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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봄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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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공원 가로등 아래 발목 잡혀 있네요. 땅거미 내린 지가 언젠데, 아내에게 잔소리 들을 일을 한 걸까요? 어둑어둑 골목을 불러들이던 먼 옛날 어머니 생각에 여태 주저앉아 있는 걸까요? 아니, 아니 땅거미 줄에 꽁꽁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걸까요?

바둑판을 인생의 축소판이라 하지요. 두 집을 지어야 살 수 있는 바둑, 흑 대마가 아직 미생이네요. 한 집 더 지어야 완생이지요. 글쎄요 대마불사라고 몸집을 불리다 축에 걸린 걸까요? 우리네 인생도 자칫 과욕으로 단수에 걸려 패가망신도 하지요. 담배 내기일까요? 짜장면 내기일까요? 자못 진지한 저 반상, 때로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기도 했겠지요. 겨우 우하변 매화 한 점 따 담고 좌상귀 복사꽃 한 점 구경했을 뿐인데 봄날이 저뭅니다. 한 수 앞 제 수는 못 읽어 판판 나가떨어져도 어깨 너머 훈수는 두어 수도 보이는 거라지요. 훈수꾼인지 개평꾼인지도 돌아갈 줄 모르네요. 그래요 “사는 일이 종당에 집짓기라”(졸시, <봄날은 갔네>)는데, 햇볕 좋고 바람 좋은 곳에 집 짓는 거라는데, 아직 두 집을 못 지어서 전전긍긍입니다. 계절 끝 잊지 않고 달력은 넘길까요? 도낏자루 썩는 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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