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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이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원도연 (원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스위스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직접민주주의가 있다.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꽃은 ‘란츠게마인데’라고 불리는 정치축제인데, 이는 유권자 전원이 어떤 사안을 두고 직접 광장에 모여 손을 들어 찬반을 결정하는 주민총회다. 물론 이 광장의 직접민주주의는 실효성이 부족하고 비밀투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으며 지금은 단 두 곳의 칸톤에서만 상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해도 스위스는 여전히 직접민주주의가 가장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정치 선진국이다. 스위스는 현재 약 9백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데, 중앙정부인 연방과 우리의 광역도 단위인 칸톤이 공동으로 매년 4차례 정도의 국민투표를 통해 연간 10~15개 내외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특히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하는 칸톤은 이 제도를 통해 불요불급한 재정지출과 채무를 억제하여 타 칸톤에 비해 5~15% 가량 생산성이 높고 공공지출도 획기적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도 이 시스템은 강하게 작동하여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고 있고, 그에 영향을 받아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약 12만달러 한화로 약 1억6천만원 정도에 이른다. 정치적으로는 시민사회와 지방분권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다양성이 확대되어 군소정당의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발전은 당연히 민주주의를 위한 부단한 투쟁의 결과다.  

한국에서도 지난 수년 동안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는데 첫째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의지다. 특히 농촌지역의 군이나 면 단위에서 주민들이 직접 지역발전계획을 세우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이 교육감 시민후보를 뽑기 위해 시민공천위원에 무려 3만5천명의 시민들이 참가비 5천원을 내고 참여한 사례는 우리 사회에 이제 직접민주주의의 조건과 상황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두 번째는 지방자치제도와 행정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관련된다. 전북의 경우 대부분의 군지역들이 인구 3만명 내외의 인구과소지역이 된 상황에서 지금의 지방자치와 행정체제의 효율성을 한번 따져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이자 시민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고 정치참여의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시민들이 지역의 주요 현안과 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기도 하고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지방정치와 행정의 기본구조는 인구비례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로 한정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있다. 지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사회의 구성은 매우 다양하며 선진적이다. 특히 지금 막 은퇴를 시작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높은 교육수준과 사회참여의 열정, 적당한 경제력까지 갖춘 세대들이다. 이들을 비롯하여 지금 시민들의 관심사는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의 위기를 경제와 인구 뿐만 아니라 기후환경과 생태, 에너지, 토지자원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참여의 열정을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정치의 구조와 방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인구 3만 내외의 작은 기초단체부터 부분적으로 직접민주주의의 방식을 도입하여 지역의 주요 현안을 스위스 칸톤에서처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위스 역시 모든 사안을 직접민주주의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직접민주주의가 중앙정부와 정당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낮추고 지방자치와 분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스위스 시스템의 핵심은 “의회는 초안을 작성할 뿐, 최종 승인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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