부처와도 협력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은 지역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과 소통을 통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생활인구 활성화 정책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최훈 실장은 남원시 부시장, 전북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15 17:40

대전환시대의 인재상

우리는 지금 과학기술이 촉발한 네 번째의 대전환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들 한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이 있었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전기에너지의 활발한 이용이 가져온 2차 산업혁명,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3차 지식정보혁명이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더불어 현실과 가상세계가 초연결되는 디지털변환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이 네 번째 대전환은 흥미롭고 기이하기까지 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의 상반된 패러다임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전 산업혁명의 그림자인 지구온난화로부터 우리별을 지키기 위한 탄소중립과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를 반도체, 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메타버스 등을 둘러싼 기술패권 전쟁은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패러다임이 적용되는 세계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인재라고 단언한다. 이 바이러스는 원래 사향고양이, 박쥐, 낙타, 원숭이 등의 동물 몸에 기생하고 있었지만, 우리 인간이 숙주를 포식하고 그들의 서식처를 잠식해가는 바람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 바이러스들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번성하는 동물인 인간으로 옮겨온 것이기 때문이다. 웃프게도 다행스러운 점은 이들이 스마트하다는 것이다. 숙주가 죽으면 자기들도 소멸되므로 숙주의 치사율은 낮추면서 자신의 전파력은 최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3년이 넘게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 팬데믹.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우리도 기민해졌다.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보며 미지의 감염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개방과 공유의 오픈사이언스에 기반한 범지구적 공동대응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버린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면 세계인이 공동전선을 펴야 하므로 여기에서는 무한경쟁 패러다임이 아닌 공동생존을 도모하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패러다임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안으로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配慮의 마음이, 밖으로는 국가 간의 連帶와 協力이 바로 인류의 생존을 담보하는 해법이겠다. 앞으로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팬데믹과 인공태양-핵융합에너지, 식량, 기후, 물, 인구 문제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형인 대전환은 상이한 두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세계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이슈에 공통점이 있다. 해결책으로서 과학기술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은 개인이나 가정의 행복뿐만 아니라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변화무쌍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현 VUCA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창의적(Creative)이면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방식으로 끊임없이 동료와 소통(Communicate)하며 협력(Collaborate)하는 인재가 필요하고, 그 핵심 키워드는 바로 ‘함께’일 것이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신형식 원장은 전북대 부총장을 지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한국공학한림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08 14:08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